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과거 정부의 반복적 실수…이재명은 다를까.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9개월, 남은 3가지 과제는?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변화는 컸다. 대한민국을 존망 위기로 몰아넣을 뻔한 내란 세력에 대한 1심 심판이 일단락되어 윤석열은 무기징역을, 한덕수는 23년 형을 선고받았다. 경주 APEC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을 세계에 알리는 일도 있었다. 저평가된 국내 기업 가치를 정상화하여 코스피 5000 시대를 조기에 달성하기도 했다.

노동 정책 변화에서도 체감된 정권교체
노동 정책 변화를 통해서도 정권교체가 체감되었다.
- 역대 어느 정부보다 산업안전을 강조해 안전공시제도,
- 노동자 참여를 통한 위험성 평가 내실화,
- 건설업 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등이 이루어졌다.
- 또한 2조 원을 훌쩍 넘겨버린 임금 체불을 바로 잡기 위해 근로감독관 인원 대폭 확대 계획을 발표했고,
- 대지급금 지급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안전하게 일하고,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이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 기초질서가 크게 무너졌기에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지극히 정상적인 방향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행복하고, 일하면 먹고 사는 문제 정도는 해결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노동질서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성장의 과실이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고르게 분배되어야 한다. 특히 이유없이 차별받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보통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더 많은 배려와 혜택을 보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우리나라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핵심 보호조항을 배제해왔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취급해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로 인정해 공정거래법으로 보호한 것도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산업안전을 강조하고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원하청 격차 해소 및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를 위한 계획을 꼼꼼하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도전들이 이미 관찰되었고 앞으로도 예상된다. 내가 생각하는 세 가지 노동 정책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방향 맞지만 헤맨 사례, 가령 노란봉투법
첫째, 방향은 맞되 직진하지 못하고 헤맨 사례가 있다. 노조법 개정을 통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라면 교섭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했다. 원하청 격차를 줄일 의미 있는 입법이었지만, 초기업 교섭에 맞지 않은 교섭창구단일화를 시행령에 넣어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법은 본래 사용자가 그동안 지지 않은 의무를 지도록 만든 것인데, 다시 사용자를 배려하는 후속조치가 생기면 도돌이표 정책이 될 수 있다. 소수 노조는 교섭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노동부는 시행령을 보완하여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궁극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복수노조 상황에서만 엄격하게 적용하고, 초기업 교섭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2. 조율과 설득 필요한 과제, 가령 ‘일하는사람법’
둘째, 조율과 설득이 필요한 과제가 있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를 보호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도를 두고 노동조합은 권리보장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사용자는 보호 강화로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들 1인 도급 노동자가 늘어난 이유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용자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너무 많아졌고, 사실상 임금노동자임에도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가짜 3.3%’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관계법을 완벽하게 적용하지 않더라도 공정한 계약, 사회보장, 괴롭힘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성보호, 산업안전 등 기본적인 권리 정도는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의 완전 적용도 당연하지만 미뤄왔던 과제다.

결국 핵심은 입장이 다른 노사 사이에서 정부가 대안을 가지고 조율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정부 예산의 일부를 사회안전망 확보에 과감하게 투입하는 동시에 사용자에게도 공동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사용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울 경우 반발이 크고 실현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3.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 가령 ‘유연안정성’
셋째, 잘못 논의하면 시작 전보다 못한 사안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연안정성이 대표적이다. 유연성과 안정성이 비례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해고가 되더라도 비슷한 처우의 직장을 쉽게 가질 수 있거나, 실직 후 새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정부가 충분한 생계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해고 요건 완화 논의도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정규직 일자리에서 탈락하면 다시 정규직 되기 어렵고,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70% 수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연성을 이야기하면 노동시장 격차만 더 벌어질 것이다.

유연안정성은 유독 보수정부에서 관심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에선 기간제 기간 확대를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고, 박근혜 정부도 일반해고 요건 완화, 저성과자 퇴출, 파견 업종 확대 등을 추진했으나 여론 악화로 결국 탄핵의 출발점이 되었다. 두 정부 모두 안정성에 대한 고려 없이 유연성만 밀어붙인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재명 정부도 유연안정성을 의제로 삼을 수 있고, 어쩌면 필요한 논의일 수 있다. 다만 답과 시간을 정해놓아서는 곤란하다. 한국형 유연안정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열린 토론에서 출발해야 한다.
성공 기준, 실제 ‘격차’ 줄었나
4년 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의 성공은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노동 격차가 줄어들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이 줄어드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입법과 정책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각지대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노사를 설득해야 하며, 사회안전망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정상화의 과정이 쉽지 않지만, 한걸음씩 4년을 가되, 어둡고 컴컴한 샛길로 빠지지 않고 처음에 정해 놓은 길로 가는 최초의 민주당 정부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어려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크게 바꾼, 성공한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