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1승 2패.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성적은 처참했다. 조별 리그에 참여한 48개국 가운데 34위에 그쳐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8년 만의 조별 예선 탈락이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을 상대로 했던 A조 조별 리그 3차전이 역사상 최악의 졸전으로 끝난 대가가 크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감독 채용 비리’ 때부터 예고된 참사였다. 규정상 권한 없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를 감독 1순위로 추천했다. 면접 과정은 불투명하고 불공정했으며, 이사회 선임 절차도 형식적이었다. 문체부 감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 홍명보는 남아공 전 직후 “모든 것은 감독 책임”이라고 했지만 이튿날 “갑자기 왜 이런지(부진한지) 당황스럽다”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홍명보는 2002 월드컵 4강 영웅이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026년에도 졸전을 거듭하며 ‘조별 리그만 2번 탈락한 감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대한민국 감독 홍명보.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겨냥한 이재명 “무능한 지휘관 선임한 결과.”

  •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한국 축구 성적표를 질타하고 있다. 여야는 축구협회 책임론을 제기하며, 후반기 국회 문체위를 통한 점검을 예고했다.
  • 이재명(대통령)은 “국민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능력보다 네편 내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무능한 지휘관”은 홍명보를 겨냥한 독설이다.
  • 최휘영(문체부 장관)은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무엇이 우리 발목을 잡은 근원이었는지, 그동안 숱하게 이야기해온 수많은 논의들을 정리하고 근본적 대안을 만들 때”라고 했다.

일단, 전술이 문제였다.

  • 남아공 전은 한국의 월드컵 경기 가운데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 플레이어’인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주변 선수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90분 내내 이어졌다. 2대 1 패스라든지, 공간 침투라든지, 유기적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공격 시 공을 전개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할 윙백(이태석·설영우)들이 전방에 위치해 공수 간격이 벌어져 미드필더들이 고립됐고 사이드에서 어렵게 올린 크로스도 공격수에 닿지도 못하고 ‘홈런 볼’로 날리는 등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 1대 0으로 지고 있는데도 수비수 3명(쓰리백)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하프라인 후방에 갇히며 숫자 싸움에서도 밀리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경기 후 남아공 감독은 “한국 플레이는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공을 잡았을 때 우리는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결국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홍명보는 얼굴마담?

  • 홍명보는 K리그 시절부터 전술에 능한 감독은 아니었다. 팀 기강과 선수를 관리하는 매니저형 감독이다. 포르투갈 전술 코치인 주앙 아로소를 수석코치로 영입한 것도 본인의 전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 홍명보 아래서 10여년 대표팀 생활을 한 골키퍼 출신 이범영은 “홍명보 감독은 한 번 전술적으로 성공하면, 그 전술로 쭉 밀어붙인다”며 전술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 아로소는 자국 매체 인터뷰에서 “홍명보는 대외적 얼굴이고 실질적 훈련과 경기 계획은 내가 총괄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구걸 축구’에 이르기까지.

  • 이번 월드컵은 32개국이 아닌 48개국이 참여했다.
  • A조 3위에 그친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지난 사흘은 비참한 희망고문이었다. 조 1·2위는 32강에 자동 진출하지만, 3위를 기록한 12개국의 경우 상위 8개국만 생존한다.
  • 내 운명이 남의 손에 결정되는 굴욕적 상황. 32강 진출을 바라는 축구팬들은 스페인과 우루과이 경기에서는 스페인 국민인 양, 가나와 크로아티아 경기에서는 가나 국민인 양, 이집트와 이란의 대결에선 이집트 국민인 양 응원했다. 그러나 조별 경기 마지막 날에 치러진 K조 콩고민주공화국-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3대 1로 승리하며 일말의 희망도 사라졌다.
  • 자력이 아니라 타국에 결과를 바라야 하는 ‘구걸 축구’는 한국 축구사의 암흑기로 남을 것이다.

경질이냐, 사퇴냐, 다음은 없다.

  • 홍명보 감독 계약은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없다. 경질 아니면 사퇴다.
  • 1차전 스웨덴 전에서 5대 1로 참패한 튀니지는 대회 도중 감독을 경질했다. 충격 요법을 통해 나머지 두 경기라도 살리기 위해서였다.
  • 남아공 전 직후 홍명보 경질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축구협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 축협은 직전 감독 클린스만을 경질하면서 위약금으로만 70억 원을 지급해야 했다.
  • 정몽규(축협회장)는 월드컵 개막 전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홍명보는 29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 홍명보는 자진 사퇴하고, 축협은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새 판을 짜야 한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