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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부동산 세제는 집값 잡는 수단이 아니다. 가격 조절은 금융과 공급의 역할…세제는 조세 본연의 원칙으로 돌아가라. (이상민 /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0분)

부동산 세제 논쟁이 다시 뜨겁다. 거래세와 보유세, 양도소득세의 균형이라는 어려운 삼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기에 다주택자 중과, 실거주자 혜택, 장기보유공제, 고가주택 기준까지 수많은 변수가 끼어든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근본적인 난제가 있다. 상반되는 이해관계와 욕망이 뒤엉켜 있어 애초에 국민적 합의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솔직히 인정하자. 모든 국민이 집값 안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할까. 목표만 같다면 슈퍼컴퓨터를 동원해서라도 그 어려운 방정식을 풀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일은 없다. 집을 가진 사람은 다른 집은 몰라도 자기 집값은 오르기를 바란다. 비수도권이나 강북 주민은 수도권과 강남만 오르고 자기 지역은 오르지 않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내가 내는 세금은 싫어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불로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을 매기기를 바란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공인중개사, 업계 관계자, 청년, 시민 등 140명이 참석해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원칙으로 돌아가자, 담세력!

욕망이 서로 다르니 부동산 정책의 목표부터 합의될 리 없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조세의 원칙은 단순하다. 담세력, 즉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소득과 소비, 재산은 그 능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같은 담세력에는 같은 세금을, 더 큰 담세력에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의 수평적, 수직적 공평성이다.

그런데 부동산 세제 논쟁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어떻게 세금을 바꿔 집값을 조정할 것인지부터 묻는다. 잘못 끼운 첫 단추다. 부동산 세제의 일차적 목적은 집값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라 조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걷는 것이어야 한다. 단기적인 가격 조절은 금융·주택·도시정책이 담당할 일이지, 세율표가 직접 수행할 임무가 아니다. 

‘담세력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간단한 원칙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강력한지는 소득세와 소비세가 이미 증명했다.

세금이 그저 세금일 때 문제가 풀린다. 세금을 폭탄처럼 쓰면 문제가 꼬인다. 게티이미지.

소득세, 소비세는 선악을 심판하지 않는다

사고실험을 해보자. 나는 재정 전문가다. 재정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세제 발전에 나름 이바지했고 매년 수천억 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일을 해왔다. 그렇다면 재정 전문가의 소득세를 낮춰 더 열심히 일하게 하면 나라 곳간이 충실해지지 않을까. 국가에 필요한 직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덜 필요한 직업의 세금을 올린다면 얼핏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소방관과 경찰관, 기자와 과학자, 제조업자와 상인 모두 자신이 사회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며 세금을 낮춰달라고 할 것이다. 국가는 어떤 직업에서 발생한 소득이 더 바람직한지 판정할 능력이 없고, 판정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소득세는 종합과세(모든 소득을 하나로 합산해 같은 세율 체계를 적용하는 방식) 원칙을 택했다. 어떤 소득이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 합산해 같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세도 마찬가지다. 일부 생필품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소비에 동일한 10%의 부가가치세율이 적용된다. 과거에는 에어컨과 냉장고 같은 ‘사치품’에 특별소비세로 더 높은 세율을 매기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에어컨을 사치품이라 부르면 웃음거리가 된다. 경기가 나쁘다고, 물가가 오른다고 부가가치세율을 올렸다 내렸다 하지 않는다. 소득세와 소비세는 모두 정책적 조절 기능을 포기하고 조세 원칙으로 돌아감으로써 깔끔해졌고, 성공했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 세제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세제를 풀고, 과열되면 죄려 한다. 소득세와 소비세가 이미 걸어온 길을 부동산 세제만 거꾸로 걷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다양한 욕망이 뒤엉켜있는 집약체다. 이상민(수석연구위원)은  모든 국민이 집값 안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지 못하며, 집을 가진 사람은 자기 집값은 오르기를 기대하는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

금융·공급·세제의 3박자가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정책의 수단은 크게 셋이다. 금융(금리와 대출 규제), 공급, 그리고 세제다. 정파적 믿음과 한정된 경험에 따라 공급만, 또는 세제만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3박자가 모두 중요하다. 다만 각자의 역할과 작동 속도가 다를 뿐이다.

주택시장은 세포분열 하는 유기체와 닮았다. 적절한 속도로 성장하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암세포처럼 경제와 사회를 위협한다.

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주택시장에서 운동과 좋은 음식에 해당하는 것이 공급과 보유세다. 꾸준하게 공급이 계속되리라는 시장의 믿음이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이 주택에만 몰리지 않도록 주택 보유 비용을 높이는 적절한 보유세도 필요하다. 이 둘은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가격 기대를 안정시키는 수단이다.

그러나 암에 걸린 다음에 운동을 시작하고 보리밥에 브로콜리를 먹는다고 암이 낫지는 않는다. 특히 서울은 새로 공급할 주택용지 자체가 거의 없다. 새로운 공급에는 기존 주택의 멸실이 필요한데, 멸실은 즉각적이지만 공급에는 시간이 걸린다.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어느 대도시도 공급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시 작동하는 것은 금융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같은 조치는 항암제처럼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가리지 않고 죽인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대출만 마르는 것이 아니다. 생산적 활동에 필요한 자금까지 마른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까지 불가능하게 만들고, 현재의 자산 격차를 그대로 고착시킨다. 어느 수단도 만능이 아니기에 3박자가 필요하다.

