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2월 27일 (수).
한동훈이 내놓은 어젠다.
- 오늘 아침 신문 1면은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가득 찼다. 어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했다.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나란히 “총선 출마 안 한다”는 제목을 뽑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운동권이 나라 망치는 걸 막겠다”는 발언을 강조했다. 당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 대책을 만드는 자리지만 위기에 대한 진단도 쇄신과 혁신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Fear is a reaction. Courage is a dicision).” 윈스턴 처칠(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했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낄 만하다. 저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
- 한동훈이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한 걸 두고 중앙일보는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합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취임사와 달리 주적을 선명하게 명시해 지도부 공백의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총선 전의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 수직적 당정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누가 누구를 누르고 막는 사극에 나올 법한 궁중 암투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강선우(민주당 대변인)는 “결국 윤석열의 공천 지령을 전달할 대리인이고 김건희를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은 “사실상 선전 포고문”이라고 평가했다. “야당과 싸움판을 키우고 야당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이다.
불출마? 당선 가능성 없으니 버리는 카드.
- 한동훈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도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 어차피 험지 출마를 해야 할 텐데 떨어지면 타격이 크다. 그렇다고 강남이나 영남을 선택하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제로 간다면 어차피 국민의힘 비례는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위성정당으로 갈 수도 없다. 한동훈 입장에서는 버리는 카드라는 이야기다.
- 보수 언론이 불출마 선언을 1면 제목으로 뽑은 건 그만큼 한동훈의 메시지가 빈약했다는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차기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동훈에게 김건희 물었더니.
-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법 앞의 예외는 없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것 같다”고 하자 “생각일 뿐”이라고 했다.
- 김건희(대통령 부인)가 한동훈의 아킬레스건이 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호위무사라는 비판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르게 읽기.
중앙일보의 기대에 못 미친 한동훈.
- 중앙일보가 익명의 의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비판했다. “한동훈이 무서운 건 젊기 때문이고 젊음이 무서운 건 우리 편에도 쓴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남만 욕하는 젊음은 전혀 무섭지 않다.”
- 사설에서는 “무작정 특검 반대만 외쳐서는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수직적·수평적 얘기가 나올 부분이 아니”라고 한 걸 두고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이 정도 인식이라면 여권이 왜 추락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 여론조사를 보면 김건희 특검법 찬성과 거부권 행사 반대가 60%를 웃도는데 판을 제대로 읽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을 만나라고 조언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분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지지 철회층이나 중도층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라며 “내치는 정치 대신 포용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도 한동훈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실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구태에 환멸을 느껴온 국민 입장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고 했지만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면서 “검사 시절과 같은 부하 관계인지, 아니면 해야 할 말은 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라는 이야기다.
쟁점과 현안.
류희림 청부 민원 드러나자 신고자 고발.
- 류희림(방통심의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직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센데 사과는커녕 신고자를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원 정보 유출은 범죄”라는 성명을 냈다.
- 애초 이 사건은 방통심의위 직원이 국민권익위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 방통심의위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우선해야 할 일은 공익 제보자 색출이 아니라 의혹 조사와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사 대표 압수수색.
- 윤석열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사 대표를 압수수색한 게 두 번째다. 뉴스타파에 이어 뉴스버스다.
- 뉴스버스는 2021년 10월,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수부 재직 시절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검찰은 이진동(뉴스버스 대표)이 취재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사를 내보냈다고 보고 있다.
- 뉴스버스는 “언론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문제 제기였다”고 반박했다.
김홍일의 검사 시절 흑역사.
- 김홍일(방통위원장 후보자)이 검사 시절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강압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0년 일이다.
- 용의자로 잘못 지목돼 불법 구금을 당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구타, 전기고문 위협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했다.
