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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의 북라이딩] 우리는 중국요리를 모른다! 훌륭한 번역으로 재현된 중국요리의 낯설고 광활한 미식의 세계. 함께 즐거워지는 중국요리 인류학 보고서 ‘웍과 칼’ (⌚8분)

📚마냐의 북라이딩🚴

우리는 중국요리를 모른다!

흑백요리사는 그저 두부나 당근만으로도 상상 초월 다채로운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재료에 어떻게 열을 가해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때로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주는 선물이다. 각 지역과 나라별로 다른 요리는 그 문화를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가이드다. 하지만 세계의 음식을 모두 먹어볼 수는 없는 법. 이럴 때 제대로 된 안내자를 만나면 대리 체험도 맛이 달라진다.

함께 즐거워지는 중국요리 인류학 보고서

‘웍과 칼’ 저자 퓨샤 던롭은 서양인 최초로 1990년대에 쓰촨 고등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30여 년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문화를 탐구한 인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BBC에서 아시아 뉴스를 편집하던 저자는 여행 갔다가 중국 음식에 반해 방향을 틀었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 열정과 부단한 노력은 30년 세월을 중국 미식으로 채웠다. 1990년대부터 언론에 중국 음식점 리뷰를 시작해 요리책, 중국 여행기 등을 냈던 그에게도 이 책은 작심한 역작. 그 미식 탐구의 시간과 경험을 나눠주는데 원제목(Invitation to a Banquet)처럼 연회 초대다. 함께 즐거워지는 중화 미식 인류학 보고서다.

미식의 즐거움은 2300년 전 굴원의 시 ‘초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떠나간 영혼을 부르는 시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맛있다.

온 집안이 모두 모여 갖은 음식 차린다네
쌀 기장 보리 좁쌀 한데 섞어 밥을 짓고
쓰고 짜고 신 맛에 매콤달콤도 함께 넣어
살진 소의 힘줄 끓이니 향기롭기 그지없네
신맛 쓴맛을 섞어 오나라 국물이 따로 없다
자라 삶고 양을 굽고 사탕수수즙을 내어
고니는 새콤하게 물오리는 국 끓이고
기러기와 왜가리는 기름 둘러 지진다
닭고기는 삶아내고 자라는 고아 내니….. (후략)

우리는 중국요리를 모른다

저자가 한탄하는 것은 중국 이민자들이 만들어낸 찹수이, 오렌지 치킨, 몽골리안 비프 등 ‘아메리칸 차이니즈’를 중화요리로 오해하는 서구다. 우리가 탕수육과 짜장면을 중국의 대표 음식으로 여기는 것도 비슷하다. 일단 볶고 튀기는 기름진 이미지를 버리자. 중국 미식 참고문헌인 ‘식경’은 중국에 1만 가지가 넘는 식재료가 있고, 그중 약 3,000가지가 일반적으로 쓰인다고 했다. 하나의 재료로 수십, 수백 요리가 나온다. 두부 종류만 따져도 끝이 없다.

”압축하지 않아 크림 캐러멜처럼 부드럽고 비단결 같은 두부는 달콤한 시럽과 함께 먹거나, 자극적 조미료와 향신료를 섞어서 먹는다…. 스위스 치즈처럼 단단한 두부 조각은 얇게 썰어 볶거나 샐러드에 넣어도 모양이 유지된다. 황금색으로 튀긴 두부를 탕이나 소스에 넣으면 국물을 흡수해서 그 맛을 한껏 머금게 된다. 압축해서 만드는 더우푸피는 매듭처럼 묶어 조림에 넣거나 얇게 잘라서 샐러드에 곁들여 먹는다. 하룻밤 얼린 두부 둥더우푸는 녹으면 벌집 모양의 스펀지처럼 되는데 탕과 찜에 넣으면 국물을 흡수해서 풍미를 한껏 머금게 된다. 발효 두부, 안후이의 마오더우푸(모두부)는 갓 내린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곰팡이로 덮여 있으며, 냄비에 볶아서 매운 소스를 찍어 먹으면 치즈와 구별할 수 없다. 윈난 남부에서는 소금에 절인 두부 조각을 숯불에 구워 매운 양념에 찍어 먹는다. 저장에서는 얇은 두부를 돌돌 말아서 노란색으로 변해 거의 부패 직전까지 놔두는데, 마치 숙성과 부패의 경계에 있는 블루 치즈 스틸턴처럼 강렬하고 거친 맛이 난다. 귀저우 서부에서는 볏짚으로 겹겹이 쌓은 냄새 나는 두부 취두부를 판다. 프로방스 수제 염소 치즈 같다…”

서구권에서 넓은 목초지에 대두를 재배해 소에게 먹이고 사람이 마실 우유를 얻는 대신, 소라는 중간 단계를 배제하고 대두에서 바로 두유와 치즈 같은 두부를 만들어낸 것도 새삼 자연 친화적이란 느낌. 아시아, 중국의 음식은 폄하되어 있다는 게 저자가 지적이다. 서구의 유명 셰프가 하면 예술이고, 중국에서 하면 야만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저자는 개미나 순록 음경을 메뉴에 올려 천재 요리사로 부상한 덴마크 셰프, 소 내장과 생선 부레를 써서 선풍적 인기를 끈 영국 셰프를 사례로 들면서, 중국인이 오리 혀 등으로 놀라운 요리를 만들면 절박한 농민이나 잔인한 야만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신사들이 ‘사냥감’을 먹는다면, 중국인들은 늘 ‘야생동물’을 먹는다는 식이다.

