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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오늘은 선거와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 한국은 원래 지역 구도가 강하다고 하지 않나. 이번 선거는 다를 거라고 보나.


  • 지역구 254석 가운데 호남이 28석, 영남은 65석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30석 이상을 먹고 들어가는 구조다.
  • 서울인천경기가 123석이라 여기에서 판도가 갈린다고 보면 된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싹쓸이했는데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이 크게 밀렸다.
  • 소금을 만들려면 갯벌과 햇볕, 바람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갯벌이 지지 기반이고 햇볕은 정당 지지율이고 바람은 이벤트다. 한동훈 효과가 햇볕이면 의대 정원 논란이나 공천 파문이 바람 같은 것이다. 올해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정권 지원론이 맞붙고 있는데 정권 심판론이 바람이 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 역대급 비호감 총선이라고 할 만큼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야당 지지율이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꼬이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이 반등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오차 범위 안이다.
  • 올해 총선은 여론조사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김어준(딴지일보 총수)이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에서는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 모두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보수 과표집 논란도 있다. 애초에 진보 보수를 반반씩 나누긴 어렵고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평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지역 구도가 확고하다면 결국 수도권이 변수가 될 텐데,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하지 않았나.


  • 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가운데 103석(서울 41+경기 51+인천 11)을 챙겼다.
  • 올해 총선은 조금 구도가 다른데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의료 대란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민주당의 공천 파동 등이 분위기를 바꿔놨다. (집권 2년차라는 프리미엄도 있다. 집권 전반에는 정권 심판론이 약발이 안 먹는다고 한다.)
  • 그런데 중요한 포인트는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다.
  • 2월 갤럽 조사 기준으로 서울은 민주당 지지율이 29% 밖에 안 된다. 국민의힘은 38%. 그런데 경기도로 가면 민주당이 37%, 국민의힘이 33%로 역전된다. 여전히 중도 관망층이 많지만 서울에서 민주당이 쉽지 않은 구도라는 이야기다.

서울과 경기도의 정치적 성향 차이를 뭐라고 봐야 하나.


  • 2012년부터 세 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세였다. 그런데 2022년 대선에서는 서울에서 윤석열이 50.1%, 이재명이 45.3%로 넘어갔다.
  • 경기도는 이재명이 50.5%로 앞섰다.
  • 오세훈(서울시장)이 59.1%로 당선된 것도 더는 서울이 특별히 민주당 강세가 아니라는 증거다.
  • 자치구를 들여다 보면 일단 한강 벨트가 움직이고 있다. 서울도 같은 서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포와 용산, 동작, 성동, 광진 등은 원래 민주당 우세 지역인데 스윙 보터로 바뀌었다.
  • 다음 그래프는 지난 대선 때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과 윤석열 득표율을 비교한 결과다.

한강벨트의 최대 현안은 결국 부동산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 흐름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 외에 큰 어젠다가 없었다. 한동훈이 나서면서 정권 심판을 야당 심판으로 바꿔놓았고 한동훈 대 이재명, 그리고 조국까지 나서면서 윤석열 대 조국 구도가 만들어졌다.
  • 중성동갑은 임종석 이슈가 있고, 영등포갑은 김영주 논란이 있었고 등등 각각 나름의 사연이 있지만 큰 흐름은 부동산이다. 마용성과 영등포, 양천, 강동은 재산세 수입이 2019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마포갑이 총선에서 민주당(노웅래)을 찍고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은 건 단순히 이재명에 대한 비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지은 전 총경과 조정훈이 붙는다.)

종부세 내는 사람들이 한강벨트에 몰려 있지 않나.


  • 역시 흐름을 봐야 한다. 강남 4개구 비중이 줄고 나머지 21개구의 비중이 늘었다.
  • 이 말은 곧 부자 감세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이라는 이야기다.
  • 일단 종부세 내는 사람이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줄었다. 강남 4구 비율이 68%였는데 2022년에는 58%로 줄었다. 그만큼 다른 지역에서 종부세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 지난해 최종 집계는 안 나왔지만 종부세 인원과 세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아래 그래프에서 2023년은 기획재정부 추정치다.)
  • 이 사람들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이 되니까 세금이 줄어들더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와 서울의 차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 분명한 건 정부 심판론이 경기도에서 훨씬 높다는 거다. 서울은 아직 오차 범위긴 하지만 정부 심판론이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역마다 다르지만 스윙보터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확인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압도적인 민주당 우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엄문어’ 같은 사람들이 국민의힘 압승을 이야기하는 것도 한강 벨트의 판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지난 대선 득표율은 어땠나.


  • 인구 분포를 보면 서울이 좀 더 빠르게 늙고 있다. 2030이 줄고 60세 이상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건 공통된 현상이지만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50의 비율이 빠르게 줄고 있다.
  • 2022년 대선을 보면 이미 서울에서 국민의힘의 우세가 두드러진다. 총선과 대선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윤석열을 찍은 사람들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으려면 확실한 계기가 필요하다.