- 진실화해위는 김홍일이 피해자가 불법 구금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도 강제추행 혐의로 우선 구속한 뒤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고 판단했다. 강압 수사에 못 이겨 자포자기 상태로 허위 자백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 피해자는 석방된 뒤 암 진단을 받고 죽었다. 피해자의 친형이 한국일보에 “동생은 경찰의 잘못으로 조작된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지휘 검사였던 김 후보자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본다. 그런 분이 고위 공직자로 지명돼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해법과 대안.
재활용 안 되는 중국산 배터리가 골치.
- 전기 자동차가 늘면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지난해 80억 달러에서 2040년 2089억 달러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 문제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늘고 있는데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재활용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환경부가 생산자 관리 부담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한겨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대부분 중국산이라 한국 산업 보호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에 불이 났을 때는.
- 조금이라도 연기가 보이면 집 안에 머무는 게 좋다. 현관문을 열면 위험하고 문틈을 막고 발코니(베란다)로 피하는 게 안전하다. 불길이 없어도 옥상으로 대피하는 건 위험하다. 판단 기준은 불길과 연기다.
- 소방청 통계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8360건의 화재 사고에서 98명이 죽고 942명이 다쳤는데 40%는 대피 도중에 연기 흡입 등이 원인이었다.
- 소방차 골든타임은 7분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늦어도 10분 안에는 도착한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게 중요하다.
- 만약 발코니를 통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면 욕실이 안전하다. 물을 틀면 연기가 들어오는 걸 마지막까지 늦춰준다.
- 아파트 차원에서는 방화문을 자동으로 닫게 만드는 연동형 도어 체크를 도입할 수도 있다.
반짝반짝 아이디어가 살린 지방정부 스타 정책.
-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정책은 지하철 15분 환승이다. 실수로 내렸거나 잠깐 볼일을 보고 다시 승차할 경우 과금하지 않고 환승 처리하도록 했다. 7월 도입 이후 11월까지 578만 명이 혜택을 봤고 76억 원을 아꼈다.
- 인천에서는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통행료 무료가 반응이 좋았다. 영종대교는 서울 방향 6600원, 인천 방향 3200원이고 인천대교는 편도 5500원인데 영종도 주민들에게 전면 무료화했다.
- 광주에서 실험하고 있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중위소득 85% 이하를 대상으로 소득이나 연령,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연간 150만 원 한도에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 농민 직불금 감액을 막는 제도도 눈길을 끈다. 유지 조건이 까다로워 영문도 모르게 깎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라남도가 공익직불금 협의체를 구성해서 사전 안내를 강화했다. 2년 동안 79억 원의 감액을 막았다고 한다.
바다 밑에 탄소 매립 가능할까.
- 한국석유공사가 한양대와 SK어스원과 함께 이산화탄소 저장소 발굴 탐사를 시작한다.
-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CCS(탄소 포집과 저장, Carbon Capture and Storage)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 기준으로 연간 480만 톤이다.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10억 톤 규모의 탄소 저장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CCS 기술이 온실가스를 줄이기는커녕 석유·천연가스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근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후 매립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경향신문은 “더 큰 생태계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의 TMI.
프랜차이즈 매출 100조 원.
-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외식이 늘면서 매출이 18% 늘었다.
- 편의점이 27%, 한식이 14%, 치킨 전문점이 8%를 차지했다.
- 종사자 수도 94만 명으로 13% 늘었다.
대학 등록금 동결 끝났다.
- 내년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5.64%로 올랐다. 2009년부터 유지돼 왔던 등록금 동결 기조가 크게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교육부는 그동안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II 유형을 지원했다. 교육부 눈 밖에 나면서까지 등록금을 올릴 유인이 크지 않았는데 지난해 물가가 치솟으면서 법정 한도가 4.05%까지 오르면서 이미 상당수 대학이 이탈한 상황이다.
- 동아대의 경우 올해 등록금을 3.95% 올리면서 등록금 수입이 50억 원 가까이 늘었는데 포기한 국가장학금은 20억 원 정도였다.
더 깊게 읽기.
