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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오전 8시] 2024년 ‘블루’ 코리아의 가장 차가운 곳에 관하여.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전하는 노동과 세계 그리고 인간에 관한 이야기.


지방소멸이 아니다. 국가소멸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경제성장만큼 인구감소도 극적이다. 물론 호들갑 떨기보다는 차분하게 더 냉정하게 이미 늦었지만, 하나씩 준비해야 할 일이다.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조건 속에서 함께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현실은 냉정과 차분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큰 진폭으로 흔들린다.

대한민국 소멸, 그걸 무려 뉴욕타임스가 걱정한다. 한국의 인구감소와 ‘비벼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은,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웃음이 나올 지경인데, 중세 흑사병이란다. 아니 더 심각하다고 한다. 장르로 치면 이건 정말 재난영화다. 2025년, 2차 인구 데드크로스가 일어난다. 앞으로 50년 동안 1550만 명이 준다. 그리고 한국 인구는 1977년 수준인 3600만 명이 된다.

현재(2022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7%쯤이다. 그게 50년쯤 뒤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48%) 수준이 된다. 노동인구는 롤러코스터가 정점에서 하강하는 그 아찔한 속도로 줄어든다(아래 그래프 참고). 그러니까 이주노동자는, 우리 기분에 따라 받아들이고 말고 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아주 중요한 상수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진지한가. 얼마나 열려 있나.

한신대 ‘사태’는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상징한다. 3개월 잔고 1천만 원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법무부의 말 한마디였다. 한국에 배우러 온 우즈베키스탄 학생 22명을 한신대는 거짓말과 협박을 살살 비벼서 쫓아냈다. 대학이 학생을 버렸다. 그렇게 한신대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죽었다.

강성영 한신대 총장의 변명인지 사과인지 모를, “결과적으로 그 방법이나 과정이 옳지 못했다면”이라는 if 구절이 포함된 조건문 담화 발표가 있었다(2023. 12. 15.). 그 와중에 한신대 국제교류원은 “선동에 휩쓸려 소송하면 등록금 환불 보장 못한”다는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 뭐 하자는 시추에이숑인지 모르겠다. 한신대인가, 한신포차인가. 취했나.

여기에 하나만 더 끼얹자. 아는가. 우리나라가 OECD에서 압도적으로 1위 먹는 게 있다. 노인 빈곤율(40.4%)이다. 멕시코보다 아득하게 높고, 일본과 비교하면 두 배, 덴마크와 비교하면 13배가 넘는다. 가난하면 어떻다? 그렇다. 아프다. 몸도 아프고, ‘초경쟁사회’ (BBC)에서 누구 하나 제대로 돌보지도 않아 마음까지 아프다.

그 상황에서 윤석열(대통령)이 “간병 지옥!” 한마디 하자 ‘파블로프의 개’처럼 정부의 간병비 대책이 나왔다. 문제는 예산이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면 연간 15조 원이 든다. 그런데 건보 재정은 2028년이면 소진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간병 지옥을 외국인 요양보호사로 채운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D-10 비자 소유자)에게 자격 취득할 방안을 검토 중인데, D-10 비자 소유자 1만 명 중 3천 명 정도가 관심을 보일 거로 예상한다. D-10 보유자가 취업하면 E-7 비자로 전환되고, 2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과 거주권 비자를 취득하는데 인센티브를 준다는 계획이다.

이상 현재 대한민국 스코어다. 바람결에 ‘K’만 흘러와도 가슴 뿌듯한 국뽕은 잠시 밀어내고, K의 그림자를 살필 차례다. 소멸을 향해 질주하고, 노인 빈곤율은 OECD에서도 압도적으로 1등 먹는 그 ‘블루’ 코리아의 가장 차가운 곳을 살필 차례다. 그렇게 날도 추운데, 곧 2024년을 맞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관해 이상헌 박사에게 물었다.

알림 및 안내

인터뷰는 2023년 12월 8일 제네바 시각 기준 오전 8시에서 9시까지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상헌 박사와 협의 아래 인터뷰를 답변 중심으로 요약해 정리합니다. 더불어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해 주제를 좀 더 잘게 나눴습니다. 아래 목차 링크를 통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 읽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목차.

