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데이터] 윤석열 구속 이후 여론조사 응답률 역대 최고 수준… 중도는 여전히 민주당 우위.
대통령 구속되고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다시 역전돼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0%와 38%를 기록했다. NBS 전국 지표조사도와 리얼미터 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국민의힘의 지지율 반등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추세적이다.
- ‘탄핵 반대’가 강력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 보수 성향 응답자 비율이 늘어나는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했거나 스스로를 ‘중도’라고 말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보수’로 옮겨 왔을 가능성이 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샤이 보수’라더니, 과다 표집이라고?
- 한국갤럽이 이례적으로 과다 표집 논란을 반박하는 리포트를 냈다. 한국갤럽의 지난 10년 데이터를 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 비율이 많을 때도 있고 보수 성향 응답자 비율이 많을 때도 있다.
- 한국갤럽에 따르면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도 스스로를 진보라고 평가하는 응답자가 37%까지 늘었고 2021년까지 진보 우위 흐름이 이어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 역전돼 한동안 보수 응답자 비율이 더 높거나 비슷한 추세가 계속됐다.
-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진보와 보수의 성향 분포가 10%포인트 격차를 넘지 않았다. “스펙트럼 양 끝에 진보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있고 정치적 지향이 뚜렷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상황에 따라 중간 지대를 넘나들면서 나타나는 변동성”이라는 설명이다.

- 최근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발견된다. 지난해 12월은 평소보다 진보 성향 응답자 비율이 높았고 1월에는 보수 성향 응답자 비율이 높았다.
- 한국갤럽은 “속도가 전례 없이 빨랐을 뿐 과거의 변동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 슬로우데이터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연령과 인구는 엄격하게 표본 비율을 맞추지만 정치적 성향은 정해진 비율이 없고 그때그때 달라질 수밖에 없다.
- 비상계엄 전후로 한국갤럽 응답자 이념 성향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진보 성향 응답자 비율이 크게 늘었다가 1월 들어 줄어들면서 보수 성향 응답자 비율이 늘었다.

- 1월 들어 보수가 과다 표집됐다고 하려면 12월에 진보가 과다 표집됐다고 말해야 공정한 평가가 된다.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으면, ‘보수 과표집’이라고 하고, ‘민주당’ 지지도가 높으면 ‘진보 과표집’이라고 하는 건,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 지지도가 높으면 여론조사 못믿겠다는 주장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응답률 역대 최고 수준.
- 1월 넷째 주 한국갤럽 조사 응답률은 16.4%다. 11월 넷째 주 11.0%에서 크게 올랐다.
- (11월 넷째 주에는 2만696개 번호에 전화를 걸어 1001명이 끝까지 응답하고 8066명은 중간에 전화를 끊었다. 1월 넷째 주는 1만5302개 번호에 전화를 걸어 1000명이 끝까지 응답했고 5111명이 중간에 전화를 끊었다. 접촉 실패는 1만1514건과 9095건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 조사 중간에 전화를 끊는 사람이 줄었다는 건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한다는 이야기다.

- 100% RDD(랜덤 전화 걸기) 방식을 도입한 2023년 하반기부터 보면 응답률이 한때 10.4%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비상계엄 이후 크게 올랐다.

- 국제기준 응답률(AAPOR)을 보면 1월 넷째 주 6.6%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국제기준 응답률은 접촉률과 응답률을 곱한 개념이다. 몇 통의 전화를 걸어 실제로 몇 명이 끝까지 응답했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 단순히 응답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더 정확한 조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한다는 건 투표소에 갈 가능성도 더 높다는 의미다.

더 깊게 읽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양쪽으로 쏠림 현상.
- 여론조사를 싸게 빨리 끝내려면 여러 번호로 전화를 돌려 표본을 맞추면 된다.
- 그런데 한 번 안 받는다고 해서 다른 번호로 옮겨가면 자칫 정치 고관여자들의 비중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콜백) 응답을 받아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주요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치솟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는 성향의 응답을 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 한국갤럽은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한국갤럽은 5회 이상 콜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적은 수의 번호로 충실하게 콜백해 사태 이전의 접촉률을 유지하도록 조사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큰 흐름은 진보 우위에서 보수 우위로.
- 지난 10년 동안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의 비율을 보면 진보 우위에서 보수 우위로 판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과거 데이터를 보면 스스로를 진보적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비율이 연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보수 성향 응답자 비율이 늘어난다는 건 윤석열 탄핵 이후 치러질 대선이 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위로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탄핵 찬성’ 여론과 ‘민주당 지지’ 여론 사이에는 20%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있다.
8년 전과는 다르다: 여론조사의 착시 현상.
- 박근혜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궤멸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까지 합쳐도 지지율이 20%가 채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만 2019년 조국 사태 이후로 살아나기 시작해 2022년 대선 전후로 43%까지 치고 올라왔다.
-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는 좀 더 빠르게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보수 성향 응답자만 따로 놓고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12월 둘째 주 기준으로 57%까지 빠졌다가 1월 들어 79%까지 올랐다.
- 실제로 본선 경쟁력은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는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가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것도 그만큼 보수 진영의 대안이 없다는 방증이다.

결론과 전망: 양극화된 정치, 중도의 캐스팅 보트.
- 윤석열 탄핵 이후 보수 성향 응답이 늘어난 이유는? 보수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다.
- 중도 성향 응답자들의 추이를 눈여겨봐야 한다. 1월 넷째 주 기준으로 여전히 민주당 지지율이 44%로 국민의힘 지지율 24%를 두 배 가까이 앞선 상황이다.
-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다.
- 한국 정치는 결국 누가 중도를 잡느냐의 싸움이다. 아직은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다. 여론조사의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핵심 정리: 보수는 결집, 중도는 관망 중.
- 여론조사의 구조적 한계지만 그나마 여론을 읽는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 12월에는 진보 성향 응답자 비중이 컸고 1월에는 보수 성향 응답자 비중이 컸다. 탄핵 이전과 비교하면 중도 성향 응답이 줄었다.
- 이미 2001년부터 주요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의 비중이 진보 성향 응답자의 비중을 뛰어넘었다. 과거 몇 차례 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론조사보다 낮게 나온 것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이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문재인 정부 이후 중도 성향 응답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낮아진 상태지만 여전히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 중도 성향 응답자들의 이재명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눈길을 끈다. 탄핵 직후 39%에서 1월 넷째 주는 30%로 줄었다. 민주당 지지율도 46%까지 올랐다가 37%로 떨어진 상태다.
-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상당수 여론조사 업체가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했던 걸 돌아봐야 한다. 선거는 기세다. 여론조사는 큰 흐름을 읽는 정도로 참고하는 게 좋다.

내란당 지지자들이 공정하고 똑똑한척 하려고 할때 자기가 중도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그런 인간들이 위기감 느끼고 본색을 드러낸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