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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압도적 다수의 미디어와 자칭 타칭 전문가들은 2022년 주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들이 주택시장 상승을 전망하면서 내놓은 주된 근거는 신규주택 공급 부족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대세 하락을 본격화한 지금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는 찾을 길이 없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집값 급등 원인으로 공급부족을 꼽은 언론사 헤드라인 ⓒ한국금융신문,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에너지경제 보도 헤드라인(상-하) 합성

재고 주택시장 공급량, 주택시장 가격 좌우

기억을 복기해보면 금방 알 일인데, ‘신규주택 공급 부족론’이 등장하는 건 늘 주택시장이 상승할 때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된 주택시장 대세상승기에 날마다 등장했던 ‘신규주택 공급부족론’이 대세 하락이 본격화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처럼 2008~2013년까지 이어진 서울 부동산 시장의 대세 하락기에도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버블 세븐(2006년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으로 지정한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분당, 용인, 평촌 지역) 위주로 주택 가격이 폭등했던 노무현 정부 시기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규주택 공급 부족론’이 미디어를 채웠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분명히 알 수 있듯 ‘신규주택 공급 부족론’은 주택 가격이 올라가고 투기가 기승을 부릴 때만 등장하는 프레임이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상품가격은 수요공급곡선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주택 가격이 폭등한다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니 정부는 세금이나 대출 관리로 수요를 억제하지 말고 재건축 및 재개발 관련 규제를 전부 풀고 강남 등을 대체할 대체지를 발굴해 신규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주택 가격이 안정된다’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신규주택 공급부족론’자들의 곡학아세와는 달리 주택시장 가격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신규주택 공급량이 아니라 재고주택 시장의 공급량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사실이 명확해진다. 2020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주택 수는 18,525,844호다. 한편 근래 5년간 신규주택 생산량은 연평균 전체 주택 총수의 4% 남짓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서 주택시장은 96%의 재고 주택시장과 4%의 신규주택시장으로 구성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당연히 재고 주택시장의 공급량이 주택시장 가격의 향배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한민국 전체 주택 수는 18,525,844호인데 이 중 1세대 1주택자 수가 8,539,421호다. 즉 총 주택 수 18,525,844호에서 1세대 1주택을 뺀 1천만 호가 다주택자 소유이거나 법인 소유라는 것이다. 즉, 실거주와 무관하며 재고 주택시장의 54%를 차지하는 다주택자 및 법인소유 물량 중 상당량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대신 투기적 가수요가 없거나 적다면 시장은 하향안정될 것이고, 다주택자 및 법인이 소유물량을 움켜쥔 채 매물을 내놓지 않는 대신 투기적 가수요가 많다면 시장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 통계청이 2021년 11월 [2020년 주택소유통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총 주택 18,525,844호 중 개인소유주택은 15,968,279호였다. 또한, 일반 가구 20,927,000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730,000 가구(56.1%)였으며, 이 중 주택을 1건만 소유한 가구는 8,539,000 가구였다. ⓒ통계지리서비스SGIS

기준금리 급상승과 함께 사라진 ‘신규주택 공급부족론’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주택시장 경착륙기존 재고 주택시장의 매물 폭증과 투기적 가수요의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발생했다. 물론 기존 재고 주택시장에서의 매물 폭증과 투기적 가수요의 소멸을 야기케 한 방아쇠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돌진적으로 추진 중인 기준금리 인상이다.

재고 주택시장에서의 매물 잠김 현상 및 투기적 가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가능케 한 유동성 홍수 시대가 속절 없이 저물고 긴축 시대가 도래하자 재고 주택시장에서는 숨어 있던 매물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지고, 영원할 것 같던 투기적 가수요는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가을 안개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주택시장에서 96%를 차지하는 재고 주택시장의 매물이 쏟아지고, 투기적 가수요가 순식간에 퇴장하자 주택시장은 빠른 속도로 대세 하락 중이다. 이제 시장 어디에서도 신규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린 찾을 길이 없고, 그 대신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250만 호 + a’의 주택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될까 근심하는 목소리만 가득하다. 3%대 기준금리가 유지되면서 신규 공급폭탄까지 더해진다면 주택시장의 대세하락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핀 것처럼 ‘신규주택 공급부족론’은 완벽히 난파했다. 그러나 단언컨대 장래 주택시장이 원기를 회복하고 상승 흐름을 본격적으로 타는 국면이 오면 ‘신규주택 공급부족론’은 좀비처럼 부활해 미디어를 또 다시 빼곡히 채울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8년 동안 평균 9억이 올랐고, 강남북 격차는 15억으로 벌어졌으며, 급여 ‘영끌’ 기간은 18년에서 36년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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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시시비비’ 칼럼입니다. ‘시시비비’는 신문, 방송, 포털,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글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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