2024년 세계: 돌아온 룰라 v. 전기톱 밀레이


우리나라는 잘 모르겠다. (웃음) 남미에선 브라질 룰라가 12년 만에 재집권(집권 2기: 2023년 1월 1일~ )하면서 트럼프식 극우 세력의 득세 경향이 한풀 꺾일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에서는 밀레이가 대통령이 됐다(임기: 2023년 12월 10일~ ). 2023년 남미는 룰라로 열리고, 밀레이로 닫혔다. 내부 균열, 그 파열음이 꽤 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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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2023년, 왼쪽), ‘전기톱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2023년). 유세 기간 중 정부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전기톱을 들고 다녔다. 각각 위키미디어 공용.

2024년 분쟁지역: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는 내년엔 좀 더 복잡해질 것 같다. 좀 나쁘게 말하면, 다들 모르는 체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 그 모른 척이 만들어낼 국제 정세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가자지구 문제가 좀 더 본격적으로 논의될 거다. 당장 가자를 돕는 방법에 관해서는 지금도 딱 떨어지는 답이 없다. 지금 당장 휴전한다고 해도 그 이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이 두 곳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난민 문제는 유럽이나 중앙아시아,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불안 상태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 특히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동 국가들은 더 힘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굳건히 러시아 침략군으로부터 우리 땅을 보호합니다. 눈도 진흙도 우리 영웅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118 기계화 여단 제공. 우크라이나 인스타그램. 2023년 12월 21일.
알 나자르 병원에서 치료받는 아버지, 숨진 아이, 임시로 안치된 시신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폭격으로 지난 10월 7일 이후 1만8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고, 아직 수천 명이 잔해 속에 남아 있다. UN OCHA(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190만 명이 피난민이다. 이들 중 140만 명은 유엔 팔레이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관리하는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948년 팔레스타인 난민의 후예들이다. 각각 2023년 12월 19일 모습, 12월 21일 모습, 12월 14일 모습. 사진은 MohammedZaanun. @m.z.gaza.

2024년 세계: 중국과 러시아


중국에 관해선 좋다 나쁘다 말이 많지만,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인 게 분명하다. 중국은 지난 20년~30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다. 이번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를 “드래깅 다운”(dragging down; 끌어내리는)할 가능성이 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데, 브릭스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우리로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23년 제15회 브릭스 서밋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 2024년 8월 22일~24일. BRICS 2023 제공.

2024년 세계: 노동시장 전망


경제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문제는 확실히 예전보다 좀 덜할 것 같고, 중앙은행이 이자율에 관해선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할 거라서 좀 좋은 소식 같지만,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크게 좋아지진 않을 거라서…

전 세계 노동 시장을 두고 보면 절반은 나쁜 뉴스, 절반은 좋은 뉴스… 이렇게 소소한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변화가 고용의 질이나 고용 구조 변화를 계속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고용시장 노동시장 양극화 혹은 불평등 심화는 지금까지 계속 진행해 오던 문제다.

이런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면 좀 부담스러운 게, 올해(2023) 초 경제학자들이 올해 경제가 다들 되게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 틀렸다. (웃음)

2024년 한국: ‘이주노동’ 빅이슈화 원년 가능성


한국은 지표상으로 보면 다른 나라들보다는 훨씬 더 힘들어 보인다. 내 느낌으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고용 면에서도 출산율 저하로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사람의 수가 계속 줄고 있고, 반면 노년층은 계속 일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좀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계속 늘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년층도 늘어서 지금 당장은 이주 노동자 수요가 생각보다는 좀 적은 편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지난번에도 열심히 말했지만, 내년부터 혹은 내후년부터 이주노동 문제가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될 것 같은 여러 조짐이 보인다.

예전에는 기업이 정치인을 만나면 규제 완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혹은 임금 이상이나 최저임금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아니면 투자 지원 이야기했다. 지금은 일손 부족 문제를 많이들 이야기한다. 이주노동자 좀 더 편하게 더 많이 데려올 수 있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얼마 전 호텔 관계자가 정부 쪽 사람을 만났던 모양이다. 외국에서 사람들 데려다 쓰는 걸 좀 쉽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올해부터는 그런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작은 조짐들은 곳곳에 있다. 다만 그 조짐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을 뿐이다. 그게 다 합쳐지면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포괄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모습을 띨 가능성이 있다.

이제 우리는 이주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택 사항이 아니다.

