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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리포트] SBS의 눈물, 방송 사유화의 가장 안 좋은 결말.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들 줄 도산을 피할 수 없다.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지난 3일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에서 윤세영(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말은 언뜻 협박처럼 들렸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설사 경영진이 이렇게 당당한 건 본 적이 없다. 다음은 뉴스토마토 이원재의 ‘끝내주는 경제’에서 태영건설과 SBS의 지난 35년을 주제로 나눈 대화를 정리하고 보완한 것이다.

윤세영은 은퇴하지 않았나. 아들 대신에 설명회에 나온 것부터 독특했다.

믿는 구석? 읍소도 모자랄 판에 배째라는 듯 발언, 채권단 반발 컸다.

  • 방송사 오너가 아니면 가능하겠느냐는 뒷말이 돌았다.
  •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넣겠다더니 일부(890억 원)를 TY홀딩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썼다. 윤석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일 뿐 태영건설 지원이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뼈를 깎는 자구 대책을 내랬더니 남의 뼈만 깎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태영건설 지배구조를 살펴보자. 태영건설이 SBS 대주주는 아니더라.

  • TY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있고, SBS와 태영건설이 각각 자회사로 있다.
  • TY홀딩스가 SBS와 태영건설 지분을 각각 37%와 28%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사이에 지분 관계는 없다.
  • 윤석민이 TY홀딩스 지분을 25%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아버지와 부인, 윤세영재단 등 특수 관계인 지분 8%를 더하면 33%가 된다.
  • 윤석민이 따로 태영건설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다. 특수 관계인 지분이 11% 더 있다.

원래는 지주회사가 아니었는데 바뀐 건가.

  • 1990년(34년 전) 태영건설이 300억 원을 투자해서 30% 지분을 확보했다. 윤세영이 태영건설을 소유하고 태영건설이 SBS를 지배하는 구조였는데 2008년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먼저 방송사를 지배하는 미디어홀딩스를 만들었고 건설사를 지배하는 건설홀딩스(TY홀딩스)를 만들었다가 두 홀딩스를 합쳐서 TY홀딩스가 됐다.
  • 그러니까 지금은 TY홀딩스만 소유하면 방송과 건설을 수직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 원래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취지였는데 여전히 소유하면서 지배하는 구조다. 지난 시간에 LG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주회사로 바꾸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더 늘어났다. 지주회사의 마법이고 함정이다.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했다.

  • 엄밀하게는 내놓은 건 아니고, 더 어려워지면 내놓겠다, 이런 정도다. 윤세영이 이복현(금융감독원 원장)을 찾아가 만났고 이복현이 이 정도 내놔야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 윤석민 회장 일가가 갖고 있는 TY홀딩스 지분은 800억 원 규모, 여기에 TY홀딩스가 갖고 있는 SBS 지분이 2000억 원 정도다. 이걸로는 불을 끄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밖에도 에코비트가 4000억 원, 블루원 지분이 최대 1500억 원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모두 팔아도 부족할 수도 있다.
  •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 원은 처음에 안 넣으려 했다가 나머지도 결국 다 넣었다.

SBS 내다 팔아야 하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일까.

  • 담보로 내놓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안고 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 그동안 SBS 매각설이 여러 차례 있었다. 실제로 팔고 다른 사업을 할까 여러 가지 검토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일단 방송법에서는 자산 규모가 10조 원이 넘으면 방송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10% 이상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호반건설이 2021년 광주방송(KBC)을 매각한 것도 방송법 8조 때문이다. TY홀딩스도 11조 원을 넘겨서 SBS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 국회에서 규제 완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잘 하면 둘 다 가져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방송법 때문에 못 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엄살이다. 우리가 팔고 싶어도 사갈 수 있는데가 없을 걸, 이런 이야기다.
  • 아무나 방송하는 거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 텐데, 당연히 SBS 대주주가 되려면 대주주 적격 심사를 거치고 방통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못 파는 건 아니고 팔 수는 있다, 못 사는 건 아니고 살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방통위 승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달리 말하면 태영건설도 했는데 다른 데는 못하나, 이런 이야기도 된다. 다만 35년 전과 달리 방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서 쉽지 않을 거란 건 맞다.
  • 참고로 YTN 지분을 인수한 유진기업도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채권단에서 나온 이야기: 부동산 호황기에 태영건설 1조 넘는 이익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 이건 무슨 말인가.

