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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의 북라이딩] 일본 극우의 뿌리는 만들어진 신화? 다카이치 지지율을 40%대로 끌어내린 여성 덴노 금지법의 내막. 건진법사 전성배 집에서 발견된 아마테라스 신단의 정체. (⏳5분)

🎠마냐의 북라이딩 📚

일본 극우의 뿌리, 만들어진 신화

🔖 호사카 유지, 극우의 신화 일본 (2026)

다카이치 지지율이 추락한 이유

올초 7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지지율이 최근 40%대로 주저앉은 배경에는 남자만 일왕을 승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문제가 됐다. 아이코 공주 외에 온갖 방계 남자를 찾을 지경이다. 하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왜? 사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2006년 이 주장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현재 일본 황실의 가계도. 현재 덴노(天皇; 천황)에겐 슬하에 외동딸(아이코)뿐이다. 아이코 공주가 (여성으로서) 덴노를 승계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아주 좋은 편이다. 요미우리신문 조사 69% 찬성, 마이니치신문 조사 72%. 그래서 여성 덴노를 금지하는 현재 법을 개정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다카이치 내각이 개정한 법은 여성 덴노 가능성을 더 원천 차단하고, 남성 덴노를 위해 황족의 범위를 38촌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편집자) 사진은 ‘박가네'(유튜브)에서 재인용.

신화속 초대 일왕의 Y염색체를 남자가 이어야 한다는 것은 그의 소신이고, 일본 극우들의 염원이다. 일왕이 ‘살아있는 신’이고, 일본인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해서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세게관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2026년에도 유효한 이야기인가?

건진법사 전성배 집에서 발견된 아마테라스 신단

일본 역사문화 연구를 이어온 호사카 유지 고려대 특임교수는 널리 알려진 일본통. 1988년 유학온 뒤 2003년 귀화한 한국인으로서 이번에는 일본 극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 신념의 실체를 ‘극우의 신화 일본’으로 내놓았다. 마침 윤석열 김건희 측근 건진법사 전성배의 집에서는 일본 최고신 아마테라스의 신단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그는 그냥 넘겨버릴 수 없었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그림 가운데 맨 위 여신) 일왕가의 기원이자, 일본이라는 나라의 탄생을 상징하는 최고신. (책 6~7쪽)

그는 “아마테라스의 부활은 그를 근거로 삼았던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의 기억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일본에서 강경보수 세력이 힘을 얻을 때마다 낡은 신들의 이름이 정치적 언어로 재소환된다”고 지적했다.

  • 아마테라스
  • 초대 일왕 진무(神武)
  • 제40대 일왕 덴무(天武)
  • 그리고 ‘삼한정벌’의 주인공으로 신격화된 진구황후(神功皇后)

다카이치 총리는 초대 일왕 진무가 즉위했다는 나라 현 기시하라 출신으로서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거나, ‘진무와 덴무 일왕의 피를 이어받은 여전사’라는 일각의 평을 즐겨왔다.

8일 북살롱 오티움에서 북토크를 가진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마테라스와 진무, 진구 여왕은 신화 속 인물일 뿐이고, 단군신화와 마찬가지로 이를 현실로 끌고 오는 것은 날조라고 강조했다.

북살롱 오티움에서 북토크에 나선 호사카 유지 교수. 2026년 8월8일.

8세기에 ‘창작’된 역사 고사기와 일본서기

4세기에 진구 여왕이 삼한을 정벌하고 신라, 백제, 고구려가 조공국을 자처했다는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금시초문이다 싶었더니 일본 정통 사학자들도 허위라고 결론내린 신화란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신화에 실체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진구 여왕의 후예라며 조선 침략을 미화했고, 2차 대전에 나섰던 히로히토 일왕도 관련 내용을 필사하며 익혔다고 한다. 진구 여왕은 일본 최초의 화폐 1엔의 주인공, 10엔 우표의 얼굴이었다. 진구 여왕의 삼한정벌은 2차대전 패전 이전 소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역사란다. 그런데 이 신화의 뿌리는 8세기 사건이다.

4세기 신라, 백제, 고구려를 조공국으로 만들었다는 진구 황후. 이는 ‘삼국지’, ‘삼국사기’ 등 다른 역사서에 없는 내용으로 식민사관을 정당화하려는 허위 기록이라는 것이 역사학계 일반적 견해라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기록했다.