군 복무와 돌봄은 대칭적이지 않다.
- 정희진(’정희진의 공부’ 편집장)은 “남성 군대-여성 출산은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일 뿐 상호 대칭적 인간 활동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남성의 돌봄 노동 참여, 여성 대상 징병제”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을뿐더러 군사와 보살핌 노동을 동등한 가치로 본다는 측면에서 매우 문제적”이라는 이야기다.
- 정희진은 “군 복무와 돌봄 노동을 성별과 연결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성은 군대를 비롯한 공적 영역에 참여하고 있는데, 남성은 사적 영역의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불평등, 즉 여성의 이중 노동”이고 “돌봄 노동 없이 인간은 하루도 살아갈 수 없고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 “여성이 군대에 가든 안 가든, 돌봄 노동은 남녀 모두가 수행해야 한다. 병역은 이미 공적인 가치지만 돌봄은 아직 그렇지 않다. 공사 영역의 성별화(여성은 사적 영역에 적합하다는 통념) 대신 돌봄이 공적인 영역에서도 통용되는 중요한 가치로 합의되어야 한다. 병역이 국민의 조건이라면, 돌봄은 인간의 조건이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한동훈이 모를 리 없다.
- 박용현(한겨레 논설위원)은 김건희 특검법이 악법이라는 한동훈의 말을 “허튼소리”라고 했다.
-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건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난 사안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때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당에 추천권을 주지 않도록 국회가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 언론 브리핑 역시 국정농단 특검법에 들어있는 조항이다.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시절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하면서 언론 브리핑을 강화하기도 했다.
- 박용현은 “검찰의 수사 상황 생중계는 괜찮고 특검은 안 된다니,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지적했다.
-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면 이미 한참 전에 결론이 났을 일이다. 그런데 검찰과 여당이 극구 비호하면서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려 권력형 사건이 됐다. 그런데 이제 와 총선용 특검 운운하는 게 얼마나 허튼소리냐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과 언론의 거짓말.
- “중대재해법이 도입됐는데도 산업재해 사망자가 줄지 않았다.” 이게 보수 언론의 흔한 레퍼토리지만 명백한 왜곡이고 거짓말이다.
- 임재성(해마루 변호사)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정책이고 그 어떤 정책보다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첫째, 50인 이상 사업장만 놓고 보면 늘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줄었다는 게 정확한 통계다.
- 둘째, 올해 들어서도 확실히 줄고 있다. 산재 사망자는 2021년 683명에서 지난해 644명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는 459명이다.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 “손바닥에 ‘王’자를 새기면서까지 왕이 되길 원했던 그는 국민주권 국가의 왕이 됐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 부정평가가 60%가 넘는데 그는 타협 없는 제왕의 길을 고집한다.”
- 엄치용(코넬대 연구원)은 “정녕 왕이 되고자 했다면 조선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성종은 왕비에게 사약을 내렸다. 영조는 노론과 소론의 강경파 인물을 배제하고 탕평인사를 실시했다. 정조는 규장각을 세워 정파나 신분에 구별 없이 인재를 모아 개혁 정치를 구현했다.
- 왕을 흉내내지 말고 역사에서 정치를 배우라는 이야기다.
이재명에 비하면 한동훈은 빛나는 보석. 슬로우뉴스를 독자들에게 많이 소개했던 1인인데 더이상 이 뉴스를 소개하지 않는 이유는 적대적이다 못해 편파적인게 너무 느껴짐. 유시민이 썰전에서 말했죠. 본질을 덮는 긴 논리는 사이비라고.. 몰카공작을 뇌물수수이라 우길려면 청탁한 증거가 필요한데 청탁한 증거는 있는지 그것부터 확인해보는것이 기자가 해야 할 바른 언론이 아닌가?!!. 그것이 없다면 강간당하고 몰카유포된 피해자와 김건희의 입장이 다를바가 없다는것. 그게 중립적인 제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