2024년 한국: 이주노동, 제대로 된 포지션도 준비도 없다


이주노동 문제가 정치적 쟁점화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의 좌우파, 좌우파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는 별론으로, 한국의 좌우파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얘기를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우파는 기업 운영하기 쉽게 해달라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의 가치 지향적 관점에서 보면 기성 사회에 균열을 내는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는 경향도 있을 것 같다.

진보 진영의 정치 세력은 아직 제대로 된 포지셔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사실은 이주노동 문제는 현장에서 진짜 실천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단체도 많고… 아무튼 내년 2024년은 이주 노동자 문제가 정치적 포지션을 차지하고, 그것을 뛰어넘어서 어느 진영에 속하든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주제가 될 것 같다.

이주노동자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다. 물론(?!) 제대로 된 준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노인 빈곤, ‘상층’ 노인이 복지와 좋은 일자리 모두 싫어하는 이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를 넘는다. 노인 문제도 굉장히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노인 중에서도 분화가 일어날 거다. 경제력이 있는 노인은 삶의 질을 유지하려고 할 거다. 그런데 그러려면 물건을 구입하는 걸로는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 용역, 그러니까 서비스를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력 있는 한국 노인은 케어 서비스에 돈을 쓰는 걸 아까워한다. 어릴 적부터 근면성실 이데올로기에 익숙해서 질 좋은 서비스에 거기에 맞는 가격을 지급하면서 본인의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게 무슨 얘기인고 하니 삶의 질을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비싼 건 싫다는 거다. 그러면 남는 건 저렴한 ‘이주노동자’다. 노인 돌봄 문제는 비정규직이든 아니면 이제 이주 노동이든 그 방향으로 갈 거다.

한편,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복지고, 다른 하나는 질 좋은 일자리 공급, 즉 질 좋은 고용 기회 제공이다. 희망근로 이런 거 말고, 그건 벌어봐야 간당간당하니까. 좀 더 퀄리티 있는 사업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경제력 있는 상층 노인은 복지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질 좋은 고용 기회 제공도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다.

우선 복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결국 자기 세금에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싫어하는 거고, 노인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도 탐탁해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그게 자기 자녀들에게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복지도 싫어하고, 좋은 일자리도 싫어한다.

경제력 있는 한국 노인은 기본적으로 복지에 부정적이고(자기들 살아온 이력, 그 경로의존적 인식 때문에), 노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자녀 일자리 빼앗는 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에게 질 좋은 일자리,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경우도 좀 묘한 요소가 있다. 우선 복지에 관해서는 당연히 우호적이다. 하지만 한국 국민이 대체로 복지를 대하는 태도는 다소 이중적이다. 본인에게 적용되는 복지는 정당하고, 타인에게 적용되는 복지는 부정적으로 본다. 한편으로 노년층의 고용의 질을 높여서 빈곤을 해결하는 방식은 현재로서는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한국은 나이 50대 정도가 지나면,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고용 상태가 굉장히 불안정해진다. 그렇게 불안했던 고용 상태가 60대를 넘었다고 해서 갑자기 안정적이고 좋아질 리 없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고용은 불안해지고, 임금 수준은 저임금이 되면, 그런 구조적인 걸 이론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체계적으로 정책적으로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정치적 시한폭탄, 노인이 노인 돌보는데 거기 이주노동자까지 온다?


노인 돌봄이 어떻게 돼 있느냐. 80대를 돌보기 위해 돌봄 노동하는 사람이 60대다. 노인층 안에서도 조금 젊은 노인이 더 나이 든 노인을 돌봄으로써 경제 활동을 한다. 그런데 ‘더 저렴한’ 이주노동자가 오면 어떻게 될까. 노인 돌봄을 통해 생계를 꾸리던 노인에게 이주노동자는 눈엣가시일 거다. 안 그렇겠나.

외국에서도 노인들, 특히 제조업 노동자들이 트럼프처럼 극우화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가진 일자리나 경제적 기회를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우리 지역 사람도 아닌 ‘이주민’에게, ‘타인’에게 빼앗겼다는 정서 때문이다. 그런 게 굉장히 강하다. 그게 유럽 극우의 기본 정서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우익의 기본 정서다. 그렇게 애국주의적 성향도 강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럽 극우나 트럼프 류의 정서가 출현하지는 않았다. 아직 노인 돌봄이나 노인 빈곤에 관한 해법으로서 복지 해법을 가져갈지 일자리 해법을 가져갈지 사회적인 합의나 방향성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아주 아주 절실한, 대통령이 “돌봄 지옥”이라고까지 언급한 그 사회적인 문제를 이주노동자로 풀어내겠다고 정책적인 방향이 결정되면, 그러면 굉장히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이 글 인트로 참고. 편집자).

