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창용 한은 총재, “환율 1480원은 펀더멘털로 설명 불가… K자형 성장, 구조조정-재정정책 같이 가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은 5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 총재 이창용을 포함한 금통위원 7인이 이견 없이 ‘동결’로 결정했다.
148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이 금리 동결을 이끌었다. 이창용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지난해 12월 말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등 영향으로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금년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한은의 기준금리는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기준금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금통위원들이 어떻게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지가 향후 경기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한 후 공식 발표하는 문서인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다.
- 통방문을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1.8%)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반도체 경기 호조로 양호한 증가세고, 소비 회복과 건설 투자 부진 완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안정세 등으로 2% 수준으로 낮아지겠지만 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외환시장 불안하면 대미 투자 불가능.”
- 이날 기자간담회서 특기할 만한 이창용 발언을 정리했다.
- “‘한국경제 비관론’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출산, 고령화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AI·반도체 산업과 같이 여전히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취지다. “AI에 관해 자체적 산업 능력이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나? 미국과 중국을 빼면 우리다.”
- “우리 약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기회였다.” 지난해 연말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로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1470원 후반대로 상승한 데 대해 기자들이 “당국 대응이 효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창용은 “연말에 했던 수급 안정화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진 않는다”면서 “우리 약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 “내가 특정 집단을 탓했다고 하진 말아달라.” 이창용은 지난해 11월 “(해외 주식 투자가) 무슨 유행처럼 막 커지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환율 장기화 책임을 젊은층 중심의 ‘서학개미’에 돌리는 것으로 비쳐서다. 투자자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이창용은 “(해외 주식 투자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환시장에 어떤 (달러 수요) 압력이 있는지 말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내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만 상승하면 된다는 식의 선택은 거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 “내 임기 중 엠투(M2)*는 늘어나지 않았다.” 이창용은 본인 임기 중 한은이 돈을 많이 풀어 환율이 상승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기자간담회 후 한은 부총재보가 데이터를 가져와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시간을 가질 정도로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 환율이 올랐다? 데이터는 안 그렇다.”
- “외환시장이 불안하면 200억 불 대미 투자는 불가하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한미 관세 협상 양해각서(MOU) 내용을 언급하며 강조한 말. “매년 대미 투자로 200억 불이 유출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세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아래는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서학개미: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를 지칭하는 주식 시장 속어. ‘서학’(西學)은 서양 학문이나 문물을 뜻한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에 대응하는 표현이다.
-M2: 광의의 통화를 뜻하는 말로 경제 내 유통되는 총 통화량을 측정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AI에서 미중 빼면 우리… ‘경제 폭망’ 과도한 우려.”
—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어떠했나?
“먼저 금리 동결에 관해 소수 의견은 없었다. 금통위원들 모두 최근 성장세가 지난해 11월 통방 회의 때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 주택 가격과 환율 등 금융 안정 관련 리스크가 여전하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점에서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3개월 앞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나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3개월 뒤에도 2.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현재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야 한다는 견해였다. 내수 회복세가 약하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또는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시그널을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일컫는다.
— 이번 금리 동결은 고환율에 대한 경계감이 많이 고려된 것 같다. 하반기에 금리가 한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환율 방어를 어렵게 한다는 시각이 있다. 통방문에서 ‘금리 인하’ 문구가 빠졌다. 금리 동결을 좀더 길게 가져가겠다는 의미인 것인가.
“방금 말씀드린 대로 3개월 내에는 대다수 위원들이 동결 기조가 계속될 거라 보는 것 같다. 그 뒤 통화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고환율 원인으로 ‘해외 투자’를 지목했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배경에 아무래도 한미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차이가 깔려 있는 것 같다. 한국 경제 비관론이 달러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는 시각을 평가해 달라.
“‘한국경제 비관론’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동안 한은은 저출산 고령화로 떨어지고 있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위기의식 하에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를 계속 발표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 비관론을 꺼낼 것은 아니라고 본다. AI가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데, AI에 관해 자체적 산업 능력이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나? 미국과 중국을 빼면 우리다. 저출산 등으로 성장률이 낮아졌고 계엄 이후 정치적 불안 때문에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경제가 비관적이고, ‘폭망’이고, 그래서 환율은 올라갈 거라고 전망하는 것은 과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 반도체와 IT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AI 산업 승자가 누가 되든 반도체 수요는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1년 정도는 AI와 관련한 우리 반도체 산업 전망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 아침 미국이 반도체 수입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을 시사했다. 1.8% 성장률은 15% 관세를 예상한 전망이다. 관세가 15%일지, 25%일지 등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정리하면 반도체·AI 분야만 보면 상향 리스크가 있지만, 한편으로 하방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 이번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환율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봐도 될까?
