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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이 그려진 티셔츠가 시사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했습니다. 대통령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표시된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특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행정지도를 했습니다.

이에 2015년 7월 1일 제334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유승희 의원이 방통위원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내용을 그대로 풀어봤습니다. (편집자)[/box]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방송통신심의위원장님, 질의하겠습니다. 최근에 KBS 개그콘서트 시사풍자 코너인 민상토론이 있었습니다. (화면 캡처한 패널을 꺼내 들어 보여주며) 이런 장면을 연출한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행정지도 조치를 내리셨죠?

제334회 국회(임시회) 제03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중에서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예. 의견제시 그렇게 했습니다.

유: 그러니까 행정지도를 한 것 아닙니까. 왜 그랬죠? 이게, 이유가 뭐예요? 이유를 들어본즉슨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이겁니다.

박: 그것도 있었고요, 또 하나는 특정인에 대해서 혹시 인격권을 좀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지 않나…

유: 그 특정인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인을 이야기하는 거죠? 여기 특정인이 나오지 않았잖아요. 개그맨들만 나오고… 옷에다가 박원순 시장하고 박근혜 대통령님 두 분만 나왔는데 특정인이라 함은 어떤 특정인에 대한 인격침해입니까?

©KBS 개그콘서트
©KBS 개그콘서트

박: 그래서 인격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런 의견을…

유: 이 두 분에 대한 인격침해에 대한 우려입니까?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이 개그맨이 인격침해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박: 저희들도…

유: 답변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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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3v3P2RsLwbI?t=6m00s
(6분부터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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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예,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도 개그콘서트라든지 이런 풍자극에 대해서는… 이건 사실 우리가 이렇게 심의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유: 그런데 왜 이렇게 (행정지도 조치) 하셨습니까?

박: 과거에 우리가 사례를 보면…

유: 잠깐만요, 심의위원장님.

박: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라…

유: 짧게 답변해주세요.

박: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행정지도를 한 경험이 있었다…

유: 아니, 그러니까 이게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또 지금 방송통신심의위원장님께서는 특정인에게 불쾌감을… 인격모독, 인격에 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느냐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 지난번에 미방위 위원들이 KBS 개그콘서트 녹화현장에 갔을 때 개그맨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정치나 사회적 풍자를 신랄하게 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미방위 위원들께서 “더 세게, 더 많이, 더 신랄하게 해도 된다. 이건 개그니까…”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에 불쾌감을 줬기 때문 아니에요?

이건 심각한 표현의 자유 훼손입니다. 지금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2015년 언론 자유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강등된 것 아시죠? 알고 계시죠? 완전 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된 것 알고 계시죠?

박: 예, 알고 있습니다.

제334회 국회(임시회) 제03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중에서

유: 그래서 국제연합 프랭크 라 뤼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대한민국의 방송 독립성 침해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정부의 통제 등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를 했어요. 그리고 제도적 개선책에 대한 강력한 권고를 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강력한 권고를 통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말씀하시는 걸 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 정말 심히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막말 방송이라든지 수준 이하 콘텐츠에는 눈을 감아주고 성역 없는 풍자 코미디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리는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것에 대해서 정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청와대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심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실 말씀… 별로 없으시죠?

박: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3기에 취임한 다음부터 사실 여러 가지 비판을 저희가 염두에 두고 가능하면 위원님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사실 저희들은 연예 오락 프로그램… 이 문제만 이렇게 의견제시를 한 게 아니라 과거에… 얼마 전입니다. 역시 개콘에서 부엉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저희가 권고로 행정지도를 했습니다.

제334회 국회(임시회) 제03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중에서

©KBS 개그콘서트
©KBS 개그콘서트

유: (마이크 꺼져 안 들림) 취한 것에 대해서 옳다고 생각하세요? 정당한 겁니까?

박: 방송소위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유: 위원장으로서 말씀해 보세요.

박: 다수의 의견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더 이상 의견을 덧붙일 게 없습니다.

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조치라는 점은 인정하시죠? 개그콘서트에 대해서 그런 행정조치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지금 유신 독재 시절입니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박: 그 문제는…

유: 다시 말씀하실 게 있으면 서면으로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로 저는 보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왜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해서 서면으로 보고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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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번 일에 관해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박경신 고려대법학대원 교수는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대통령 인격권을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임명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보호하려는 것은 유신 시대의 국가원수모독죄를 행정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바마나 외국 대통령들처럼 자유롭게 조롱과 과장과 풍자의 형식으로 비판되고, 그런 비판이 민주주의를 꽃피우는데 기여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하나 더 덧붙이면, 방송이라고 해서 더욱 검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선정적이거나 끔찍하거나 편향되지도 않은 내용에 개입하는 것은 현행 규정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 장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격이 침해됐거나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국가기관이 나서서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검열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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