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대출업체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대출하려는 자(Lender)와 대출받으려는 자 (Borrower)를 직접 연결해주는 금융서비스 업체를 말한다. 대출하려는 자는 개인 이거나 기관이다. 대출받으려는 자는 개인부터 중소기업도 포함한다. 대출 서비스는 개인신용 대출부터 중소기업 대출, 주택 건설 자금 대출, 학자금 대출까지 다양하다.
미국은 핀테크의 시발점이 P2P 대출과 동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7~2008년 금융 위기 시기에 미국 내 은행들이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출 상품을 대폭 줄여나가면서 많은 개인과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미국 내 10대 은행이 2006년 대출한 총액은 725억 달러였는데 8년 후인 2014년 38% 감소한 447억 달러가 됐다.
많은 잠재적 대출자들은 금융위기 후 매우 까다로워진 은행을 감독하는 정부 규제와 은행 내부 신용 평가 시스템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때 나타난 대안 대출업체들이 핀테크 기술을 기본으로 만든 P2P(peer to peer) 대출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우선 온라인에 전적 의존하여 대출 신청자와 대출 자금을 공급해 주는 개인 또는 기관들을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였다.
다양한 신용평가 방법 도입
그리고 대출 신청자들을 평가하는 다양한 신용평가 방법을 도입하였다. 대출 신청자의 기존 금융거래 실적과 재무상황이 주 분석 대상이었던 FICO 스코어링(scoring) 중심의 전통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와 달리 이들은 기존 신용 평가 프로세스 외에 심리적 행동 데이터, 소셜 데이터, 대출 신청자가 사용한 로그 및 키워드 분석 그리고 대출신청자가 명시한 본인 정보 및 대출 자금 사용 목적, 상환계획을 근거로 대출신청자의 신용 평가, 대출금액 및 이자 금리 설정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이 신생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은행의 대출 모델을 보완하고 강화했다. 이런 새로운 신용 분석 방식은 더 유익하고 가치 있는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해 더 우수한 대출채권 풀(pool)을 만들 수 있었다. 실명과 본인 확인에 기반한 은행들의 기존 대출과 달리 대출해주는 투자자는 직접 알 수 없는 대출 신청자의 신상 정보 및 자세한 금융 거래 실적 등 ‘하드 인포메이션'(hard information) 없이 대출을 결정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비대칭 정보 그리고 역선택(adverse selection; 특히 ‘보험’에서 사고 발생률이 높은 사람이 가입하려는 경향) 문제가 있으나 이런 문제는 위에 언급한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2007~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무렵에 시작한 미국 내 P2P 대출업체들은 실제로 매우 빠른 성장을 해왔다. 2006년 시작한 대표 P2P 대출 기업인 렌딩클럽(Lending Club)의 누적 대출액수는 올해 상반기 말 현재 200억 달러를 넘었고 2007년 시작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P2P 대출을 해온 온덱(OnDeck)의 누적 대출 액수도 50억불을 넘어섰다. 일반 금융기관들과 달리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 개인 대출 신청자와 대출해줄 개인과 기관들을 직접 모집해 이만큼의 실적을 이룬 것은 실로 놀랍다.
3.2조 달러가 되는 미국 개인 소비자 대출 시장[footnote]일반 개인 대출, 신용카드 부채, 자동차 리스 및 할부, 부동산 담보 개인 대출 등을 모두 합친 수치[/footnote]의 규모를 감안할 때 현재 미국 P2P 대출 업체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미국의 P2P 대출업체들은 주로 신용등급이 상급[footnote]미국 P2P 대출업체들은 보통 FICO 스코어가 700 이상인 프라임 신용등급의 개인 대출 신청자들이 주 타깃이다[/footnote]에 속한 개인 대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해왔다. 따라서 총 3.2조 달러 총 시장에서 12% 정도인 3,8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미국 P2P 대출업체들은 목표로 공략하고 있다. 이는 아직도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2015년, P2P 대출업계 성장의 한해
2014년 12월 렌딩클럽과 온덱의 주식이 미국주식시장에 상장[footnote]각각 54억 달러와 13억 달러의 시가총액[/footnote]하면서 모든 투자자들과 증권사들은 온라인 기반의 P2P 대출이 새로운 금융 시대를 연다고 평가했고, 두 회사의 주식은 모두 상장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그 외에도 다른 P2P 대출업체들도 사정은 좋다. 프로스퍼(Prosper)는 2015년 4월에 19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으면서 1억6천5백만 달러를 투자 유치하였고, 펀딩서클(Funding Circle)은 같은 달에 10억 달러의 기업가치에 1억5천만 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였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로 성장한 소파이(SoFi)는 같은 해 9월에 35억 달러의 기업가치에 10억 달러의 자금유치에 성공했다.
