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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가 극우화됐다는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장)이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20대 남자 일반을 ‘극우’로 낙인 찍는 언론과 정치권의 관성을 비판했다. 진보당 국회의원 정혜경과 손솔이 주최한 토론회 ‘2030 남성의 선택,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가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 유튜브 KBS 시사 화면 갈무리.

이게 왜 중요한가.

  • 국회서 가장 왼쪽에 있는 진보당이 2030 남자의 정치적 선택을 ‘극우’로 치부하지 않고 숙고할 대상으로 귀를 열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 정혜경은 “2030 남성의 보수화 경향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는 건 중요하다”며 “사회 구조와 문화 영향을 고려하되 그 안에서 20대 남성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것이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손솔도 “(청년) 표심으로 드러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정한울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극우’라는 공격적 언어로 특정 집단을 규정하면, 그 대상 집단의 정서적, 정치적 반발로 이어져 더 나쁜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남이 ‘탄핵 반대 집단’? “무리한 일반화.”

  •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계엄 반대, 탄핵 찬성’ 여론이 다수로 유지됐다. 20대 남자도 전체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4월 윤석열 탄핵 직후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67%는 탄핵 인용은 잘한 결정, 28%는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20대 남자도 59%가 잘한 결정, 26%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봤다.
  • 정한울은 “한 집단의 최소 절반 이상이 ‘탄핵 반대’ 입장이어야 ‘탄핵 반대 집단’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며 “20대 남자 60%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이들을 ‘탄핵 반대 집단’이라 부르는 건 무리한 일반화”라고 지적했다.
  • 20대 남자 집단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탄핵 찬성·반대 비율이 6:4 정도였다. 이 흐름이 탄핵 인용까지도 유지되는데, 과연 ‘탄핵 반대 집단’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대남이 법원 폭동에 우호적? “개인주의적 오류”

  • ‘이대남 극우화’를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사건이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다.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법원을 불법 점거하고 건물과 각종 시설을 때려 부순 초대형 범죄다.
  • 서부지법 난동범 다수가 2030세대 남자였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이대남은 민주주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른다’는 주장이 강화됐다. 이는 논리학에서 말하는 개인주의적 오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개인·개별 수준에서 나타난 데이터 및 경향성을 섣불리 집단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정한울은 “흔히 20대 남자들이 서부지법 사태에 우호적이고 폭력을 수용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조사해보면 20대 남자들도 서부지법 사태 주동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반박했다.
  • 실제 지난 2월 시사IN·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남성 응답자 중 서부지법 폭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65%였고, ‘저항권 행사’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30대 남성의 67%도 ‘용납할 수 없다’는 데에 동의했고, 21%만이 ‘저항권 행사’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응답자의 70%가 ‘용납할 수 없다’, 20%가 ‘저항권 행사’라고 응답했다. 2030세대 남성들이 유별하진 않았던 것이다.

이준석+김문수=74%? 근데 합쳐도 되나.

  • 20대 남자의 정치적 선택은 유동적이다. NBS 전국 지표 조사를 보면, 20대 남자들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으로 추락했다가 올해 1월 급상승했다. 정한울은 “6·3 대선 임박해서는 20대 남자의 국힘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갔지만 지난해 말에는 상당히 떨어졌다”며 “20대 남자의 정치적 선택은 움직이고 있다. 보수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 6·3 대선 지상파 방송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이준석(개혁신당)은 37.2%, 김문수(국민의힘)는 36.9%를 기록했다. 합치면 74.1%에 달한다. 2022년 3·9 대선에서 보수 후보 윤석열의 20대 남자 출구조사 지지율 58.7%와 비교하면 15%P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를 근거로 “청년 남성이 극우화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 해석이 엇갈린다. 정혜경은 “20대 남성층은 약 74%가 이준석과 김문수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관심도, 우려도 있다”고 했다.
  • 반면, 정한울은 ‘이준석 표’와 ‘김문수 표’는 이질적이라고 분석했다. “김문수는 탄핵 반대였지만 이준석은 탄핵 찬성파였다. 탄핵 찬성파 리더를 지지한 걸 극우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발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서부지법 집회 2030 남자’ 프레임? “악의적이다.”

  • 2030 여성이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에 2030 남성보다 더 많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 중앙일보가 분석한 서울시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3시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있던 여의도에 모인 인파는 44만 5900여 명. 이 가운데 20대 여성 비율이 15.6%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30대 여성(11.5%)이었다. 집회 참가자 4명 가운데 1명(27.1%)은 2030 여성이었다. 반면 20대 남성은 3.9%, 30대 남성은 6%에 불과했다.
  • 이와 함께 언급되는 집회는 윤석열 구속을 반대했던 서부지법 집회다. ‘탄핵 찬성 집회는 2030 여자, 서부지법 집회는 2030 남자’가 주도했다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같은 보도 자료를 보면, 서부지법 폭동 직전인 지난 1월 18일 오후 11시 서부지법 집회 참여자 구성은 2030 남자 15.5%, 2030 여자 18.7%였다. 오히려 여성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 정한울은 “객관적 실증 데이터는 ‘20대 여자는 탄핵을 찬성하고, 20대 남자는 탄핵을 반대한다’는 기존 인식과 차이가 있다”며 “한 집단을 통으로 ‘탄핵 반대 집단’ 혹은 ‘극우화하고 있는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건 과학적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법과 대안: 극단의 목소리를 배격하라.

  • 정한울은 여초·남초 커뮤니티 여론을 과잉 대표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정한울은 “20대의 정치적 태도를 정규 분포로 보면, 안티 페미니즘이든, 극단적 페미니즘이든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사람은 양쪽 끝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대부분은 극단에 있는 세력을 경계하고 비판한다”고 밝혔다.
  • 그러면서 “청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극단적 면모를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며 “극단이 아닌 중간에 위치한 청년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화해 여지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또 다른 발표자인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양승훈은 “진보 정치 진영은 20대 남성을 단순히 포용하고 소통하자고 선언할 게 아니라 이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정치적으로 끌어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남성은 현실 정치의 중요한 ‘스윙보터’이기 때문에 명확한 정책 비전과 강력한 조직화를 통해 정치적 참여와 동원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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