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인터뷰] ‘피크아웃 코리아’ 공저자 채상욱, “자산시장 왜곡 바로잡는 게 시대적 과제,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는다는 이재명 정부 원칙 바꿔야 한다.”
‘주식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개미 투자자들이 뿔이 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2025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증세 기조를 밝힌 탓이다.
법인세를 1%P씩 높였고, 주식 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율도 현행 0%에서 0.05%로 상향 조정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강화했다. 기업의 배당을 늘리는 목적에서 도입된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 세율도 35%로 당초 법안의 25%보다 10%P 높다.
민주당 정책위의장 진성준은 “이번 세제 개편안은 코스피 5000을 비롯한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 재원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 회복하는 것”이라며 “지금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 양도세 과세 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들 하지만 과거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여론은 들끓었다. 세제 개편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참여자가 3일 오후 2시 기준 9만 2000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미장(미국 증시)이랑 국장(국내 증시)이랑 세금이 같다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느냐”며 분개했다.

야권도 “대한민국 증권시장은 진성준 의장 같이 주식 투자 한 번 안 해본 주식 초보자들의 연습 경기장이 아니다”(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진성준 의장의 만용으로 개미 투자자만 골병 들게 생겼다”(국민의힘 의원 주진우)며 정부·여당에 성난 여론을 겨냥해 기름을 붓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이자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운영자 채상욱(47·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은 31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진성준식 주장으로 인해 국민이 누릴 효용이 막힌다면 참으로 갑갑한 일”이라며 개탄했다. 채상욱은 대선 기간 민주당 정책개발 기구인 ‘민생연석회의’의 주거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흐르게 하는 이재명 정부의 ‘머니 무브’(Money move) 정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지도 물었다.

삼성에버랜드 면죄부 판결, 상법 암흑기의 시작
—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 열겠다”고 공약했다. 주식시장을 키워 부동산 투자를 대체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어떻게 지켜봤나?
“유튜브 채널 ‘채부심’에서 지난 3년간 다룬 주제는 ‘피크 아웃 코리아’(Peak out korea)였다. 핵심은 높은 주택 가격이 저출산,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고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리며, 개인 주거비 부담을 높여 노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산시장에서 주식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연동돼 있는 주식시장을 성장시켜 노후에 겪게 될 현금 흐름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지수 5000’ 취임 일성도 이런 맥락서 이해하고 있다.”
— ‘주식 주도 성장’을 강조한 대통령은 이재명뿐이다. 역대 대통령과 이재명은 무엇이 다른가?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과 달리 주식 경험이 있다. 본인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하면서 주식시장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현 대통령실이든 민주당이든 그만큼 주식 경험이 있거나 진심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위원장 오기형 민주당 의원)에도 직접 주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통령 만큼 인식은 없는 것이다. 선무당들이 주식시장과 정책을 다루고 있는 건 안타깝다.”
— 지난달 3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선출 시 3%룰 보완 적용’이 주요 내용이다.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을 전환할 계기”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 주식시장 역사를 보면 1990년대부터 2007년까지, 비록 중간에 IMF가 있었지만 건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고 2009년 ‘V자’로 반등했다. 주식시장이 잘 작동했던 시기다. 그런데 2009년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상법이 이상해졌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가 아니라 회사라고 판결에 명시하고는 이재용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로부터 16년간 한국 주식시장은 소위 말해 꼬라박았다. 이사회를 주주에 충실할 필요가 없는 이사들로 채워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사회는 대주주 놀이터가 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법 때문이었다. 비정상적 상법이 이제야 정상화한 것뿐이다. 법 기술자들 때문에 상법은 16년 동안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삼성에버랜드 사건 :
대법원은 2009년 5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회장 고(故) 이건희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은 아버지 이건희로부터 61억여 원을 증여받아 1996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 CB를 사들였다. 당시 삼성 계열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저가 발행 CB를 인수하지 않았고, 에버랜드 이사회는 남은 CB를 이재용 남매에게 배정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검찰은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이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의무를 위배한 불법 행위라고 봤지만 대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라고 판단했다.


— 주식시장에 어떤 기만과 기행이 횡행했나?
