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엔스로픽이 ‘클로드 코워크’를 공개한 직후 난데없이 소프트웨어 업체들 주가가 폭락했다. 어도비(편집 디자인)와 세일즈포스(고객관리), 페이팔(결제), 익스피디아(여행) 등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 주가가 바닥 없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클로드 코워크는 앤스로픽이 1월 12일 출시한 자율형 AI 에이전트다. 이용자의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파일 정리, 이메일 송신,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실행한다. 앤스로픽(유튜브) ‘코워크’ 소개 동영상 캡처.

이게 왜 중요한가.

  • 새해 들어 판이 또 달라졌다.
  •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좀 더 명확해졌고 AI가 무엇을 무너뜨리고 있는가도 좀 더 확실해졌다.
  • 오픈AI가 새 버전을 공개할 때마다 스타트업 100개가 문을 닫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더 이상 흘려넘기기 어렵게 됐다.
  • 게다가 오픈AI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앤트로픽이 게임의 문법을 바꾸고 구글이 넘사벽의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

사스포칼립스, 소프트웨어의 종말.

  • SaaS의 아포칼립스(종말, apocalypse)라는 말이다. SaaS는 Software as a Service(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줄임말이다.
  • AI 에이전트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무용지물로 만들 거라는 공포에 소프트웨어 주식이 폭락한 걸 두고 나오는 말이다. 올해 들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 가까이 빠졌다.
  •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가 던진 충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1인 1자비스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이제 AI가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강화(enhance)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replace)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aaS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바꾼 것처럼 AI가 SaaS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퍼 스케일러의 투자 경쟁.

  •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Amazon(AWS) 등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하이퍼 스케일러라고 부른다.
  •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지난해 1650억 달러였다.
  • 모건스탠리 분석으로는 지난해 하이퍼 스케일러 투자가 3795억 달러였는데 올해는 66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 옴디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가 지난해 60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알파벳은 200억 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스위스 프랑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비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채권 시장에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성장 사이클로 보는 견해가 많다.
  • 순다 피차이(구글 CEO)는 “무엇이 밤잠을 설치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팅 용량과 전력, 공급망 등 모든 제약 조건”이라고 말했다.
  • 유세프 스칼리(트루이스트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일반 인공지능(AGI)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두고 빅테크들이 ‘포모(FOMO)’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구글과 아마존 등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이 최근 SMR(소형 모듈 원자로) 기업들과 초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더 빨리 스케일을 키우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 부동산+에너지 전쟁으로 바뀌었다.

경쟁 문법이 달라졌다.

  • 포토샵으로 하던 일을 나노 바나나로 적당히 할 수 있게 됐다. 아고다나 부킹닷컴에서 호텔을 예약했지만 클로드나 제미나이가 더 잘할 수도 있다.
  • 스프레드 시트 분석도 AI에게 맡길 수 있고 간단한 프레젠테이션 파일도 텍스트만 집어 넣으면 만들어 준다. ‘흑백 요리사’ 밀키트를 쿠팡이 아니라 챗GPT에게 요청하는 시대가 곧 올 수도 있다.
  • 미국에서는 AI 추천 쇼핑이 16%까지 높아졌다. 아마존 AI 쇼핑 비서 루퍼스 이용 비율이 38%에 이른다.
  • 이제는 “가격이 1만5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사줘”라거나 “평발이고 더운 날씨에 적합한 러닝화” 같은 구체적인 주문을 던질 수 있게 됐다. 가격 결정권이 다시 소비자에게 넘어오는 것일까.
  • 구글은 500억 개 이상 제품 데이터를 확보하고 1시간에 20억 회 이상 데이터를 갱신하고 있다. 구글을 따라갈 수 있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
  • 포토샵이나 오피스 프로그램을 지금까지는 카피마다 돈을 내야 했지만 이제 컴퓨터에 깔아놓고 쓰는 개념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쓰는 개념으로 간다.
  • 제미나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가 6.5억 명에 이른다. 실적 발표 이후 구글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코딩 비용 0월, 바이브 코딩의 시대.

  • ‘통계청에서 새로운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A4용지 반장 분량으로 요약해서 텔레그램으로 보내줘’, 챗봇으로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클로드 코워크는 오픈AI를 넘어서는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클로드 오퍼스4.6은 챗GPT 5.2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오픈클로(몰트봇)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에 설치해서 클로드나 제미나이 등과 연결하면 이메일 확인과 답장, 파일 정리, 반복 작업 등을 개인화+자동화할 수 있다.
  • 취향에 맞춰 피자 주문을 하거나 고객 응대를 하거나 보고서를 생성하게 할 수도 있다.
  • 가내 수공업형 AI의 등장과 함께 좀비 SaaS라는 말도 나온다. 범용이 아니라 맞춤형, ‘알잘딱깔센’ 서비스의 시대다.

낡은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 오는 것들.

  • SaaS의 종말이 아니라 딥(deep) SaaS로 간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 AI가 조언자에서 실행자로, 도구에서 참여자로 역할이 달라진다.
  • 포토샵을 구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AI 의존도가 높아지고 토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 과금 단위가 카피에서 사용량(Usage)이나 성과(Outcome)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 AI 성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노하우가 더 중요하게 된다. 팔란티어와 서비스나우 같은 기업들이 뜨는 이유다.

역사적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

  • 지난해까지는 사람의 속도와 인지 능력이 한계였는데, 에이전트로 가면 AI는 스스로 자신의 코드를 분석하고, 더 나은 구조로 고치며, 학습 방식을 최적화하는 폐쇄 루프를 형성한다.
  • 한종목(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제 개발자의 정의는 코더(Coder)가 아니라, 똑똑한 AI 비서 5명에게 일을 나눠주고 관리하는 팀장이자 지능의 조율자(Orchestrator)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 한종목은 “Build vs. Buy의 경제학이 뒤집혔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직접 만드는 것(Build)이 너무 비싸서 사서 썼지만(Buy), 이제는 AI가 순식간에 만들어준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을 줄이는 대신 잘 활용하는 노하우에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 “시스템이 멈췄을 때 멱살을 잡을 대상이 필요하고, 데이터가 유출되었을 때 책임을 질 계약 주체가 필요하다. 내부에서 AI로 뚝딱 만든 커스텀 툴은 이 ‘책임의 외주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 살아남은 승자는 더 강력한 해자를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망은?

  • 구글이 건물주라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건축 자재를 대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하이퍼 스케일러 투자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연관 투자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위기와 달리 반도체 투자는 한동안 계속 갈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센터는 블랙홀이다. 지금도 부족하고 갈수록 더 부족하다.
  • 중국의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지만 중국 물량 대기도 부족한 상황이다.
  • 미국이 TSMC에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당장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반도체가 핵심이라는 신호다.
  • TSMC는 미국에 1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0억 달러와 38억 달러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더 큰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세계 6위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D램과 NAND 등 메모리 제품이 내년까지 완판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KB증권은 “최대 케파(생산 능력)가 최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차피 한동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70조 원과 191조 원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TSMC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24조 원이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