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소셜코리아 칼럼] 출근길 지하철 투쟁 반복되는 이유…정부가 답하라. 25년째 이어지는 외침…이동권은 선언이 아닌 권리다. (김윤민/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3분)

지난 1월 19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1000일을 맞이했다.

천일동안

출근 시간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당위성을 알리는 이동권 투쟁이다. 2021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에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은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이동권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보장 받아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지만, 장애인들은 투쟁을 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다. 어쩌면 투쟁을 하더라도 보장받기 어려운 권리라는 설명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은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장애인의 이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음을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2002년 65개 단체가 참여하는 ‘장애인 이동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가 결성되었고, 수직 리프트의 위험성을 알리며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지하철 선로 점거와 장애인 버스타기 등의 직접 행동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투쟁으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고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되는 등 제도적 진전이 이루어졌다.

당시 ‘장애인 리프트’는 법적으로 ‘승강기’로 분류되지 않아 단 한번의 ‘외부 점검’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KBS 보도 화면 갈무리.

반복되는 사고, 반복되는 죽음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재점화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장애인 추락 사고와 사망 사건이 여전히 반복되기 때문이다. 저상버스 도입은 더디게 진행되고, 항공기 이용 과정에서 물리적 제약이 존재하는 현실은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배제가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동권은 헌법 제34조 제2항에서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는 버스, 지하철,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자 접근권의 하위 권리로서, 단순한 편의 제공의 문제가 아닌 기본권 실현의 전제 조건이며 동시에 핵심적인 사회권이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개인은 교육, 노동, 문화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며, 이는 자립과 사회 통합이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 법은 통과 예산은 임의조항

물론 정부와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수차례 약속하고 선언했다. 서울시는 2002년 ‘서울시 장애인이동권 보장 종합대책’을 통해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2015년에는 ‘서울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확보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1역사 1동선 확보 기념 행사를 열고 전국 최초로 전 역사에 승강기 설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종합 대책은 일부만 이행되었고, 여전히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특별교통수단 도입과 운영을 위한 예산 편성은 임의조항으로 규정되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은 600일 넘게 계류 중이며, 2026년 교통약자 이동권 예산 중 대중교통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특별교통수단 도입 예산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의 실질적 보장을 선언하고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 100% 도입을 수차례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20여 년간 반복적으로 지연되고 파기됐다.

말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행위들

역사학자이자 문학 비평가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언어는 일종의 행동이다. 그러나 말만 가지고는 달성할 수 없는 행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픈 이들에게 건강해지라는 선언으로 그들을 치료할 수 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부자가 되라는 말만으로 그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는 그의 지적처럼, 구체적인 행동과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말과 선언은 무력하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둘러싼 수많은 약속 역시 실질적인 이행이 뒤따르지 않는 한 무력하다. 그 무력함은 교육권, 노동권,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의 배제가 된다.

2026년 1월 22일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발생 25주기였다. 이날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맹추위에도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더 늦기 전에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안전하게 타고 싶다’는 요구가 25년째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헌법상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 교육, 주거 등 모든 영역에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통한 우리 사회의 진짜 성장을 강조한다. 이동권 역시 선언이 아니라 예산 확보와 제도 실행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25년째 이어지는 외침이 더 이상 투쟁의 언어로 반복되지 않고 국가의 책임 있는 응답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해본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