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의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 팀장입니다.

  1. 윤석열 이후의 기후 정책: 탈원전과 탈탈원전, 그 다음 기후 정책 있나 (이유진)
  2. 기후대응 후진국 한국, 무역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세 가지’는 하라 (김병권)
  3. ESG 국제 추세, 트럼프도 못 막는다 (정영주)
  4. LNG발전 투자가 전환금융? ‘전환워싱’ 막는 법 (최기원)
  5. 플라스틱 규제와 중국의 부상을 넘어 순환경제로 (지현영)
  6. 인허가에만 5년 8개월? 해상풍력·영농형 태양광 늘리는 5가지 정책 (오선아)
  7.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짓게 하라 (오용석)
  8. 정의로운 전환 속도 높이려면 노동자·지역주민 참여부터 (배보람)
  9. 우리는 기후재난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까…적응대책 쟁점 세 가지 (황정화)
  10. 2배로 증가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수도권 집중 완화와 수요관리가 해법 (강민영)

요약

⑴ 2020년 보령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이후 지역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로 인한 지역 경제 영향이 확인되고 있다. 2026년까지 7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 예정에 있어 그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⑵ 정부는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를 통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및 LNG 설비 좌초자산화 방지를 언급하고 있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정책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⑶ 탄소중립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논의를 본격화하고, 지역사회 충격 대응에서부터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에서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 도출이 필요하다.

⑷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해당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법률을 통해 지역사회의 에너지 및 산업 전환의 방향을 구체화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석탄이 국내 에너지원 40%, 에너지 전환속도 느리다

한국은 전체 에너지원에서 2002년기준 석탄이 39.7%를 차지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5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총발전량이 3만 6868.7메가와트시(MWh)다.

국제사회와 비교했을 때 중국, 인도, 미국, 일본 다음으로 다섯 번째이며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량인 9914테라와트시(TWh)의 2.5%를 차지한다.

이는 두 가지를 함의한다. 첫째, 한국은 탄소중립의 경로에서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속도가 국제사회와 비교했을 때 더디다. 둘째, 이에 따라 탈석탄 과정에서 지역의 경제적 충격과 에너지 위기에 따른 대응 역량이 낮을 수 있다.

한국도 탄소중립의 경로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의 퇴출과 신재생에너지의 확충에 대한 비전을 이미 제시하고,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가 발전소 밀집 지역에 미칠 수 있는 고용 및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소위 ‘정의로운 전환’(아래 박스 설명 참조)이 추진되고는 있다.

정의로운 전환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담은 개념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따르면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의 ‘환경정의’로부터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 책임에 따른 비용과 이익의 분배 등 포괄적 원칙으로서 ‘기후정의’를 도출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국회가 합의했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과 비전이 모호하고 사회적 논의가 더딘 편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수립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노후 석탄발전 감축을 지속”하겠다고 하면서도 “기존 설비의 좌초 자산화 방지”를 이유로,

  • 석탄발전기의 폐지 설비를 안보 자원화한다거나,
  •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 방식의 발전 추진 계획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에 배치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 기반한 지역경제 및 산업의 경쟁력을 낮춰, 현재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미래로 떠넘기며 에너지 전환과 그에 병행되어야 할 ‘정의로운 전환’의 속도를 함께 늦출 가능성이 크다.

석탄 종주국 영국엔 석탄 발전소가 없다

2024년 9월 영국 노팅엄셔의 석탄화력발전소가 56년의 운전을 멈추고 폐쇄되면서, 산업혁명을 이끌며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영국 석탄 발전 142년의 역사가 종료되었다. 영국은 2015년 당시 발전 비중의 30% 가량을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책을 발표한 후, 10여 년에 걸쳐 탈석탄 정책을 추진해 2023년 완성하였다.

영국은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의 기반이었던 스코틀랜드 지역을 ‘에너지전환지구(Energy Transition Zone, ETZ)’로 지정하고 장기적이고도 광범위한 에너지 전환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투자를 바탕으로 석탄 화력 부지와 산업용 토지의 재개발을 통한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인프라 개선, 일자리 창출 전략을 지역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구성했고, 장소 기반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Ironside Farrar, 2024).

‘재생에너지 50% 돌파’ 독일, 노동자·지역 대표자와 숙의 지속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독일은 2038년까지 화석연료 기반 발전을 폐지할 계획이다. 2020년 탈석탄법(Kohleverstromungsbeendi gungsgesetz, KVBG)을 제정하여 발전 사업자와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수립하고, 석탄지역구조강화법(Strukturst rkungsgesetz Kohleregionen, StStG-KG)을 통해 에너지 전환에 따른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계획을 수립하였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16년 독일 연방정부가 수립한 ‘기후행동계획 2050(Climate Action Plan 2050)’, 그리고 이에 따라 2018년 구성된 ‘성장, 구조 변화 및 지역 개발을 위한 위원회(Commission for Growth, Structural Change and Regional Development)’가 있다.

