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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중소기업 평균보다 좋은 일자리다.”

  • 임금이 밀리지 않는 건 맞고 어지간한 육체 노동보다 덜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천현우(작가)는 “공장에서 일할 바에 쿠팡이나 배민을 하라고 한다”고 한다.
  • 쿠팡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수 중소기업이 최소한의 노동자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 “새벽 배송 기사들에게 물어봐도 주말에 일하면 주중에 쉬고, 교대 할 필요없이 새벽 시간만 골라서 일할 수 있어서 차라리 낫다고 한다”는 논리다.
  • 천현우는 “나도 새벽 배송을 없애고 싶지만 전제가 있다”면서 “노동자가 여타 중소기업에서 쿠팡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자 올림픽, 틀린 말일 뿐만 아니라 나쁜 말.”

이게 왜 중요한가.

재해율 10배,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나.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 지난해 7월 쿠팡 퀵플렉스 기사가 새벽 5시24분에 남긴 메시지다. 사망 원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의증이었다. 1주일에 63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 쿠팡 퀵플렉스는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를 말한다. 쿠팡의 하청회사인 쿠팡CLS 소속으로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특수 고용 노동자다.
  • 숨진 정슬기는 주 6일 근무로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10시간 30분을 일했다. 하루 세 번 캠프에 와서 박스를 실어 가는데 평균 250개 분량이다.

“우리 모두 벼랑 끝에 있는 기분.”

“욕 먹을까봐 계속 일했는데 죽은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

사상 최대 매출.

  • 쿠팡은 올해 3분기 13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분기 연속으로 2000억원을 넘겼다.
  • 지난해 매출은 36조12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2827억 원이었다.
  • 2021년 3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11월10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528억 달러에 이른다.

배송 단가는 주간과 야간이 730원과 940원.

장혜영과 한동훈의 논점일탈.

  • 장혜영(전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이 쿠팡 문제를 두고 공개 토론을 벌였다.
  • 장혜영은 “0시에서 5시에 택배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새벽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한동훈은 “5시에 출근해서 두 시간 만에 배송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 두 사람 모두 핀트가 조금씩 어긋났다. 새벽 배송을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죽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했어야 했다.
  • 장혜영이 “죽음을 각오하고 일할 선택의 자유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장 그 일자리가 사라지면 죽음으로 내몰릴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없애는 문제를 간단히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장혜영이 한동훈의 프레임에 말려들었다.

핵심은 쿠팡의 책임.

  • 쟁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 첫째, 소비자들의 찬반 여론은 별개의 문제다.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위험이 새벽 배송을 중단 또는 제한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 둘째, 택배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사회가 판단하고 국가가 규제할 영역의 문제다.
  • 셋째,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 넷째, 쿠팡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
  • 0~5시 노동 금지라는 조건을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이니 쟁점이 사라진다. 새벽 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앞당긴다거나 분류와 포장 작업에 인력을 더 투입하고 배송 단가를 높이되 물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 결국 이윤의 문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6조21276억 원, 영업이익은 1조3827억 원이었다.
  • 다섯째, 정부가 제 역할만 해도 달라진다.
  • 당연한 것들을 안 하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 일단 쿠팡CLS의 사고는 원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퀵플렉서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
  • 노동자들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
  • 물류 센터에 에어컨과 히터를 놓으라고 지시해야 한다. 작업 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하고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무겁게 과태료를 물리면 된다.
  • 대통령이 파리바게뜨에 찾아갔던 것처럼 쿠팡 물류센터를 돌아보고 택배 배송에 동행해야 한다.

누가 쿠팡의 뒤를 봐주나.

  • 국정감사에서 문지석(광주지검 부장검사)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했던 말은 구조적 문제의 한 부분을 들춰낸다.
  • 퇴직금을 떼먹은 쿠팡을 기소하려 했더니 윗선에서 막았다. 엄희준(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문지석을 건너뛰고 주임검사를 불러 무혐의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압수수색 정보가 새나가기도 했다. 문지석은 “김동희(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쿠팡을 변호하고 있는 김앤장 변호사와 친분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 국회 주변에서는 요즘 대관 담당자가 가장 많은 기업이 쿠팡이라는 말이 떠돈다. 이들이 누구를 만나서 뭘 빼고 넣고 하는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쿠팡이 답을 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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