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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1월 22일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이래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통령 이재명은 취임 8개월 만에 대선공약 ‘코스피 5000’을 조기 달성했다. 이재명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으면 국민 모두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대선 승리 직후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특위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끝내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특위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1·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주력했다.

특위는 목표를 조기 달성한 만큼 명칭도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한 K자본시장 특위’(가칭)로 개편하고, 활동 방향도 재정립할 계획이다.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의원 오기형(59·서울 도봉 을)을 지난 1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했다.

민주당 의원 오기형이 지난 1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슬로우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코스피 5000,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시대적 염원.”

— 이재명 대통령 취임 8개월 만에 코스피 5000 공약을 달성했다. 예상한 결과인가.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코스피 5000’ 말이 처음 나왔을 땐 ‘정치 선동’이라는 비난도 거셌다.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지금도 ‘정책과 정치가 가격을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자본시장은 너무 억눌려 있고 이를 역동적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고 본다.”

— 여러 인터뷰에서 PBR*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로 올라왔나?

“PBR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제시했던 것이다. 2024년 말 코스피는 2600~2700 수준에 PBR은 0.9였다. 신흥국 평균이 1.84 정도, 선진국은 3.4 수준이다. 한국 채권시장은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 있는 데 반해 자본시장은 신흥국 지수에 편입돼 있다. PBR은 신흥국 평균에 미치지도 못한다. 코스피 5000 기준으로 PBR이 1.6을 살짝 넘은 것 같다. 그래도 신흥국 평균은 2.26 정도, 선진국은 4.01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코스피 5000은 우리 사회와 시장이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대가 있다는 걸 확인시킨 징표라 생각한다.”

PBR:

Price to Book-value Ratio 약자. 주가 순자산 비율. 회사가 보유한 자기 자본과 대비해 시가 총액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지표. PBR이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라고 말한다.

— 코스피가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한 지난 1월 22일, 이 대통령이 특위와 오찬을 가졌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

“자본시장 정책을 일관되고 과감하게 추진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3차 상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하는 데 서로 공감했다. 반복되는 ‘중복 상장’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앞으로도 자본시장 개선 흐름을 이어가자’는 말씀이었다.”

— 한병도 원내대표는 “코스피 6000, 7000 시대를 국민과 함께 열겠다”고 했다. 다음 목표는 코스피 7000인가?

“특위 이름을 ‘코스피 5000’으로 지었지만, 우린 대외적으로 구체적 목표 수치를 제시한 적은 없다. 6000, 7000을 이야기한 적 없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지배구조 문제 핵심은 거수기 이사회를 책임지는 이사회로 바꾸는 것이다.”

— ‘거수기 이사회’가 빚은 문제로 볼 수 있는 기업 사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례가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이용됐고,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봤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불리한 합병인데도 동의해줬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했던 LG에너지솔루션(엔솔) 논란,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시도, 이 밖에도 SK, 신성통상, 태광, 고려아연 등 무수히 많은 사례가 누적돼 왔다.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하며 동조하고 있으니 책임지는 이사회로 바꾸자는 이야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 오너 승계 작업을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 비율(1대 0.35)이 책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정권 외압으로 부당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7월 무죄를 확정했다.

‘거수기 이사회’에서 ‘책임지는 이사회’로.

—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1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 의무 도입’이었다.

“상법 개정은 충실 의무라는 행위 규범을 객관화한 것이다. 충실 의무 도입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힐 경우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지금도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주주 대표 소송을 할 수 있지만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권리 구제 방법이 없다. 삼성물산 합병의 경우 주주들은 손해를 봤지만 회사에는 손해가 없다. 물적 분할도 마찬가지다. 물적 분할한 뒤 상장한다고 해서 회사 자산이 바뀌는 건 하나도 없지만 주주 이익은 침해받는다. 그 다음 2차 상법 개정(지난해 8월 국회 통과)은 이사 선출 과정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골자였다. 이 역시 거수기 이사회를 책임지는 이사회로 바꾸자는 담론이다.”

