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이코노미] “사전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은 점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관행이었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수익 모델’에 제동이 걸렸다. (⏳4분)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비상이다. 대법원이 지난달 15일 “사전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을 가맹점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우려한 ‘줄소송’이 현실화하고 있다.
📌 차액가맹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본사)가 원·부자재 등을 구매해 더 비싼 가격에 가맹점주에게 되팔면서 남기는 이익금을 뜻한다. 일종의 유통 마진이다. 브랜드 가치와 경영 노하우에 관한 대가인 ‘로열티’와 다른 개념이다.
미국과 같은 해외 프랜차이즈 산업은 로열티로 수익을 낸다. 반면 한국은 가맹본부 수익 대부분이 차액가맹금에서 나온다. 유통 마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가맹본부는 인테리어 공사부터 일회용 포장지까지 필수 구입 품목을 지정해 차액가맹금을 뜯어내고 있다. 뜯어가는 만큼 가맹점 수익은 악화한다. 차액가맹금을 놓고 본사와 점주가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난달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한국피자헛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한국 피자헛 본사가 받은 차액가맹금 215억 원을 가맹점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다. 업계 관행이었던 차액가맹금에 관해 양측의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는 게 대법 판단이다.
- 사법부가 차액가맹금의 부당함을 지적한 만큼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지난 5일 ‘차액가맹금 판결로 보는 프랜차이즈 선진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제로섬 관계가 아닌 상생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자”는 차원이다.
프랜차이즈 20곳 유사소송… “유동성 위기 빠질 수.”
- 피자헛은 시작에 불과하다. 롯데프레시, bhc, 배스킨라빈스, 교촌치킨, 푸라닭 치킨, BBQ, 투썸플레이스, 굽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두찜, 지코바치킨, 맘스터치, 버거킹, 포토이즘, 땅땅치킨, 원할머니보쌈족발 등은 이미 1심 진행 중이다. 메가MGC커피, 던킨/던킨도너츠, 할리스 등은 가맹점주들이 소송 준비 중이다.
- 일부 법무법인은 치킨, 피자, 버거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대리해 차액가맹금 반환 가능성을 검토하는 전담팀을 꾸리고 집단소송에 참여할 점주를 모집하고 있다.
- 최근 5년치(부당이득반환청구 소멸시효)에 해당하는 차액가맹금 반환으로 일부 영세 가맹본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혼란과 갈등 비용을 낮추고 해법과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차액가맹금 규제가 필요하다.”
- 프랜차이즈업에는 ‘필수 품목’이라는 게 있다. 본사가 가맹점에 반드시 지정·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뜻한다. 가맹점은 원칙적으로 이 품목을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에서만 구매해야 한다.
- 구입을 강제하는 필수 품목의 공급가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체품 가격보다 높아서 문제다. bhc의 경우 ‘고올레산 해바라기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와 차이가 없었지만 가격은 30% 이상 비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맘스터치의 경우 “필수 품목인 튀김유가 시중 대체품과 차별성이 없지만 공급 가격은 1.5배 비쌌다”(참여연대)는 지적이다.
- 글로벌 기업 버거킹은 미국에서는 로열티(4.5%), 광고비(4%)만 수취하지만 국내에서는 로열티(6%), 광고비(4.5%)로 2%P 더 많이 수취하고, 물류 마진 4.9%(2021년 기준), 물류비 2.4% 등 차액가맹금을 별도로 수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출의 8.5%를 가져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7.8%를 떼어 간다”(버거킹 가맹점주협의회)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망과 해법: 정보 비대칭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박현용(변호사)은 “구입 강제 품목(필수 품목) 거래를 둘러싼 갈등의 주 원인은 본사의 과도한 수익 편취에 있다”며 “시중가보다 싸다면 본사가 가맹점에 ‘일회용 젓가락 구입’ 강제해도 된다. 문제는 시중 대체품과 품질 차이가 없는데도 비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뒤 “차액가맹금에 대한 감독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일방적 필수 품목 지정과 차액가맹금 수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필수 품목과 차액가맹금에 대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 프랜차이즈 강점은 규모의 경제다. 본사가 가맹점을 대신해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하게 구매한 원자재를 가맹점주에게 시중가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가맹점 수익이 증가하면 가맹점 수가 증가하고, 점포가 늘어나면 본사에도 득이 된다. 차액가맹금을 많이 수취할수록 규모의 경제에 역행하는 셈이다.

“로열티 구조로 전환” 목소리도.
- 민주당 의원 이강일은 “대법원은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통 마진을 사실상 수익원으로 삼아 온 구조는 더 이상 당연한 관행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이 이제 ‘유통 마진 중심 구조’에서 ‘가치와 성과를 함께 나누는 로열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 로열티는 통상적으로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가맹점주와 본사의 이해가 일치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세 가맹본부가 많은 한국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로열티 비용이 부담이다. 매출이 높아질수록 로열티 금액이 커져 이익 마진이 줄어든다.
차액가맹금 분쟁, 칼 빼든 서울시.
- 서울시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을 건의했다.
- 대법 판결로 차액가맹금에 관한 명확한 계약상 합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13개 업종 표준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조항을 명시적으로 신설하자는 것이다.
- 현행 표준가맹계약서는 가맹금, 로열티 등 전통적 대가만 규정하고 있다. 차액가맹금에 대한 명시적 조항은 없다.
- 시는 표준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을 명시하면 본사와 가맹점주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계약 단계부터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김명선(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차액가맹금은 가맹 사업에서 중요한 비용 요소인 만큼 계약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되고 명확히 합의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 한편, 2024년 서울시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이 발생한 1992개 브랜드 중 차액가맹금이 있는 곳은 47.9%(955개)에 달했다. 차액가맹금 수취가 가맹사업 전반에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