노인 돌봄을 ‘이주노동자’로 메꾸면?


일단 노인 돌봄 분야에서 이주노동자에게 그 문호를 열면, 상당한 대체효과가 생긴다. 지금 당장은 3천 명에 불과(?)하고,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이라는 조건을 걸지만, 그런 문턱은 점차로 낮아지고 문호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한다. 가난한 노인이 담당하던 돌봄 노동을 이주노동자가 대신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노인 빈곤 문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개별적, 분절적 접근’이 아닌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노인 빈곤/노인 돌봄 문제를 복지적 해법으로 갈 건지,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그 정책을 디자인할 건지.

그리고 노년층이 필요한 돈은 얼마가 필요한지, 가령 월 15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면, 이 150만 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거꾸로 맞춰가는 식으로 그 150만 원을 조각조각 채워 넣어야 한다. 기초연금으로 40만 원, 110만 원이 부족하면, 그 110만 원을 일자리로 다른 복지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채워 넣을 수 있을지 방법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노인 문제와 이주노동자….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다시 정리하면, 노인 돌봄 수요는 계속 늘어갈 거고, 고령화된 노동시장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압력들이 존재하고, 그걸 메꾸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 시나리오에서 어떤 정책적인 긴장이나 파열이 생길 수 있는지를 좀 더 큰 그림으로 고민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10만 명 부족한데, 그중 3천 명을 이주노동자로 채우겠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청사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인구 10% 이상을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그런 사회로 간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고 정책적인 플랜을 짜나가야 하는데, 지난번에도 말했던 것처럼, 이거 정말 만만치 않다. (참고로 2022년 현재 3개월 초과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총 225만 명 규모다.)

이 문제는 정치적 뇌관이 될 수도 있어서 좌우,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계속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써먹을 가능성도 높다.

노인 돌봄 영역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문호를 무작정 개방하면 노인 빈곤 문제는 더 악화 가능성이 크다.

K의 어두운 그림자, 노인 빈곤


한국 경제성장의 어두운 면 혹은 한국 경제성장의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노인 빈곤이다. 노인(빈곤) 문제를 정부가 내내 방치한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부터 돌봄 관련 서비스도 굉장히 좋아졌고, 문재인 정부 때도 노인 건강에 관한 많은 지원 정책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규모가 크다는 거다. 기대 여명이 늘어나는 속도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다. 정책이 정권이 바뀌면서 조금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출생률이 감소하는 것만큼 노인인구는 늘어가고, 그런 대규모 구조 변화의 페이스에 맞게 정책적인 접근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벤치마킹: 복지국가 모델


인구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 등의 복합적 구조적 문제를 비교적 모범적으로 해결한 나라가 이른바 ‘복지국가’다. 가령 내가 사는 스위스를 예로 들자. 착각하기 쉬운 것 중 하나. 스위스가 연금을 받긴 받는데 연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스위스에서 사는 평범한 노인들은 대부분은 알뜰하게 아끼면서 산다. 어떻게 보면 좀 궁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개인 생활이 궁색할지는 몰라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받는다. 몸이 아프다든지 운동이 필요하든지 다양한 교육에 관한 서비스가 필요하거나 취미나 생활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짜로 운영한다.

스위스 노인은 대체로 정년퇴직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스위스 정년은 65세다. 여성 정년도 2022년 9월 25일 64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스위스에선 좀 다른 걸로 싸운다. 65세 정년을 67세로 늘리는 걸로, 그야말로 피 터지게 사활을 걸고 싸운다. 정년이 가지는 의미가 한국에서와는 좀 다르다.

한국은 60세가 정년이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은퇴가 정말 은퇴도 아니고, 은퇴하고 나서도 편하게 취미생활 하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60세 정년이든 62세 정년이든 정년퇴임해도 계속 일해야 하니까. 하지만 스위스는 65세에서 정년을 마치고 은퇴하면 정말 일을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거나 집에서 조용하게 소일하거나… 아무튼 여기의 해법은 복지국가 해법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스위스 시민 모습.