당시 덴무 일왕은 정통성이 부족했다. 그는 신라에 패배했던 히미코 여왕이라는 3세기 실제 인물을 지워버리고, 대신 승리한 진구 여왕, 그 이전 아마테라스, 진무까지 창조해 자신이 후예라고 했다. 히미코는 결혼을 하지 않아 피가 이어진 조상으로 연결하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책 ‘고사기'(712)와 ‘일본서기'(720)는 이렇게 탄생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히미코의 실패한 신라 침략을 진구 황후가 멋지게 승리한 전쟁으로 바꾼 팩션. 호사카 유지 교수는 “마치 세조가 단종을 끌어내린 뒤, 자신이 어떤 핏줄인지 신화를 창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정치인들이 어떻게 이 신화를 끌고 왔는지, 이를 본격 이념 체계로 발전시킨 에도 시대 학자들의 논리는 무엇인지, 최대한 알기 쉽게 정리했다. 대학생들의 토론으로 바꿔서 마치 소설처럼 풀어나가거나, 직접 에도 시대 성리학자로 빙의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이야기책 보듯이 읽고 나면 황당한 여운이 길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고, 지금도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고? 건진법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미테라스를 모신거지?

종교의 자유 방패 삼아 신화를 옹호한 일본 극우

신화를 허구라 단정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식으로 그들은 버텼다. 메이지 이후 국가 신도라는 이름의 광신적 체제를 구축해 “국민을 병사로 만들고 신사를 병영으로 만들며 교과서를 전쟁 선전물로 만들었다”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칼로 세운 권위는 언젠가 무너지지만 신사 기둥에 새겨진 이름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신화로 역사를 날조하고 종교처럼 섬겼다. 나라가 오래 가려면 법령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에도 시대 학자들은 사람의 머릿 속에 정답을 심기로 했다. 일본 여행에서 만난 각지의 근사한 신사 상당수가 이같은 신화 속 존재 이유가 있다.

“신화가 단지 옛이야기가 아니라 국가가 원하는 질서를 정당화하는 공통 이념으로 굳어질 때 그 신화는 정치적 도구가 됩니다. 교육과 제도가 그 이념을 국민 정체성으로 주입하는 순간 비판은 어렵고 복종이 요구됩니다.”

저자는 “무사의 나라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의 나라”라고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날조된 신화를 믿거나 의지하는 극우가 아직은 일본 인구 1%라고 하지만 그 200만명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언제든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패전 이후 온건보수로 출발한 일본 자민당은 강경보수로 우경화된지 오래고, 극우 성향 참정당이 선거에 승리하며 약진하고 있다.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실장은 ‘네오콘 일본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2011년 3.11 대지진이 일본의 성찰과 개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경화와 퇴행의 변곡점이 됐다고 지적했는데, 점점 더 바람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가시하라 신궁 토리이(鳥居, 도리이; 신사 입구에 세우는 기둥문). 위키미디어 공용.

자위대가 일본 헌법에 적히는 날이 올까?

한때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국민들이 개헌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가지도록 바꿨다. 전쟁과 전력 보유를 금하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안까지 갈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인데 호사카 유지 교수는 어떤 개헌이냐, 개헌의 범위에 따라 지지가 달라진다고 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묻어두었던 군사 강국, 제국의 야심이 언제 어떻게 발화하고 개화할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핵무기를 갖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에서도 슬쩍 물러나 반입의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다카이치 정부가 일본판 중앙정보국(CIA)라는 국가정보국도 패전 이후 처음 신설하기로 했다는 점, 자위대의 한반도 재상륙을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계엄이 일어났던 2024년 여름, 당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가 엄청난 논란에 휩쌓였던 문제적 협정인데 이재명 정부는 국민 정서를 내세워 신중한 태도로 선회한 상태다.

책의 말미에 ‘소문에 따르면’이라고 전제한 저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준비 과정에서 ‘충성 1000’, ‘충성 8000’이라는 작전명이 사용됐다고 했다. 일본의 애국가 기미가요에 나오는 ‘지요니 야치요니(千代に八千代に, 천대에, 팔천 대에) 이어져야 한다”는 부분에서 나왔다는 게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3월9일부터 정확히 1000일이 된 2024년 12월3일 계엄이 선포된 것은 정말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일본 극우의 신화를 쫓다가 쓸데 없는 상상이 이어지는 것은 건진법사의 아마테라스 신단 탓이리라. 더더욱 지피지기, 일본 역사 예사롭지 않다.

해상자위대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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