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금융위원회 지분 제한 방침에 민주당 TF 반대 의견… “사고 났다고 수학여행 전면 금지하는 꼴, 책임성-공공성 강화와 무관.”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회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고 당국의 규제책을 비판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실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은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방향 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혁신을 저해하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2023년 7월 제정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은 ‘이용자 보호’에 초첨을 맞췄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산업 설계’에 방점을 찍은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을 위한 기구였다.
- 하지만 금융위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초강력 규제책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와 당 사이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그동안 TF는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에 말을 아꼈다. TF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금융위 규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 TF 위원인 민병덕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목적이 신뢰인지 아니면 통제인지 살펴야 한다. 혁신 산업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통제의 틀’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라고 강조했다.
왜 대주주 지분을 규제하는가.
- 금융위는 “소수 창업자와 주주가 거래소 운영 전반에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수수료 등 막대한 운용 수익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는 소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에 준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 주식의 15%를 초과 소유할 수 없다.
- 금융위는 23일 국내 가상화폐 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사고 났다고 수학여행 전면 금지하는 꼴.”
- 대주주 지분 문제는 경영 안정성과 장기 전략 문제와 직결된다. 지분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면 장기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고민하는 대주주의 경영 유인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단기 재무 성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산된 주주 구조가 도리어 이용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에 역행하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 조영기(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는 토론회에서 “기술 변화가 빠른 사업에서는 창업자와 핵심 주주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며 일관된 비전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 요소”라며 “지분을 강제로 분산하는 구조는 장기 전략보다는 단기 성과 중심의 의사 결정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빌미로 대주주 지분 제한을 추진하는 당국의 움직임도 비판 도마 위에 올랐다.
- 조영기는 “수학여행에서 사고 났다고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아이들이 넘어졌다고 운동회 자체를 없애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지분율 제한이 책임성 및 공공성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정하고 효과적 수단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자본과 기술 해외이탈 가속화할 것.”
- 규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은 “민간 기업 경영권을 인위적으로 제약하는 방식은 우수한 자본과 기술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 사후적 지배구조 잣대를 적용하는 것보다 기업이 창의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규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류경은(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지배력 자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지배력을 부적절하게 행사하는 것을 규제할 것인지 관점 차이가 있다”며 “대주주의 거래소 지분 자체를 규제하는 해외 사례는 못 봤다. 지배력 행사가 부적절했다면 이를 어떻게 제한할지, 행위 규제를 고민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 최승재(서종대 법학과 교수)는 “대주주 지분 제한은 신규 진입을 막는 강력한 규제”라며 “기존에 형성된 재산권 체제에 대한 변경이라면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제한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법과 대안: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자.
- 현지혜(변호사)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 첫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실화하자.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지분율에 대한 인위적 상한 규정을 바로 도입하기보다 새 제도 실효성을 확인해보고 심사를 정교하게 강화하는 방향이 효과적이다.
- 둘째, 지배 주주 변경에 대한 사전 승인제를 도입하자. 현재 지분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 변동이나 경영권 이전이 발생할 때 금융 당국 승인을 받도록 하는 사전 승인제가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 셋째, 공시 의무 강화를 통해 시장 감시 기능을 제고하자. 지배구조 현황,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 이용자 예치금 및 가상자산의 보관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의무 공시하도록 하자. 시장 참여자가 이를 직접 감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소유 분산이 규제 출발점이 아니라 투명성과 시장 감시가 축적돼 나타난 결과가 바로 소유의 분산”이라는 게 현지혜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