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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생성형 AI의 시대.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오래된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검색이 사라진 시대, 언론은 어떻게 독자들과 만날 것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의 위기와 혁신 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의 주요 발표와 토론을 정리했다.

고품질 뉴스와 저품질 뉴스의 공존.

  • 언론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박영흠(성신여대 교수)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두 가지 양극화가 있다.
  • 외적 양극화: 저품질의 뉴스와 고품질의 뉴스가 공존한다. 종합 일간지 시장에서는 매체의 퀄리티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준 낮은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가 늘었다.
  • 내적 양극화: 한 언론사 안에서도 고품질 기사와 수준 낮은 기사가 공존한다. 종이신문 기사와 인터넷 기사가 다르고 수익을 위해 쓰는 기사와 저널리즘 성취를 위해 쓰는 기사가 다르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바닥을 향한 경쟁, 세 가지 원인.

  • 박영흠은 문제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 첫째, 기술 혁신의 저주다. 클릭 유도용 미끼 기사가 쏟아지고 뉴스의 타블로이드화가 진행됐다. 생성형 AI가 보급되면서 저널리즘의 황폐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 둘째,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이용자 문제도 크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확증 편향이 강화되면서 저품질 뉴스에 열광하는 시장이 생겨났다. 내가 지지하는 정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기준으로 뉴스를 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 셋째, 언론사 수익 구조의 딜레마다. 한국 언론은 구독 시장보다 광고 시장 의존도가 훨씬 높다. 뉴스를 돈 주고 보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지 않다.

맵고 짠 뉴스의 시대.

  • 김현지(동아일보 사업전략팀장)는 “언론 산업의 위기가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맵고 짠 뉴스가 아니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다.
  • 동아일보는 5년 전 창간 100주년을 맞아 만든 혁신 보고서에서 헤리티지(유산)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아일보 히어로 콘텐츠는 편집국 기자 5명에 스탭까지 10명의 인원이 3~4개월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 김현지는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신뢰, 둘째는 독자의 참여(인게이지먼트), 셋째는 생산 효율성이다.

어텐션과 문해력의 동시 붕괴.

  • 류현정(조선비즈 콘텐츠전략팀장)은 “지금 언론은 주의력(어텐션)이 극도로 분산돼 있고 문해력이 극도로 저하돼 있는 이중고를 견뎌내야 한다”면서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이 음모는 빨리 퍼지는데 진실은 어렵고 복잡하다. 시스템 혁신의 핵심은 음모의 확산을 어렵게 하고 진실을 파악하기 쉽게 해야 한다. 팩트체크 지원도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고 정규 교육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획도 좋지만 데일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 유대근(한국일보 기자)은 “일상적인 보도의 질이 떨어지면 3개월이나 6개월마다 기획 기사 몇 개 잘 쓴다고 평판과 신뢰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유대근은 “데일리 부서와 와보니 페이지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팩트 체크도 쉽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기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들은 흔히 사례 둘에 통계 하나, 전문가 멘트 하나, 이렇게 짜여진 틀에 맞춰 기사를 쓴다는 비판을 받는데 지금 현실은 최소한의 사례와 통계, 멘트 하나도 따기 어려운 환경이다. 기자들이 하루 평균 기사 5건을 쓴다는데 비판적으로 뒤집어볼 수 있는 그런 시간도 여유도 없다.”
  • 유대근은 “수익을 위한 기사와 저널리즘을 위한 기사가 다르다고 하지만 과연 수익을 위한 기사라는 게 정말 장기적으로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면.

  • 박영흠은 생산과 유통, 소비, 세 가지 측면에서 해법을 제안했다.
  • 첫째, 생산 측면에서 뉴스룸 내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장기적으로 언론사 수익 모델 개선도 필수다.
  • 둘째, 유통 측면에서는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 상업적 기준을 저널리즘 중심적 기준으로 바꿀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 셋째, 소비 측면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서 좋은 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줘야 한다.

혁신이 사라진 이유.

  • 조영신(미디어산업컨설턴트)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 과거에는 편집국이 뉴스와 배치와 흐름을 결정했지만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권력이 언론사 바깥으로 이동했다. 포털이 뉴스의 도달 경로를 바꿨고 검색 엔진이 노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소셜 미디어는 뉴스의 흐름을 바꿔놨다.
  • 조영신은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 “과거에는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싶다는 강력한 문제의식이 있었을 때 혁신이 있었는데 ‘무엇을’ ‘왜’라는 질문에 답이 없는 상황에서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혁신의 문법, 멈춰 선 질문.

  • 조영신은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정의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술은 혁신의 조건이지만, 존재 이유가 없으면 그 어떤 도입도 혁신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디지털 혁신을 이야기할 때는 최소한 내가 취재를 했고 내가 글로 썼다. 설령 그 글이 기레기 취급을 받더라도 내 손을 탄 글이고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길지언정 내 손을 탔다. 그런데 이제 AI가 나보다 더 잘 쓰는 시대가 됐다. 기자는 무엇인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퍼플렉시티나 챗GPT는 답을 준다. 검색하던 시절에는 대상이었을지언정 나를 찾아왔지만 생성형 AI 시대에는 대상일 뿐이다. 고객들은 나란 존재도 모른다. 이제 진짜냐 가짜냐보다 내가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게 됐다. 저널리즘이 무엇인가. 본질적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뉴스의 정체성이 확립돼야 혁신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혁신이 없는 이유는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 AI가 덮친 세상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 것인가, 이 대답이 확립돼야 한 걸음이라도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진짜의 진짜를 증명해야 한다.

  • 김민성(한국일보 미디어전략부문장)은 “오리지널리티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그동안 언론의 역할이 진실 추구였다면 AI 시대에는 화자의 주체성이나 사안의 진실성을 검증하고 구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를 구별하는 게 언론의 새로운 책임이 되는 시대다.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 이희욱(한겨레 미디어전략부 부장)은 “생성형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묻기 전에 생성형 AI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먼저 묻고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욱은 네 가지를 제안했다.
  • 첫째, 기술 학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둘째,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싸고 맛있는 집은 없다.
  • 셋째,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고.
  • 넷째, 실행력이 필요하다.
  • 이희욱은 “치열한 토론과 숙의, 투자, 검증을 반복해야 다가갈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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