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칼럼] 온 국민 관심사, ‘서울의 집’. 오세훈 시장은 2031년까지 8.7만 호 ‘순증’한다고 주장하고, 서울시의원 최재란은 오히려 12만6천 호가 ‘순감’한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서울시민’ 입장에서 따져봤다. (⌚7분)

다들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니 열심히 공급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1.29 대책에서 공공토지 위에 새로 집을 3.2만 호 짓겠다고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정책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정부 정책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효과적이지 않지만,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2.0 계획에 따라 이미 준비가 다 된 신청지구를 중심으로 2031년까지 31만 호(정확히는 30.8만 호) 공급 세대 목표로 착공하면 8.7만 호가 ‘순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통기획대로 하면 오히려 2031년까지 서울시 주택 12.6만 호가 ‘순감’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재란 서울시의원“오세훈표 신통기획 2.0, 8만7천 호 순증 주장은 거짓…2031년까지 12만 6천 호 감소” )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안 그래도 서울시에 주택이 부족하다는데, 더 부족해진다니 말이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오세훈 시장인가, 최재란 시의원인가?

굳이 ‘순증’을 따로 밝히는 이유
애초에 서울시가 그냥 공급 세대 30.8만 호 전체를 ‘증가 물량’이라고 잡지 않고, 따로 8.7만 호만 ‘순증’이라 하는 이유가 있다. 맨땅에 집을 짓는 신규 택지에서의 주택 공급과 달리,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에서는 기존 집들을 철거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신통기획 2.0에 따르면 2026년부터 매년 2만 호 내외로 집들이 철거되다가, 2030년과 2031년에는 5.3만 호와 7만 호가 철거되어, 총 22.1만 호가 없어진다. ‘멸실 효과’가 22.1만 호다.
그 자리에 언젠가 30.8만 호가 언젠가 다 지어지면, 결과적으로 ‘순증 효과‘는 8.7만 호가 된다. 이는 철거 물량과 신축 물량 전체를 최종 시점에서 합산해서 보는 ‘저량(Stock)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는 시차가 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면 그다음 날 바로 새집이 지어지는 게 아니다. 서울시도 대략 4년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다. 올해 주택 10채를 철거하고 4년 뒤 그 자리에 15채가 준공된다면 최종적으로 ‘저량’은 5채가 순증하는 것이지만, 내년 시점에는 -10, 즉 주택 10채가 없어진 상태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공사에 들어갔던 집이 있어 그중 3채가 내년에 완공된다면, ‘-10+3’ 해서 주택이 7채 줄어든 상태가 될 것이다.
이는 특정한 정비사업 지구 한 곳에서 통시적인 순증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서울 전체에서 특정 시점에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물량에 초점을 맞춘, 즉 ‘유량(Flow)’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재란 의원은 이런 관점에서 분석해서, 신통기획에 따라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서울시에서 실제로 사라지는 주택과 새로 짓는 주택을 비교해 본 것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6년에 (완공시 3만 호 공급 계획으로) 2.8만 호를 철거하는데, 실제 그해에 서울에서 완공한 물량은 1.5만 호라서 실제 서울시 주택 재고는 -1.3만 호, 즉 1.3만 호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2031년 시점에서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표에서 보면, 최재란 의원은의 입장은 ⓒ- ⓑ, ‘해당년도 준공물량ⓒ’에서 ‘해당년도 철거물량ⓑ’를 빼서 12.6만 호가 줄어든다고 본다.
서울시 입장은 ⓐ-ⓑ, 즉 ‘훗날 완공될 물량ⓐ’ 에서 ‘해당년도 철거물량ⓑ’ 를 빼어 (아마도 2035년 이후에 다 합치면) 8.7만 호가 늘어나는 사업을 2031년까지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최재란 의원 지적에 대한 서울시 설명자료도 이를 재확인한다. (서울시 보도자료)

같은 표를 놓고 서울시는 (훗날) 8.7만 호가 늘어나는 사업을 2031년까지 착공한다하고, 최재란 의원은 2031년 시점에서는 12.6만 호가 줄어든다고 한다. 각각 저량과 유량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면 둘 다 맞는 것도 같다. 그런데 2031년 시점에서 서울시가 주목해야 하는 수치는 무엇일까?
특정 시점의 주택 감소 여부는 정책상 아주 중요한 질문
서울시 설명은 그간 관행적으로 정비사업의 ‘순증 물량’을 발표한 방식을 재확인한다. 그러면서 최재란 의원 지적을 반박할 때는 “정비사업이 아닌 타 주택사업 등으로 준공되는 아파트 물량 등을 포함하면, 연도별 신축 물량은 철거 물량보다 많을 수 있”(강조는 필자)다고 주장한다. 즉, 신통기획 이외의 공급 방식을 동원하는 것인데, 이는 곧 신통기획만으로는 해당 연도 주택 재고가 감소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판정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2031년까지 ‘착공’한 신통기획의 통상적인 ‘순증 효과’는 서울시 말대로 8.7만 호가 맞다. 그러나 그 목표가 현실화하는 시점은 2031년이 아니다. 2031년 수급 상황은 최재란 의원이 지적이 옳다. 특정 시점의 주택 재고량 변화만 따지는 최재란 의원의 방식이 ’정비사업의 최종적인 주택 순증 효과‘는 무시한 것이라 해도, 실제로 신통계획의 준공량 만으로는 2031년 시점에 12.6만 호의 주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나중에 모두 합산해 보면 주택이 늘어난다’고 하면서 최재란 의원이 잘못 집계했다고 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어떤 시기엔 실제로 주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까?

