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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정 62화] 비례대표 3% 봉쇄조항 위헌 결정, 선거제도 개혁의 계기 돼야. (조원빈 / 성균관대학교) (⏳4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을 위헌 결정하며 이를 ‘저지조항’으로 서술했지만, 보다 널리 알려진 ‘봉쇄조항’으로 표현했습니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헌재)가 1월 29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할당 정당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또는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에서 5 이상 의석을 차지한 정당’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우리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로 여겨왔던 불비례성 문제를 사법부인 헌재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거대 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우리 정치구조에서 군소정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국회 진입을 어렵게 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헌재의 지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서 거대 양당이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46석인 비례대표 의석이라기보다 지역구 254석이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소수정당 원내 진입 가능성 커진다

이번 선고는 2020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으로, 당시 청구인 정당들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중 비례대표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여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에 따라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다. 청구인들은 해당 조항이 자신들의 헌법상 선거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후에도 유사한 내용의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있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은 투표 가치를 왜곡하고 선거의 대표성을 침해하는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이라며 “평등선거원칙에 위배해 선거권, 피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라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헌재 결정으로 제22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석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지난 총선 득표 결과를 기준으로 해당 조항이 삭제됐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8석에서 17석으로,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에서 13석으로, 조국혁신당은 12석에서 11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든다. 개혁신당은 2석을 유지한다.

반면, 자유통일당(2.26%), 녹색정의당(2.14%), 새로운미래(1.7%)는 각각 0석에서 1석으로 의석수가 늘어난다. 당시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했던 기본소득당이나 사회민주당도 독자 출마했다면 비슷한 득표율로 1석 이상을 얻었을 수 있다. 그만큼 소수정당이 원내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극단주의 세력의 의회 진출 가능성도 커져

‘3% 봉쇄조항’이 위헌 결정이 나면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극소수정당(혹은 1인 중심 정당)의 난립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졌다. 지난 총선 득표 결과를 기준으로 했을 때, 1개 의석 획득으로 원내에 진출하는 정당이 최대 5개나 될 수 있다. 이 중에는 서부지법 난동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도 포함되며,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낙연을 중심으로 창당된 새로운미래도 포함된다.

헌재는 봉쇄조항을 폐지하더라도 우리 정치 환경상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의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 총 300명 중 비례대표 의원은 46명에 불과해 봉쇄조항을 폐지해도 원내 진출 소수정당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판단과 기대는 선거제도와 후보자, 유권자 간의 상호작용을 간과한 것이다. 3% 봉쇄조항이 없어지면,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후보자가 1인 중심 정당을 구성할 유인이 커지며 유권자들도 그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1인 중심 정당에 투표할 유인이 함께 상승하게 된다. 당연히, 1인 중심 정당의 수는 많아지고, 그 중에는 극단주의 세력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극소수의 지지만 받고 의회에 진출한 극단주의 세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의회정치보다 사회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처럼 봉쇄조항은 극단주의 세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할 때까지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에,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저지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표? 봉쇄조항보다 254석 소선구제가 더 문제

헌재는 봉쇄조항이 초래하는 사표 문제도 지적했다. 3% 봉쇄조항은 저지선을 넘지 못한 정당에 대한 투표를 사표로 만들어 투표의 성과 가치와 저지선을 넘지 못한 정당을 차별하며, 사표를 증대시켜 선거의 비례성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지적이다. 그러나 이 사표 문제는 오히려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에 적용되는 단순다수제 선거제도에 더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평균 득표율 50.48%로 161석(63.39%), 국민의힘은 지역구 평균 득표율 45.08%로 90석(35.43%)을 획득했다. 나머지 의석은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진보당이 각각 1석을 획득했다. 승자독식인 단순다수제 지역구 선거에서 사표율은 50%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한다. 특히 소선거제 하의 지역구 총선이 그렇다.

단순다수제 선거제도가 생산해 낸 높은 사표율은 불비례성을 높여 영남과 호남지역에서 각각 지배 정당을 양산했다.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는 유권자로 하여금 승리 가능성이 낮은 소수정당 후보자에 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하여 소수정당이 원내진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현격히 훼손한다.

국회의원 18명으로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얼마 전 닻을 올렸다. 이번 헌재의 위헌선고를 계기로 소위 ‘K-민주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구에서 적용되는 소선거구·다수대표제, 매우 낮은 비례대표의석 비율, 이른바 위성정당 문제 등 산적한 의제를 심도있게 논의해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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