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재생 에너지 공급이 늘어나면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전기를 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당장 내일부터 엄청난 규모의 재생 에너지를 보급하더라도 여러 이유 때문에 10~20년 안에 전기요금이 낮아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재생 에너지 확대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탄소 중립의 대의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실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이 글의 목적이다.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아마도 재생 에너지는 연료비가 들지 않으니 거의 공짜에 가까운 깨끗한 전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입찰에 대한 뉴스도 나오고,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뉴스도 나오니 그런 세상이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재생 에너지 비율이 높은 나라들도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징후는 없다. 이유가 뭘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이 높아지고, 발전비용은 낮아지는데 왜 계통 전체의 평균 전력 요금은 높아질까.

변동성 재생 에너지(VRE) 비중이 늘어나면서 뒤따르는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과 출력 변동 완화(Firming) 비용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그리드 확장에 따른 투자 비용: 재생 에너지는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므로 그리드를 추가 부설해야 한다.

둘째, 밸런싱 비용: 재생 에너지로 만드는 전기는 기상 상태에 따라 순간적인 변동이 발생하므로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보조 발전원이 필요하다. 돌풍이 불거나 구름이 지나가거나 소나기가 내리면 급격한 출력 변화가 발생한다.

셋째, 프로파일 비용: 전력 소비 패턴과 재생 에너지 발전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보완발전을 해야 한다. 오리 곡선(Duck Curve)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리 곡선이란 일일 전력 최대 수요와 재생 에너지의 전력 생산 시간이 서로 차이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오리 곡선을 보면 태양광을 제외한 발전 수요가 낮 시간에 크게 줄었다가 저녁 시간에 급증하는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원자력이나 석탄, LNG 발전소의 경우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을 멈췄다가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태양광 발전이 늘어날수록 등락의 폭이 더 커진다. 캘리포니아주는 부족한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른 주에서 전기를 사들여 온다.

발전원의 발전비용이 낮아지더라도 위의 3가지 비용을 추가로 고려해야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을 도출할 수 있다.

게다가 여기에 한 가지 비용을 추가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발전 사업자들은 전력 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 발전 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할 때는 기대 수익에 따라 투자를 하는데,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이 커지고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

만약 A 발전기가 준공 이후 60년 동안 99%의 부하로 365일 24시간 전력 판매가 보장된다면 최대한 싸게 전기를 공급해도 부채 상환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B 발전기는 준공 이후 몇 년 동안 얼마나 전기를 판매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투자자도 찾기 힘들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365일 중 300일은 놀고, 65일도 하루 3시간 발전할 수 있고 게다가 그 3시간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업이라면 투자 가치가 높지 않다.

게다가 이처럼 변동성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다른 화석 연료 발전소들도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부하 조절이 어려운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고 가스 발전소만 남게 될 텐데, 전체적으로 이용률이 떨어지면 발전 원가에 이윤을 많이 붙일 수밖에 없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폭 줄어들지만, 재생 에너지 투자비 회수 뿐만 아니라 다른 발전소의 수익성 악화, 계통 투자 비용에 출력 변동 완화 비용까지 더해져서 전기 요금이 걷잡을 수 없이 뛰게 된다. 여기에 천연가스 요금이 급등하면 전기 요금은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전력 시장의 설계와 수요 조절(Demand Flexibility),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의 혁신, 원가 인하, 광역 계통 연계 등과 같이 가야 하는 문제다.

재생 에너지는 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류 에너지가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투자와 비용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Wind turbines. Original public domain image from Wikimedia Commons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 없이 재생 에너지만으로 이런 혁신이 가능할까. 누군가는 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국제적 약속이니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 증설하는 것도 안 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스 발전소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럼 어떻게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할 수 있을까. 본질적인 질문을 피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목표와 기대치 설정, 신중한 이행이 절실하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위해 3개월만에 산업자원부 장관이 교체되는 게 한국 현실이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