“2020년 LG화학 물적 분할*만 봐도 그렇다. 물적 분할을 하면 LG화학엔 피해가 없지만 LG화학 주주는 골로 간다. 2009년 대법 판결은 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주주를 기만하도록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요새 상법 개정 후속 조치로 자사주 매입 소각 이야기가 나온다. 상법이 정상이라면 자사주를 소각도 하지 않고 매입하는 법인은 존재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은 경영권을 위협 당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저가로 넘겨주기 위해 갖고 있는다. 원래라면 이런 목적의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와 주총을 통과할 수 없다. 우리는 이사회가 최대 주주 거수기로 전락했기 때문에 프리패스에 다름 아니다. 상법이 정상이었다면 자사주 소각 의무 법안을 발의할 필요가 없다.”
LG화학 물적 분할:
LG화학이 2020년 9월 자사 핵심 성장 동력인 배터리(2차 전지) 사업부를 분할하여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해당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한 사건이다. 소수 주주들은 “알짜 사업부가 빠져나가 LG화학의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주가가 하락한다”고 반발했다. 물적 분할 소식에 이틀 만에 주가가 11% 넘게 빠지며 시가총액 6조 원이 증발하는 등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진성준은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 논쟁이 벌어졌다. ‘머니 무브’ 정책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이소영 의원과 진성준 의원의 충돌이었다.
“여당은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의제를 보조하고 있다. 대통령 생각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보다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한 건 누구나 안다. 돈줄을 주식으로 옮기려면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진성준 주장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매우 근시한적이다. 시장도 진성준을 비판하는 이유다. 대통령 의지를 받아들여 정책을 펴고 있는 건 이소영이라고 생각한다. 진성준이라는 사람은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
—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되, 최고 세율을 38.5%(지방세 포함)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소영 법안 27.5%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개인이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투자할 세율은 된다. 예를 들면 2000만~3억 원까지는 배당소득세율이 20%(지방세 포함하면 22%)가 적용된다. 현재는 2000만 원 초과 구간은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되어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세율이 붙는다. 수익률이 6%라면 50억 원을 투자해야 3억 원을 벌 수 있다. 금융에 50억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건데, 재벌과 최대 주주 일가를 제외한 대다수 가계는 이 구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개인들이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을 모을 유인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최고 세율이 38.5%에 달하면 배당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다.”
— 진 의원은 “배당소득 세제 개편은 극소수 주식 재벌들만 혜택을 받고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다.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아닌가?
“진 의원 논리대로면 경부고속도로를 복층으로 확장해도 승용차 있는 사람만 혜택을 본다. 차 없는 사람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 정말 그런가? 고속도로를 확장하면 차를 갖지 않아도 간접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최대 주주가 지분을 100% 다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제도 자체가 개선되면 1400만 소액 주주가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한다는 건 1차적으로 주주가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만 2차적으로는 배당 수익률이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기대 수익률이 주식시장으로 돈을 끌어오고, 결국 지수와 주가가 상승한다는 걸 뜻한다. 주식 투자 수익은 배당만 있는 게 아니다. 주가 상승도 투자 수익이다. 퇴직·국민연금 등 우리 노후를 책임질 연기금은 모두 주가와 연동돼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많아 대다수 국민이 주가 상승으로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진성준식 주장으로 인해 국민이 누릴 효용이 막힌다면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그 사람은 본인이 지금 어느 정도 잘못을 하는지 모를 거다.”
— ‘주식 주도 성장’이 가능할 거라 보는가? “주가만 높이면 성장, 소비, 분배, 재정의 확장 선순환이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가 그렇게 연동돼 있느냐는 반론이 있다.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폴 크루그먼이 2020년 3월 뉴욕타임스 칼럼에 세 번 쓴 말이다. 그런데도 왜 주식시장을 키워야 하느냐? 거기에 우리 연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은퇴 이후 현금 흐름 때문에 키우는 것이지 GDP 때문에 키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주식이 경제라고 오해한다. 주식시장은 주식시장의 논리가 있고 경제는 경제 논리가 있다. 오늘 주식으로 돈 벌어 내일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두 시장은 무관하다.”

