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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말, 대한민국 돌봄 체계의 변화를 예고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이 지닌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단순히 노인 인구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편적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핵심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시행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러나 법 시행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곳곳에서 ‘준비 부족’이라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그간 중앙정부의 논의가 예산 확보와 인력 충원이라는 거시적 과제에 치중하는 사이, 정작 정책이 뿌리내려야 할 현장의 구체적 실행 모델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법이라는 ‘하드웨어’는 마련됐지만,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대한 표준 운영 매뉴얼과 보건·복지 연계에 관한 세부 지침 등 ‘소프트웨어’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준비 태세 또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자체 준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와 경상북도 등은 통합돌봄 준비 평가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지자체장의 정책적 무관심과 담당 공무원들의 복지부동한 태도가 빚어낸 예견된 결과이다. 시민사회와의 소통 없이 관(官) 중심의 소극적 행정이 지속된다면, 중앙의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혜택이 주민에게 온전히 닿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통합돌봄 사업에 앞서 지방자체단체의 조례·조직·인력 등 운영 기반 조성과 대상자 신청 및 서비스 연계 등 사업 운영 경험에 대한 사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결과 인천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통합돌봄 추진현황 설명자료’

다섯 가지 ‘현장’의 쟁점과 제언

이제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현장의 쟁점과 제언을 제시한다.

첫째, 돌봄 공급 인프라의 부족과 그로 인한 ‘돌봄 공백’

현재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를 비롯한 직접 돌봄 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농어촌과 도농복합지역에서는 제공기관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대상자들이 사실상 방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돌봄 공백은 결국 이들이 살던 집을 떠나 비자발적으로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옮겨가게 되는 ‘조기 시설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개선하려면 시장 기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원과 사회적경제 조직 등을 공적 돌봄의 핵심 파트너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종합사회복지관과 노인복지관 등을 통합돌봄의 거점기관으로 재정립해 역할과 기능을 전환함으로써, 공공성이 담보된 공급 생태계를 보다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둘째, 주민 참여가 배제된 ‘관(官) 주도형’ 사업의 한계

법안에서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생활권 단위의 통합지원 생태계를 명시하였으나,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은 여전히 모호하다. 주민이 주체가 되지 않는 돌봄은 행정 편의주의적 서비스 나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주민자치회 등 다양한 주민 조직과 공동체 등을 적극 활용하여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들이 이웃의 돌봄 수요를 발굴하고, 마을 단위의 돌봄 계획 수립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모델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보건과 복지 영역의 고질적인 ‘칸막이 행정’ 혁파

기초지자체 내 복지부서와 보건소 간의 알력, 그리고 보건소의 소극적인 참여는 통합돌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먼저 부처 내 칸막이를 걷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복지 담당 1차관실과 보건의료 담당 2차관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자체에만 강요할 순 없다.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산하 기관들이 통합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돌봄 사업 참여 실적을 해당 기관의 핵심 경영 평가 지표로 반영하여, 기관장과 실무자들이 자발적으로 통합돌봄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넷째, 민간 공급자를 위한 돌봄 정보 공유 체계의 부재

공공기관 간의 정보망은 연결되고 있으나,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공급자가 대상자의 서비스 제공 이력을 확인할 길은 요원하다. 이로 인해 민간 제공자는 서비스의 중복 지원이나 누락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AI(인공지능) 기반 복지 돌봄이 현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데이터 연계를 통해 이에 적합한 정보 공유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법률과 지침의 과감한 개정과 기존 제도의 구조적 개편

통합돌봄은 단순한 신규 사업의 추가가 아니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가령 기존 병원 중심의 현행 의료법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거나, 방문재활을 가로막는 법적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보건의료와 복지 돌봄 제도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핵심 자원인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등이 지역 주민의 돌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확장적인 제도 개편을 적극 단행해야 한다.

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중앙 정부는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말고, 현장이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을 바탕으로 정교한 실행 지침과 매뉴얼을 신속히 배포해야 한다. 또한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여 지역돌봄에 적합한 확장적인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결단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실행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보건과 복지의 칸막이를 걷어내고, 민관이 협력하여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의 지원과 지방의 실행력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돌봄통합법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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