서울시민 입장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현재 서울시 주택이 대략 390만 호쯤 된다. 용적률을 높여서 총 470만 호를 짓는 계획으로 이 모든 집을 올여름에 철거한다면? 서울시 계산법대로 하면 80만 호가 순증이다. 그러면 서울시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고 안심할 일인가? 내년에 서울시 주택 재고는 ‘0’호가 되는데 말이다.
또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1월에 수입이 40만 원, 12월에 60만 원 해서 총 100만 원이 들어온다고 쳐보자. 그런데 카드값은 매달 5만 원이 나와서 1년에 60만 원이라고 쳐보자. 서울시의 집계 방식에 따르면 총수입은 100만 원이고 지출이 60만 원이니 재산은 40만 원 순증한다. 맞다. 그러면 안심하고 있어도 될까?
이대로라면, 8월까지는 기존 40만 원에서 매달 5만 원씩 낼 수 있었지만, 9월부터는 카드 값을 낼 수 없게 된다. 서울시의 순증 물량 계산법으로는 사고가 나는 것이고, 최재란 의원은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개인의 신용을 지키고 연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라면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12월에 입금될 60만 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9월 이전에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와야 할 것이다. 최재란 의원의 지적을 서울시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물론 공사 기간 중 주택 감소 상태를 이유로 정비사업 안 할 순 없다
안 그러면 온통 낡은 집들만 남게 될 것이다. 서울시 설명 자료에서도 ‘현재의 공급 부족을 미래에 또다시 반복’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2015년에 전임 서울 시장이 발표했던 ‘강남4구 재건축 이주 집중 대비 특별 대책’ 같은 것이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재건축으로 멸실 가구가 늘면서 서울시 주택 수급이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 (물론 그때도 관행적 계산법에 따른 순증량은 플러스였을 것이다.) 그해 고덕 2단지(2,771세대)와 삼익그린1차(1,560세대)의 이주가 시작되자 강동구의 전세가 상승률은 16.5%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평균(8.8%)의 2배에 달했다. 2017년에는 관리처분인가가 난 둔촌 주공의 6천 세대 주민이 이주를 시작하니 첫 한 달 동안 전세가율은 4.37% 급증했다(이인규, 2023,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173쪽).
물론 이때 재건축에 들어간 집들이 나중에 완공되면서는, 즉 순증 효과가 현실화했을 때는 새로운 집을 공급한 효과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철거 시점에는 ‘순감’의 충격이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그렇다면 대규모 단지들은 철거 시점을 신축 공급이 많은 시점, 예컨대 3기 신도시의 완공 시점에 맞추는 것이 역사의 교훈일 것이다.
그런데 ‘신통기획2.0’에서는 시기 조정 이야기는 없고 무조건 다들 빨리하게 해주겠다고만 한다. 집의 절대 물량은 감소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서울시장은 ‘이주비 대출’만 이야기한다. 돈 빌려주면 이사 갈 집이 저절로 생기나? 주변 지역 전월세 시장은 확실히 들썩일 테지만 말이다.

신속한 주택 공급보다 중요한 가치
진정으로 민간 주택의 정비사업이 성공하길 바라고, 안정적인 서울시 전월세 시장을 바라는 서울시장이라면, 중앙 정부의 공공 토지 개발 정책을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어디선가 ‘신축’하는 집이 있어야, 기존에 낡은 집들을 허물 때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 서울시와 중앙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시기를 협의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서울시장은 ‘신속한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2031년 시점에는 12.6만 호가 줄어드는 정책을 2030년까지 3.2만 호를 늘리겠다는 정책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중앙 정부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에서 앞으로 6년간 22.1만 호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집은 9.5만 호에 불과하다는데, 그리하여 12.6만 세대가 쏟아져 나올 텐데, 공공 토지에 3.2만 세대만 공급하면 할 일을 다 하는 걸까? 나머지 (12.6만-3.2만=) 9.4만 세대는 경기도로 가야 할지 인천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대책은 누가 세우는 걸까. 시장에 맡기면 위대한 균형이 이뤄질까? 이런 식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균형 발전을 꾀하는 걸까?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로 (훗날 완공 시점에) 자신의 계획이 더 낫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연말에는 1년 총수입이 카드값보다 많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당장 매년의 주택 재고의 변화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게 (매달 카드값이 연체되지 않게 씀씀이를 줄이든 돈을 빌리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신규 준공 물량과 철거 예정 물량을 권역별로 집계하는 이주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 계획만으로는 2031년까지 12.6만 세대, 국토부 계획이 달성된다 해도 9.4만 세대의 집이 없어지는데, 지금 잠이 오는가?

부록: 공급 시차에 따른 재고 물량 변화에 대한 설명
착공 시점에 10만 호 공급 계획을 세웠더라도, 현재 있는 집이 9만 호라면, 착공(=철거) 시점에는 1만 호가 바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9만 호만큼 집이 없어진다. 그 이후 4년간은 주택 수가 0인데, 준공시점에서 10만 호가 생기면서 비로소 ‘순증’량은 1만 호가 되는 것이다. 이때 개별 정비사업에 대한 평가는 ’순증 1만 호‘라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주택 재고나 전월세난을 방지하려는 입장이라면 착공 후 완공까지 없어진 9만 호를 걱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