—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한국의 주주 환원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런던대 장하준 교수 등은 주주 환원율이 높아지면 기업의 장기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20년 전에 멈춰있달까. 2010년대 이후 주력 기업은 기술 서비스 업종으로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한다. 주주 환원율이 높다고 투자를 많이 안 한다는 건, 굉장한 설비 투자를 요구하는 산업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다. 은행 등 서비스 산업은 그런 설비 투자를 하지 않는다. 기존 제조업도 서비스업이 붙기 시작하면서 융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도 설비 투자라 해봐야 데이터센터를 짓는 수준이다. 지금은 좋은 인력을 데리고 오는 게 좋은 투자다. 테슬라는 나름 설비 투자 기업이다. 주가가 대폭 상승하니까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로 모은 돈으로 다시 설비 투자했다. 테슬라는 주식시장 생리를 제일 잘 이해한 기업이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설비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한국이 30년 전 중후장대한 제조업을 베이스로 성장할 때는 케이펙스*(Capex)가 늘면서 주주 환원율이 떨어졌다. 아까도 말했지만 주식에 대한 기대 수익은 ‘주가 상승 플러스 소각 및 배당’이다. 성장기에는 주가 상승이 크니까 소각이나 배당이 없어도 된다. 기업 성장기에는 설비 투자가 늘어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주주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에는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소각과 배당을 통해 주주 환원율을 높이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 중이라 설비 투자를 엄청 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펙스(Capex, 자본적 지출):
기업이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토지, 건물, 장비 같은 장기적 자산을 취득하거나 개량하는 데 사용하는 자금을 의미. 오펙스(Opex, 영업 비용)는 급여나 임차료, 마케팅 같이 단기·일상적 지출을 의미.
“부동산 실패한 문 정부, 책상에서만 삼라만상 논하는 양반들 떠올라.”
— 문재인 정부 실패로 ‘부동산 정책’을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채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동의하는가?
“100% 그렇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초 주택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세웠다. 2020년 7·10 부동산 정책 발표 뒤, 7월 말 임대차 3법이 통과하며 임차료가 대폭등했다. 그 이후 모든 선거를 다 졌다. 매매 관리와 임차료 관리에 실패한 탓이다. 주택시장은 결국 매매 시장과 임대차 시장이다. 2020년까지는 매매 시장 관리만 못했을 뿐 임대차 시장에서는 반대표가 없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임차료가 대폭등하며 임대차 시장 관리에도 실패했다.”

— 문재인 정부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책 ‘부동산과 정치’를 보면, 자신들의 정책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로 폭증한 세계적 유동성 탓에 부동산 폭등을 막을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데?
“그 책은 문재인 정부 후반부를 설명하며 전반부 실기를 덮으려는 기만의 도서였다. 책은 2020년부터 유동성이 폭발했다고 어필하지만 2017년 8·2 대책부터 2019년 12·16 대책까지 그 과정에서 불거진 매매 관리 실패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반쪽짜리 책이다. 유동성이 풀리는 과정에 요즘처럼 금융시장 안정 정책을 쓰면 안정화가 가능했다. 문 정부는 금융 정책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자기 실력이 없다는 걸 인증한 책이었다.”
—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놓쳤나?
“지금처럼 은행 대출 규제를 했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도 3년 내내 했다. 2023년 8월, 2024년 9월 은행 대출 규제가 그랬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도 6·27 대책으로 은행 대출 규제가 이뤄졌다. 주택시장이 과열할 때는 은행 대출 규제를 해야 한다. 가계 대출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비가계 대출도 규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가계 대출만 핀셋 규제해서 비가계로의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없었다. 법인을 포함한 사업자 대출이 대폭등했고, 지금도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에 그만큼 무지했다. 강남 좌파는 농사 지을 줄 모르면서 책상에서만 삼라만상을 논하는 양반 계층을 떠올리게 한다.”
— 문재인 정부 때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이런 투자 흐름은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 쏠림을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버렸다. MB 정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통해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10년 보유 시 최대 80%까지 공제해줬다. 사실상 양도세를 없애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가액이 아니라 호수를 기준으로, 집을 몇 채 갖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과세 기반을 만들었다. 두 정부를 거치며, 주택 가액이 아무리 커도 한 채만 갖고 있다면 면제 가액이나 상한 없이 세제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한 채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고착화하면서 부동산이 ‘똘똘한 한 채 시장’으로 굳어졌다. 지방에 계신 지인의 경우 건물과 토지를 처분해 올해 5월 압구정 아파트를 70억 원에 매입할 정도였다. 6대 광역시에서 서울 주택 구입 비중이 원래 20% 이하였는데 지금은 30%를 초과하고 있다.”
