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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오전 8시]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전하는 노동과 세계 그리고 인간에 관한 이야기. 오늘은 한국은행 ‘돌봄노동’ 보고서에 관한 이상헌 박사의 칼럼.

이주노동자의 차등적 최저임금 문제

슬로우뉴스는 노동과 경제의 세계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조화로운 방법론을 고민하는 이상헌 박사(ILO 고용정책국장)와 ‘제네바 오전 8시(제오시)’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특별하게 인터뷰가 아닌 칼럼입니다. (^^)

주제는 이상헌 박사가 2024년을 관통하는 화두로 이미 강조한 바 있는 돌봄 노동의 맥락에서 ‘이주노동자’와 ‘차등적 최저임금’입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죠. 이 문제를 좀 더 다양한 각도와 깊이로 이해하기 위해 이 칼럼과 더불어 아래 두 인터뷰도 꼭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얼마 전에 한국은행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을 다루는 세미나를 했다. 거기서 해법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제시했는데, 동시에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서 차등적 최저임금을 제시했다.

그간 관련 논의가 ‘정치적’이었는데, 분석과 토론의 대상이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분석이 거칠고 ‘마음이 앞선’ 결론을 서둘러 낸 느낌이다. 현재 슬라이드 자료만 공개된 듯 해서, 이 자료를 중심으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본다.

돌봄노동의 해법으로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직접 고용과 차등적 최저임금을 제안한 한국은행 보고서(2024.03.). 강조 표시와 날짜 표시는 편집자.

0. 돌봄노동과 이주노동자 문제

  • 심각하고 화급한 문제다. 정부의 정책적 한가함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 돌봄 인력 부족, 10년후 최소 40% 이상 이주노동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한국은행 연구팀 자료는 답정너? 처음부터 ‘값싼 이주노동자’를 정답으로 정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주노동자(이하 논의의 맥락상 가급적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인 노동자’보다는 ‘이주노동자’를 사용. 편집자) 문제가 화급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현재의 ‘정책적 한가함’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출산율 확대는 장기적 과제다. 당장 닥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

한국은행 연구팀의 전반적인 통계 분석에는 동의한다. 돌봄 인력 부족이 현재 20만 명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맞다면 부족 규모는 향후 10년 이내에 1백만 명 단위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여 년간의 출산율을 고려하면, 국내 공급으로는 부족분을 채우기는 불가능하다.

10년 후부터는 최소 40% 이상은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해야 한다.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로 일부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기여분은 미미할 것이다. 노령층이 경제활동을 늘리면서 돌봄 인력이 추가 확보되긴 하겠으나 (지금까지 그래 왔다),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가오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은행 분석은 사실 처음부터 특정한 방향을 암시한다. 첫 슬라이드는 “어머니 간병인 쓰느라 파산 신청”, “월 450만 원 간병비에 허리 휜다”, “간병 지옥” 등을 나열하면서 시작한다. 개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중심이 되고, 이를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에 연결하면, 해법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귀결된다.

외국인 간병 인력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1안. 개별 가구가 이주노동자 직접 고용(사적 계약 방식)

  • 오해: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한다고 관련법, ILO 협약을 회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홍콩? 싱가포르? 함께 생활하고 숙식 해결한다(현물적 임금). 우리랑 상황이 완전 다르다.
  • 사용자 조합의 공동숙소 제공? 배보다 배꼽 크다. 형평성도 문제다.

한국은행 연구팀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 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관련법이나 ILO 협약에 저촉 없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하면 된다는 것. 즉 법을 ‘회피’하는 합법적 방식으로 저임금 지급한다는 것. 그런데 여기에는 개념적·법적·통계적 오해가 있다.

개별적 방식으로 도우미와 계약을 해도, 상당 기간 지속해서 특정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이 계약은 고용계약이다.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개인과 계약한다고 해서, 고용계약이 아닌 것이 아니다.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이런 계약을 규제하면서 ‘표준고용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예를 들기도 한데, 이 역시 오해의 소지가 많다. 한국은행 발표문에도 나오듯이, 이들 국가의 외국인 도우미는 모두 기본적으로 고용주의 집에서 같이 살면서 숙식을 해결한다. 이런 ‘현물적 임금’ 부분 때문에 ‘화폐적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의 최저임금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싱가포르 도심 아파트. Pixabay