거꾸로, 암 환자가 운동을 했는데 즉시 낫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유세와 공급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즉각 효과가 나타나는 ‘직효약’이 아니라는 것과, 불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세제로 아파트값을 잡기 어려운 이유

부동산 세제로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발상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부동산 시장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이 폭등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 시기에 가격이 내려갔다고 기억한다. 절반만 맞다. 수도권은 맞지만 비수도권은 정반대였다. 노무현 정부 시기, 지방 부동산이 하락할 때 정부는 전국을 향해 죄는 정책을 펼쳤다. 추위에 떠는 지방 사람에게 얼음물을 끼얹은 격이다. 반대로 2008년 이후 지방 부동산에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 정부는 전국적 완화책으로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수도권 집값의 향방에 따라 전국 단일 기준으로 세제를 죄었다 풀었다 하는 동안, 지방 부동산은 번번이 정반대의 처방을 받으며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 동네 부동산 가격은 얼어붙어 있는데, 다른 동네 부동산이 오른다고 내가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는가.

둘째, 애초에 효과가 없다. 2021년 국토연구원(국토교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주택가격 변동 영향요인과 기여도 분석’에 따르면 주택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와 전월 주택가격, 즉 추세였다. 나머지 정책 변수의 기여도는 부차적이었다.

조세로 경기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조세학계의 상식이기도 하다. 과거 임시투자세액공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경기가 나쁠 때 임시로 투자 세액공제를 늘려 경기변동 폭을 줄이겠다는, 조세를 통한 경기 조절 장치였다. 하지만 여러 실증연구에 따르면 경기 조절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인 경우도 나타나면서 결국 폐지됐다. 세법에서 경기 조절 기능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에서만 조세로 경기를 조절하자는 논리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세제, 원칙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인다

현재 부동산 세제에는 두 가지 목적이 공존한다. 부동산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부동산 정책 기능과, 담세력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자는 조세 원칙이다. 나는 부동산 세제에서 부동산 정책 기능을 걷어내고 조세 원칙만 단순하게 적용할 때 비로소 부동산 세제가 정상화된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조세 원칙을 구현할 수 있을까.

첫째,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조세 중립적으로 재설계하자

취득세 같은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좋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데, 거래세는 흥정을 막는다.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사는 사람은 사서 이득이고 파는 사람은 팔아서 이득이다. 거래는 매매자 모두의 후생을 증대시킨다. 취득 행위 자체로 소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양도차익은 양도소득세로 따로 과세하면 된다. 그런데 취득 단계에서 세금을 부과해 거래까지 막으니 나쁜 세금이다.

반대로 보유세는 ‘같은 담세력에는 같은 세금’이라는 조세 원칙에 따라 단순하게 재설계하자. 일각에서는 주택 보유에서 현금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니 보유세가 부당하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주택 보유자에게는 ‘귀속임대료 소득’이 발생한다. 귀속임대료란 집을 소유함으로써 내지 않아도 되는 임대료, 즉 자기 집에 살면서 자신에게 지급한 셈인 임대료 소득을 말한다.

소득세는 현금 소득에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부채를 탕감받는 것도 소득이고, 내야 할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권리도 소득이다. 우리나라 소득세 체계는 이미 기업의 비현금성 복지도 현금 월급과 동일하게 보고 소득세를 부과한다.

게티이미지.

만약 비현금성 복지에 과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은 월급 대신 주택 사용권, 식사권, 피복권, 교육권 같은 세금을 피하는 비현금 급여를 지급할 것이다. 기업도 노동자도 현금 월급이 서로 편한데, 세금을 피하려고 월급 대신 주택임차권을 주고받으면 모두가 불편해진다. 이렇게 조세중립성이 깨진 세금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을 경제학에서는 ‘초과부담’이라고 한다. 좋은 세금이란 초과부담이 적은, 조세중립적인 세금이다. 조세중립성이란 세금이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10억 원을 가진 사람이 마음에 드는 주택을 발견했다고 하자. 선택지는 둘이다. 10억 원으로 그 주택을 사거나, 10억 원을 다른 곳에 투자해 그 수익으로 같은 주택의 임대료를 내거나. 그런데 10억 원을 생산적인 곳에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료를 내면 그 수익에 소득세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반면 주택을 사서 보유할 경우, 귀속임대료 소득을 간접적으로 포착하는 보유세는 그보다 훨씬 적다. 즉 현재의 낮은 보유세 체계는,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에게 집을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세금을 지우고 있다. 돈이 생기면 집부터 사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것이 낮은 보유세가 만드는 초과부담이다.

그래도 여전히 현금 소득만 소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전세금을 떠올려보자. 임차인이 맡긴 전세금을 계약 만료 때 전액 돌려준다고 해서 집주인이 공짜로 선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세금은 현금성 지출이 없어도 지출이다. 마찬가지로 현금성 수입이 없어도 소득은 소득이다. 조세의 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이지, ‘현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가 아니다.

