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인기는 10대들의 막연한 선망이다. 성인이 되면 갤럭시를 쓰는 만큼 아직 희망이 있다.”

삼성전자 임원이 직원들과 소통 행사에서 했다는 말이다. 한 직원이 “저희 딸은 갤럭시를 쓰는데 친구들은 다 아이폰을 쓴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마침 갤럽 여론 조사도 나왔다. 30세 미만 MZ 세대의 아이폰 점유율이 65%라는 조사 결과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국민주 같은 성격을 띄고 있어서 진심으로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삼성전자는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일까.

일단 갤럽 데이터를 살펴보자.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18~29세의 32%가 삼성전자 갤럭시를 쓴다고 답변했고 65%가 애플 아이폰을 쓴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30대로 올라가면 갤럭시가 56%로 늘고 아이폰이 41%로 줄어든다.

격차는 역전돼서 40대는 갤럭시가 78%, 아이폰이 18%로 벌어지고 50대로 가면 갤럭시가 86%, 아이폰은 6%까지 줄어든다.

아이폰 쓰는 10대들이 30대가 되면 갤럭시로 갈아탈까?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30대 미만에서만 특별히 아이폰을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30대나 40대가 되면 갤럭시가 좋아지는 것인가. 삼성전자 임원 말대로 MZ 세대들이 30대가 되면 갤럭시 폰으로 갈아탈까? 이 데이터마나 놓고 보면 특별히 힌트를 얻을 수 없다.

내 견해는 이렇다.

지금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15년 가까이 계속된 전쟁의 결과다. 삼성전자는 확실히 젊은 세대들에게 점유율을 잃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해 보자. 2020년 데이터를 보면 30세 미만의 갤럭시 점유율이 32%, 아이폰은 44%였는데 3년 사이에 아이폰 점유율이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여기다. (아래 그래프는 2020년 갤럽 조사다. 70대 이상을 따로 조사하지 않고 60대 이상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2023년과 그래프 모양이 조금 다르다.)

30대를 보면 아이폰 이용자가 2020년 35%에서 2023년 41%로 늘었고 삼성도 같은 기간 53%에서 56%로 늘었지만 줄어든 LG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아이폰이 가져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만 봐도 30세 미만 세대의 아이폰 선호가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을 위협한다는 분석이 성립한다.

2014년과 비교하면 30세 미만 아이폰 점유율이 15% 밖에 안 됐다. 30대가 16%, 전체 점유율은 10%였다. 9년 전만 해도 아이폰의 인기가 지금 같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계속 점유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갤럽 조사에는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다시 구입할 거냐고 묻는 질문도 있었다. 갤럽은 2012년부터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를 했는데 브랜드 조사는 2014년부터 데이터가 있다. 아래 그래프가 그 결과다.

놀라운 대목은 삼성이나 아이폰이나 재구입 의향 비율이 거의 같다는 사실이다. 특히 갤럭시를 쓰고 있는데 다음에도 갤럭시를 구입하겠는 답변이 2014년 54%로 바닥을 친 이후 꾸준히 반등해서 지금은 아이폰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연령에 따른 격차를 따로 살펴봐야겠지만 지금의 점유율 구도가 계속된다면 MZ 세대 때 벌어진 격차가 완만하게 유지되면서 모든 연령에 걸쳐 아이폰의 점유율이 조금씩 오를 것이란 의미가 된다. 동시에 지금 갤럭시 이용자들이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많지 않을 거란 예상도 가능하다. 둘 다 락인(lock-in) 효과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고 계속해서 새로운 유입이 늘어나는 아이폰이 더 유리한 게임이 된다.

강력한 락인 효과, 그 10대들이 20대가 되고 30대가 된다.


슬로우뉴스가 슬로우레터에서 소개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도 비슷한 트렌드를 보여준다. 한국의 30세 이하 설문 조사에서 85%가 첫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썼다고 답변했는데 이들 가운데 53%가 지금은 아이폰을 쓴다고 답변했다. (아래 그래프 참고.)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썼다고 답변한 30세 이하 응답자 가운데 8%가 안드로이드로 갈아탔고 92%는 그대로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첫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썼다고 답변한 30세이하 응답자 가운데 47%가 그대로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고 53%는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아마 삼성전자 임원들도 이런 상황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과거 데이터를 살펴 보면 25세를 기점으로 아이폰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걸로 보이는데 삼성전자 임원은 이런 데이터를 보고 “아이폰은 어린애들이나 선망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수 있다.

