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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핵심은 원청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고, 노동쟁의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처음 발의한 뒤 제19대 국회부터 제21대까지 발의됐지만 번번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두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노동자의 권리향상을 막았습니다.

7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도 보수·경제지는 경영계 입장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보수·경제지의 왜곡 프레임을 팩트체크했습니다.

방송과 신문은 ‘노란봉투법’을 어떤 관점(프레임)으로 보고 있을까.

왜곡 프레임 1. 불법파업 면허 발급법, 기업 옥죄기법

한국경제 불법파업에도 ‘면책권’…더 세진 노란봉투법 (7월 29일 강현우·곽용희·이슬기 기자)과 MBN “노란봉투법 마무리” “불법파업 면허” (7월 28일 정태웅 기자)은 노조법 2·3조를 ‘불법파업 면책권’ 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문제 법안’으로 폄하한 것인데요. 한국경제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파업에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기업의 주장에 힘을 실었고, MBN은 “불법파업을 제도화하려는 시도”, “불법파업 면허 발급법”이라 반발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했습니다.

매일경제 반기업법 쓰나미…기업은 참담하다 (7월 30일 박승주·구정근 기자)와 조선일보 몰아치는 반기업법… 재계 “쇠뿔 바로잡겠다고 소 죽이나” (7월 30일 선정민·김승현 기자)는 노조법 2·3조와 함께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을 ‘반기업 3법’이라 규정했는데요. 매일경제는 “해당 법안들이 경제와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으며, 조선일보는 “‘기업 옥죄기 3법’ 릴레이에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수·경제지는 ‘불법파업 면허법’, ‘반기업법’이라 규정하며 노란봉투법의 본질을 왜곡하고 부정적 인식을 부추겼는데요. 노동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불법파업을 정당화한다’,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경영계 일방적인 주장을 재생산했습니다.

팩트체크: 진짜 사장 교섭법, 손배폭탄 방지법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업체 간접고용 노동자와 원청업체의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범위를 제한하며 △‘사업 경영상 판단’이나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등 쟁의행위 요건을 완화한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은 ‘무늬만 사장’이 아닌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모적인 노사 간 갈등을 줄이고,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소송으로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몰던 비극을 막자는 것인데요. ‘불법파업 면허법’은 법안의 본질을 왜곡한 표현으로 노란봉투법은 ‘진짜 사장 교섭법’, ‘손배폭탄 방지법’으로 불려야 마땅합니다.

한겨레 사설/노란봉투법 취지 왜곡하는 과잉 불안 조장 멈춰야 (7월 31일)는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경영계 주장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해선 조합원의 지위와 역할,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형평에 맞게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정한다”면서 무조건적인 면책권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노사 간 분쟁을 줄일 것”이라며 “새로운 노사관계 틀을 짜는 데 머리를 맞대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는데요.

한국일보는 협력 물꼬냐 투쟁 불씨냐…‘노사관계 대전환’ 부를 노란봉투법 (7월 30일 최나실·송주용 기자)에서 “노사관계를 새로 재정립하는 내용인 만큼, 단기적으로 노사 간 법적 분쟁이나 파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중구조(원·하청 간 임금·처우 격차) 해소 등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습니다.

왜곡 프레임 2. 외국인 투자기업 ‘한국 철수’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7월 28일 성명 ‘고용주 지위 재정립의 법적 명확성과 사업신뢰에 대한 위험’(Redefining Employer Status: Risks to Legal Clarity and Business Confidence)을 통해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사업주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할 위험이 있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원청기업의 책임을 늘리고 원청과 하청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7월 30일 보도자료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 표명’(AMCHAM Expresses Concern Over “Yellow Envelope Act”)을 통해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법적, 운영상 부담을 높이고 투자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한국의 경영환경과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아래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노란봉투법 반대 의견을 전한 기사 제목(7/29~31)을 정리한 목록입니다.

대다수 언론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주장을 ‘이례적’이라 평가하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한국경제는 1면 “노란봉투법 시행 땐 한국서 철수할 수도” (7월 29일 강현우·곽용희·이슬기 기자)에서 유럽상의가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는 강경 입장”을 내놨으며 “외국계 기업들이 철수 가능성을 공식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틀 뒤엔 동아일보가 1면에 주한 미상의 ‘노란봉투법, 경주 APEC 부정적 영향’ 경고 (7월 31일 이원주 기자)를 싣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노란봉투법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한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 단체에서 잇따라 우려를 제기하면서 법 개정으로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인식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경제 사설/“노란봉투법 시행땐 철수”…외국기업들 오죽하면 이러겠나 (7월 30일)는 “외국계 기업들이 ‘탈(脫)한국’을 언급하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공개 경고를 내놨다”며 “한국의 법과 제도가 얼마나 기업 경영에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평했는데요. “노사 문제는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는 입법 강행을 멈추고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팩트체크: 경총의 주문, 보수∙경제지의 받아쓰기

노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입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의 ‘잠재적 범죄자’ 주장은 실질적인 원청의 책임 회피를 바로 잡으려는 노조법 2조 취지를 왜곡한 것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말도 자국에서와는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댄 위협과 다름없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오히려 외국기업 논리에 충실해 노란봉투법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인데요.

