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과열하는 코스피 지수와 후진적 금융과세…정치가 답할 차례. (김은정/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5분)
한국 자본시장이 전례 없는 역동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코 앞에 다가온 코스피 5000 시대
코스피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과거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코스피 5000’이라는 수치가 이제는 현실적인 목표로 다가왔다. 개인투자자들의 예탁금은 급증했고, 그에 비례해 신용융자 잔액도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024년 GDP 대비 90.1%였던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은 2026년 1월 15일 기준 171.02%를 기록하며, 한국 증시의 총 시가총액이 4,485.57조 원에 달했다. 이제 주식시장의 덩치는 국가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의 온기는 갈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 주가지수 상승이 노동의 가치 제고나 실물경제 선순환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자산에서 비롯된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반복된 감세정책은 자본의 과실이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길목을 사실상 차단했다.

과실 분배 방식의 왜곡
주가 상승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겪어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정상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조세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핵심 기제다. 하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반복적인 감세는 그 기능을 마비시켰다. 수익은 늘어났지만, 분배 경로는 차단된 셈이다.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된 것이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였다. 금투세는 손실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기존 거래세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과세하고 손실은 이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였다.

그러나 금투세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왜곡된 여론 속에서 시행을 앞두고 끝내 폐지됐다. 금투세가 주가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시장을 장악했고, 정치권은 표심 앞에서 원칙을 접었다. 정작 금투세 폐지를 가장 반긴 이들은 일반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고자 했던 거대 사모펀드와 초고액 자산가들이었다.
그 결과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조세의 기능도 흐려졌다. 종합적인 자산 과세 개편 로드맵은 실종되고, 오히려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는 거래세를 유지하면서 지배주주에게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됐다.
마법의 주문, ‘언제나 지금은 시기상조’
금투세 폐지 당시 정치권의 명분은 분명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원칙적으로는 강행이 옳지만, 시장이 어렵고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했다”며 폐지에 동의했다. 타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회피한 선택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코스피 지수가 3,000~4,000대에 도달하면 새로운 세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여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여건’을 충분히 넘어선 상태다. 코스피는 5,000선을 향해 질주 중이며, 외국인 순매수, 시가총액 확대, 개인투자 열기 등 모든 지표가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투세 재도입 논의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감세 정책만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며, 정책 방향은 여전히 자산 보유자에게 기울어 있다.
금융과세 후퇴와 그 폐해
2025년 세제개편에서 정부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 원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윤석열 정부 당시 상향된 50억 원 기준을 유지했다. 정부 의지만으로도 시행령을 되돌릴 수 있었지만, 여론을 의식해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양도차익 과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0.004%에 불과한 초고액 자산가에만 해당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유리한 방향으로 완화됐다. 정부안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며, 가장 많은 배당을 받는 ‘회장님’들의 세부담은 오히려 줄었다. 조세 원칙과 형평을 무시한 이러한 감세 정책은, 과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 세수가 증가한다’는 근거 없는 낙수효과 주장처럼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노동 홀대, 자본 우대사회: 대만의 교훈
자본시장에 대한 감세는 단순히 부자 감세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인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금융자산과 주식, 배당수익은 극소수 자산가에게 집중되어 있고, 대부분의 가계는 여전히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자본이득에 대한 감세는 상위 자산계층의 소득만을 증폭시키고, 노동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 임금은 투명하게 과세되지만, 수억 원의 주식 차익과 배당에는 ‘분리과세’와 ‘비과세’라는 특혜가 주어진다.
그 결과, 노동보다 자산에서 돈 버는 것이 더 유리한 사회가 제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청년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탐욕이 아닌, 합리적 대응처럼 여겨지고 있다.
금투세 반대론자들은 1990년 대만의 주가 폭락 사례를 인용하지만, 그 진짜 교훈은 정반대다. 당시 대만은 주가지수가 2년 반 만에 10배 급등했고, 사회 전반이 ‘노동의 실종’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대만 정부는 1989년 금투세 도입을 발표하며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대만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통제 장치 없이 자산 가격 급등을 방치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코스피 5000,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불평등과 재정 리스크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6.1%를 차지했다. 자산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편,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해 복지 지출은 늘고 있는데,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줄이고 거래세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세계 주요국들이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거래세를 최소화하는 것과는 반대로, 한국은 이익에는 비과세하고 손실에도 과세하는 기형적 체계를 유지 중이다. 금투세는 이러한 왜곡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증세 논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는 “부동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하지만, 그 방식이 ‘세금을 덜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면 결국 자산 소득이 노동 소득보다 유리한 구조만 고착시킬 뿐이다.
코스피 5000 시대, 이제 국회와 정부는 답해야 한다. 이 숫자가 소수 자산가만을 위한 불평등의 기록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공정한 과세를 통해 모두 함께 성장하는 희망의 지표가 될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감세가 아니다. 금융과세 체계의 정상화다. 금투세 재도입, 대주주 기준 정상화, 배당소득 과세 원칙 회복 없이 ‘코스피 5000’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숫자만 키운 성장은, 그만큼의 그림자도 남긴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