이 비효율을 줄이고 조세중립성을 회복하려면 보유세 실효세율을 올려야 한다. 비영리 연구단체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에 크게 못 미친다. 이스라엘은 1.24%, 미국은 0.83%다. 그러니 중장기적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를 국민적 합의로 정하자. 20여년 뒤의 실효세율을 0.3%로 할지 0.5%로 할지 정하고, 취득세율 인하와 함께 보유세율을 그 목표를 향해 서서히 올리자. 여기에 구태여 다주택자, 실거주자, 고가주택 같은 변수를 끼워 넣지 말자. 조세 원칙으로 돌아가면 세제는 간단해진다.

출처: OECD, 재인용 출처: 토지+자유연구소.

둘째, 양도소득세는 소득세다 (평생 양도 차익에 3억 공제)

정상화의 방향은 앞서 말한 대로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인상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양도세를 거래세로 착각한다. 양도세의 정식 명칭은 양도소득세다. 양도할 때 내는 세금이 아니라 양도로 매매차익이라는 소득이 생겼을 때 그 소득에 부과하는 소득세다. OECD 조세 분류체계에서도, 우리 세법 체계에서도 일관되게 소득세다. 경제적 실질로 보나 법적 형식으로 보나 명백한 소득세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고 양도가액이 12억 원 이하면, 5억 원에 산 주택을 10억 원에 팔아 5억 원의 차익이 생겨도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논쟁을 달궜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생각해보자. 금투세는 증권거래세를 낮추는 대신 주식 양도차익 소득에 과세하자는 세금이었다. 결국 도입은 무산됐지만, 그 격렬한 논쟁에서조차 금투세를 거래세라고 부른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소득세라고 불렀다. 주식 매매차익 과세는 소득세인데 부동산 매매차익 과세는 거래세일까. 양도소득세를 ‘양도세’로 줄여 부르는 데서 온 착각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양도소득세의 과표와 세율은 형식적으론 종합소득세 체계와 동일하다. 근로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소득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과세하는 소득세의 중립 원칙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동산 정책 목적에 따라 요건을 충족한 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까지 비과세, 일부 다주택자는 중과세다. 정상 과세는 드물고 비과세와 중과세만 있다. 거기에 거주요건, 장기보유공제까지 얹혀서, 내 집을 팔면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본인도 알 수가 없다. 오죽하면 양도소득세 업무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뜻의 ‘양포세’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게티이미지.

그러나 부동산 정책 목적만 빼면 양도소득세도 간단하게 재설계할 수 있다. 주택 수, 거주요건 등 각종 특혜와 페널티를 깨끗하게 걷어내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만 적용하자.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없애는 대신, 현재 연 250만원인 양도소득 기본공제를 100배 이상 늘려 ‘평생 3억 원’까지 공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거주 여부, 주택 수와 상관없이 일생 동안 부동산 양도차익 3억 원까지는 세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대신 3억 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에는 종합소득 기본세율로 과세한다. 평생 공제 한도를 다 채운 사람에게는 사전 증여의 유인이 생긴다. 자산을 조기에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동시에 상속·증여를 통한 자산 대물림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세대 간 자산 이전 촉진과 부의 대물림 심화라는 상반된 해석이 함께 따라붙을 수 있다.

다른 근로소득자·사업소득자와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 부동산 투자를 계속해도 좋다.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부동산 거래 자체를 죄악시할 이유는 없다.

장기보유공제는 퇴직소득 과세 방식인 ‘연분연승'(여러 해에 걸쳐 쌓인 소득을 보유 연수로 나눠 낮은 세율을 적용한 뒤, 다시 그 연수를 곱해 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대체하자. 소득세는 한 해 발생한 소득을 종합해 누진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수십년 근로로 쌓인 퇴직금 수억 원을 한 해 소득으로 종합과세하면 지나치게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그래서 퇴직소득은, 예컨대 10년간 1억 원의 퇴직소득이 발생했다면 매년 1천만원의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연분)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10을 곱한다(연승).

양도소득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오른 1억 원의 차익을 한 해 소득으로 몰아 고세율을 적용하면 안 된다. 연분연승으로 장기간의 누적 효과를 상쇄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실거주요건 같은 복잡한 장치를 모두 없앨 수 있다.

게티이미지.

요약하면 ‘평생 3억 원 양도차익 공제’와 ‘연분연승’, 단 두 개의 제도로 복잡한 양도소득세 조항을 걷어내고 소득세법 원칙으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의 정책 목적은 뒤엉킨 욕망 탓에 합의될 수 없다. 부동산 세제의 가격 조절 효과는 한계가 크다는 것이 이미 실증된 바 있다. 전국 단일 세제로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지역 시장을 동시에 다스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부동산 세제에서 가격 조절이라는 불가능한 임무를 내려놓게 하고, 소득세와 소비세가 성공한 길, 즉 ‘담세력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으로 단순하게 재설계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세금만이 모두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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