여기서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 외국인 도우미를 고용할 잠재적 수요층들 중 상당수는 주택 사정 때문에 도우미에게 방을 내어줄 형편이 되질 못 한다. 가사도우미를 전적으로 이주노동자에 의존하고 법적으로 (원칙적으로 ) 숙식 제공 의무를 고용주에게 부과하는 홍콩과 같은 나라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일본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길로 가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한국은행 연구팀은 ‘사용자 조합의 공동숙소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그러니까 돌봄 노동을 적시에 지속해서 제공하려면 가사도우미는 가까운 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하면, 공동숙소가 지역별로 가령 구 단위로 만들어지거나 고용주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전세나 월셋집 등을 마련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공동 행동은 어렵고, 특히 서울에서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건 기본적으로 형평성 원칙에 위배되어 쉽지 않다. 돌봄노동의 수요는 도시권에 몰려 있다.

2안. 고용허가제에 돌봄서비스업 포함 + 차등적 최저임금

  • 돌봄서비스업에 일률적으로 낮은 임금 적용 → 한국인 가사도우미 대거 이탈한다.
  • 돌봄서비스업 중 이주노동자에게만 낮은 임금 적용 → 우선 국제 기준 위반이다. 가능하더라도 타업종 요구는? 외국인 선호에 따른 정치적 갈등은?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 열리는 것.

한국은행 연구팀이 제시한 두 번째 방안은 고용허가제를 가사도우미로 확대하되 차등적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돌봄서비스업종에 차등적 최저임금을 도입할 것으로 제안한다. 발표 자료만 봐서는 정확하게 어떤 방식을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은 돌봄서비스업에 일률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적용하는 것. 이렇게 되면 한국 가사도우미 임금도 삭감된다. 점차 이주노동자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아직 한국 도우미 비중이 큰 만큼, 이 방식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문제다. 기존 한국 가사도우미가 최저임금을 정상적으로 벌 수 있는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수준에 민감한 직종이기 때문에, 대규모 이탈, 즉 엑소더스(Exodus)가 불가피하다.

두 번째 방식은 돌봄서비스업종에서 이주노동자에서만 ‘차등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인데, 이 경우 동종업무에 대해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국제 기준에 위반된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정치·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외국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다른 업종에서도 너나없이 차등적 차별 임금을 요구할 것이고, 이를 반대할 ‘논리적’ 근거가 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꼭 돌봄노동만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다.

이렇게 차등 최저임금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 기업은 당연히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더 선호할 것이고, 이에 따른 대체효과가 커질 것이다. 그 결과, 노동시장에서 구직난은 커지지만, 내국인이 수용할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는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면서, 실업이나 구직 포기 계층이 역설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건 곧 정치적 갈등을 초래한다. 그 결과는 유럽에서 이미 본 바 있다. 한마디로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다.

결론. 최저임금을 요술 방망이로 여기면 안 된다

  • 한국은행 연구팀은 돌봄노동의 사회적 차원에 관한 고려가 부족하다.
  • 돌봄노동을 순전히 개별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나라는 없다.
  • 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책임을 기본으로 개인의 책임과 부담이 명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따져 봐야 할 것이 많으나,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만 적었다. 좀 더 일반적 사안도 있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비대한’ 이미지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노동시장 문제의 핵심을 최저임금에 찾고, 해법도 거기서 찾는다. 최저임금이 원죄이고 요술 방망이다. 쉬운 방식이지만, 잘못된 방식이다.

한국은행 연구팀의 분석은 돌봄노동의 사회적 차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즉 돌봄노동을 온전히 개인적 책임의 차원에서 보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만사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문제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는 싼 것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좋은 일이 전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차등적 최저임금은 내 주머니에서 돈이 적게 나가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노동시장 전체를 망치게 되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회정치적 갈등의 축을 만들어 낸다. 개별적으로 좋다고 사회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고 정책이 필요하고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돌봄노동을 순전히 개별적 방식을 통해 해결할 나라는 없다. 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 안에서 개인의 책임과 부담이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예컨대, 공공의 돌봄서비스를 확충하고, 거기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조차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저 몰려오는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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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좋은 비평입니다. 모두 [우리도 홍콩, 싱가폴처럼 월 100만원 정도에 필리핀 가사도우미 쓰면 좋다]라고 생각했지만, 고용하는 가정 입장에서 해당 도우미의 숙식해결을 고려하면 결국 2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이 실질적이라고 봅니다. 현재도 입주도우미를 조선족 아주머니 쓸 경우에도 250만원은 듭니다. 필리핀 도우미는 학력은 좋고(대졸자, 교사 등) 영어교육도 가능해서 일부 강남, 서초구에서도 선호하는 가구도 있다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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