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공룡 쿠팡 독점 보호 안 된다는 문제의식… “소상공인 더 밀려난다” 반발도.
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14년 만의 규제 완화다. 2013년 정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과 심야 영업 금지를 강제했다. 지금도 대형마트는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월 2회 휴업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발목이 잡힌 사이 쿠팡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시장을 장악했다.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낡은 규제’가 쿠팡 독점력을 키우는 발판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시장에서 독점을 박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 2013년엔 유통 중심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있었다. 온라인 소매 판매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규제에 명분이 있던 시절이다.
- 시대가 바뀌었다. 지난달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지난해 유통업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중은 59%에 육박했다. 대형마트는 9.8% 수준에 불과했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72조 3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 당정청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로 쿠팡 독점력을 떨어뜨리고 국내 유통업계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이다.
‘낡은 규제’ 평가가 지배적인 이유.
- 대형마트 규제 목표는 대형마트 매출을 전통시장 부문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 대표적으로 서울대학원 이수기의 박사 논문 ‘대형마트 규제정책에 관한 연구’(2017)를 보면, 대형마트 규제는 대형마트 매출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수기는 “대형마트 영업 일수를 제한하는 등의 추가 규제는 대형마트 매출을 감소시킬 수 있을진 몰라도 규제의 당초 목적인 전통시장과 중소상인 부활을 이루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 시장은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규제는 기존 유통업태의 경쟁 구도를 전제로 디자인한 것이 문제다. 특히 서울·경기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매출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실했다.
- 이수기는 “전통시장 매출은 큰 폭으로 늘지 않았는데 상점이나 상인 수가 크게 늘었다”며 “정부 규제와 지원책이 시장에 잘못된 유인을 줬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독립 연구가 이완은 “규제가 반드시 효율이나 번영에 방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마트 규제는 노동자 휴식권도 소상공인 보호도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독점만 초래했다”며 “진보단체가 규제를 부추기고 보수 정치인도 여기에 가담했으니 사실상 쿠팡은 우리나라가 키운 괴물인 셈이다. 이제라도 경쟁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 ‘새벽배송 허용 vs 규제’ 충돌.
- 민주당 의원 김동아(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5일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김동아는 “주말과 새벽시간대 소비자들이 온라인 주문과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점점 더 이용하고 있다”며 “이에 비춰 보면 ‘중소 유통 보호’라는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 규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은 규제 형평성, 유통 산업 경쟁 활성화,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이와 달리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는 쿠팡 새벽배송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 내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과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새벽배송 규제’가 충돌하는 형국이다.
-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 오세희(민주당 의원·소상공인위원장)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온라인·새벽배송 허용은 플랫폼 독점 해소와 무관하며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소상공인만 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노동계도 “골목상권을 말살하고 노동자 건강권을 팔아치우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래는 김동아와 6일 진행한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쿠팡 독점 깨야 ‘사회적 대화’도 가능.”
—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법안 발의 배경은?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쿠팡의 새벽배송 등으로 배송에 관한 영업 시간 규제가 실효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국내 유통업체의 경우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이미 새벽배송이 활성화한 상황에서 더는 규제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이 쿠팡이라는 외국계 기업의 독점을 보호하는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경쟁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 후생이 개선된다. 이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피해에 관해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도 적극 요구하고 있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에서는 쿠팡의 새벽배송을 제한하려 한다. 당 내부에서 새벽배송 규제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충돌하는 면이 있지 않나?
“대형마트나 국내 유통사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들어오면 사회적 합의에 참여할 유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쿠팡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선 사회적 합의에 참여할 유인이 없다. 독점보다는 경쟁이 가능할 때 사회적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 국내 유통사 어려움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홈플러스 같이 대형마트 폐점이 늘면, 일자리 등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규제를 완화해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 13년 전에 만들어진 법이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규제가 무리수였다”고도 지적한다.
“너무 결과론적이다. 우리는 지금도 대형마트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데 실효적이라고 판단한다. 배송 시장의 경우 3500만 명이 가입한 쿠팡이 장악했는데, 이 시장에서의 경쟁 강화로 오프라인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정 정도 타격이 있을 부분에 관해서는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365일 배송하는 쿠팡과 경쟁하려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의무 휴업 규제는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