— 전대미문 주가에 긍정 평가가 나오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 반도체 기업이 증시를 주도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증시가 휘청할 수 있다.

“귀담아들어야 할 비판이다.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상장사 수는 약 2600~2700개다. 이 가운데 지난 8개월 불장 속에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50%가 채 안 된다. 특히, 900여개 기업은 1년 동안 돈을 벌고도 이자도 못 갚았다. 이런 기업은 코스피 문제가 아니라 수익성 문제로 정리가 필요하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장 기업에 ‘왜 주가가 상승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번지수가 틀린 질문이다. 이는 자본시장 방향성과 맞닿아있다. 자본시장은 혁신 기업과 비혁신 기업을 분별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돈 버는 기업에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정리 과정이 필요하다.”

  • ‘좀비 기업 퇴출’은 이재명도 공감하는 어젠다다. 이재명은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이라며 “상품 가치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나.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구윤철도 “부실 기업 신속 퇴출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 기업’은 2023년 말 기준 3950개에 달한다. (편집자 주)
— 기술이 있어서 상장은 했는데, 단기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런 기업은 스스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설득력 있는 비전이라면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또 반대로 수익은 나는데, 회사를 신뢰할 수 없어서 주가 상승을 못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그럴 땐 기업 스스로 투명해져야 한다. 지금도 특수 관계자에게 자사주를 준다든지 터널링*을 한다든지 중복 상장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충실 의무가 적용되는데,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 신뢰가 쌓이면 뒤통수 맞을 염려가 없으니 돈 버는 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한다.”

터널링(Tunneling):

지배주주나 오너가 회사 자산을 내부 거래로 사익 편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하 터널로 재산 빼돌리기’ 비유에서 유래했다. 재벌 일감 몰아주기가 대표적.

‘K자 성장’ 해소 방안? “AI 산업이 성장 견인할 것.”

—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괴리가 뚜렷하다.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역성장했다. 연간 성장률도 1%에 그쳤다. ‘K자 성장’에 우려 목소리가 크다.

“실물 경제가 자본시장을 못 따라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주가가 선행지수인 만큼 실물 경제까지 온기가 퍼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저성장을 돌파하는 게 중요하다. 성장 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AI, 재생에너지, 방산, 원전, 2차 전지 등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에 주력하는 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성장 기업과 산업이 우리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국가 산업 전략과 민관 시너지를 낼 텐데 이 과정에 기관·장기 투자자들은 어떤 회사가 되고 안 되는지 분별하여 자본 투자해야 한다.”

— ‘자사주(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논란이 많은 이슈다. 경영계는 경영권 방어 수단 급격한 약화를 우려한다.

“자사주는 누구 것인가? 특정 주주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자사주는 미발행 주식이다. 특정 경영인이나 주주가 ‘자사주는 내 맘대로 쓸 수 있다’고 하면, 회사법 기본을 부정하는 행태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경영권 방어 명분으로 자사주 뒤통수를 쳤기 때문에 시장에 불신이 쌓인 것 아닌가? 회사는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을 발행한다. 주식은 최후의 권리다. 잔여재산분배권, 이사선출권 등을 갖고 있다. 투자자에게 주식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영업하는 게 주식회사다. 자사주는 회사가 주주로부터 다시 주식을 받고 돈을 되돌려준 것이다. 그 순간 자사주는 무슨 권리가 있나? 미발행 주식은 아무 권리가 없다. 소각하는 게 원칙이다.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되, 더 갖고 있겠다면 주주들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소각하지 않고 누구에게 매각하겠다면, 그것도 주주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자사주가 회사 밖으로 나갈 때 주주 평등 원칙을 지키라는 뜻이다.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를 밟으라는 거다.”

— 결국 돈을 모으려면 유상증자를 하라는 것인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신규 발행이든, 자사주로 갖고 있다가 신규 발행처럼 쓰든, 주주 평등 원칙을 지키라는 게 핵심이다.”