  • 태영건설은 1980년대 신도시 개발로 돈을 크게 벌었다. 도급 순위 500위 밖의 건설사가 한때 16위까지 올랐고 주가도 크게 올랐다.
  • 태영건설이 돈을 벌면 배당을 하고 배당을 하면 TY홀딩스에 돈이 가고 윤석민 일가가 그걸 배당으로 빼내갔다.
  • SBS도 마찬가지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이 1800억 원에 이른다.
  • 태영건설은 2020년, 2021년, 2022년에 각각 130억원, 140억원 90억원을 배당했다. 2022년이면 이미 부실이 늘어나고 있었을 땐데 배당 먼저 챙겼다는 거다. TY홀딩스도 지난해(2022년 분) 55억 원을 배당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말도 나왔다.

  • 그렇게 야금야금 챙겨놓고 정작 회사가 어려워지니 책임을 안 진다는 말이 나온다.
  • 흥미로운 상황인 게 한국이 원래 대주주의 책임 이런 거 크게 따지는 나라가 아니다.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이나 마찬가지다.) 원칙대로라면 빚을 못 갚으면 부도 처리하고 받을 것 받고 청산하면 된다. 문제는 이게 하나가 무너지면 시스템 위기로 갈 수 있으니까 정부가 나서서 살리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 시스템 위기에 민감하기도 하다. 대마불사란 말도 나왔지만 이번에도 은행들이 위험과 손실을 떠안고 윤석민 일가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원래 우리 주제로 돌아가보자. 어떻게 태영건설이 방송사의 대주주가 된 건가.

  • 노태우 정권 시절 공보처 장관이었던 최병렬과 윤세영이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윤세영이 선배다.
  • SBS 설립 이듬해 최병렬 아들이 SBS 기자로 채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TV조선으로 옮긴 최희준이다.
  • 35년 전 태영건설이 SBS를 설립하면서 투자한 자본금이 300억 원이었다. 그런데 1995년부터 2022년까지 태영건설이 SBS에서 챙긴 배당금만 1000억 원에 육박한다.
  • SBS는 명실공히 한국 최대 규모 민영 방송사다. 원래 3년 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34년 동안 바뀌지 않았고 심지어 아들에게 물려준 상황이다. 처음 사업 승인을 받을 때 세전 이익의 1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윤석민 일가 지배력이 더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나.

  • 애초에 지주회사를 윤석민의 돈으로 만든 게 아니다. 쪼개고 합치고 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더니 윤석민의 지분이 늘어났다, 이걸 지주회사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마법은 대략 일곱 단계로 진행됐다.
  • 1단계, 돈 되는 사업을 SBS의 자회사로 쪼갰다. SBSi와 SBS프로덕션 등 알짜배기 사업 부문이 자회사로 떨어져 나갔고 SBS 본판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콘텐츠 공급 조건 등이 불리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 2단계, SBS를 사업회사(SBS)와 투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로 쪼개면서 돈 되는 자회사들을 미디어홀딩스 밑으로 넣었다. SBS와 SBS미디어홀딩스의 분할 비율이 7 대 3이었다. 이때부터 “재주는 SBS가 부리고 돈은 홀딩스가 번다”는 말이 나왔다.
  • 3단계, 태영건설이 보유한 SBS 지분을 SBS미디어홀딩스에 현물 출자하면서 태영건설의 SBS 지분은 0%로 줄고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은 61%로 뛰어올랐다. SBS가 태영건설의 손자회사가 됐다. 특별히 돈을 더 집어 넣은 것도 아닌데 쪼개고 사고 팔고 몇 번 하다 보니 지주회사의 보유 지분이 늘었다.
  • 4단계, 태영건설을 사업회사(태영건설)와 투자회사(TY홀딩스)로 쪼갰다. 정확히 2단계와 같은 방식이다. 태영건설과 TY홀딩스의 분할 비율은 51 대 49였다. TSK코퍼레이션(환경)과 블루원(레저) 등 알짜배기 자회사들이 TY홀딩스 밑으로 들어갔다.
  • 5단계, SBS가 SBS콘텐츠허브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애초에 SBS에서 떨어져 나간 자회사인데 다시 사들일 때는 SBS미디어홀딩스에 809억 원을 지급해야 했다.
  • 6단계, TY홀딩스가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했다. 합병 비율은 1:0.07이다.
  • 7단계,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지분을 유상 증자 방식으로 공개 매수했고 대부분을 윤석민이 인수했다. 태영건설이 TY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윤석민이 TY홀딩스를 통해 태영건설과 SBS를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윤석민이 이익을 어느 정도 챙겼나.