모호한 한국 상황, 정치 의제화로 돌파구 마련해야


한국은 복지국가 해법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고용으로 그 틈을 메꾸는 것도 힘들다. 거기에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속도와 구조의 면에서 정책을 매칭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더욱더 진전이 별로 없다. 청사진을 만들려면, 마스터플랜, 기초 계획을 세우려면… 정치적인 의제화를 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일 걸로 본다.

노인(빈곤)-노동인구(시장)-이주노동자 문제를 하나로 연결시켜서 정치적 의제로 고민해야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해법을 찾으려면, 이에 관한 각론이나 해법은 이미 조금씩 다 있다. 하지만 이건 정책 엔지니어링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방향을 정하는 문제에 가까운 것 같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좀 더 크게 정치적으로 의제화해서 다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세 개의 덩어리가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다른 것들까지 포함해서 ‘세트’로 ‘통합적으로’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하나로 묶어서 풀어야 한다. 낱개로 개별적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사회 정치의 문제… 문제 터지고 고민하면 늦는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노인 문제도 물론이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는 경제 문제로 한정할 수 없다. 경제의 문제이면서 사회 정치적 문제다. 구조적인 문제이고, 그 해법으로 이주노동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그 당사자가 된다.

문제가 터지고 고민을 시작하면 늦는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식으로 같이 살아 나갈 것인가에 관한 복잡한 구성의 문제, 사회정치적 안정성의 문제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과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그 이슈를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아 정치 세력화하거나 정치적 포지셔닝하는 세력이 한꺼번에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면 차분한 논의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

MBC에브리원,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 좋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이렇게 따뜻하고 동화적이진 않다.

벤치마킹할 만한 나라? 노력한 북유럽, 하지만…


노인-노동인구-이주노동자 이 세 가지 문제를 그럭저럭 잘 핸들링한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쪽이다. 정치적인 포지션도 분명하게 해서 이주노동자나 난민이 올 경우에는 항상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포지션을 지난 20년~30년 동안 꾸준히 유지했다. 물론 그 핵심의 이면에는 액티브한 노동시장 정책,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그리고 굉장히 보편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에서 이주노동자는 주로 공공 서비스, 사회 서비스 분야에 많이 투입됐다. 케어 분야에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거기에 해법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조차도 지금은 극우파가 득세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잘하는 나라들까지도 사회적인 긴장이나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문제를 완전히 평화적이고 합리적으로 컨트롤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이런 성공적인 케이스, 한계를 가진 케이스 모두 우리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다.

우파연합의 제2당인 스웨덴민주당 대표 임미 오케손(1979년 생, 왼쪽). 2022년 9월 11일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신나치 운동에 뿌리를 둔 극우 정당이다. 사진은 2022년 모습, 스웨덴민주당 제공. 핀란드 4월 총선에서 제2당으로 부상한 핀란드인당 대표 리카 푸라(1977년 생). 현재는 우파 연립정부의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다. “나에게 총을 주면 통근열차는 (이민자) 시신으로 가득할 것.” 지난 7월 2008년에 작성한 SNS 게시물이 발견돼 공식 사과했다. 사진은 핀란드인당 제공.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나라, 트럼프의 미국


스웨덴, 핀란드같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했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게 바로 미국이다. 지금 미국 문제는 라티노(Latino; 미국 내 라틴 아메리카인의 총칭) 문제, 멕시코와 남미 쪽 문제다. 이런 사정은 프랑스나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2016년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었던 미-멕시코 국경 장벽 패러디 작품. DonkeyHotey, “Donald Trump’s Taj Ma WALL”, CC BY SA.

한국, 이주노동자 혐오 이용 세력의 출현 가능성?