“자사주로 뒤통수 쳐왔기 때문에 불신 쌓여.”

— 코스피가 상승하다 보니 공평 과세 차원에서 금융 소득에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재차 나온다. 금융 소득 과세는 필요하다고 보나? 금투세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세금 문제는 공정 과세 원칙에서 늘 고민하고 논쟁해야 한다는 명제에 이견은 없다. 다만 어느 시점에,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 지금이 그런 시점인지 잘 모르겠다. 시장 가격과 세금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세금을 통해 시장 가격을 (원하는 만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면서 세금을 때리면 성공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일반 상식이다. 세금을 감면해줘서 코스피를 올린다? 그런 조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시장 가격과 관련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정책 기조다.”

— 재정경제부는 해외주식 팔고 국장으로 유턴하면 5000만 원까지 양도세를 매기지 않겠다고 하는데?

“사실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미국으로 떠난 서학개미에게 코스피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분산을 제안한다는 차원, 즉 ‘머니 무브’ 담론을 꺼낸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실제 (국장 투자에서) 수익이 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만으로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관점에서도 부동산의 과다한 세금 혜택을 줄이고 자본시장 유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 내에서도 혁신 기업에 투자할 경우 세금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은 자본시장 구조 개혁이라는 기조 하에 조정에 활용하는 보조적 수단이지 주된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 수익성 없는 상품인데 과도한 세금 혜택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조세 중립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산의 양극화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정 과세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과세 시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고민하면서 정무적 관리를 해야 한다.”

— 이재명 정부판 ‘스튜어드십 코드’*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국내 주식 시장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민연금 첫 번째 목적은 노후 보장이다.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기금 수익성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기준은 끼어들면 안 된다. 기금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운용이 첫 번째다. 이를 전제로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 선택을 한다면, 그러한 전문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어떻게 투자해야 수익성이 높아질까? 수익성 있는 기업을 잘 분별해내야 한다. 뒤통수 치는 회사로부터는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 이런 기능을 잘하라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ESG’* 표현이 내포한 어떤 특정 이념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써 기금을 활용하라는 게 아니다. ESG라는 수단을 매개로 가장 높은 수익성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자본시장이 계속 억눌려 있거나 기업이 터널링을 하며 부당 행위를 하고 있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견제해야 한다. 연기금의 기업 지배구조 감시·감독은 이런 관점에서 필요하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수탁자책임 원칙.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 자금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

ESG: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구조 감시, 수익성 위해 필요.”

—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줄이고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보나?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적, 역동적 시장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여기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해외 시장을 줄이라고 할 수는 없다. 투자는 전문적 판단 영역이다. 다만, 지금처럼 한국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정상화하고 있다면, 포트폴리오 비율을 늘리는 조정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에 고정된 수치는 없는 것이고, 계속 튜닝하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국민연금 수익률은 6%가 넘는다. 최근 5년만 보면, 8%가 넘는다. 연기금마다 투자 노하우가 있고, 전문가들이 원칙을 갖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할 것이냐 말 것이냐, 논쟁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이 가진 전문성을 기반으로 투자하되, 판단 근거는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판단 근거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은 국회와 시장 역할이다.”

— 퇴직연금 기금화 이슈도 뜨겁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노후 보장’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 수익률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왜 이런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확정기여(DC)형*과 비슷한 미국의 ‘401K’*의 경우 수익률이 10%, 15% 날 때가 있는데, 우리는 2% 수준이니 과연 이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 퇴직연금에 제공한 세제 혜택은 가입자가 아닌 연금 위탁·관리자의 수수료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 꼴이다. 기금 관리는 꼭 국민연금이 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공단, 복수의 공단을 만들어 운용해도 된다. 노조에도 할 말이 있는 게,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정말 자기 노조원 미래를 고민한다면 적극적으로 기금화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80~90%의 개인들이 고정금리로 채권에 묶어두는데, 이와 달리 기금화 핵심은 대규모 분산 투자와 수익률 제고에 있다. ‘내 돈을 네가 뭔데 관리해’라는 논리를 만들어 기금화에 반대하는데, 고용노동부 관료도, 노조도 적극적으로 기금화에 뛰어들어야 한다. ‘퇴직연금을 자본시장에 활용할 거냐.’ 그런 물음도 사치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거다. 지금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1~2%면 수수료 먹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것뿐이다. 노후 보장을 위한 수익률 확보,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합리적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DC형:

퇴직연금에는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 종류가 있다. DB형은 퇴직하기 전 평균임금에 일한 기간을 곱해 정산한다. DB형에 가입한 직원은 안정적 급여를 보장 받는다. 회사가 알아서 다해주는 것이다. 연금 운용 수익이 나도, 손실이 생겨도 회사 몫이다. 수익률을 높여야 할 유인이 없다. DC형은 회사가 1년 일할 때마다 1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원 퇴직 계좌로 입금해 준다. 직원은 이 돈을 직접 굴려야 한다. 내 손으로 퇴직금을 불려야 한다. 관련기사: 500조 원 고래, 퇴직연금도 기금화하면 수익률 네 배 뛰나.

401K:

미국의 대표적 DC형 퇴직연금 제도. 근로자와 회사가 급여 일부를 공동 적립하고, 근로자가 직접 주식,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한다.

민주당 의원 오기형이 지난 1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슬로우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수익률 1~2% 퇴직연금, 기금화가 해법.”

— 집단소송제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필요한 법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초래한 쿠팡을 겨냥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여당의 ‘쿠팡 때리기’가 과도하다는 여론도 있다.

“쿠팡만 겨냥한 법안은 아니다. 증권 분야에 한정해 집단소송법은 이미 도입돼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일반 집단소송법에 관한 법무부의 입법 예고가 있었으나 재계 반발로 발의·처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이폰 배터리 사건 때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 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으니 수천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한국도 애플을 상대로 6만 명 이상 모여 집단 소송을 제기한 적 있으나 법원이 인감증명서 제출 등 명령을 내려 원고가 대폭 줄었고 항소심에는 원고 대여섯만 남았다. 똑같은 소비자인데 미국 소비자에게는 큰 책임을 지고 한국 소비자는 무시한다. 쿠팡 사례를 보자. 종래 판결을 보면, 개인 정보 유출로 1인당 10만 원, 30만 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다. 쿠팡 정보 유출로 피해 본 소비자가 3370만 명이다. 쿠팡 한국 대표 해럴드 로저스 말에 따라도 전국 2700개 아파트의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털렸다. 3370만 명이 10만 원씩 보상받으면 3조 3700억 원이다. 쿠팡 자본금 90%가 사라지는 거다. 미국에서는 분식회계 등 공시 제도를 위반하면 파산 위기에 내몰린다. 엔론 사태*가 대표적이다. 쿠팡 역시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디스커버리 제도:

영미법 소송법상 제도로 재판 개시 전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

엔론 사태:

2001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이 대규모 분식회계와 회계 부정으로 이익을 부풀리다 파산한 대규모 금융 스캔들.

— 미국 기업의 경우 주주권이 너무 강해 이윤의 9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문제가 있다. 기업이 대규모 빚을 내서 주주에게 배당하다 보니 정작 투자할 돈이 없다. 이 때문에 주주 자본주의에 우려가 적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 투자와 채용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나? 강화하는 주주 자본주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그건 논쟁 영역에 있다고 본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속화하는 사건의 해법은 무엇인가? 주주 자본주의가 맞느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맞느냐. 어느 게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냐 선택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하나하나 해소하는 작업을 일체 하지 말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산업 자본주의를 통한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단타’가 아니라 장기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긴 호흡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토양을 제대로 다지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AI 산업 등에 연구개발(R&D)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대안은 무엇인가. 구체적 논쟁과 해법 제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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