— 해결 방법이 있는가?
“세제를 호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면 된다. 비싼 주택을 갖고 있으면 더 많이 세금을 내면 된다. 지금은 130억 원짜리 압구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20억짜리 마포 아파트 2채 주인보다 세금을 덜 낸다.”

“이재명 정부, 전세의 힘을 빼야 한다.”
— 이재명 정부 6·27 부동산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조선일보도 “문재인 정부 때 28번 이어진 부동산 대책의 대출 규제를 모두 합한 것처럼 강력하다”고 평가하더라.
“어떤 의미에서는 강력하다. 대출에 총량제를 걸었고, 가액으로 묶어버렸다. 12억~13억 원의 서울 중위 주택 이상을 매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도 꼼짝 못하게 됐다. 임차인이 나간다고 하면 임대인이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이 나가면 안 된다. 전세가조차 눌러버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세 매물이 너무 줄어서 전세가 2중 3중 가격을 갖는 식으로 부작용이 나고 있다. 한편, 대출 받고 집 사는 사람은 실수요자다.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수요에는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했다.”
— 이후 어떤 정책이 뒤따라야 하나?
“전세 대출 축소 정책이 뒤따르면 좋을 것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문제다. 갭투자*로 지금 LTV* 시스템이 다 와해했다. LTV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전세가 없어야 한다. 전세 대출로 인해 전세가가 인위적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전세 대출을 없애야 전세가 다시 정상화할 것이다. 지금 5억 원까지 해주고 있으니까 한 1억 원까지만 해주면 될 것 같다.”
갭투자: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차이가 작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갭(gap)은 주택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 차이를 의미한다. 아파트 가격이 3억 원인데 전세 보증금이 2억 5000만 원이면 5000만 원을 들여 집을 살 수 있다.
LTV(Loan To Value ratio) 규제:
주택 담보 대출 시 집값(주택의 담보 가치) 대비 대출의 최대 비율을 제한하는 규제. LTV가 70%라면 10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최대 7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 전세는 사라져야 하는가? 내 집 마련이 여전히 필요한 사람에게 전세는 필요한 제도가 아닌가?
“전세가 과거 좋은 제도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LTV를 포함한 모든 금융 대책을 우회하여 리스크 해지(Risk Hedge·투자나 경영에서 예상치 못한 가격 변동이나 손실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거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전략적 행동)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세는 주거 사다리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변 전세 세입자 중 실제 집을 산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전세가 자기 돈이었다. 지금은 전세가 다 대출이다. 과거에는 3억 전세에 살던 사람이 일부 대출을 받아 5억짜리 집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3억 전세 보증금 중 2억 4000만 원은 대출이다. 전세 제도는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매수자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 제도를 용인할 수 있던 이유는 그나마 큰 사고가 안 터졌다는 데 있었다. 그러다 2022년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지며 제도 문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 안정적 주거 복지 정책에 관해 제언한다면?
“청년용 임차 주택 공급이 너무 적다. 대폭 늘려야 한다. 임차 주택이 늘어야 임차료 안정화 효과가 생긴다. MB 때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 때 뉴스테이*는 좋은 정책이었다. 뉴스테이는 전국 KT 전화국 부지를 청년용 임대 주택으로 공급하려 했던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가 도심 유휴 부지를 고밀도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게 뉴스테이다. 왕십리, 영등포에 위치한 뉴스테이는 조그마한 부지에 몇 백 호씩 올라가 있다. 문재인 정부 가장 큰 실패는 뉴스테이를 없앤 일이다. 뉴스테이를 없애지 않았으면 이미 엄청나게 많은 주택이 공급되고 있었을 것이다. 문 정부는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바라보며 ‘박근혜 지우기’에 몰두했다. 문 정부로 인해 기업형 임대 주택은 사라졌다. 일본은 도심 내 임차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관리하는 전대차 업체를 만들어 임대차 시장을 짱짱하게 운영한다. 일본 청년은 집 걱정을 하지 않는다. 주택을 사겠다고 하면 주택 가격의 110%를 빌려준다. 안 사겠다고 하면 100만 채씩 소유한 민간임대주택 기업들이 자기 플랫폼에 거주하라고 하니 정주이동에 문제가 없다. 집을 사도 되고 안 사도 되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우리도 임차 주택이 넘칠 정도로 공급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도입된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정책.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에 주변 시세보다 20~50% 저렴한 가격의 공공주택을 신혼부부와 무주택 서민들에게 대량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
뉴스테이(New Stay):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 주거 복지 정책. 저소득층 위주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중산층을 위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라는 게 특징.