튀기고 볶는 건 극히 일부

웍에서 튀기고 볶는 건 맞지만, 웍은 찌고 끓이는데도 쓰인다. 저자는 쓰촨 고등 요리학교 시절 56가지 조리법을 배웠다고 한다. 중화요리의 미묘함과 복잡함은 책에서 4페이지에 달하는 조리법에 대한 중국 단어 목록만 봐도 놀랄 지경이다. 서양에서는 예외적 조리법인 찜, 프랑스인들조차 적절한 단어가 없어 ‘증기를 이용한 요리’라고 부르지만 중국은 찜도 종류가 많다.

식재료에 쌀가루를 입혀 찌는 펀정, 식재료를 담백하고 맑게 쪄내는 칭정, 식재료를 담고 그릇을 밀봉하여 찌는 한정, 식재료를 미리 삶았다가 찌는 사오정, 식재료를 튀기기 전이나 후에 찌는 자정, 된반죽이나 푸딩 형태의 식재료를 찌는 가오정, 속을 채운 식재료를 통째로 찌는 랑정.

평범한 재료도 특별한 기술, 궁푸(공부)가 더해지면 달라진다. 이미 13세기에 생선 살로 국수를 만들고, 섬유질이 많은 버섯 줄기로 매콤한 육포를 만들고, 싱거운 유자 속껍질로 요리를 냈다. 19세기 양저우 만한전석에 나온 더우푸겅은 부드러운 두부를 머리카락만큼 가늘게 수천 가닥으로 잘라 섬세하게 육수에 띄웠다고 한다.

낯설고 광활한 미식 세계

식탐 많은 인간에게는 희망 고문 같은 요리 설명이 이어진다. ‘쑹사오위겅’, 쏭 부인의 생선국은 항저우의 별미라는데 피난 온 송나라 황제를 만족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그저 매운탕의 일종일 텐데 대체 쏭 부인은 무슨 맛을 낸 것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 ‘겅’은 걸쭉한 탕이라는데, 2000년 전 한나라 연회에서도 첫번째 코스였다.

18세기 90가지 요리가 나왔다는 양저우의 한 연회에서는 오리 혀, 돼지 뇌, 두부 등 단순한 겅부터 맛조개와 무, 돼지 위와 해조, 상어 지느러미와 게살, 닭 국물을 넣은 상어 껍질, 거위 물갈퀴와 모래주머니 등 다양한 식재료를 조합하여 만든 겅이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생선국을 좋아했던 황제, 만두를 좋아했던 황제, 중국 미식 역사에는 희귀한 맛만 있는 게 아니다. 18세기 건륭제가 가장 좋아했다고 알려진 요리는 우딩바오(오정포). 황제는 “영양이 풍부하지만, 너무 보양식답지 않고, 맛있지만 너무 진하지 않고, 기름지지만, 너무 느끼하지 않고, 바삭하되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고,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너무 물렁물렁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음식을 주문했다. 요리사들은 궁리 끝에 해삼, 닭고기, 돼지고기, 겨울 죽순, 민물 새우를 잘게 썰어 바오쯔(만두)를 만들어 올렸단다.

제철 재료가 다한다

18세기 미식가 원매는 요리책 ‘수원식단’에서 성공한 연회는 60%가 요리사 덕이고, 40%는 올바른 식재료의 선택이라고 했다. 사계절에 따라 세상 만물이 절정에 달했다가 쇠퇴하고, 그 찬란한 정수는 모두 소진되는’ 그 과정에서 제철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란! 저자가 3월에 상하이 미식 클럽을 경험한 이야기는 봄빛이 가득하다.

”절인 돼지고기와 신선한 돼지고기, 봄 죽순을 넣고 끓인 상하이 전통 요리 옌두센의 그윽한 국물을 마시고, 청명절 직전에 가장 맛있다는 민물 달팽이 요리를 즐기고,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나는 지금이 제철이라는 쑤저우식 거북이 요리를 맛보았다.”

거북이 요리는 유채씨 기름을 써야 제맛이 난다니. 하이라이트는 딱 그 계절에 먹어야 할 은색 생선 웅어. 웅어로 만든 군만두가 마지막 코스였단다.

동파육으로 이름을 남겨버린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음력 4~6월 양쯔강을 헤엄쳐 오는 준치를 찬양했다.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풍미다.

