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포인트] 유착과 로비, 절세 의혹에 LVMH 주가 10% 폭락…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처럼 경영하지 않는다.”
프랑스 좌파·진보 언론 르몽드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77)가 공방 중이다.
아르노는 27일(현지 시각) 개인 X 계정까지 개설해 6회에 걸친 르몽드의 심층 기사를 반박하고 나섰다. 르몽드가 자기 가족을 “프랑스의 마지막 왕실 가족”이라 표현한 데 대해 “마음에 든다. 우아하기도 하고, 디올(Dior)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LVMH는 시가 총액이 385조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유럽에서 가장 가치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창업주 아르노는 자산 수천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최고 부호다.
-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가족 암투 의혹을 제기한 르몽드 보도 직후, LVMH 주가는 단 일주일 만에 10% 급락하며 약 150억 유로(약 24조 원)의 기업 가치가 증발했다. 프랑스 명품 산업 위기는 국가 GDP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 럭셔리 업계에서 승계는 흔한 일이지만, LVMH처럼 75개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펜디 등)를 거느린 거대 ‘브랜드 하우스’가 세대교체를 겪는 일은 흔하지 않다.
- 돈과 권력으로 언론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거대 명품 제국과 이에 맞서 투명성을 요구하며 감시를 늦추지 않는 미디어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도 엿볼 수 있다.
- 우아한 표현으로 무장한 아르노의 ‘비꼼’이 재밌다.

르몽드 “LVMH 심장부의 독” 독설.
- 지난 24일 마무리한 6회 심층 보도는 전담 기자 2명이 6개월간 취재한 양면 6페이지 분량의 연재물이다. 르몽드는 크게 5가지를 비판했다.
- 첫째, 가족 내 암투와 후계 구도 문제다. 르몽드는 이 문제를 “LVMH 심장부의 독(Le poison au cœur de LVMH)”이라고 표현했다. 아르노가 다섯 자녀 모두를 잠재적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양육하며 경쟁을 부추겼고, 이런 가족 내 암투가 그룹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 둘째, 정치권 유착 및 로비 의혹이다. 아르노가 미테랑, 시라크, 사르코지, 올랑드, 마크롱 등 프랑스 역대 대통령 “귓가에 속삭였다”며 거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와의 유착,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과거 인연도 문제 삼았다.
- 셋째, 예술 후원을 빙자한 조세 회피다. 유럽 유수의 미술품 수집가인 아르노가 루이비통 재단 건립과 예술품 후원을 통해 예술에 대한 열정을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매우 수익성 높은 조세 회피(lucrative tax arrangements)”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넷째, 미디어 소유 및 언론 통제다. 아르노가 1990년대부터 신문과 라디오를 아우르는 작은 ‘미디어 은하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자기 이념과 취향을 전파하거나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다섯째, 맹목적 이윤 중심주의 및 사내 문화다. 국가 윤리나 체제보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비즈니스 퍼스트’ 전략을 비판했다. LVMH 본사 직원들 가운데 뚱뚱한 사람이 없고, 지나치게 꾸민다고도 비판했다. 경쟁사 브랜드인 에르메스 넥타이를 맨 방문객의 넥타이를 압수하는 등 권위적 사내 문화도 지적했다.
“감사합니다”로 시작한 우아한 비꼼.
- 아르노 서한엔 냉소적 유머가 가득하다. 우아하게 비꼬았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실 가족”이라는 르몽드 표현에 “아이들이 이제부터 내게 절을 해야 하느냐고 묻더라. 나는 평소처럼 단순하게 ‘안녕하세요’ 정도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이번 주 들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 “1984년 부삭(Boussac) 인수 이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나를 ‘터미네이터’라고 불렀다. 나는 ‘마지막 왕실 가족’이 더 마음에 든다. 그게 더 우아하기도 하고, 디올(Dior)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1984년 아르노는 파산 위기에 처한 프랑스 섬유 기업 부삭 그룹을 인수했다. 이 인수는 아르노가 크리스찬 디올 자산을 확보하고, 이후 LVMH 경영권을 장악하는 발판이 됐다.)
- 직원들의 완벽한 체형과 방문객의 에르메스 넥타이를 압수한다는 사실을 문제 삼은 것에 이렇게 꼬집었다.
- “내 직원들이 완벽하게 차려입고 뚱뚱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체형 다양성이 부족한 점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월요일 구내식당에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 또 방문객들의 에르메스 넥타이를 압수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는 거짓이다. 우리는 넥타이를 그대로 둔다. 단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맬 수 있도록 덜 눈에 띄는 다른 넥타이를 하나 더 제안할 뿐이다. 이것은 예의범절 문제다. 비밀을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덧붙이자면, 나도 에르메스 넥타이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프랑스 최고 권력과 유착? “일본 천황에게도 속삭였는데?”
- 프랑스 역대 대통령들과 유착 관계라는 주장엔 이렇게 반박했다.
- “내가 모든 대통령들 귓가에 속삭인다고 하더라. 유죄를 인정한다. 미테랑, 시라크, 사르코지, 올랑드, 마크롱 대통령. 나는 몽테뉴 거리에 남아 내 반려견에만 말을 걸었어야 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5명의 미국 대통령 외에도 3명의 영국 총리, 2명의 독일 총리, 1명의 일본 천황에게도 속삭였다. 하지만 이 속삭임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없더라. 프랑스인에게 속삭이는 것만 스캔들이라는 뜻인가? 매출의 75%가 유럽 밖에서 발생하는 그룹에, 이런 편집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 사업이 문제? “중국에 비행기 판 에어버스는?”
- 르몽드는 LVMH가 일당 독재 중국과 거래한 것도 문제 삼았다.
