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사람 죽어나가는 쿠팡, 논쟁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개처럼 뛰고” “죽을 것 같다”는 노동자들, 1조2827억 원 영업이익은 어디로 가나.
“쿠팡은 중소기업 평균보다 좋은 일자리다.”
- 임금이 밀리지 않는 건 맞고 어지간한 육체 노동보다 덜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천현우(작가)는 “공장에서 일할 바에 쿠팡이나 배민을 하라고 한다”고 한다.
- 쿠팡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수 중소기업이 최소한의 노동자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 “새벽 배송 기사들에게 물어봐도 주말에 일하면 주중에 쉬고, 교대 할 필요없이 새벽 시간만 골라서 일할 수 있어서 차라리 낫다고 한다”는 논리다.
- 천현우는 “나도 새벽 배송을 없애고 싶지만 전제가 있다”면서 “노동자가 여타 중소기업에서 쿠팡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자 올림픽, 틀린 말일 뿐만 아니라 나쁜 말.”
- 전주희(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는 천현우의 주장을 두고 “틀린 말일 뿐만 아니라 나쁜 말”이라고 지적했다. 전주희는 쿠팡과 중소기업 가운데 어디가 더 좋은가를 따지는 건 ‘약자 올림픽’과 같다고 본다.
- 박권일(미디어사회학자)은 “노동자끼리 불행 배틀시키는 이런 분들이 한국을 장시간 야간 노동 산업재해 불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일상의 재난이 된 쿠팡을 주제로 토론이 늘어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논점일탈과 인신공격을 거둬내고 나면 핵심 질문이 남는다. 사람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0시~오전 5시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쟁을 촉발시켰다.
- 정작 쿠팡 택배 기사들은 93%가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등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가 “새벽배송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답변했다. 새벽배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99%가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변했고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71%였다.
재해율 10배,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나.
- 홍명교(플랫폼C 활동가)는 쿠팡이 그나마 낫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2023년 쿠팡과 자회사 산업재해율은 평균 6.7%다. 건설업 재해율의 4~5배고 한국의 평균 재해율 0.6%의 10배가 넘는다.
- 게다가 산재 보험을 신청하지 않고 공상 처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의혹도 있다. 시사인에 따르면 1만5627건 가운데 산재 급여를 신청한 건 6495건 밖에 안 됐다. 10명 중 6명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정성용(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산재 이력이 있으면 낮은 점수를 주거나 감점을 해서 재계약이 안 되게 한다”면서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 지난해 7월 쿠팡 퀵플렉스 기사가 새벽 5시24분에 남긴 메시지다. 사망 원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의증이었다. 1주일에 63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 쿠팡 퀵플렉스는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를 말한다. 쿠팡의 하청회사인 쿠팡CLS 소속으로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특수 고용 노동자다.
- 숨진 정슬기는 주 6일 근무로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10시간 30분을 일했다. 하루 세 번 캠프에 와서 박스를 실어 가는데 평균 250개 분량이다.

“우리 모두 벼랑 끝에 있는 기분.”
- 2020년 3월, 경기도 안산에서 쿠팡 기사가 빌라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10시에 출근해서 75가구 물량을 받았다고 한다. 1시간에 20가구 이상 배송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였다. 직장 동료가 발견해서 신고한 시간은 새벽 2시였다.
- 2020년 5월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계약직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5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까지 일하는 3교대 근무조로 일했다. 119 신고는 새벽 두시였다.
- 2020년 6월에는 쿠팡 물류센터에 조리사가 쓰러져 숨졌다. 락스와 주방 세제를 섞어쓰면서 독성 물질을 흡입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기준치 미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2020년 10월에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새벽 6시에 퇴근한 뒤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장덕준은 무기 계약직 자리를 얻으려고 워터 스파이더 업무까지 맡고 있었다. 28세였고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는데 1년6개월 동안 체중이 15kg 줄어들었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업 재해를 인정했다.
- 2021년 3월에는 쿠팡 구로캠프에서 캠프 리더와 쿠팡 기사가 같은 날 숨졌다. 숨진 쿠팡 기사는 하루 10시간씩 주 5일 일하고 280만 원을 받았다.
- 2021년 12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전산 담당 직원이 “머리가 아프고 메스껍다”며 쓰거진 뒤 뇌출혈로 숨졌다. 전산 담당자에게 상하차 업무를 시켰다고 한다. “우리 모두 벼랑 끝에 있는 기분”이라는 메시지를 동료에게 남겼다.
- 2023년 1월에는 쿠팡 목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화물 노동자가 트럭에서 떨어져 숨졌다. 쿠팡은 “외부 업체 소속이라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발을 뺐다.
- 2023년 2월, 쿠팡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무기 계약직 노동자가 퇴근길에 셔틀버스를 타러 가던 도중 쓰러져 숨졌다. 쿠팡 관계자는 “개인 질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2023년 10월에는 경기 군포에서 새벽 배송을 하던 60대 쿠팡 퀵플레서가 심근 경색으로 숨졌다. 새벽 4시44분에 발견됐는데 머리맡에 택배 상자가 3개 놓여있었다. 1주일에 68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욕 먹을까봐 계속 일했는데 죽은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
- 2024년 6월에는 쿠팡 제주 서브허브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물을 마시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한여름 에어컨이 없는 실내에서 일했다. 1주일 전 동료와 통화애서 “물량이 끊임없이 나온다”고 말했다.
- 택배 기사가 운전 도중 뇌출혈을 일으켜 전봇대를 들이 받은 사고도 있었다. 새벽 1시42분에 발견됐다. 2024년 7월 쿠팡 제주 서브허브에서 있었던 일이다.
- 2024년 8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로켓설치 대리점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들에게 “죽을 것 같다” “일주일째 잠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쿠팡은 “개인적 사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쿠팡 기사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 2024년 5월에는 주 6일 63시간을 일하던 쿠팡 배달 기사가 숨졌다. 7시까지 배송하지 못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가 죽음으로 몰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2024년 7월, 쿠팡 카플렉스 기사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일도 있었다. 새벽 5시12분이었다. 급류에 휩쓸리기 2분 전 “비가 많이 와서 배달을 못하겠다”고 통화한 뒤 “그 현장은 철수하고 다른 곳부터 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피하지 못했다.
- 2025년 3월 안성 물류센터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 2025년 8월에는 용인 물류센터 냉동창고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오후 9시였다.
- 2025년 8월, 쿠팡 시흥 캠프에서 밤샘 노동을 하던 노동자가 포장 작업 도중 쓰러져 숨진 사건도 있었다.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일정이었는데 업무 시작 두 시간만에 쓰러졌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부인이 “누가 쓰려졌다는 소리를 듣고도 밀리면 욕 먹겠다는 생각에 그냥 일을 했는데 가보니까 내 남편이더라”고 말했다.
- 7일 연속 일했던 퀵플렉서 기사가 119에 신고해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숨진 일도 있었다. 하루 12시간 일했다고 한다. 2025년 8월 안성 쿠팡CLS 대리점 사건이다. 퀵플렉서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주52시간 제한이 없다.
- 2025년 10월에는 주 60시간 이상 일하던 택배 기사가 집에서 숨졌다. 쿠팡은 “지병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대 매출.
- 쿠팡은 올해 3분기 13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분기 연속으로 2000억원을 넘겼다.
- 지난해 매출은 36조12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2827억 원이었다.
- 2021년 3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11월10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528억 달러에 이른다.