  • 만약 나에게 30% 지분을 보유한 A 회사와 60% 지분을 보유한 B 회사가 있다면 이왕이면 B 회사에 매출을 몰아주는 게 나에게 더 큰 이익이다. 윤석민에게 A는 SBS고 B는 콘텐츠허브였다.
  • 윤석민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철저하게 돈 되는 자회사를 지주회사로 몰았고 주력 자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면서 지주회사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렸다.
  • 결과적으로 윤석민이 보유한 태영건설의 지분이 2000년 말 기준으로 15%(특수 관계인 지분 25%)였는데 지주회사 전환 이후 TY홀딩스가 보유 지분 28%에 윤석민 보유 지분이 10%, 여기에 우호 지분을 더하면 59%로 늘어났다.
  • SBS 지분도 늘어났다. 원래 태영건설이 보유한 SBS 지분 30%가 전부였는데 지주회사 전환 이후 TY홀딩스의 보유 지분이 38%로 늘어났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이 합법이라는 사실이다.

  • 맞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기도 했다.
  • 문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처럼 계열사를 쪼개고 합치는 과정에서 지배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윤석민 일가는 거저 먹다시피 지배력을 확대하고 자산 가치를 늘렸다.
  • 건설사가 방송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극복했지만 지난 35년의 경험과 이번 PF 부실 사태에서 다시 확인한 것처럼 그룹 전체가 오너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구조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방송사 최대주주라는 게 실제로 건설 사업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지난해 YTN이 보유한 공기업 지분을 유진기업이 지분을 인수해서 논란이 됐다.

  • 원래 레미콘업계 1위 기업인데 로젠택배와 하이마트, 서울증권(유진투자증권) 등 인수합병으로 컸다. 동양건설을 인수해서 건설 사업도 한다.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는 매각했다.
  • 3199억 원에 지분 30.95%를 인수했는데 이 정도 현금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담보 대출 등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자산 규모는 5조 원 수준, 재계 서열은 78위다.
  • 참고로 YTN이 대략 1조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는데 SBS는 매출이 10배 가까이 되니까 사이즈가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은 방송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으니 현실적으로 인수 후보가 많지는 않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많다.

  • 호반건설이 서울신문과 전자신문을 사들였고(2019년) BHC 그룹이 중앙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인수하는 협상을 하다가 포기했고 KG 그룹이 협상을 넘겨 받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흥토건이 헤럴드경제를 사들였고(2019년) 동화마루가 한국일보를 사들였다(2014년).
  • 삼라마이더스가 울산방송 UBC의 대주주인데 역시 자산 규모가 10조 원이 넘어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 한국에서 대형 언론사가 매물로 나오는 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처럼 개인이 소유하고 대대로 물려가며 지배하는 족벌 언론사들은 이미 3세 경영을 서두르고 있다. SBS와 한국일보, 아시아경제, 청주방송, 강원방송 등은 기업이 최대 주주지만 역시 그 기업의 오너가 언론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왜 언론사에 욕심을 내는 건가.