‘계급 배반 투표’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부자과세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돌아서는 거라면 계급 투표에 충실한 것 아닌가.


  • ‘계급 배반 투표’란 가난한 사람들이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현상을 말한다.
  • 두 가지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부동산이 키워드다. 자산이 많을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흐름(계급투표)이 있지만 저소득 계층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흐름(계급배반투표)도 있다.
  • 김대환(동아대 교수) 등의 연구에서는 주택이 있는 사람이 더 보수적이고 집값이 높을수록 보수적이 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부자들이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건 그렇다 치고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에 투표하는 이유가 뭔가.


  • 미국 캔사스주에서 저소득 계층이 공화당에 투표하는 이유를 분석했더니 경제적 이유와 별개의 이유로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선거에서 경제 이슈가 쟁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선거 때가 되면 시민의 자유와 도덕 등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내세운다.
  • 한국에서도 강원택(서울대 교수) 등 연구에서 ‘계급 배반 투표’ 현상을 확인한 적 있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고연령층의 세대적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소득 계층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높았다.
  • 다만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다시 계산하면 편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할 텐데 60세 이상 저소득 계층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흐름이 있고, 60세 이하에서는 계급 투표 경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계급 배반 투표’가 있었나.


  •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동아시아연구원 패널 조사인데 월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 윤석열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 물론 이 조사에서도 저소득층 상당수가 60세 이상 노인들이라는 걸 감안해서 봐야 한다.

한강 벨트가 움직인다는 것 보면 소득 보다는 자산(부동산)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 정확한 지적이다. 다른 연구를 보면 소득 보다는 자산이 상관 관계가 더 강하다.
  • 저소득일 때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홍준표를 지지했고, 고소득일 때도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홍준표를 지지했다. 고자산-저소득 집단에서 홍준표 지지율이 높았다.
  • 다시 말하면 자산 기준으로 ‘계급 투표’를 하는데 소득 기준으로는 ‘계급 배반 투표’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 임금 강화와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 정책을 펼쳤는데 실제 수혜 대상인 저소득 계층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나.


  • 분배 개선 효과는 있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도 많다. 최병천은 로빈후드적 세계관이라고 평가했다. 고용을 위축시켰고 성장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리를 해보자. 올해 총선에서도 ‘계급 투표’ 현상이 나타날까.


  • 역대 선거를 보면 한국에서는 오만한 정당을 심판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예외였다.) 밴드웨건보다는 언더독 효과가 먹혔다. 잘 나가는 쪽 보다는 뒤집는 쪽에 베팅하는 경향이 있다.
  • 조국혁신당이 ‘샤이 진보’를 끌어낼 거라는 관측도 나오는데, 그만큼 주류 양당이 어젠다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 민주당이 탄핵을 거치면서 진보적 성향 지지자 비중이 늘었고 중도가 이탈하고 있다. 민주당이 실제로 진보적이라서가 아니라 중도를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조국 역시 중도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가까워질수록 중도를 밀어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계급 투표’가 나타날 수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이다.
  • 의료 대란도 변수다. 정부가 기득권을 심판한다고 보고 지지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한달 동안 의료 공백을 방치하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조중동도 정부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 정리를 해볼까. 좌파 정당이 고학력자들의 정당이 된 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한다. 진보 담론의 효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이 보수의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무능한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지식이 부족해서 보수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보수를 지지하는 게 계급적 이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진보를 지지해도 돌아오는 게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했고 무상보육에 복지 증세를 밀어붙였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게 나름의 계급 이익에 맞는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의제를 복원하고 가치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지자들에게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역대급 비호감 총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누군가는 ‘계급 투표’를 하고 누군가는 ‘계급 배반 투표’를 한다. 한 표의 가치를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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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늘 관심 갖고 있던 주제라 더 흥미롭게 봤습니다. 여전히 알쏭달쏭,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네요. 이런 좋은 콘텐츠는 텍스트(및 차트 등 비주얼한 요소) 기반에서 그치지 말고 유튜브 동영상 같은 형식을 빌어 1인 강의/프리젠테이션 형식이든 2인 대담 내지 질의/응답 방식이든 조금 더 부연 설명을 붙여 쉽고 친절하게 풀어주는 콘텐츠로까지 만들어 봐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유용하게 볼 수 있는 뉴스레터를 비롯해 늘 좋은 콘텐츠 만들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2. ’24/3/27일 현재 반추해보면..
    전체적으로 성급한 비약이 아니었나요?
    해당 기간 여론 조사의 위험성이 분명 회자되었는데 너무 과감한 결론을으로 치달은 느낌이 듭니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대”라는 사실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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