- 아르노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대형 기업 중에 오직 단 한 곳, 즉 프랑스 럭셔리를 그곳에 가져가는 기업만 유일하게 체제 성격에 대해 해명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는 모양”이라고 비꼰 뒤 “중국 항공사들에 2,200대의 항공기를 인도한 에어버스와 중국에 수출하는 다른 수많은 프랑스 그룹들은 당신들로부터 이토록 철저히 감시를 받진 않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절세 사랑? “법 테두리 안에서…불만이면 입법부를 설득해.”
- “예술과 절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라며 이렇게 반박했다.
- “나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에 2억 유로(한화 약 3,308억 원)를 기부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프랑스의 이공계 고등교육기관)의 수학 연구소에 5,000만 유로를 지원한다. 나는 파리와 프랑스에 연간 15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루이비통 재단을 선사했다. 나는 2003년 문화부 장관 제안으로 프랑스 의회가 통과시킨 법 테두리 안에서 루이비통 재단에 실질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다시 말해, 공화국 법이 기업이나 개인이 공익을 위해 기부하도록 장려했고, 나는 그에 따라 기부했는데 그것이 의심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 제도가 그렇게까지 문제라면, 입법부를 설득해 이를 폐지하면 될 일이다. 그동안 나는 내 책임을 다할 것이다. 누구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다.”

“아르노 가문 음모? 소설 같은 이야기.”
- 르몽드가 아르노 가문 후계 문제와 가족 내 암투를 지적한 데 대해 “기사 가운데 가장 압권”이라며 비꼬았다. 르몽드가 자기 집 안방 사정까지 다 안다는 듯 제멋대로 상상해서 기사를 썼다는 취지다. 거대 명품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자녀들 간 긴장과 조율, 협력 등 복잡한 역학 관계(뉘앙스)를 드러낼 줄 알았더니, 경쟁 구도로 단순화했다는 비판이다.
- “한 남자에 대해 6개월간 글을 쓰다 보면 생각 속에서라도 결국 그의 식탁에 불쑥 찾아가기 마련인가 보다. 나는 그곳에서 내 다섯 아이들과 아내, 조카들을 발견했다. 나는 거기에 약간의 뉘앙스를 기대했다. 5명의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일하면서도 ‘이탈리아 오페라’ 꼴이 나지 않게 하는 그런 뉘앙스 말이다. 아르노 가문에서는 겉보기엔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음모를 꾸미고, 숙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한다고 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다. 현실 세계에서 내 아이들은 각 브랜드(메종)를 이끌고, 팀을 구성하고, 결정을 내리며, 맙소사, 일요일에도 서로에게 전화를 건다고 한다. 평범한 가족에게 ‘일요일’이라고 불리는 것이 우리에게는 ‘음모’로 불린다. 어휘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일요일을 더 선호한다.”
르몽드에 역공…“내 사위가 르몽드 주주라지?”
- 르몽드 편집권 독립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아르노 장녀이자 크리스찬 디올 CEO인 델핀 아르노는 프랑스의 대표적 이동통신 사업자이자 억만장자인 자비에 니엘(Xavier Niel)과 재혼했다.
- 자비에 니엘은 르몽드의 모기업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개인 주주다. 르몽드는 기획 기사로 아르노의 둘째 부인이자 자녀들의 계모인 엘렌 메르시에(Hélène Mercier)와 ‘르몽드 주주’ 니엘 사이 갈등과 경쟁 관계를 심층 보도했다.
- 아르노는 냉소적 일침을 가했다. “기사는 내 ‘사위’가 개인 주주 중 한 명인 일간지에 실렸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프랑스 언론의 편집권 독립이라는 정확한 지형도를 차분하고 조롱기 없이 설명해줬으면 한다.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꺼이 그 교육비를 지불하겠다.”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처럼 경영하지 않는다.”
- 아르노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 “럭셔리 산업은 분기 단위가 아닌 세대 단위로 생각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꼬냑은 판매되기 전 10년에서 50년 동안 잠을 잔다. 포도원(Vignoble·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 나무를 심고 기르는 농장)은 80년에 걸쳐 대물림된다. 트렁크 장인이나 유리 공예가의 노하우는 20년에 걸쳐 만들어지고 단 3년 만에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처럼 경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유지하고, 준비하고, 전수한다. 이것은 장기적 일이고, 더 무거운 책임감을 수반하는 것은 나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우리 그룹 22만 명 직원들의 노하우, 프랑스에서 일하는 4만 명,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족들, 그리고 우리가 단지 수탁자에 불과한 그 메종(브랜드)들에 포함돼 있다.”
- 서한은 발표 24시간 만에 조회수 450만 회를 기록했다. “유머로 받아치면서도 문장은 거장급”이라거나 “우아하고 지적이며 재치있는 편지”라는 호평이 적지 않다. 물론, 자화자찬과 귀족적 방어가 뒤섞인 오만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르몽드는 공식 반박 없이 보도 시리즈를 수정·삭제 없이 게재 중이다.
르몽드 비판, 이유 없지 않다.
- 아르노는 LVMH의 지배주주 회사를 합자회사(limited partnership) 형태로 전환했다. 본인이 총괄 파트너(managing partner)를 맡고, 다섯 자녀가 회사 지분을 똑같이 20%씩 균등하게 나눠 가졌다.
- 자녀들은 이사회의 만장일치 없이는 30년 동안 지분을 매각할 수 없으며, 외부인은 합자회사 파트너가 될 수 없도록 장벽을 세웠다.
- 가족 내부 분열을 막고, 기업 사냥꾼이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경영권을 뺏어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지만, 자녀들 사이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억지로 LVMH 함선에 묶여 있어야 한다.
- 확실한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녀 간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 그룹 전체 의사 결정이 마비될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다. 아르노가 자녀들을 하나의 거대한 압력솥에 가둬 내부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