통상 ‘탈석탄위원회’로 불리는 이 위원회에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및 산업계, 관련 전문가는 물론 해당 산업의 노동자와 지역 및 환경단체를 대표하는 이들이 참여해 지속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오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석탄산업에 종사하는 직접 및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규모를 파악하고, 관련 일자리 정책의 추진에 있어 노사의 단체협상을 바탕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핵심 에너지 산업의 쇠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에 대한 전환 방향과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

독일 에너지 전환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2023년 전체 전력 소비에 있어 재생에너지 비중은 50%에 이르렀는데 2030년까지 그 비중을 8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주춤했지만, 지난해 발전소 15곳을 전력망에서 영구 제외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과 기조가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미국은 에너지 전환 지역에 기후기금 40% 투자

미국 역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추진 중이다. 2021년 미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력 사용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미국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절반가량이 남부 및 중서부에 집중되어 있어, 에너지 전환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파워 이니셔티브’ 기금을 통해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피해를 본 지역의 경제와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든 정부도 2021년부터 ‘저스티스 40 이니셔티브(Justice 40 Initiative)’를 통해 오염지역과 소외지역의 에너지 전환, 환경오염 개선, 친환경 교통 시스템 도입, 지속 가능한 주택정책, 일자리 및 교육 등에 연방정부 기후 관련 기금의 40%를 투자하여 환경정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의 환경 불균등, 탄소중립으로 인한 영향의 차이를 지역별로 식별하기 위해선 ‘기후 및 정의 선별도구(Climate and Economic Justice Screening Tool, CEJST)’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기 환경규제와 기후 정책이 강화되면서 석탄화력발전의 경쟁력은 재생에너지에 이미 뒤지고 있다. 게다가 2024년 5월 바이든 정부가 2039년 이후 가동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량 90% 이상을 감축해야 하며, 강화된 대기유해물질 및 수은의 배출기준을 적용받게 되는 규정을 발표하였다(EPA, 2024).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는 2024년 11월 8일 보도에서 미국이 자국내 화석연료 개발을 강화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투자와 지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에서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이 에너지 주권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가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에너지 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4-24호, 2024.12.9.).

2036년까지 폐쇄될 석탄발전소, 최대 지역소득 15% 감소 우려

2023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는 ‘실현 가능하고 균형 잡힌 전원 믹스’를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2022년 9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제시했는데 10차 전기본은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32.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의 감축 기조는 이어가면서도 시설의 좌초자산화 방지를 위해 석탄발전에 암모니아 20%, 노후 LNG발전소에 수소를 혼소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녹색전환연구소 재구성)

10차 전기본은 또한 “2036년까지 석탄발전 28기 폐지 이외 추가 감축은 전력 수급 및 계통운영의 안정성 등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의 변동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2024년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확정되지 않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는 “석탄의 LNG 전환은 유지하면서 설계수명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소는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2020년부터 2024년 12월까지 총 5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되었다. 2020년 보령 1, 2호기가 조기 폐쇄된 보령을 예로 들면,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며 인구 10만 선이 무너졌다. 인구감소율은 1.8%로 이전 10년간 인구감소율 0.65%보다 3배 가까운 감소율을 보인다.

이뿐 아니라, 소상공인의 월평균 소득이 감소하고 급기야 휴폐업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소가 납부하던 지역자원시설세 및 주변지역 지원금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이용희, 2024).

경남연구원은 지역에서의 발전소 폐쇄에 따른 지역 경제 충격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추정했는데, 2026~2028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고용감소와 노동소득 감소가 예상됐다. 2031년에는 현재 대비 85~90% 수준으로 총소득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동진우 남진석, 2022).

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현황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녹색전환연구소 재구성)

석탄발전소 50%가 충남, 도지사 “정부 지원 끌어오겠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0%가 밀집해 있는 충남에선 2020년 보령 1, 2호기 폐쇄에 이어 2025년 태안 1, 2호기의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충남에서는 보령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로 인한 지역 경제의 악화를 경험하면서 추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기초자치단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을 제외하고는 지역에 미치는 경제영향, 고용 악화를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 피해를 온전히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국가, 광역 단위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정책 방향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고 관련 예산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기인한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후 그 과제 중 하나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이 채택되었다. 취약 산업과 계층, 지역의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기후대응기금 마련 계획이 제시되었다. 국내에서 정의로운 전환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방향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는 정의로운 전환이 명시되며 국가 차원의 역할과 의무가 법제화되었다. 또한 2023년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산업의 침체와 실업 등 충격에 대한 근로안정과 노동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어떤 산업을 어떤 과정을 통해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뀌었고, 이후 정의로운 전환의 국가적 비전과 방향에 대한 논의는 부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가 추진되고 연료 전환을 예정하고 있으나 이 과정은 정부와 발전사업자의 결정사항일 뿐, 이해당사자 참여에 기반한 거버넌스 구성, 지원방향, 전략 도출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충청남도의 경우 2021년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와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 등을 통해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의 구체적 틀을 마련하고 2021년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 기금은 사업 집행률이 낮고 2025년 기금이 일몰될 예정에 있다.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는 석탄화력발전소는 국가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에서 관련 기금을 조성해야지 이를 도에서 추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충남도의 정의로운 전환기금 운용의 적절성, 정의로운 전환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따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이미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이 갖는 의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 방향과 로드맵의 부재와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이 논의 되지 못했고, 정책 추진의 방향이 모호함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충남도 지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도의 역점과제로 제시하고, 이 법을 통해 중앙정부 지원과 재정을 끌어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산업 전환 기반마련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탈석탄 협의에 필요한 세 가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정의로운 전환특구 지정을 통해 전환위기를 겪는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제정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특구 지정은 이뤄진 바가 없다. 기후기금에서도 정의로운 전환 관련 예산은 전체의 8%대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 전망과 지원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2036년까지 총 28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따른 영향이 더 커질 것을 의미한다.