“금리 동결 결정에 환율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펀더멘털로 환율 1480원? 누가 와도 설명 불가.”
— 외환 당국이 지난해 12월 말 개입해서 환율을 많이 끌어내렸는데 올해 들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그 배경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당국 대응이 효과가 없었다, 개입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 안정을 위한 여러 안정화 정책이 있었고, 연초 1430원까지 갔다가 다시 1470원대 후반이 됐다가 오늘 조금 떨어졌다. ‘(당국 대응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들으면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도 현재 리뷰를 하고 있다. 연말에 했던 수급 안정화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진 않는다. 우리 약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한다. 12월 말과 지금은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에는 달러와 무관하게 우리 환율만 올랐다면, 지금은 4분의 3 정도는 달러화 강세 및 엔화 약세 영향, 베네수엘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했고, 4분의 1 정도만 우리 요인이라는 판단이다.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을 위한) 수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외환당국의) 협조에 응하여 환 헤지*를 시작하는 등 외환 수급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대기업들도 가지고 있던 외환을 국내로 많이 가지고 와서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다만 (그렇게 환율이 떨어지니까) 개인 투자자들이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대규모로 달러를 매입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올 1월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지난해 10~11월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내가 특정 집단을 탓했다고 하지 말아 달라. 그저 외환시장에 어떤 압력이 있는지 말씀드린 것이다. 그것(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선택에 개인적, 합리적 이유는 다 있을 것이다. 이런 플로우(flow, 경제 활동 흐름)가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시장의 수급 쏠림, 환율이 계속 절하(환율 상승)될 거라는 기대, 이런 것을 바꿔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환 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 위험(환 리스크)을 줄이기 위해 미래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금융 기법이다.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 자산의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전략·전술적 환 헤지를 운영한다. 이를 테면, ‘전략적 환 헤지’는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해외 투자 자산 중 최대 10%까지 환 헤지를 시행하는 제도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은 재량에 따라 해외 자산의 5%까지는 ‘전술적 환 헤지’도 할 수 있다.

—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 원화가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언급했고, 이 발언으로 오늘 환율이 다소 떨어졌다. 베센트 장관이 원화를 언급한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미국 입장에서 원화 약세가 계속되면 한국이 2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보나?
“베센트 장관이 아니래도, 경제학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 경제학의 어떤 모델을 활용하든, 우리 펀더멘털*로 ‘환율 1480원’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베센트 장관은 원래 이런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아무리 부탁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맞지 않으면 발언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저평가된 원화는) 명확하기 때문에 일부러 (원화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한미 협상 MOU 문구에는 ‘외환 시장에 불안을 주는 정도가 되면 투자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관한 책임은 한은도 지고 있다. 외환시장이 불안하면 200억 불 투자는 불가능하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유튜브 등 바깥에 돌아다니는 얘기는 ‘매년 대미 투자로 200억 불씩 달러가 유출되니까 환율이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라는 건데 사실과 다르다. 외환시장이 어려울 때는 한은이 먼저 (달러가 대미 투자로) 못 나가게 제동을 걸 수 있다.”
-펀더멘털: 한 나라나 기업의 경제적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국가 차원에서는 GDP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실업률, 경상수지, 재정수지, 외환보유고 등 경제의 튼튼함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을 말한다. 한국은 펀더멘털이 우수함에도 고환율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원화가 평가절하돼 있다는 지적이다.
통화량 지적하자 “기자님, 대답을 준비해왔습니다.”
— 단기적 외환 수급 대책뿐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 개선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작지 않다. 당국 차원에서 논의 중인 것이 있는지? 있다면 언제쯤 나올까?
“우리 펀더멘털을 높여 해외로 나간 투자자들을 불러오고, 구조적으로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등의 장기적 노력은 당연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외환 당국이 장기 노력을 외면하고 단기 수급 요인에만 신경을 쓴다고 하는데, 반문하고 싶은 건, 환율 문제를 놓고 ‘장기 체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시작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만 하는 중앙은행 총재나 부총리를 원하는가? 아니면 단기적으로 해외로 나가는 외화가 많으니 이런 흐름을 바꿔야 한다, 밖으로 나간 외화가 국내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국민연금이 외환 수급을 조절하고 환 헤지 상품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정책 담당자를 원하는가? 장기 대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 대책과 함께 단기 대책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책 담당자 책무다.”