경향신문 사설/외국기업들 노란봉투법 반발, 여기선 그래도 된다는 건가 (7월 30일)는 “주한 외국 기업 단체들의 반발이 도를 넘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노조법 2·3조 개정을 수차례 권고”했으며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럽 각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하는데도 EU상의가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며 철수까지 운운하는 것은 유럽과 달리 한국에선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이중잣대”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겨레 단독/유럽상의 “한국 철수는 최악 가정일 뿐…노란봉투법 입장, 경총서 의뢰” (7월 30일 김남일 기자)는 “노동권 보장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계 기업단체가 ‘한국 시장 철수’(28일)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국회 입법에 반발”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면서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의 입장문이 경총에서 요청한 것임을 짚어낸 한겨레(7/31)

보수 언론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입장보다 앞세워 쓰며 ‘노란봉투법 포비아’를 키우려 했다”는 질타도 이어졌는데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철수’ 표현은 만약의 만약”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예시로 든 것인데 그 부분이 보도에서 강조”됐다며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경총이 주문하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비판적 입장을 내자 보수·경제지는 ‘이례적’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인데요. 경총 주도로 벌어진 노란봉투법 여론전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왜곡 프레임 3. 경제적 혼란, 기업부담 증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기업이 수백 개 하청노조와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고 노조 파업이 확대될 것이란 보수·경제지의 경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노사교섭 100번 하란 얘기” 기업들 노란봉투법 포비아 (7월 30일 이동훈·이원주·이승우·이상헌 기자)에서 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 등 “‘기업 옥죄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업계에선 (하청업체 수에 맞춰) 100번씩 교섭하라는 얘기냐”며 “외국계 기업들은 공공연하게 한국 철수를 고민”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는데요.

조선일보도 사설/“한국서 철수할 수도” 미·유럽 기업 ‘노란봉투법’ 반발 (7월 31일)에서 “입법취지는 노동자 권익 보호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경영 활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수 백 개가 넘는 하청 기업과 일일이 노사 협상을 해야 하고, 해외 공장을 지을 때도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하는 “노란봉투법 같은 반(反)기업 법안들은 결국 기업들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증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게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세상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들이 지금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듣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팩트체크: ‘노란봉투법 포비아’ 누가 유포하나

이런 주장 역시 노란봉투법의 입법취지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원청-하청노조 무조건 교섭? 실질 지배·결정권 사용자에 국한 (7월 29일 박태우 기자)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고 원청 기업이 무조건 하청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고용노동부가 법안 통과 이후 “원·하청 교섭에 관한 매뉴얼·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하청노조와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된 씨제이(CJ)대한통운·한화오션·현대제철 법원 판례 등을 바탕”으로 지침을 만들 계획이라며 ‘1년 내내 교섭만 할 것’이란 주장은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습니다.

경향신문 “작업 중지권 등 노동자에 주고, 노사 ‘중대재해 예방 주체’ 돼야” (7월 31일 성동훈 기자)(7월 31일 이윤주·탁지영 기자)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없다고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라고 되물으며 “경제 위기는 격렬한 노사 갈등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는데요. “한국의 노사관계가 격렬한 이유는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됐기 때문”으로 원청과의 교섭 자체가 불법이니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영훈 장관은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좋아진다고 해서 원청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 만큼 “재계도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팩트체크: 노사 신뢰로 얻는 소득이 훨씬 크다

7월 30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과 하청 노동조합이 470억 원의 파업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 용접공 유최안씨는 ‘실질적인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하며 가로·세로·높이 1m짜리 쇠창살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총 51일간 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으로 8,000억 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유최안 씨를 포함한 하청 노동자 5명에게 470억 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는데요. 3년 만에 한화오션과 하청노조가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것입니다.

한국일보 사설/470억 손배 취하 한화오션… 협력적 노사 본보기 되길 (7월 31일)은 “이번 합의를 통해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그 덕에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관계에서 예측 가능한 생산 환경을 확립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소송 강행으로 얻는 이익보다 노사 신뢰로 얻는 소득이 훨씬 클 수 있다”며 “회사가 노조 집행부를 경제적 수렁으로 몰고 노조가 극한 투쟁으로 회사의 발목을 잡는 것보다는, 이렇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는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3년만에 이뤄진 한화오션과 하청 노동조합의 합의 소식을 전한 한국일보(7/30)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 조장법’도 ‘기업 옥죄기법’도 아닙니다. 실질적 사용자를 찾기 위해 벌였던 갈등을 줄이고,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파탄 나던 노동자의 삶을 살리는 최소한의 규제 마련입니다. 언론은 기업 입장만 편들 게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춰 노동자 권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방송: 2025년 7월 28일~30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 신문: 2025년 7월 29일~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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