북유럽은 그렇게 잘 준비했어도 극우 포퓰리즘이 출현했다. 미국은 트럼프의 극단적인 포퓰리즘이 출현했다.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그저 방치하다시피 했다. 상시적인 가정으로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내년부터 그런 이야기를 좀 제대로 해야 할 걸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 외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양분 삼는 극우 정치세력의 출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서 그 ‘폭탄’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가령, 농촌 총각과 결혼하는 이주민의 경우나 복지와 관련해서 부정 수급을 하는 경우에도 몇몇 악의적인 기사들로 인해 난리가 나는 편인데, 강력범죄 등의 감정을 촉발하는 형사 사건이 터진다고 생각해 봐라. 더 난리가 날 거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면, 그만큼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생긴다. 그 상호작용의 부피만큼 일정하게 부정적인 사건, 형사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걸 배제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문제는 그런 사건을 이용하는 정치적 사회적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거다. 자신의 정치적 가시성을 높이려는 자들은 그걸 이용해서 당장 트럼프식 막가파 혐오 담론을 쏟아낼 수도 있다. 이주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혐오를 자신의 정치적 자양으로 삼는 정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기존에 남북문제까지 있다. 거기에 이런 이주노동 문제까지 겹쳐지면… 그게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화할지 좀 걱정이다.

한국도 트럼프식 혐오 정치가 득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트럼프 패러디 이미지. 출처는 Moanaipo.

한신대 우즈벡 학생 강제 출국 사건이 상징하는 것


한신대 사태는 하나의 상징적인 예다. 여론 반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해당 보도를 접하고도 상당수는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할 거다. 그렇게 쫓아내지 않으면 재녜들 여기에서 결국은 불법 이주노동자가 될 텐데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 쫓아낸 학생들은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가 만만하게 생각하는, 쉽게 무시하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한국말 잘하는 사람이 꽤 많다. 타슈켄트에 가봐라. 정말 한국말 잘한다. (웃음) 베트남에서 왔다더라. 필리핀에서 왔다더라. 그렇게 나라에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쟤들 조심해야 한다. 쟤들 예전엔 베트콩이었잖아. 이런 역사적인 정서가 배경이 된 전형적인 반응이 많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물론 한신대 사건을 접하면서 부끄러워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을 거로 생각한다. 절반은 부끄러워할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극우의 정치, 혐오의 정치는 절반까지 필요하지도 않다. 30~40%면 충분하다. 트럼프가 그런 식이었다.

‘늦봄’ 문익환( 918년 6월 1일 ~ 1994년 1월 18일). 목사. 통일운동가. 사회운동가. 1947년 한국신학대학(한신대의 전신) 신학과를 졸업했다. 한신대 신학과 교수로 학생을 가르쳤다.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외치지만 누구도 마가가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지도 알지도 못한다. 2020년 11월 1일. 트럼프 제공.

한국에서 이주민 혐오 극우 포퓰리즘이 출현한다면…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배타적 감정에 바탕한 극우 포퓰리즘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안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외곽에서 그런 단체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좀 더 클 것 같다. 예를 들면, 좀 극단적인 얘기지만, 한국 정치의 극우적 입장이나 보수적 입장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단체들, 가령 미국 친화적이고, 종교적 색채를 가진 단체들, 북한에 근본적인 적대감을 표하는 단체들이 이미 있다. 이런 류의 단체들이 이주민과 관련해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특히 보수 정치가 사회정치적 세력을 규합하는 방식과 패턴을 보면, 그런 외곽 단체들을 자신의 정치적 파워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반면 소위 진보쪽 정치 진영은 아직 별다른 고민이 없는 것 같다. 당면한 문제인데 왜 고민이 없는지, 아니면 내가 잘 몰라서 없어 보이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주노동에 관해 인권적으로 접근하는 단체나 소수 정당은 꽤 보인다.

인권을 원칙으로, 거기에 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해야


이 문제는 정말 인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 이주노동자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권을 고민해야 하고, 아까 강조한 것처럼 이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크게 다뤄야 한다고 했던 게 이 문제는 인권의 문제면서 동시에 노동시장의 문제이고, 노인 일자리나 노인 빈곤 노인 돌봄과 같은 다양한 노인 문제와 연결돼 있는 문제라서다. 그러니 인권 문제로만 보면 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인권을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더라도 더 다양하고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가령 이주노동자의 규모가 400만, 500만이 되면, 인권적인 원칙을 깔고 가더라도 이런 규모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이나 고려, 정책적인 시스템 설계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 이주노동자에 관한 인권적 접근은 좋지만, 동시에 정책과 시스템, 제도적 틀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통합? 분리? 더 중요한 건 마스터플랜


그렇다면 큰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이주노동자를 그저 우리가 부족한 노동력을 잠깐 땜빵해주고 고국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보고, 잠깐 왔다 갈 사람이라고 전제라고 정책을 설계할 수도 있다. 투표권은 언감생심이고, 그냥 노동시장의 필요에 따른 기능적 접근법으로 갈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싱가포르 방식이다.

