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낮은 PBR은 한국 주식 시장 고질적인 저평가 원인… 진성준 “개미들은 겨우 몇 천 원, 조세 정의 회복이 우선.” (⌚8분)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흐르게 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재명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식 시장 선진·활성화가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밝히며 ‘개미’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민주당 의원 이소영은 입법으로 ‘주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했다. 배당 성향이 평균보다 높은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관해선 종합소득에서 분리과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소액 주주가 기업 경영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고적 주주제안권’이 담긴 상법 개정안도 내놨다. 모두 저평가된 국내 증시를 활성화하는 입법이다.
민주당 경제 연구 모임 ‘경제는 민주당’(대표 의원 김태년)이 29일 이소영을 연사로 불러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소영은 “부동산 시장에 돈이 들어가면 주거비가 올라 서민이 고통을 겪지만, 자본시장에 돈이 들어가면 우리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투자가 활성화한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의 네 가지 요구가 있다?
- 이소영은 한국 주식시장에 네 가지 오랜 요구가 있다고 했다.
- 첫째, 국내 기업의 후진적 거버넌스(governance)를 개선해 달라. 기업 내 의사 결정 시스템,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과 기능, 경영자와 주주의 관계 등을 선진화하라는 요구다. 민주당이 주도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요구에 부응한 법안이다.
- 둘째, 기업의 낮은 배당을 개선해 달라. 지난 10년간 한국의 평균 배당 성향*은 26%다. 미국(42.4%), 일본(36%), 영국(129.4%) 등 선진국 평균은 49.5%고, 대만(55%), 중국(31.3%), 인도(38.5%) 등 신흥국 평균도 39.6%에 달한다.
- 셋째, PBR*(Price Book value Ratio)을 높여야 한다. PBR은 기업 자산 가치에 비해 주식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기업이 시장에서 장부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대다수 한국 기업 PBR은 1이하다. 주가가 자산 가치보다 못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 넷째, 자사주를 악용하는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대주주가 회사 돈으로 자기 주식을 사서 경영권 방어하는 데 쓰고 있다. 자사주 소각 등 처분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
📌 배당 성향.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 얼마를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지급했는지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 (배당금 총액 ÷ 당기순이익) × 100 또는 (주당 배당금 ÷ 주당 순이익) × 100으로 계산한다.
📌 PBR(Price Book value Ratio).
주가를 기업의 1주당 순자산가치(BPS, Book Value per Share)로 나눈 비율. 주식의 시장 가격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PBR이 1보다 크면 주가가 장부 가치보다 높아 고평가된 상태로, PBR이 1보다 작으면 주가가 장부 가치보다 낮아 저평가된 상태로 해석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왜 필요한가.
- 현 소득세법은 연 2000만 원까지 배당·이자 등 금융소득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 분리과세하면 세 부담이 줄어든다.
- 이소영이 지난 4월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의 골자는 세 가지다. ①배당 성향 35% 이상인 상장법인의 배당에 한해서 ②세율(지방세 포함)을 2000만 원 이하 15.4%, 3억 원 이하 22%, 3억 원 초과 27.5%로 분리과세한다. ③박근혜·윤석열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으로 3년의 한시적 특례를 줬던 것과 달리 소득세법을 개정해 틀 자체를 바꾼다.
- 왜 한국 기업은 배당하지 않을까. 이소영은 “배당에 대한 세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어떤 기업이 100억 원을 순이익으로 남겼다. 대주주가 이를 배당하지 않고 모두 급여로 가져가면 49억 5000만 원은 소득세(지방세를 포함한 최고 소득세율 49.5%)로 내야 한다. 세금을 내고 남은 50억 원은 주주들과 나누지 않고 독식할 수 있다.
- 대주주 지분을 10%라 가정하고 순이익 100억 원을 모두 배당한다고 해보자. 90억 원은 소수 주주 몫이고 대주주는 10억 원을 가져가는데 여기에도 49.5%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손에 쥐는 건, 5억 원뿐이다.