투자는 시스템에 맡기고, 국민은 야구 보는 행복한 삶.
— 이재명 정부 향후 5년의 주택시장 방향성을 제언한다면?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 때 실책을 되돌려야 한다. 첫째, 호수 기반의 세제를 가액 기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똘똘한 한 채로 고착화한 자산시장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가액 기반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 발언은 임기 내 바뀔 거라 생각한다. 미래에는 다른 말씀을 할 거라 생각한다. 이재명은 이때는 이렇게 얘기했다가 저때는 저렇게 얘기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다. 세금이 필요하면 세금에 대해 말할 것이다. 둘째, 도심 내 주택 공급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주택 유형을 다양화해 준공량이 많아지도록 어마어마하게 앞으로 달려야 한다. 셋째, 전세 힘을 다 빼버려야 한다. 예전에는 ‘전세는 착하고 월세는 나쁘다’였다면 지금은 ‘전세가 나쁘다’가 정답이다. 전세에 살다 보면 언제든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정리하면 전세의 힘을 빼라. 도심 내 기업형 임대주택을 늘려라. 세제를 정상화하라.”
— ‘부동산 공화국’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평가한다면?
“대표적 문제가 초저출산이다. 서울 출산율이 가장 낮다. 한국 도시 전체를 보면, 주택 가격에 비례해 출산율이 낮아진다.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20년 후에는 생산 활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명목 성장률이 줄어든다. 한국 도시의 근본적 문제는 고밀도, 그로 인한 높은 주택 가격, 고밀도 지역에 밀집해서 살아야 하는 스트레스, 이런 압력이 비혼, 저출산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인 파산 문제도 여기서 비롯했다.”
—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새 정부에 한다면?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다. 의료 시설을 포함한 정주 환경이 좋지 못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향한다. 나는 ‘국내 이민’이라 부른다. 국내 이민을 막기 위해 지방이 좋은 일자리를 갖춘 도시가 돼야 한다. 도시 이론에서 서비스업이 기능하려면 인구 800만 명 정도는 돼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할 지방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방을 제조업 기반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새 정부는 지방에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 아울러 지방 주택시장이 붕괴한 것도 똘똘한 한 채 때문이다. 조세 제도를 가액 기반으로 개편하면 소기의 성과는 달성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 저성장 시대,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
“주식 용어 중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말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하여 해외 고성장 국가에 돈을 넣기 시작했던 해외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하고 있지 않나? 성장률이 높은 지역으로 투자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선진국의 경우 연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한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투자 공부를 해서 직접 투자에 나서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성장률이 높은 지역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이를 통해 국민 분배가 이뤄진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투자는 시스템에 맡기고, 국민들은 맥주 마시며 야구 보는 게 행복한 삶 아니겠나.”
와타나베 부인: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본 투자자들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 원래 고수익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일본 주부 투자자를 의미했으나 일본의 개인 투자자나 자금을 대표하는 용어로 쓰인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외화 자산에 투자하여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채상욱은 누구.
- 1978년생. 2004년 아주대 건축학과 졸업. 2018년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 졸업.
- 지난 10여 년간 하나증권의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근무.
- ‘한국경제신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3년 연속 건설 부문 1위, ‘매일경제신문’ 9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
- 정부와 국회, 민간의 다양한 자문위원회 활동.
- 저서로 ‘아파트, 이 가격 오면 사라’, ‘부동산 공부는 처음이라’, ‘대한민국 부동산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머니 트렌드 2024’(공저), ‘뉴스테이 시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 ‘피크아웃 코리아’(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