  • 지난 시간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언론이 돈 되는 장사다. 망하는 언론사는커녕 언론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광고 시장도 여전히 살아있다. 등록된 정기간행물이 2만 개가 넘지만 문 닫는 언론사가 없다.
  • 태영건설의 사례에서 보듯 언론사의 영향력을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유화한다는 게 문제다.
  • 일찌감치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뉴스 산업이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로 거론되는 건 한국에서 자본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요 신문사의 최대 주주가 되면 청와대에 초청받아 대통령과 만찬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고 그 지위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 부자들이 돈 다음에 얻고 싶은 게 뭔가. 권력과 명예다. 권력과 명예를 갖고 싶으면 정치를 하거나 언론사를 소유하면 된다. 정치는 돈 있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 업계에서는 “언론사 사주가 됐더니 몇 달씩 걸리던 인허가 절차가 사흘도 안 걸리더라”, “대통령과 사진 한 번 찍고 왔더니 동료 기업인들의 시선이 달라지더라”는 ‘회장님’의 전언이 나돈다. 언론사 사주라는 명예와 가업을 대를 이어가며 물려줄 수 있고 권력으로부터 든든한 방패막이를 확보하고 필요할 때 기자들을 로비스트로 동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수백억 원의 ‘투자’를 아깝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월간 ‘신문과 방송’ 기고에서 다시 인용.)

태영건설의 부실이 어느 정도 되나.

  • 태영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이 60개나 된다. 금융기관 80곳에서 1조3000억 원을 빌렸다. 그리고 보증을 선 게 122곳 9조1816억 원이다. 어디서 뭐가 더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 PF 대출이라는 게 원래 10% 자본금에 90% 대출로 시작하는데 이 90% 대출에 시공사가 보증을 선다. 공사가 끝나면 공사 대금을 받아서 갚으면 되는데 건물을 짓다 말거나 분양이 잘 안 되거나 하면 펑크가 난다. 레버리지가 높아서 한 군데 터지면 현금이 묶이면서 여기저기서 펑크가 나게 된다.
  • 정부가 총선 전까지 PF가 터지지 않도록 관리할 거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태영건설이 먼저 터진 상황이다. 나름 도급 순위 20위 안쪽의 중견 건설사다. 워크아웃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안 좋은 기업에 만기를 연장해주는 제도다. 일단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부랴부랴 막긴 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가.

  • 성수동 오피스 사업이 틀어졌다. 11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는데 부지 매입에 1600억 원이 들었고 480억 원을 대출로 조달했다. 이걸 보증을 섰는데 지난 연말에 400억 원을 못 갚았다.
  •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곳이 많은데, 금리가 오르고 공사비가 오르면서 사업 시작 1년 반이 지나도록 착공도 못했다고 한다. 돌려 막기 같은 건데 돌리다가 막힌 상황이다.
  • 자산 규모 10조 원이 넘는 기업 집단인데 겨우 400억 원이 없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여기 말고도 다른 데 막을 것도 못 막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게 3조6000억 원이 넘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다른 곳의 공사가 잘 풀려서 갚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기저기 하나씩 터지는 상황이다.

모회사의 부실이 방송사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상황이다. 언론사 대주주의 책임이란 게 있다면 어떤 거라고 보나.

  • 첫째, 언론사의 대주주는 언론의 공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 돼야 한다. 방송사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면서 정작 태영건설이나 유진기업 같은 기업들이 언론사 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는지 깊은 고민이 없었다.
  • 둘째, 압도적인 퀄리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자들이 진실에 복무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어떤 종류의 타협에도 굴복하지 않도록 확고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 셋째, 살아남으려면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려면 더 큰 판을 내다보고 더 높은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SBS의 경우 안타깝게도 대주주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성장성을 희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넷째, 언론사 내부에 소통과 견제, 상호 비판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편집권을 보호하되 스스로의 편견과 한계에 갇히지 않도록 수평적인 의사 소통의 문화를 구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는 언론사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우리는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언론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잘 모른다. 둘째, 건설사의 부실이 방송사의 존립을 뒤흔드는 상황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 태영건설과 SBS의 악연은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주회사 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태영이 SBS에 투자한 자본금은 창업 당시 300억 원과 2008년 지주회사 전환 당시 80억 원이 전부였다”면서 “방송을 등에 업고 이룬 막대한 사적 이익은 거의 재투자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S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SBS에 대한 소유 경영 분리, 독립 경영과 책임 경영 등의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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