여린 생강과 자색 식초로 은빛 생선을 구워
눈처럼 흰 그릇에 2척 남짓 물고기 담아내면
복숭아꽃에 아직 봄기운 남아 있는데
이 풍미는 순채나 농어보다 낫구나

조화와 궁합

음식도 조화가 관건인지라, “무미한 생선 부레에 진하고 콜라겐이 풍부한 육수를 곁들이고, 육내 나는 소고기에는 생생한 셀러리를, 담백한 동과에는 감칠맛 나는 건새우를, 기름기 풍부한 삼겹살찜에는 아삭한 물밤을, 풍미가 강한 양고기 요리에는 부드러운 무를, 아무 맛 없는 해파리에는 향기로운 식초를 사용한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즐겁긴 한데, 상상으로 끝나다니 슬프다. “아리보리색 과육은 아삭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감칠맛이 난다. 탕에 넣어 끓이면 부엌 전체가 부드럽고 화려한 향으로 가득 찬다”는 설명을 보다 보면 죽순이 먹고 싶지 않겠나? 통조림 죽순 말고 제대로 된 죽순. “짙은 간장 색 소스를 매끄럽게 바른 통민물 새우, 어슷 썰기한 밝은 녹색의 갓 줄기, 상아처럼 새하얗게 절인 죽순, 작은 황금색 계화꽃을 흩뿌린 부드러운 아기 토란, 사탕수수 위에 훈제한 오리고기 편 채….” 가정식 요리 설명에서도 죽순만 보인다. 오 마이 죽순.

조화는 음식을 주문할 때도 중요하다. 청두의 작은 식당 위즈란의 대표 요리는 과이웨이(괴미) 소스를 곁들인 수제면 요리. 기괴한 맛이라는 소스는 참깨 반죽, 참기름, 고추기름, 제피, 설탕, 식초, 간장, 소금 등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와중에, 현란하고 자극적 요리 다음은 담백하고 절제된 맛이다. 코스의 마지막은 콩 하나와 작은 호박 조각을 끓인 한 컵. 저자는 훌륭한 중식 차림이란 “절정과 완곡, 부드러운 멜로디와 흥겨운 리듬이 공존해야 한다”며, ”하나의 맛에 물리지 않도록 자극과 위안을 번갈아 가며 조정해 미각과 정신이 모두 즐거운 감각적 여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요리 주문법

각자 좋아하는 요리를 하나씩 주문하다 보면 닭 요리가 겹치고 튀김 요리만 쏠리기 때문에 ‘자비로운 독재자’가 조화롭게 주문하는 것이 중식을 즐기는 비법. ‘수원식단’을 직접 배우고 번역하신 신계숙 선생님의 식당 ‘계향각’에서 얼마 전 ‘웍과 칼’ 번역가 선생님이 그 역할을 맡았다.

오이냉채와 고수 냉채로 시작, 연근 속을 달콤 찹쌀로 채워 넣은 디저트를 전채로 맛보고, 흑백요리사에서 눈길 끌었던 보탑육으로 확 끓어올린 긴장은 그다음 부드러운 두부 요리로 진정시켰다. 황제가 충직한 신하 왕태수의 은퇴를 축하하며 준비했다는 왕태수팔보두부는 돼지소보루와 호두가 식감과 풍미를 담당하는 담백한 요리. 그리고 청증어 우럭찜에 이어 매콤한 수자육으로 얼얼해진 혀를 다시 맑은 배추완자탕으로 달래는 식이다. 중식당의 흔한 코스와 사뭇 다른 메뉴와 구성으로 강약중강약 만끽하는 즐거움이란. 기름지거나 느끼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값비싼 고급 요리와 가성비 좋은 메뉴를 섞었더니 비용도 합리적이다.

과연 최고의 미식 국가는 어디일까? 세계 최고 레스토랑 스페인 엘불리의 페란 아드리아는 “누구는 스페인이라 하고 누구는 프랑스, 이탈리아, 또는 캘리포니아를 말하지만, 이런 곳들을 뽑는 이유는 마오가 중국의 셰프들을 논밭과 공장으로 보내 중화요리의 우월성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쎄, 마오쩌둥으로 인해 수천 년 진화해 온 중국요리가 잠시 정체했을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파괴된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이 서구에 덜 알려지고 늦게 알려지고 잘못 알려졌을 수는 있지만 마오 탓보다는 오리엔탈리즘이 더 작용하지 않았을까? 혹은 문명을 일으켰던 대륙 스케일을 작은 경험으로만 이해하려고 한 것 아닐까?

포크와 나이프를 써서 각자 썰어 먹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재료를 썰어서 웍에 온갖 조리법을 동원하는 중국 음식을 ‘웍과 칼’로 압축한 한국어 제목도 명료하다. 번역가 윤영수, 박경환은 중국에서 오래 체류했던 경험을 더해 우리나라에 아예 없는 식재료와 요리에 대해 영어와 중국어 교차 검증하며 이야기를 전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단어마다 감탄하면서 아예 모르는 세상을 발견하고 상상한 즐거움은 온전히 번역가 두 분 덕분이다.

이 책은 번역도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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