아이폰은 10대들이나 선망하는 것이고 철이 들면 갤럭시로 옮겨 올 거라고? 그 10대가 금방 20대가 되고 30대가 된다.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끼리 얘긴데” 하고 꺼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삼성전자에도 MZ 세대 직원 많다. 게다가 아이폰을 쓰는 MZ 세대가 나이 들어 갤럭시로 넘어온다는 근거가 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폴더블 폰이 해답이 될까? 삼성의 폴더블 폰에 대한 전략은 오래된 기술주의에서 비롯된 것일테지만 바 타입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 더이상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걸 털어놓고 소통했어야 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바 타입 스마트폰을 포기하기 어렵겠지만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UX+UI 측면에서 갤럭시와 안드로이드는 아이폰과 iOS를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아닌가. 삼성과 구글이 협력해서 개발해야 하는 갤럭시와 애플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 되는 아이폰 둘 중에 누가 더 디테일하고 심리스하게 만들지는 안 봐도 결과가 너무나 뻔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26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Z플립5’와 ‘갤럭시 Z폴드5’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폼 팩터를 바꾸는 것 외에 삼성이 애플과 싸워볼만한 전장이 없다. 이 싸움에서 밀리면 갤럭시는 정말로 애플에게 플래그쉽 뿐 아니라 중저가 라인까지 잠식당할 수도 있다. 애플의 iOS 사후 지원은 이제 7년 전 기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엄마나 아빠가 쓰던 아이폰을 아들이나 딸에게 넘겨준다. 갤럭시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 폴더블 폰은 이번 5세대에 이르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넓어진 전면 액정 덕분에 폴더블 폰의 정체성을 이제서야 확립했다고 할까.

물론 갈길이 멀다. 결국은 바 타입을 버리고 폴더블 폰으로 갈아타게 만들어야 한다. 바 타입 수준으로 기기의 내구성과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고 사용성과 OS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배터리 지속 시간과 발열 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내와는 사뭇 다른 해외의 점유율 차이도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러이러한 전략으로 미국과 유럽을 공략할 것이다, 중국 시장은 이러이러하게 보고 있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이런 로드맵이 있을 거고 준비도 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만 이 엄혹한 시기에 직원들과의 소통 방식이 너무나도 구시대적이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관련 글

8 댓글

  1. 딱히 갤럭시만이 아니라 아이폰의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은 보안성임.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폰을 죄다 쳐막아놔서 딱 기본기능만 써야하는게 좀 더 심화해서 쓰는 IT계열 이용자들에게 선호되지 않은거임.
    윈도우즈와 맥OS와의 관계와 같음.
    IT인들이 윈도우즈 쓰는 이유는 범용적 확장성 때문임.
    개발 등에는 아직도 맥OS가 쓰이기도 하는데 주어진 기능 내에서만 쓴다면 그래도 편이점이 있기때문임.
    아이폰 들고있는거 보는 순간부터 그냥 컴은 잘 모르는구나 하는거임.
    둘 다 나름의 장점은 있음.
    기능을 강화한 캐주얼 아이폰이냐,
    심화해 DIY해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냐 이런 차이인거임.

  2. 아이폰이 성능이 압도적인데 갤럭시를 어떻게쓰나요같은 출시년도 최고 모델로 비교해도 아이폰이 게임 성능 훨씬 좋고. 사진도 더 잘나와요. 사진이 개인취향이라해도. 게임 같은거할때 로딩속도는 그냥 아이폰 압승인데…

    그나마 엘지 v시리즈가 안드로이드로도 게임 빠르게 즐길수 있는 폰이였는데..

  3. 엘지가 최고가아니어도 폰을다시 만들어주길 바래요 최고가아니더라도 잘만들놓고 마케팅실패로
    시장을 빼앗겨버렸지요
    삼송시러 엘지조아
    돌아와 엘지

  4. sw 개발자 10년차입니다. ios, 안드로이드 왔다갔다 하다가 아이폰만 씁니다. 안드로이드 올려치기 하려고 무리수 두는 바보들 때문에 저도 구리게 보일까봐 안드로이드 피하게 되네요..

  5. 아이폰쓰면 컴을 모른다는 댓글보고 어이가 없어 글을 남기네요

    프로그래머로 대충 십년 미만 일하고 전혀 다른직종으로 갈아탄 개발자출신 자영업자입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을 사용한지 십오년정도 된것 같아요
    노키아 엘지 삼성 애플 기타…
    대충 일곱개브랜드와 열대정도의 스마트폰을 서용해봤고 현재 아이폰 고정으로 사용중입니다

    어느쪽을 사용하든 장단점이 있고 개인 만족도에 따라 선택을 하고 본인이 행복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6. 맨 첨 댓글 아이폰쓰면 컴 모른다적은 애, 좀 어린 애가 쓴 거 같은데 개발할때는 범용뿐만 아니라 호환성도 중요한거고 호환성은 오히려 안드로이드나 윈도우가 더 떨어집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쪽도 애플이 잡고 있는 분야가 상당하고 기술적 차이 큽니다. 애초에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애플이 먼저 만들고 표준화시킨 게 얼마나 많은데 범용타령인지 원. 갤럭시도 통화녹음 삼성페이때문에 써주는 겁니다

  7. 아이폰을 쓰든 갤럭시를 쓰든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망한 사업이므로 손절하고 파운드리에 집중해라 제발..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