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월세 내듯 쓰던 소프트웨어의 시대는 끝났다… AI 시대 건물주, 새로운 플랫폼의 규칙. (5분)
엔스로픽이 ‘클로드 코워크’를 공개한 직후 난데없이 소프트웨어 업체들 주가가 폭락했다. 어도비(편집 디자인)와 세일즈포스(고객관리), 페이팔(결제), 익스피디아(여행) 등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 주가가 바닥 없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새해 들어 판이 또 달라졌다.
-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좀 더 명확해졌고 AI가 무엇을 무너뜨리고 있는가도 좀 더 확실해졌다.
- 오픈AI가 새 버전을 공개할 때마다 스타트업 100개가 문을 닫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더 이상 흘려넘기기 어렵게 됐다.
- 게다가 오픈AI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앤트로픽이 게임의 문법을 바꾸고 구글이 넘사벽의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
사스포칼립스, 소프트웨어의 종말.
- SaaS의 아포칼립스(종말, apocalypse)라는 말이다. SaaS는 Software as a Service(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줄임말이다.
- AI 에이전트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무용지물로 만들 거라는 공포에 소프트웨어 주식이 폭락한 걸 두고 나오는 말이다. 올해 들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 가까이 빠졌다.
-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가 던진 충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1인 1자비스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이제 AI가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강화(enhance)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replace)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aaS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바꾼 것처럼 AI가 SaaS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퍼 스케일러의 투자 경쟁.
-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Amazon(AWS) 등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하이퍼 스케일러라고 부른다.
-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지난해 1650억 달러였다.
- 모건스탠리 분석으로는 지난해 하이퍼 스케일러 투자가 3795억 달러였는데 올해는 66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 옴디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가 지난해 60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알파벳은 200억 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스위스 프랑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비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채권 시장에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성장 사이클로 보는 견해가 많다.
- 순다 피차이(구글 CEO)는 “무엇이 밤잠을 설치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팅 용량과 전력, 공급망 등 모든 제약 조건”이라고 말했다.
- 유세프 스칼리(트루이스트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일반 인공지능(AGI)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두고 빅테크들이 ‘포모(FOMO)’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구글과 아마존 등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이 최근 SMR(소형 모듈 원자로) 기업들과 초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더 빨리 스케일을 키우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 부동산+에너지 전쟁으로 바뀌었다.

경쟁 문법이 달라졌다.
- 포토샵으로 하던 일을 나노 바나나로 적당히 할 수 있게 됐다. 아고다나 부킹닷컴에서 호텔을 예약했지만 클로드나 제미나이가 더 잘할 수도 있다.
- 스프레드 시트 분석도 AI에게 맡길 수 있고 간단한 프레젠테이션 파일도 텍스트만 집어 넣으면 만들어 준다. ‘흑백 요리사’ 밀키트를 쿠팡이 아니라 챗GPT에게 요청하는 시대가 곧 올 수도 있다.
- 미국에서는 AI 추천 쇼핑이 16%까지 높아졌다. 아마존 AI 쇼핑 비서 루퍼스 이용 비율이 38%에 이른다.
- 이제는 “가격이 1만5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사줘”라거나 “평발이고 더운 날씨에 적합한 러닝화” 같은 구체적인 주문을 던질 수 있게 됐다. 가격 결정권이 다시 소비자에게 넘어오는 것일까.
- 구글은 500억 개 이상 제품 데이터를 확보하고 1시간에 20억 회 이상 데이터를 갱신하고 있다. 구글을 따라갈 수 있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
- 포토샵이나 오피스 프로그램을 지금까지는 카피마다 돈을 내야 했지만 이제 컴퓨터에 깔아놓고 쓰는 개념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쓰는 개념으로 간다.
- 제미나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가 6.5억 명에 이른다. 실적 발표 이후 구글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코딩 비용 0월, 바이브 코딩의 시대.
- ‘통계청에서 새로운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A4용지 반장 분량으로 요약해서 텔레그램으로 보내줘’, 챗봇으로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클로드 코워크는 오픈AI를 넘어서는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클로드 오퍼스4.6은 챗GPT 5.2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오픈클로(몰트봇)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에 설치해서 클로드나 제미나이 등과 연결하면 이메일 확인과 답장, 파일 정리, 반복 작업 등을 개인화+자동화할 수 있다.
- 취향에 맞춰 피자 주문을 하거나 고객 응대를 하거나 보고서를 생성하게 할 수도 있다.
- 가내 수공업형 AI의 등장과 함께 좀비 SaaS라는 말도 나온다. 범용이 아니라 맞춤형, ‘알잘딱깔센’ 서비스의 시대다.
낡은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 오는 것들.
- SaaS의 종말이 아니라 딥(deep) SaaS로 간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 AI가 조언자에서 실행자로, 도구에서 참여자로 역할이 달라진다.
- 포토샵을 구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AI 의존도가 높아지고 토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 과금 단위가 카피에서 사용량(Usage)이나 성과(Outcome)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 AI 성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노하우가 더 중요하게 된다. 팔란티어와 서비스나우 같은 기업들이 뜨는 이유다.
역사적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
- 지난해까지는 사람의 속도와 인지 능력이 한계였는데, 에이전트로 가면 AI는 스스로 자신의 코드를 분석하고, 더 나은 구조로 고치며, 학습 방식을 최적화하는 폐쇄 루프를 형성한다.
- 한종목(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제 개발자의 정의는 코더(Coder)가 아니라, 똑똑한 AI 비서 5명에게 일을 나눠주고 관리하는 팀장이자 지능의 조율자(Orchestrator)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 한종목은 “Build vs. Buy의 경제학이 뒤집혔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직접 만드는 것(Build)이 너무 비싸서 사서 썼지만(Buy), 이제는 AI가 순식간에 만들어준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을 줄이는 대신 잘 활용하는 노하우에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 “시스템이 멈췄을 때 멱살을 잡을 대상이 필요하고, 데이터가 유출되었을 때 책임을 질 계약 주체가 필요하다. 내부에서 AI로 뚝딱 만든 커스텀 툴은 이 ‘책임의 외주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 살아남은 승자는 더 강력한 해자를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망은?
- 구글이 건물주라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건축 자재를 대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하이퍼 스케일러 투자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연관 투자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위기와 달리 반도체 투자는 한동안 계속 갈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센터는 블랙홀이다. 지금도 부족하고 갈수록 더 부족하다.
- 중국의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지만 중국 물량 대기도 부족한 상황이다.
- 미국이 TSMC에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당장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반도체가 핵심이라는 신호다.
- TSMC는 미국에 1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0억 달러와 38억 달러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더 큰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세계 6위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D램과 NAND 등 메모리 제품이 내년까지 완판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KB증권은 “최대 케파(생산 능력)가 최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차피 한동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70조 원과 191조 원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TSMC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24조 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