—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시장 금리가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이런 금리 상승이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금리가 부동산 경기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지만 부동산 경기는 금리 외에도 공급 등 요인이 작용한다. 금리 상승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겠지만 이것만으로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잡힐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종합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 최근 정부와 한은이 시중에 유동성을 많이 풀어서 환율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M2 증가율 비교 등 데이터들이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한은이 몇 차례 설명을 내놨지만 ‘돈이 많이 풀려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일각의 우려는 여전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님! 안 그래도 대답을 준비해왔다. 최근 가슴 아프고, 화도 나기도 하고,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떻게 이런 얘기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총재로 취임한 후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다? 총재로 재직한 지난 3년 동안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가계부채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상황에서 금융 안정을 위해 어떻게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M2 증가율이나 수준은 이전에 비해 늘지 않았고, 늘어나는 추세를 스톱시켰다. 내 임기 중 M2는 늘어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을 안 하고 M2가 늘어 환율이 올라갔다고 하니…. 잘잘못을 떠나 데이터하고 안 맞는 얘기를 하는데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동안 가만히 있었다. 한은이 돈을 많이 풀어 환율이 올랐다? 데이터는 안 그렇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으면 진짜 사실이 맞느냐고 물어보신 뒤 보도하시길 바란다.”
환율 1500원 뉴노멀? “그래도 금융위기 때완 달라.”
— 총재는 고환율이 전통적 측면에서의 금융위기는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달러 사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에 우려도 많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 되더라도 위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과거 금융위기 땐 외화 부채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이를 갚으려 많은 돈을 조달해야 했다. 못 갚으면 기업들이 부도가 났고,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지금은 대외 자산이 많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없다. 다만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수입을 하는 기업이나 서민이 어려워진다.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내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만 상승하면 된다는 식의 선택은 거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환율이 막 올라가니까 달러가 없어지고 위기라고 그러는데,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에 달러는 풍부하다. 환율이 더 올라갈 것을 기대해 선물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는 것일 뿐이다. 지금 달러를 갖고 있는 이들은 팔지 않고 빌려주고 싶어 한다. 달러를 빌리고 빌려주는 대차 시장에서 달러 값은 역대급으로 저렴하다. 빌려주려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달러를 사고 파는 현물 시장에서는 달러 가격이 무지 높다. 사려는 사람에 비해 팔려는 사람이 없어서다. 과거에는 두 시장이 같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고환율로 과거와 같은 위기가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율 하나만 보고 금리 결정하지 않는다.”
— 고환율과 관련, 통화 당국이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환율이 높아져 물가에 영향을 준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고, 경제 성장률도 올라서 GDP 갭*이 높아지면 금리 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금리만 올리면 환율 문제가 해결되느냐? 수긍하기 어렵다. 금리를 섣부르게 많이 올릴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 또는 주식 가격 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성장률,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자금이)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제때 하지 않아 성장률이 떨어지는 등 실기했다고 지적한 분이 많지 않았나? 지금은 거꾸로 금리를 안 올려서 환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한은의 금리 정책은 환율을 보고 가지 않는다.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보고 결정한다.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25bp* 이렇게 잡아서는 안 된다. 한 200bp, 300bp 올려야 한다. 그럴 경우 수많은 사람이 고통 받을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많이 봤지만, 하나하나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증명된 방법으로 흔들리지 않고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외환시장에도 안정을 줄 수 있다.”
-GDP 갭: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 경기 과열 또는 침체 정도를 측정한다. GDP 갭이 높아진다는 것은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뜻이다.
-bp: 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 이자율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 1%는 100bp, 1bp는 0.01%. 25bp는 0.25%를 의미.
— ‘K자형 성장’*이 글로벌 화두인 것 같다. 총재가 가장 우려하는 양극화 모습은 어떤 것인가? 양극화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없다면 어떤 정책 조합이 가능할까?
“‘K자 성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주식시장도 양분돼 있다. AI 반도체 수출 쪽은 굉장히 상승했지만 내수 기업은 환율 때문에 더 고통 받고 있다. 다른 나라 양극화와 우리의 차이점은 하청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하청 구조가 발달돼 있다. 잘 나가는 수출 기업과 연결돼 있는 하청 기업은 괜찮지만 철강,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산업의 하청들은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과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단언코 이 문제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구조조정과 재정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K자형 성장: 경기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산·소득·소비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하는 현상을 알파벳 형태에 빗댄 것. 부유층과 대기업은 부를 늘리는 반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으며 격차가 커지는 현상을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