- 대주주가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하다가 지분 전부나 일부를 매도할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도 27.5%로 49.5%보다 낮다. 결론은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 체제는 기업의 배당 유인을 현격히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왜 최고 세율이 27.5%였나.
- 현재 대주주는 주식 양도 차익에 관해 3억 원까지 22%(지방세 포함), 3억 원을 초과하면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식을 팔아 100억 원을 벌면, 세금으로 27억여 원을 내야 한다. 이소영이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27.5%’는 양도소득세율과 일치시킨 결과다.
-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를 참고하면, 기업 의사 결정권자 입장에서 ‘배당’과 ‘이익 유보 후 주가 반영으로 양도 차익 실현’은 수평적 선택지이기 때문에 양자의 조세 부담을 일치시키면 세금에 의한 의사 왜곡을 줄일 수 있다.
- 이소영도 “모범적으로 배당을 열심히 하는 기업이라는 전제에서 배당소득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일치시켜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대주주 입장에서 굳이 지분 양도를 고려하기보다 배당을 강화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주주 님아 세금 줄여 줄게 배당 좀 늘려다오)
왜 배당 성향 ‘35%’가 기준인가.
- ‘배당 수령자 세금 인하’가 아닌 ‘배당 확대 유도’를 정책 목표로 삼는다는 게 이소영 주장이다.
-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하나의 기준이다. 현재 삼성전자 배당 성향은 29%. 대만, 중국, 인도 등 신흥국 평균인 40%에 맞출 경우 무려 11%P나 올려야 한다. 과도한 목표는 도전하게 하기보다는 포기하게 한다. 그에 비해 6%P 상승은 달성 가능한 목표치라는 거다.
- 참고로 국내에 등록된 법인 100만 개 중 상장기업, 그 중에서도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은 308개(상장법인 중 11%)다.
‘세수 감소’ 우려는 없나.
-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소영이 추계한 세수 감소분은 2000억 원대다. 다만 배당 성향 35% 미만 기업(상장법인 중 89%)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배당을 확대하는 적극적 움직임이 생긴다면, 배당금 총액이 커지면서 배당소득세 전체 세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 “현재 배당 성향 29%인 삼성전자가 대주주 이익이나 주주 압력을 고려해 35%까지 끌어올리면 배당액이 2조 원 증가한다. 이 가운데 1000억 원은 대주주 일가한테 가고, 나머지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과 개인 ·기관 투자자 몫이다. 삼성전자 대주주가 내던 세금은 줄 수 있지만 배당액 증가로 전체 세수는 수백 억 원 늘어날 것이다.”
- 최근 주가 상승으로 농어촌특별세, 증권거래세 등 거래세 세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증권사 법인세가 수천 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 효과’가 분리과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게 이소영의 관측이다.
‘이가탄’은 왜 40년 만에 상장에 도전하는가.
- 기업 오너들은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다. 회사 승계 시 주가에 비례해 상속·증여세를 내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보면, 주식에 관해 시장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오너 입장에선 주가를 억눌러 세금을 회피할 유인이 발생한다. 낮은 PBR의 원인이기도 하다.
- 잇몸 질환 치료제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은 설립 후 40년간 비상장회사였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승계 비용을 낮추기 위한 조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산 가치보다 낮은 시가총액을 형성하게 되면, 가격 괴리를 활용해 과세표준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은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중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소영은 “(한화그룹) 자산은 250조 원이다. 그런데 증여세는 2200억 원 냈을 뿐”이라며 “비상장회사가 하는 것처럼 자산과 수익을 평가해 주가를 따졌다면 세금을 1조 원 이상 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이소영은 지난 5월 상장주식 시세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비상장주식처럼 자산 및 수익 가치를 반영해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이른바 ‘인위적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재벌 대기업의 ‘주가 누르기’를 방관하는 것이야말로 ‘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 기업공개(IPO).
