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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2021년부터 곰팡이, 머리카락 등 위해 물질이 백신에 섞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제조사에만 알리고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질병관리청. 뒤늦은 감사로 밝혀진 백신 관리 구멍. 장관이 된 ‘방영 영웅’은 고개를 숙였다. (⏳5분)

정은경(보건복지부 장관)이 사과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코로나 위기 대응을 하면서 부족하고 미흡했던 점에 당시 방역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감사원이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실태 진단 및 분석’ 감사 보고서가 발단이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서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위해 물질이 백신에 섞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물질이 발견된 백신과 제조 번호가 동일한 코로나 백신 1420만 회분이 접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은경은 “이물이 신고된 백신은 사용하지 않았다”며 “동일 제조번호 백신에 모두 이물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을 위한 시범사업’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사하는 정은경. ‘곰팡이 백신’과 관련한 사과는 아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정은경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이재명 정부 복지부 장관 자리도 그때 업적을 평가받은 결과다.
  • 성공 신화였던 ‘K-방역’에 큰 균열이 생겼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백신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 정치적 공세가 거세다. 국민의힘은 정은경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정은경 장관은 ‘방역 영웅’이라는 평가 속에 장관직에 올랐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생각하고 정부 방역에 대한 국민 신뢰를 고민한다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국민의힘 의원 김미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사진=정은경 페이스북.

‘곰팡이 백신’ 통보, 왜 빠뜨렸나.

  • 정은경의 질병관리청장 임기와 일부 겹치는 2021년 3월~2024년 10월 이야기다. 질병청은 의료기관으로부터 1285건의 코로나19 백신 이물 신고를 접수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제조사에만 알렸을 뿐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 이물 신고 1285건 중 대부분(835건, 65%)은 사용법 문제로 발생한 고무 마개 파편이었지만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위해(危害) 우려’가 있는 이물 신고도 127건(9.9%)에 달했다.

‘유효기간 만료 백신’ 오접종 알리지 않아.

  • 질병청과 식약처는 2021년 4월 매뉴얼을 개정했다. 질병청이 이물 신고를 식약처와 제조사에 동시에 알리고 식약처는 중대 결함이 의심되면 제조사에 조사를 지시토록 했다.
  • 식약처는 약사법 및 관련 매뉴얼에 따라 백신에 이물이 혼합됐다는 정보가 확인되면, 해당 제조번호 의약품에 관해 수거·검사, 제조·수입·유통 중단, 제조소 현장 조사 등 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 질병청은 위해 우려 이물과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 보류하고 식약처 이물 신고 통보를 통해 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 질병청이 유효 기간이 만료한 백신을 2703명에게 오접종하고도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도 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그로 인해 1504명(55.6%)은 재접종을 받지 않았다. 유효 기간이 만료된 백신은 맞아도 접종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런 오접종이 포함된 채 질병청장 명의로 예방접종증명서 515건이 발급됐다.

백신 관리 구멍, 일본과 미국은 달랐다.

  • 강윤희(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21년 8월 모더나 백신 바이알 내 이물 신고가 접수되자 정부는 해당 제조 번호 접종 후 2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같은 제조 공장에서 만든 세 가지 제조 번호의 모더나 백신 접종을 보류했다.
  • 백신 내 이물질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의학적 위험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추정됐다. 즉, 2건의 사망은 백신 내 이물질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지만 백신 163만 회분을 회수했다.
  • 미국도 2021년 3월 언론이 코로나 백신을 제조하는 볼티모어 공장의 공정 실패를 문제 삼자, 미 식품의약국(FDA)이 해당 공장 제조 백신 물량을 승인 보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FDA는 오염이 의심되는 백신 6000만 회분 폐기를 명령했다.
  • 당시 일본과 미국의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각각 1만 5000명, 6만 5000명 수준으로 백신 접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회수·폐기했다.
  • 한국도 2020년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이물이 발견되자 동일 제조 번호 분량(62만 회분)을 회수 조치하고 전국 병의원에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적 있다. 밝혀진 이물의 위해도는 높지 않았으나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회수됐다.

백신 피해 호소 “건강에 어떤 영향 미칠지 철저히 분석하라.”

  • 백신 관리 부실이 쟁점으로 부상하자, 백신 접종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주목받는다.
  • 13일 국회에서 나경원(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코로나 백신 피해자 간담회’가 열렸다.
  • 김두경(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고무 마개 파편 등의 유해 우려가 있는 이물질이 인체에 삽입됐을 때 생명과 건강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빠짐없이 분석하고 그 결과 전체를 온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코로나예방접종보상법 통과됐지만.

  • 김두경은 정부에 5가지를 요구했다.
  • 첫째, 질병관리청은 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즉시 취하하라. 지난 1월 코로나 백신과 급성 심근경색 사이 인과 관계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자 질병관리청은 항소했다.
  • 둘째, 특별법 심의를 즉시 시작하고 인과성 인정 범위를 확대하라. 지난해 10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다. 코로나 백신 접종 이상 반응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 보상 체계를 마련한 법이다. 하지만 심사 기준 부재로 심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 셋째, 이물질 신고 1285건 미보고, 동일제조 번호 1420만 회분 접종 지속, 유효기간 경과 2703회분 접종 경위를 전면 조사하라. 이물질 백신 접종 경위와 매뉴얼 미준수 책임을 규명하라.
  • 넷째, 전수 조사, 정보 공개, 독립 검증 기구 설치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 다섯째, 백신 제조 생산에 참여한 기업도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보상에 적극 참여하라.

백신 불신론은 경계해야.

  • “사용상의 특성에서 비롯된 이물 신고를 근거로 동일 제조 번호 백신 전체 접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넘어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반론도 있다.
  • 최영준(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한겨레 칼럼에서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제도상 보완할 점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근거 없는 위험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퍼질 때 그 대가는 접종률 하락과 감염병 재유행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 정재훈(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를 통해 “보고된 이물 사례 대다수는 백신 제조 공정 자체의 중대한 결함이라기보다는 주사제 시술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문제”라며 “감사원 보고서 및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신고된 이물의 상당수가 주사기로 바이알을 찌를 때 발생하는 고무 마개 파편이거나, 보관 용기 내부를 코팅하는 성분인 이산화규소였다. 이는 코로나19 백신만의 고유한 결함이 아니라 다른 일반적 주사제 시술 과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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