폐쇄가 예정된 모든 석탄화력발전소가 LNG 연료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나 그 대상 지역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관련한 특별법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지원에 대한 종합계획을 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하도록 하고, 기금 조성 혹은 지원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지역의 고용 및 경제충격 완화에 대한 정책 방향 합의를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탈석탄 경로 수립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독일의 경우 탈석탄법 제정을 비롯한 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법률 제정은 이보다 앞서 범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탈석탄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즉, 탈석탄의 필요성과 절차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노동자와 지역 주민, 환경단체의 숙의 과정을 통해 합의하고 그 합의 내용을 법률 제정 등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법률 중에서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구성을 규정한 것은 이재관 의원이 발의한 법안 하나에 불과하다. 이 법안에서도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나 지역 주민의 참여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김원이 의원의 법안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및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산업부의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은 22대 국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 지원 특별법안들의 의안명이다. (법안별 특징 비교는 보고서 원문 참조.)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안 (박해철 외 14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임이자 외 10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김소희 외 17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이재관 외 11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의 정의로운 전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김원이외 17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및 대체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허종식외 2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성일종 외 10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장동혁 외 16인)
  •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특별지원법안(어기구외 10인)

산업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탄발전전환 협의체를 구성하여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발전 공기업 5개사와 논의를 하고 있다. 충청남도의 경우도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협의체들은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전제한 논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경우 오히려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으로 인해 탈석탄 정책을 비롯한 탄소중립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탈석탄 협의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미치는 영향을 따지고
  • 중장기적인 산업 전환의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다.

첫째, 지역의 화석연료 의존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당초 계획에 따른다면 당장 2025년 6월과 12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의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충남도 지역 사회에서는 해당 발전소의 폐쇄 유예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준비와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해당 사업장과 노동자들 역시 폐쇄에 따른 지원 방향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오는 전례들이 있다. 삼천포 1, 2호기의 경우 폐쇄가 2차례 연장되었다. 9차 전기본에서 2024년 폐쇄 예정이었던 삼천포 3·4호기 역시 10차 전기본에서 2026년 폐쇄로 연장된 사례도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좌초 자산화 방지를 위해, 암모니아 혼소 계획이 정부를 통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 역시 이유다. 충청남도의 경우도 지역 에너지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발전을 지역에너지 계획 안에 담아, 무탄소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책메시지는 지역사회로 하여금 화석연료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의존도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석탄발전소 폐쇄가 기조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내라.

2020년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이 기조는 변한 바 없다. 2023년 윤석열 정부는 COP28에서 이미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약속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핵심전략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확대다.

10차 전기본에서는 10% 미만의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630.6%까지 확대할 계획을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과 같이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하여 장기적으로는 LNG를 포함한 화석연료 기반 전력 생산 시스템을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무탄소에너지원의 확대, 에너지 안보 자산화를 위한 기존 화력발전 시설의 존치를 이야기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의 방향을 불분명히 할 경우 해당 지역의 주민,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공고히 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책 수용력 높이려면 이해당사자와 명확하게 합의하라.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과 동전의 양면 같은 사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필연적으로 지역사회의 충격과 위협을 가져올 수 있고, 이를 방어하고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정의로운 전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합의가 불분명한 채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된다면, 이는 정책에 대한 사회적 수용력을 낮춰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과 반목을 불러올 수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정책 차원에서 언급되었을 뿐 이를 위한 본격적인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법의 제정 과정은 탄소중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의 경제와 고용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논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규모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이에 따른 이해당사자의 충격도 크고 이에 따른 지원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대한 로드맵의 구성과 지원방안을 구조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주요 이해당사자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 사회는 한 번의 산업 전환, 이로 인한 지역사회의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1989년 석탄 합리화 정책이 추진되며 광산과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 조치가 이뤄졌으나 지역경제의 급격한 위축에 대한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채 추진되어 그 피해를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단순히 보상의 정도와 수준을 논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이후 지역사회의 전망을 구상하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업자와 노동자, 지역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이 추구하는 원칙, 즉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산업 지원에 대한 포괄적인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험은 향후 석탄화력발전소만이 아니라 탄소중립의 경로 과정에서 다른 산업의 쇠퇴 과정에서 고용과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전문 PDF는 녹색전환연구소(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