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리포트] 워런 버핏이 CNBC와 인터뷰했다. 그의 ‘위대한 유산’은 어떻게 남겨질까. 게이츠 재단 기부 중단은 엡스타인 파일 스캔들 때문일까. 애플과 구글을 선택한 이유는? 그리고 AI에 대한 버핏의 생각까지. (⏳5분)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95)은 14일(미 현지 시각)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자선 재단 ‘게이츠재단’에 대한 기부를 중단했다. 15일 미 경제방송 CNBC는 버핏과 나눈 1시간여 인터뷰를 공개했다.
버핏은 20년 전인 2006년 6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비롯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을 통해 드러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게이츠의 교류 정황이 기부 중단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버핏은 CNBC 인터뷰에서 게이츠와 엡스타인에 관한 방대한 의회 진술서와 자료를 꼼꼼히 읽어봤다면서 “불쾌했고, 빌이 실수한 것도 맞지만 나도 사람을 잘못 판단한 적 많다”며 두둔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버핏은 세계 최대 자산가 중 한 명이자 가장 유명한 기부자다. 그가 2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게이츠 재단 평생 기부’ 방침을 뒤집은 것은 자선업계 전체에 파장을 미칠 사안이다.
- 지난해 유언장 수정을 통해 사후엔 게이츠 재단 기부를 중단하고 전액을 세 자녀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엔 생전에 게이츠 재단 기부를 중단하고 2034년 말까지 가족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 그가 보유한 버크셔 클래스 A 주식 가치는 약 14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다. 이를 8년 안에 다 넘기겠다는 건 연간 최소 175억 달러를 쏟아붓겠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게이츠 재단 전체 지출(8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 버핏 퇴임 후 바통을 이어받은 CEO 그렉 아벨에 대한 신뢰, 알파벳(구글) 지분 투자 등 버크셔 경영권 승계와 투자 전략에 관해서도 발언했다.

사람 고르는 일? “10할 타자는 없다.”
- 버핏의 게이츠 재단 기부 중단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은 엡스타인 스캔들을 떠올렸다. 버핏도 지난 3월 인터뷰에서 게이츠의 엡스타인 파일 관련 의혹에 “지켜보겠다”고 했다.
- 버핏은 CNBC 인터뷰에서 “나 역시 사람을 채용하거나 친구를 선택할 때 실수를 저질러왔다”며 “누구도 사람 고르는 일에서 10할을 치지는 못한다”고 두둔했다.
- 게이츠와는 3주 전 오마하에서 3시간 동안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게이츠 본인도 기부 중단 결정에 “놀라지 않았다”는 게 버핏 설명이다. 둘 사이 우정은 1991년 이후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

무게중심은 자녀 재단으로.
- 버핏은 게이츠 대신 자녀들을 선택했다. 1,400억 달러(약 19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을 세 자녀들의 재단과 첫 아내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 재단(STB) 등 총 4개 가족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 과거엔 자녀들이 방대한 금액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버핏은 자녀들이 각자 10만 달러로 자선 활동을 시작하게끔 했다. 30년이 흘러 자녀들은 70대가 됐다.
- 버핏은 최근 장남 하워드가 작성한 100페이지짜리 연례 보고서를 두고 “내가 쓰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효율을 선택했다.
- 이번 자금 개편에서 눈에 띄는 수혜자는 첫 아내 이름을 딴 ‘수잔 톰슨 버핏 재단’이다. 올해 이 재단이 받는 기부금은 작년 대비 10배 폭증한 45억 달러 규모다. 이는 지난해 게이츠 재단이 수령한 금액과 맞먹는다.
- 버핏은 자신의 아내였던 수잔 톰슨에 “모든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며 “여성 권리나 시민권 등 이제는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 온갖 질문에 우리는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 버핏은 자선단체를 고르는 데도 ‘효율’을 중시했다. 게이츠 재단이 900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굴리며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 기관이라면, 세 자녀가 운영하는 재단의 직원은 11~25명 수준에 불과하다. 자녀들 재단은 경비 비중이 1% 수준으로 압도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 “그들(자녀들)은 거대한 본사 건물을 짓지도, 이상한 곳에서 컨퍼런스를 열지도 않을 것이다. 들어온 돈의 대부분이 다시 사회로 나간다.”
“나는 총기를 잃어가고 있다.”
- 버핏은 버크셔 지분 정리 시기를 앞당긴 데 대해 “나는 지금 총기를 잃어가고 있다(losing marbles)”고 했다. 내년이면 96세가 되는 만큼 판단력이 언제까지고 온전할 거란 보장이 없다는 이유다.
- 후계자 그렉 아벨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미국에서 내 회사를 믿고 넘겨줄 수 있는 사람을 5명도 떠올리지 못하겠다”면서 “그렉 아벨은 그런 기준(신뢰)에 부합하는 사람이고, 매년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아벨)가 승인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그도 내가 승인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그가 최종 결정권자”라고도 했다.
- 버크셔는 지난달 알파벳의 AI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비공개 신주 인수 방식으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입했다. 버크셔가 보유한 알파벳 지분 가치는 약 310억 달러(약 43조 원). 210억 달러는 장내 매입했다.

왜 알파벳인가?
- 구글을 포함해 AI 투자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기업 가운데서 옥석은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버핏은 “좋은 사업은 오랜 기간 높은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을 올리는 사업”이라고 했다. “리스크 없는 국채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꾸준히 벌어들일 수 있고 향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돈이 다시 더 큰 돈을 벌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 그는 ‘복리’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장 성공적 장기 투자자는 록펠러다. 석유와 가스 산업이 지난 200년 동안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보라. 그는 오랜 기간 복리 효과를 꾸준히 누렸다.”
애플에 대한 신뢰.
- 최근 애플은 오픈AI를 상대로 ‘영업 비밀 탈취’ 소송을 제기했다. 버핏은 “대부분 기업은 영업 비밀을 훔치고 싶어 한다. 들키는 걸 싫어할 뿐”이라고 했다.
- 버크셔 포트폴리오 중 상당한 규모인 애플에 관해서도 신뢰를 드러냈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준다면, 굳이 300년 동안 다른 걸 찾아다닐 이유가 없다.” 팀 쿡이라는 명품 악기가 있는데, 왜 대체자 물색에 열을 올리느냐는 취지다.

새 연준 의장 케빈 워시? “좋은 선택”
- AI 실적 호조와 시장 과열 논쟁엔 “기회가 엄청나게 쏟아질 때가 있고, 몇 년에 한 번 기회를 잡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시기가 있다”며 후자가 일반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 버핏은 “인간은 도박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투자자보다 도박꾼을 양성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몰린다”고 했다. 과열되고 있는 AI 주식 시장을 도박판에 비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케빈 워시에 대해선 “좋은 선택”이라 평가했다. 재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위치인 만큼 향후 대통령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