반면,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을 염두에 두고, 거기에 맞춰서 틀과 프로그램을 짤 수도 있다. 한국에 결혼하러 온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결혼해서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를 낳고, 한국인으로 키우고 교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마를 일 하든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시민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전혀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고, 그런 마스터플랜에 따라 복지 프로그램, 노인 프로그램도 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이 옳다거나 그르다는 건 아니다. 어느 쪽이든 방향성을 가진, 원칙을 가진 사회정치적 의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통합 모델을 선호하지만…


굳이 이주노동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통합과 분리로 나눈다면, 나는 통합 모델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국은 통합 모델에 관해 별다른 논의가 없다. 만약 이렇게 텅 빈 진공 상태가 유지된다면, 한국의 이주 프로그램의 기조는 분리 모델, 기능적 모델로 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대로 간단하면, 여러 사회정치경제적 압력 때문에 분리/기능/경제적 접근으로 갈 거다.

물론 그런 모델로 가다가도 어느 순간이 오면, 사회 통합적 모델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거다. 그래서 결국은 그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갈등과 토론 상황이 잘 조율된다면 다행이지만,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극우 포퓰리즘이 출현하기에는 너무 완벽한 환경이다. 비옥한 토양이고, 퇴비도 이런 고급 퇴비가 없다.

가정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돌출적으로 트럼프 같은 극단적인 정치인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런 가정은 현재로선 큰 의미는 없다.

윤석열 정부의 향방…. 법이냐 경제냐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는 이주노동자 정책의 골격은 ‘법대로’다. 벌써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논의 필요성 차원에서는 이주노동 문제를 철저하게 경제 문제로 바라본다. 경제단체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관료들은 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이주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과 경제적인 문제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 사이에는 긴장 관계가 있다. 엄격한 법률적 접근 방식은 기업 필요에 따른 이주노동자 정책과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게, 필요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데려오게 되면 항상 불법 노동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둘 사이를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 좀 새롭게 뭘 하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 그리고 총선과 같은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의 맥락 속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물론 어떤 원칙이나 사회적 논의도 없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정치적 필요의 수단으로 삼는 건 최악이고, 그게 바로 극우 포퓰리즘이다.

윤석열(대통령)은 2023년 12월 19일 국무회의에서 “간병 부담은 ‘간병지옥'”이라고 말했다. 말풍선은 합성.

노인을 위한 나라(ex. 일본) 가능성은…


일본은 자민당만 뽑는다. 노인이 많아서다. 젊은 친구들은 정치적 무관심에 깊이 빠져 있다. 정치정책과 사회정책, 문화정책들이 청년이 아닌 노인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될까? 아직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한국은 정해지지 않고, 조율되지 않은 퍼즐 조각이 너무 많다. 그리고 각각의 퍼즐은 상이한 정치적 성향 혹은 방식이 가능하다. 정치적 불안정성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불안정성으로 인해 당분간 청년이든 노인이든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나이가 들면 보수화하고, 대한민국 청년들의 보수화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30~40%의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노인 문제나 이주노동자 문제는 정치적 이념보다는 그야말로 경제적인 현안이라서 이 문제는 또 다양하게 분열하고 통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 한국의 역설


끝으로 트럼프가 재선하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영향을 미치긴 미칠 텐데,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재선을 우려하는 다양하고 합리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재임 시절 우리나라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국제적으로 보면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경제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 볼 때 크게 도움이 됐나 싶긴 하다. 우선 북한 문제, 중국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의 이익을 예전보다 훨씬 더 세게 관철하는 방식으로 드라이브해서 우리가 손해를 많이 봤다.

국제적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바이든이 트럼프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이해가 국제적 이해관계와 반드시 호응하는 것은 아니라서… 돌이켜보면 트럼프 시절 한반도가 좀 평화로웠던 편이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도 그때 우리가 무역수지 흑자도 컸고, 중국보다는 받아온 게 좀 많은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양다리로 중국하고도 무역을 괜찮게 하고, 경제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결국, 국제뉴스로서 ‘굿 뉴스’가 반드시 우리에게도 ‘굿 뉴스’인 건 아니다.

2019년 6월 30일, 2019 남북미 정상회담, 김정은과 악수하는 트럼프, 백악관 제공. C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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