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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데이터] 불매운동 효과 있었나… 남양유업은 지속적으로 매출 하락, 유니클로는 매출 급락 뒤 반등, 쿠팡은 이제 시작. (⏳3분)

“시간제 노동자가 왜 열심히 하겠어?”

김범석

쿠팡 택배노동자(故 정슬기)가 쓰러져 죽은 다음날, 김범석(쿠팡Inc 의장)이 한 말이다.

“그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 물 마시기, 잡담, 서성거림, 짐 없이 이동하기, 화장실…”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보라는 지시였다.

계속해서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쿠팡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질병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산업 재해 처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금을 건넨 것도 과징금과 책임을 피하려는 수법이었다. 유족을 찾아가 “산재 신청을 하면 기간도 오래 걸리고 신청해도 받아들여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회유한 정황도 나왔다.

쿠팡은 3770만 명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묻는 국회 청문회에 취임 1주일 밖에 안 된 외국인 대표를 내보냈다. 첫 마디가 “Happy to be here”였다.

영업 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쿠팡 불매운동도 시작됐다. ‘탈팡’이 이어지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불매운동이다. 쇼핑은 투표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악덕 기업의 물건을 계속 사주면 멈추게 할 수 없다.
  • 하지만 불매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 불공정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제재해야 하고 노동부가 근로 감독에 나서야 한다. 집단 소송제를 도입해서 피해 보상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 독점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새벽 배송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새벽 배송에 생계를 거는 노동자들도 있다. 동네마다 보이는 빵집은 파리바게뜨 뿐이고 파스쿠치나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가 파리바게뜨 계열사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 불매운동보다 중요한 건 쿠팡이 바뀌게 만드는 것이고 계속해서 공동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면 퇴출시켜야 한다. 그게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쿠팡 이용자 100만 명 이상 줄었다.

  •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1500만~1600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 140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용자 수가 급증했던 건 피해 사실을 확인하려고 접속한 트래픽이 반영된 것이고 최소 100만 명 이상이 쿠팡을 떠났을 거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 아래 그림은 모바일 인덱스가 집계한 안드로이드 이용자 추정이다. 12월19일 기준으로 1077만 명까지 줄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12년.

  •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이 촉발한 불매운동 10년 만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 한때 1조3650억 원을 찍던 매출이 9528억 원까지 쪼그라들었고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고 분노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10년이 쌓이면 기업을 바꿀 수 있다.

유니클로는 반등.

  • 유니클로는 일본군 ‘위안부’를 모욕하는 광고를 내보내 논란이 된 적 있다. 유니클로 임원이 “불매운동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분노를 더했다.
  • 노 재팬 운동과 맞물려 2020년 매출이 반토막 나고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 반등해 올해는 거의 예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했다.

파리바게뜨는 찔끔.

  • 파리바게뜨가 파리크라상의 브랜드고 파리크라상이 허영인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기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 여러 차례 불매 운동이 있었지만 파리크라상 본사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 영업이익은 불매운동 이듬해 83억 원 줄었다가 다시 늘고 있다.
  • 파리바게뜨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불매운동을 하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특성도 있다. 2022년부터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다.

결론: 불매운동만으로는 안 된다.

  • 첫째, 한국에서 쿠팡은 이미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고, 둘째, 한국 국민은 개인정보 유출 이슈에 민감하지 않다.
  •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은 “쿠팡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독점적 지위를 손대지 못하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증상에 대한 일시적 처방은 가능하겠지만, 그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쿠팡에서 일하느냐 마느냐, 쿠팡 새벽 배송을 이용하느냐 마느냐는 본질이 아니다. 이상헌은 “일시적으로 쿠팡은 뒤로 물러나서 관망하고, 그런 시간이 흘러가고 법적으로 어떤 실효적 제재도 성공하지 못하면, 어느새 두리뭉실하게 다시 원상회복한다, 그게 독점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 1980년 이후 삼성이 기준점이었다면 지금은 쿠팡이 한국 사회의 기준점이다. 쿠팡이 바뀌어야 한다. 불매운동을 넘어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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