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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가 “폭풍 속의 경제위기, 정세 전망과 대응 모색”이라는 주제로 2023. 1. 11. 연 온라인 좌담회의 발제 및 주요 토론 내용을 총 4회에 걸쳐 정리합니다. 참여연대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편집합니다. (편집자)

2023 전망 

  1. 세계는 ‘큰 정부’로, 한국만 ‘작은 정부’로 (이강국, 리쓰메이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원 발제명: 악화하는 세계경제, 각국의 대응과 한국정부의 경제정책
  2. 낙수 효과?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 인식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원 토론명: 안이한 위기대응, 비전 없고 시의부적절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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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경제를 보는 큰 틀은 이렇다.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고 재벌‧대기업 등 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의 채찍을 거두면, 이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활력이 되살아나면 ‘낙수효과’ 덕에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논리를 만드는 현실인식은 이렇다.

대한민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는 원인이 바로 부자들과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규제, 경직적 노사관계 그리고 연공 중심 임금체계에서 찾는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낮추고 노동생산성도 낮추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30년 전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 현실 인식이다.

공익을 대표한다는 정부가 재벌과 대기업,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나 주장할 법한 왜곡된 논리로 현실을 진단하니 참 한심한 일이다. 선진국 수준의 경제개발단계에서 더 이상 이런 낙수효과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와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정설이다.

부자 감세? 낙수 효과? 근거 없고, 안이하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보인다. 우선 부자 감세와 재벌과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비현실적이며 합리적이지도 않은 추론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낙수효과로 국민들이 행복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자들만의 힘의 질서를 강화하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지금처럼 세계 경제의 미래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큰 위기 국면에서 이런 낡고 허술한 틀만 가지고 대처하겠다는 매우 안이한 자세가 보인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하, 보유세 완화,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조정,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가업승계 특례의 대폭 확대 등의 감세안은 재벌, 대기업, 최상위 소득자, 최상위 자산가들에게 명백히 큰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자 감세의 합리적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금처럼 고물가-고금리 시대,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를 더 어렵게 한다. 스스로 강조하는 재정건전성에도 반하는 것이다. 지금 이런 부자 감세를 단행하는 선진국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횡재세, 초고소득, 초고가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 등 부자증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심화된 부의 대물림 현상과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한다.

유럽연합을 포함한 유럽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이미 시행하거나 논의 중이다. (출처: 이강국 교수 발제 자료, 2023, 참여연대 등 주체 신년 좌담회)

생존권 무시하는 철학 없는 노동 개혁 

노동 개혁 방향을 보면 노동정책에 대한 기본 철학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노동시간, 노동자의 건강, 산업재해 등에 대한 규제를 모두 유연화하려 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의 경영자 책임을 완화하려 한다. 노동정책을 마치 ‘규제 혁파’의 한 분야로, 혹은 기업친화적 성장 전략의 부속물 정도로 보는 것 같다.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내몰고 높은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문제는 경제 논리에 우선하여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경영 활동 위축을 명분으로 타협해야 할 차원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근간을 바로 설계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 선진 경제로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이런 기본적 규제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살려둘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하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조와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적대시하는 태도는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의 연대를 심각히 훼손한다. 경제위기의 충격을 온 국민이 나눠질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의 길을 찾아야 한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양한 공공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이 확대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시장은 경제의 분배 정의를 확보하도록 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여 혈관을 튼튼히 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런 방향에 역행하는 관련 예산 감축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플랫폼 경제, 녹색 산업, 순환 경제 등 새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의 자율에 맡긴다고 손 놓고 있겠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대통령직속자문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의 ‘놀라운’ 노동관(?)

‘교육의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는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시장에서 자신의 소질을 자유롭게 개발해 창의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대학교육과 초‧중등교육 모두 비정상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육 개혁은 발표한 것처럼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임금, 복리후생, 산업안전 등에서 부문별 격차를 현격히 줄이고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이 이루어져야 다양한 부문에서 다수가 안심하고 자기 역량을 개발할 기회와 동기가 만들어진다. 이런 기회 평등이 역량 손실을 최소화하고 장기적 성장 지속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강조하는 사실이다.

대학은 이미 ‘취업 준비 학원’이 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초중등교육도 왜곡할 것이다.

 

의료 공공성 침해, 사회복지서비스 보편 접근권 타격 

국민건강, 의료와 사회복지서비스의 민간 참여 확대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건강, 의료,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 큰 우려를 낳는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미비하고 지역 간, 계층 간 불균형도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보편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영리를 우선시하는 민간 사업자들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부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시장을 키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의료 문제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 중증환자 케어 시스템의 붕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도전 

지금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 나라의 지속적 경제발전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 부문이 주축을 맡고 있는 에너지 산업에서 ‘공공부문 감축과 민간사업자 시장 확대’라는 맹목적 성과를 추구했던 과거 신자유주의 개혁은 잘못된 길이다. 에너지 전환을 선도해야 할 공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전력과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란 공공재를 희생하여 국민 경제에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과 인적 역량을 갖춘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들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민간 부문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 산업을 비롯하여 탄소 배출이 큰 산업과 지역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갈등과 혼란은 성공적인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양질의 녹색 일자리 창출과 고용전환, 혁신적 녹색산업의 확대, 지역경제의 녹색전환 등이 실현되도록 지난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을 수정, 보완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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