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 잘못됐다”, 정책 검증 없이 ‘애니씽 벗 이재명’만… “다주택자 규제, 서민과 청년의 주거 불안 커진다” 비판도. (⏳5분)

“오랜 여의도 경험이 있지만, 당 대표(장동혁), 정책위의장(정점식), 여의도연구원장(조승환), 대변인(박성훈), 그리고 의원들(조배숙, 김대식, 최보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경우는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내가 보기엔 이게 기삿거리다. 센스 있는 기자가 있다면 이걸 캐치(catch)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창립 31주년을 맞아 4일 국회의원회관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강석훈(성신여대 교수)이 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이재명 정부 정책 평가였다. 강석훈의 기대와 달리 언론 주목도는 높지 않았던 행사다. 일부 언론이 “이재명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SNS 정치를 하고 있다”는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발언만 옮겨 적었을 뿐이다.
토론회는 외교·안보·통일, 민생·경제, 국제질서 대전환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경제 담당 기자인 만큼 두 번째 섹션 ‘서민 중산층 잡는 고환율·고물가·부동산,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 진단과 평가’를 주목했다.

‘애니씽 벗 이재명’만 외쳐서야.
- 토론회를 경청했지만 국민의힘 비전이 안 보인다. ‘애니씽 벗 이재명’(anything but lee).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는 인상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었다. 플로어에 앉아 있던 조배숙(국민의힘 의원)이 부동산 관련 발제자인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조배숙: “외환 등은 우리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외적 조건이나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많다. 그러나 부동산 같은 경우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인사들이) 어떻게든 부동산 가격을 인하시키려 한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자녀 교육, 문화, 의료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그런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다.(중략)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잘못됐으니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국민 머리에 쏙 들어오게끔 한마디로 정리해줄 수 있나?”
- 심교언: “지금 했던 정책 다 취소해야 한다. (좌중 웃음) 그 외에는 사실…. 경제 원론과 상반되는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분의 독특한 이론이, 호텔경제학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학계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학계가 대통령에게) 정책을 수정해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재명 정부 정책) 자체가 다 잘못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계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 서슬 퍼레서 말씀을 안 하는 것 같다. 우파 교수들 인터뷰 따기 어렵다는 기자도 있다.”

트집보다는 ‘정책’으로 싸워라.
- 조배숙 말처럼 토론회 어젠다인 ‘환율’과 ‘물가’는 국제 유가 등 외부 충격에 요동치는 변수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코스피와 환율이 뒤흔들리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환율과 물가를 놓고 정부 대응을 질타할 순 있지만, 국제 정세 불안과 경기 순환 변동이 이재명 탓은 아니다.
- 토론 발제자인 허준영(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은 학자로서 고환율·고물가 원인과 전망을 밀도 있게 분석했을 뿐 발제문에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에 관한 구체적 논평을 담진 않았다.
‘머니무브’ 평가 없는 토론회라니.
- 이재명 정부를 대표하는 경제 정책은 ‘머니 무브’다. 민주당은 지난해 62년 만에 상법을 전면 개정했다. 1차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충실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세워졌다. 지난달에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개정안이 통과됐다. 창업자·지배주주 전횡을 막고, 일반·소수 주주 권리를 제고하는 제도들이다.
- 상법 개정은 ‘코스피 5000’을 뒷받침했지만 자본시장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행동주의 펀드 등쌀에 기업 고용과 수익이 위축할 염려가 있고, 주주 자본주의 강화는 기업의 장기 투자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류영재(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지난달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법으로만 거버넌스 개혁을 강제할 경우 다른 역효과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재명표 경제 정책을 평가하면서 상법 개정을 포함한 ‘머니 무브’를 다루지 않았다는 데서 국힘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 다만 토론 말미, 박근혜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강석훈은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정작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됐느냐”며 “주식의 한계소비성향은 1% 수준으로 국민 경제, 서민 생활 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 강석훈은 “부동산이야말로 중산층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집 사지 말고 다 주식시장으로 뛰어들라는 것은 중산층을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정책 비판은 경청해야.
- 부동산 정책에 대한 쓴소리는 이재명 정부가 경청할 주제다.
- 토론자로 나선 이창무(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지적했다. “다주택자 주택 매각을 강요하는 정책은 전월세 매물을 감소시켜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의 임대 공급을 막은 결과 “서민과 청장년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이재명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중지,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중지 및 대출 연장 제한 등 제도가 사회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게 이창무 생각이다.
- 일례로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학군지 소재의 전월세 주택이 정부 압박으로 현금 부자 및 투자자에게 매각돼 자가 주택으로 전환하면, 해당 입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학생·학부모들은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5년 전 실패,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 이창무는 “다주택자 주택을 뺏어서 무주택자에게 나눠준다고 자가율(自家率)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늘어나는 가구 수에 맞춰 주택 공급을 충분히 늘려야 자연스레 자가율이 높아진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을 협소하게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말고,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두루 살피며 동태적으로 봐야 한다는 고언이다.
- 이창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에도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는 인식이 정부 실패를 부른다”며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그해 다주택자 부담을 강화한 6·17 대책을 비판하며 “임대 주택은 누군가 여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임대를 해야 한다. 그런 민간임대주택공급자가 우리가 비난하는 다주택자들”이라며 “국내에서는 그들이 전세나 보증금을 안고 투자한 관계로 갭투자를 일삼는 투기꾼으로 비난과 규제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에 마땅한 해법을 못 내놓은 채 대출과 세금 규제에 집착했다가 정권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혹한 평가일 수 있으나 문재인 본인도 최근 “우리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술회했다.
임대시장 불안 살펴야.
- 부동산 매매 시장은 거래 절벽인 가운데 매물이 조금 늘어나는 분위기다.
- 전월세 시장은 물량 감소와 수요 증가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월세난 우려가 커진다.
-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옥죄는 매매 시장에 대한 단선적 선택은 전세 제도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임대 시장과 매매 시장 모두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이창무 주장은 이재명 정부도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