비상장기업이 상장을 위해 주식과 경영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과정. 기업은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재무 상태, 사업 내용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고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모해 자금을 조달한다. 상장은 IPO 절차를 거쳐 기업이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공식 등록해 그 주식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IPO가 과정이면, 상장은 결과인 셈.

민주당서 “이의 있습니다” 반론 터져 나와.
- 민주당 모두가 이소영 법안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당 정책위의장 진성준은 “우리 기업들은 외국에 비해 주주 배당이 지나치게 적다.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부자 감세’를 우려했다.
- “배당소득이 극소수에 쏠려 있는 현실을 잘 살펴야 한다. 2023년도 기준 상위 0.1%에 해당하는 1만 7464명이 전체 배당소득의 45.9%(13조 8842억 원)를 가져간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약 7억 9500만 원에 이른다. 상위 1%로 확대하면 전체 배당소득의 67.5%(20조 3915억 원)를 차지한다. 주식 투자자 100명 중 1명이 전체 배당소득의 70%를 가져가는 셈이다.”
- “배당소득세제 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극소수 주식 재벌들만 혜택을 받고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세제 개편으로 기업 배당이 반드시 늘어난다고 볼 수 없지만, 배당이 늘어난다고 해도 개미 투자자들은 겨우 몇 천 원의 이익을 보는 데 반해 극소수의 재벌들은 수십 억 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이를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 이소영·진성준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강화하는 당정 방침을 두고도 맞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완화한 대주주 기준(10억 원→50억 원)을 이재명 정부가 되돌린 것(50억 원→10억 원)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 진성준은 “지금은 주식 재벌 감세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에게 공정한 세제 개편으로 조세 정의를 회복해야 할 때”라며 환영했고, 이소영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 원을 넘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 되는 주식 10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논쟁 그 후, 보수적 개편안 꺼낸 기재부 “분리과세하되 최고세율 38.5%.”
- 기획재정부는 31일 ‘2025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키로 했다.
- 기재부 안은 ①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면서 배당 증가분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인 상장사에 한해서 ②세율(지방세 포함)을 2000만 원 이하 15.4%, 3억 원 이하 22%, 3억 원 초과 38.5%로 분리과세한다는 게 골자다.
- 이소영 법안과 비교하면, 분리과세 기준이 되는 배당 성향이 5%P(35%→40%) 높고, 최고세율도 11%P(27.5%→38.5%) 높다. 더 보수적 개편안이다.
- 이소영은 기재부 안에 “제도 도입 자체는 환영한다. 그러나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다”며 “좀 더 과감한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최고세율이 38.5%보다 많이 낮아져야 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재부는 이 밖에도 법인세율 4개 과세표준 전 구간에 세율을 1%P씩 높였다. 윤석열 정부가 일괄적으로 인하했던 법인세율을 문재인 정부 때로 되돌린 것이다.
-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강화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낮췄던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수준으로 복원했다.
- 이소영은 증권거래세 복원에 “거래세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했던 것이라 복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감세 정책으로 국가 재정 결손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많은 국민이 납득해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 자본주의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냐’ 다시 떠오른 논쟁.
-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주주 친화적 제도 개선’을 둘러싼 장외 논쟁도 한창이다. 세계적 석학 런던대 경제학 교수 장하준은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 후 주주 자본주의 강화 흐름에 브레이크를 만들지 않으면 단기 주주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정승일도 과도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면 “한국의 상장 대기업들은 쇠퇴의 길로, 재무적 부실화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적잖다. ‘기술 주도 성장’에 부응하고 싶어도 투자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 반면, 한양대 경영대 교수 이창민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개혁을 통해 기업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정당성, 그리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왜 한국 재벌들은 배당도 하지 않고, 설비 투자도 꺼리면서 계열사를 쪼개고 합치는 ‘레고 놀이’에만 집착하는가. 그 이면에는 총수 일가의 전횡이 있으며,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 없이는 기업의 미래 지향적 의사 결정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