중국의 P2P 대출업체인 이렌다이는 같은 해 12월에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함으로써 P2P 대출업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국의 P2P 대출시장은 과거 한국이 금융 시스템이 영세할 때 개개인들 간의 ‘계모임’을 통해 서로의 필요 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한 것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커 나갔다.
현재 중국 내에 4천여 개의 P2P 대출업체들이 있으며 이들이 운영하는 규모는 현재 약 990억 달러의 대출 잔액이 있다고 한다. 중국의 모든 은행은 정부가 대주주로 있으며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과거 IMF 이전까지 국내 시중 은행들이 정부에서 육성하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 그룹에 특혜와 같은 저금리의 대출 자금 지원을 정부정책의 일원으로 해왔듯이 중국의 은행들도 중앙정부 또는 지방 정부가 지정한 특정 기업그룹이나 산업에 수익성 분별없이 지원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에서 자연적으로 소외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의 P2P 대출업체들의 성장을 본 한국의 창업자들도 국내 대출 시장의 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고 P2P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이때 8퍼센트, 랜딧, 어니스트펀드, 테라펀딩이 나타났다. 이 업체들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20~3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고, 모두 국내 은행과 대부업체·저축은행으로 이분화한 개인 및 주택 건설 대출 시장의 문제점을 보고 신용등급은 우수하지만, 엄격하고 규제가 많고 융통성이 적은 국내 금융 대출 시스템의 대안으로 서비스를 기획 개발했다는 것이다.
한국 금융산업은 정부 규제가 매우 심한 산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관치금융이란 말은 오늘 갑자기 나온 말이 아니다. 국내 시중은행의 회장·행장 선출 과정은 정부의 입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 이런 비효율성이 높은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2007~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모두 실시한 저금리를 통한 경제회복 정책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저금리의 저축 상품만을 개인과 기관들에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기관들은 좀 더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을 찾던 중 P2P 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출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리스크를 고려해도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는 P2P 플랫폼을 통한 대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익률 창출이 되고 자금이 절실한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에 대출이 된다는 사회적 기여 면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이 P2P 대출 플랫폼 업체들은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고성장하고 있는 렌딩클럽이나 프로스퍼, 펀딩서클의 뉴스도 국내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올해부터 부각한 부정적 시각
그러나 P2P 대출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은 오래 못 갔다. 렌딩클럽과 온덱, 두 회사 모두 상장된 후 6개월 후 주식은 IPO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하락했다. 특히 온덱은 상장 6개월 후에 주가가 IPO 가격의 1/2 수준까지 추락했다. 주가의 추락은 P2P 대출업체들이 당면할 문제를 예견이나 한 듯이 2016년 봄부터 P2P 대출업체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온덱은 201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체 플랫폼을 통해 거래한 중소기업 대출금은 2015년 4분기 수준의 70%에 불과했다. 발표가 나오자 온덱 주가는 45% 하락했다.
그만큼 자체 플랫폼에 참여하는 대출 제공자들의 액수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매출액이 예상치보다 적었다. 이유는 P2P 대출업체들 수가 폭증하면서 업체들이 대출해줄 개인 또는 기관 투자자를 찾는데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줄어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출금 이자도 이전보다 상향되었다. 프로스퍼가 보고한 바에 의하면, 2016년 5월에 대출채권을 자산유동화(asset securitization)할 때 후순위 채권에 내야 할 금리가 1년 전과 비교하면 연 5% 더 높았다. 2016년 5월 초 프로스퍼는 총 직원의 28% 를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백 오피스(back-office) 조직이 비대해져 업무를 효율화하려는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미국의 P2P 대출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이 터졌다. 올 5월 9일 렌딩클럽의 창업자이자 CEO 르노 라플랑셰(Renaud Laplanche, 사진)가 갑자기 해고된 것이다. 회사는 라플랑셰가 대출자금을 제공하는 기관 투자자와 합의한 계약을 위반한 대출자산을 속이고 매각한 것과 본인 개인 지분이 있는 기관과 회사 간의 거래에 있어 이해충돌에도 그 사실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거래했다고 해고 이유를 밝혔다.