배송 단가는 주간과 야간이 730원과 940원.
- 일반 번지 기준 중위값이다.
- 아파트 배송은 주간과 야간이 655원과 850원이다.
- 다른 택배사와 비교하면 단가가 절반 정도지만 물량이 많다. 한 쿠팡 기사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단가가 계속해서 낮아지면서 새벽 배송 일 외에 투잡, 쓰리잡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장혜영과 한동훈의 논점일탈.
- 장혜영(전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이 쿠팡 문제를 두고 공개 토론을 벌였다.
- 장혜영은 “0시에서 5시에 택배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새벽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한동훈은 “5시에 출근해서 두 시간 만에 배송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 두 사람 모두 핀트가 조금씩 어긋났다. 새벽 배송을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죽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했어야 했다.
- 장혜영이 “죽음을 각오하고 일할 선택의 자유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장 그 일자리가 사라지면 죽음으로 내몰릴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없애는 문제를 간단히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장혜영이 한동훈의 프레임에 말려들었다.
핵심은 쿠팡의 책임.
- 쟁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 첫째, 소비자들의 찬반 여론은 별개의 문제다.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위험이 새벽 배송을 중단 또는 제한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 둘째, 택배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사회가 판단하고 국가가 규제할 영역의 문제다.
- 셋째,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 넷째, 쿠팡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
- 0~5시 노동 금지라는 조건을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이니 쟁점이 사라진다. 새벽 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앞당긴다거나 분류와 포장 작업에 인력을 더 투입하고 배송 단가를 높이되 물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 결국 이윤의 문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6조212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3827억 원이었다.
- 다섯째, 정부가 제 역할만 해도 달라진다.
- 당연한 것들을 안 하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 일단 쿠팡CLS의 사고는 원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퀵플렉서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
- 노동자들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
- 물류 센터에 에어컨과 히터를 놓으라고 지시해야 한다. 작업 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하고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무겁게 과태료를 물리면 된다.
- 대통령이 파리바게뜨에 찾아갔던 것처럼 쿠팡 물류센터를 돌아보고 택배 배송에 동행해야 한다.

누가 쿠팡의 뒤를 봐주나.
- 국정감사에서 문지석(광주지검 부장검사)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했던 말은 구조적 문제의 한 부분을 들춰낸다.
- 퇴직금을 떼먹은 쿠팡을 기소하려 했더니 윗선에서 막았다. 엄희준(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문지석을 건너뛰고 주임검사를 불러 무혐의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압수수색 정보가 새나가기도 했다. 문지석은 “김동희(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쿠팡을 변호하고 있는 김앤장 변호사와 친분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 국회 주변에서는 요즘 대관 담당자가 가장 많은 기업이 쿠팡이라는 말이 떠돈다. 이들이 누구를 만나서 뭘 빼고 넣고 하는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쿠팡이 답을 하게 해야 한다.
- “쿠팡이 이렇게 일하니 다른 택배사들도 이를 따라하려 한다. 새벽배송과 장시간노동, 클렌징 같은 반칙이 승리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한선범(택배노조 정책국장)의 말이다.
-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놈을 패야 한다. 쿠팡이 바뀌어야 바뀐다.
- 황세원(일인연구소 대표)은 “새벽 배송을 해야겠다면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고용하고, 건강에 무리가 안 가는 교대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했다가는 기업이 망할 지경이라면, 안타깝지만 새벽 배송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은 “기업은 빠지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내세워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업은 노동자의 개별적이고 일시적인 유익(야간 노동으로 지금 당장 약간 더 돈을 벌 기회)과 사회적 이익(공적으로 장기적인 사회 전체의 이익)이 충돌할 때 이런 상황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 드러난 죽음은 일부일 수도 있다. 지금도 노동자들이 쓰러져 나간다.
- 쿠팡이 답을 하게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