발표가 나오자 렌딩클럽의 주가는 거의 반 토막이 되었다. 바로 다음 달인 6월 주총회사 렌딩클럽 경영진은 2016년 2분기 신규대출액수는 전 분기보다 1/3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렌딩클럽의 대출자산 중 신용평가가 저조한 대출신청자들에게 대출한 자산의 손실비율이 2013년 대비 38%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전통 은행들의 대출결손 비율이 향상하는 데 비해 렌딩클럽의 대출 자산은 역행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급성장하던 중국의 P2P 대출 시장 또한 올해 초 ‘이즈바오’라는 P2P 대출업체가 다단계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 수신행위를 통해 한 기사에 의하면 76억 달러의 투자자 손실을 내고 문을 닫았다. 이로써 90만 명의 개인 대출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게 되었다. 한 조사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4천여 개 P2P 대출업체 중 1,800개에 가까운 업체들이 부실하다고 한다.
이렌다이의 최하 등급 대출자산의 손실률 또한 올해 2분기 말 현재 4.2%라 발표했던바 올해 1분기 말 2.5%보다 68% 증가하였다. 올 8월에 중국 중앙 정부는 P2P 대출업체들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 및 판매 가능한 금융 상품, 자금 조달 방식, 수신업 불가, 일 인당 대출한도 등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올해 초에 업무 정지를 받은 이즈마오와 같은 P2P 대출업체들의 불법 유사수신행위 및 부실 경영 그리고 자본금 부족 등을 방지하고자 함이 이번 규제 발표의 주목적이었다.
P2P 대출, 핀테크인가? 대부업인가?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하여 올해 미국의 여러 P2P 대출업체들의 쇼크에 가까운 실적 보고, 언론 및 전문가들의 부정적 분석 및 의견은 이제 10년이 넘어가고 있는 P2P 대출업이 과연 P2P 대출업체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에 기반을 둔 정확한 것인지를 다시 검토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출신청자의 행동 및 거래 데이터, 고용 정보를 기반으로 개발한 고유한 알고리즘의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여 지점을 통해 대출하는 기존 금융기관과 달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여 더 효율적인 비용구조를 가지고 대출 신청자들과 대출자금을 제공하는 자 모두에게 적정한 액수와 금리를 결정하여 빠르게 대출을 함으로써 기존 금융 기관들보다 대출 자산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이었다.
대출자금을 대주는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P2P 대출업체들이 대출하는 채권에 짧은 기간 내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건은 특히 큰 금액을 P2P 대출채권에 투자해온 기관투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든지 추가 대출채권 매수를 중지하게 만들었다.
모든 P2P 대출업체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자금 조달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렌딩클럽이나 온덱과 달리 프로스퍼는 기관투자자들과 향후 2년간 50억 달러을 대출하는데 필요한 자금 조달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소파이는 올해 5월 P2P 대출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자산 유동화 한 대출채권에 대해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AAA 신용등급을 받았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국 P2P 대출업체들은 올해 실적 부진 및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자금 조달 의존도가 급증해졌다는 것이다. 그들이 처음 P2P 대출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존 금융기관들의 비효율적이고 경쟁성이 낙후된 대출 서비스를 대체하겠다고 외쳤지만, 결국 현재 그들은 그 기존 금융기관들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면서 사업의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다.
전망
흥미로운 점은 액수는 2015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기존 금융기관들은 이런 P2P 대출업체들을 통해 개인 및 중소기업 대출 채권을 풀 (pool) 형태로 꾸준히 구매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채권 자산을 매입하는 것 외에 기존 금융기관들은 P2P 대출업체로부터 이들이 사용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대출 신용도를 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화(licensing)하고 있다. JP모건은 자사의 중소기업 고객 대상 대출 결정에 온덱과 제휴하기로 했다. BBVA,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웰스파고(Wells Fargo) 등 대형 은행들은 렌딩클럽 또는 프로스퍼에 직접 지분 투자했다.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숙박 예약하는 것이나 우버(Uber)를 통해 택시 사용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듯이 P2P 대출은 개인과 기업이 대출받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 그리고 신규 산업이 탄생하면 처음에는 수많은 업체가 나타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결국 몇 개의 업체만 살아남듯이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현재 P2P 대출업체 중 몇 개의 업체들만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벌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P2P 대출업체들과 그렇지 못한 업체들로 양분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렌딩클럽과 온덱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기업 투명성이 향상되면 투자자는 다시 이 선두 P2P 대출업체에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P2P 대출업체를 통해 나오는 대출채권은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자산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규모가 되는 정크 본드(junk bond; 수익률이 매우 높지만, 신용도가 취약한 고수익의 채권)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과는 달리 P2P 대출자산을 대체할 수 있는 정크 본드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은 한국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자산이 P2P 대출 채권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선두 P2P 대출업체들은 이미 확실한 브랜드, 명성, 우수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그리고 견고한 투자자 기반들을 확보했기에 후발주자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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