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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추월’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그 내용은 익히 아시겠지만, 간단히 정리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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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팀 추월 여자 국가대표팀 사태 (개요) 

경기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2018년 2월 19일에 벌어진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대표팀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같은 팀 동료인 노선영 선수를 명백하게 ‘버려둔 채’ 둘만 한참 먼저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같은 편을 추월하다니요. 팀 추월 경기의 특성상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그저 스포츠 정신이라는 기준으로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었죠.

그런 비정상적인 경기 직후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언론과 인터뷰를 합니다. 그런데 그 책임을 노선영 선수에게 떠넘기는 듯 말하죠. 자신들을 4강 진출을 위한 라프 타임을 유지했지만, 노선영 선수가 뒤처졌다고요. 경기 모습에 실망하고, 인터뷰 모습에 더 실망한 많은 이들이 크게 분노했습니다. 결국 20일 백철기 대표와 김보름 선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죠.

이 글은 그 기자회견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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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자회견은 반성과 공개 사과를 위한 자리였나요?
아니면, 제가 느낀 것처럼, 그저 책임 회피와 변명의 자리였나요?

제대로 된 ‘공개 사과’는 다섯 가지 요소가 담겨야 한다고 합니다(공개 사과의 기술, 2016). 하지만 저는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기자회견에서 그 다섯 요소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씩 짚어보죠.

¶. 관련 기사:  

기자회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독자들께선 우선 기자회견 동영상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회견은 약 17분가량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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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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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과하는 이의 수치심과 유감 표명”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기자회견을 채운 건 반성과 사죄가 아닌 책임 회피와 이를 위한 변명이었습니다. 백철기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심지어 경기 운영의 책임을 노선영 선수에게 떠넘기기까지 했죠. 노선영 선수의 의견을 따랐다면서요. 그리고 팀워크에 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노선영 선수는 백 감독의 ‘떠넘기기식 변명’에 대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특히 팀워크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백 감독의 말에 대해선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면서 “(팀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SBS 인터뷰).

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경기를 직접 봤다면 말이죠.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벌어졌던 빙상연맹의 무능과 비행을 떠올릴 수 있다면 말이예요. 이것은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의 ‘확신’입니다.

¶. 추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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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정한 규칙 위반의 인정과 그에 따른 비판 수용”

팀 추월 경기의 본질은 ‘팀워크’, 우리말로 표현하면 ‘협력’과 ‘조화’입니다. 팀 추월이 ‘아름다운 경기’로 불리는 이유죠.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팀 추월 경기 모습에 분노하는 이유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누가 봐도 명백하게 누가 봐도 추한 모습으로 그 본질을 깨뜨려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김보름 선수는 그 ‘규칙 위반’을 인정했나요? 김보름 선수는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응시하지 못했습니다. 끝내 외면했죠. 그저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벌어진 의도하지 않은 불상사인양 말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분노하고 있죠. 김보름 선수가 말하는 더 좋은 성적을 위한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런 비정상적인 경기는 더욱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런 비정상적인 경기는 더 좋은 성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성적을 망치는 일이니까요.

¶. 추천 팟캐스트: 

  • 네이버스포츠 라디오, ‘라디오 에이스(Radio A’s)’ – #팀추월 #인터뷰 #거짓기자회견? (박종윤, 이종훈, 이철원) [footnote]참고로 별도로 네이버스포츠 라디오의 개별 방송과 그 방송분에 관한 개별 URL은 없는 것으로 보임. 따라서 링크한 페이지 주소는 네이버스포츠 라디오 페이지.[/foot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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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잘못된 행위의 명시적 인정과 자책”

평창올림픽 팀 추월 사태에서 책임 있는 자는 누구인가요.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 물론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책임을 두 선수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만 잘못이고, 두 선수만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는 이 사태를, 점점 더 커지는 분노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두 선수는 더 큰 모순을 가리고, 더 큰 몸통을 숨기는 희생양이 될 뿐입니다. 물론 두 선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자책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큰 잘못, 더 큰 책임은 어디에 있습니까. 누구에게 있습니까. 백철기 감독과 빙상연맹, 더 나아가 대한체육회에 있습니다.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특히 더’ 싸가지가 없어서, 특히 더 인성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혜가 반복되면 그게 특혜인지 모르고, 차별이 반복되면 그것조차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괴물로 태어나지 않고, 괴물로 길러집니다. 특혜와 차별의 뿌리는 어디입니까. 그 잘못, 누구에게 있습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에게 있습니까? 아니면 빙상연맹, 더 나아가 대한체육회에 있습니까?

대한빙산경기연맹

대한체육회

빙상연맹이 대한체육회가 평등과 희생정신 대신에 특혜와 차별이라는 구조적 모순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지금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세상 착한 선수였어도, 훌륭한 인성의 선수였다고 해도,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겠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종류의 불행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는 이 사태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보여준 무능과 악행은 적폐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더는 자정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외과 수술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능과 자기합리화, 파벌과 기득권이라는 암 세포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빙상연맹뿐 아닙니다. 대한체육회, 그 산하의 온갖 연맹의 구조적 병폐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합니다. 외부의 강력한 권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적폐과 그 구조를 끝장내야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입니다. 이틀만에 45만 명이 서명했습니다. 지금 분위기가 이 정도입니다... 다만 저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에게는 따끔한 징계를 내리되 영구히 자격을 박탈하기보다는 한번 더 기회를 주기를 바랍니다. 다만,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적폐 청산은 강력히 찬성합니다. 저도 서명했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42600?navigation=best-petitions#_=_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입니다. 이틀만에 45만 9천 명이 서명했습니다. 지금 분위기가 이 정도입니다. 다만 저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에게는 따끔한 징계를 내리되 영구히 자격을 박탈하기보다는 한번 더 기회를 주기를 바랍니다. 다만,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적폐 청산은 강력히 찬성합니다. 저도 서명했습니다. (바로 가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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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앞으로 바른 행동을 하겠다는 약속”

앞으로 바른 행동을 하겠다는 약속은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를 모두 선행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약속해도 그 진정성을 믿어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백 감독과 김 선수의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약속조차도 전혀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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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리고 “속죄와 배상 제시”

백철기 감독, 김보름 박지우 선수를 비판하는 일, 더 나아가 그 개인을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세상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잘못된 일이죠. 그건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라고 다를까요. 저 역시 온갖 인신공격, 온갖 저주와 악담을 신나게 퍼부을 수 있습니다. 기꺼이 그러고 싶습니다. 다만 참는 거죠. 어쩌면 덜 용감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선수와 감독 개인을 비난하는 행동은 미숙하더라도 그 마음속 분노는 너무도 정의롭고, 너무도 인간적입니다. 더 진심으로, 더 악랄하게 백철기, 김보름, 박지우에게 악담을 퍼부어야 그래야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노선영 선수에게 덜 미안할 것 같으니까요. 그게 대다수 국민들 마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마음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왜 늘 바보같이 국민만 ‘높은 양반들’이 저지른 잘못을 대신해서 상처받은 개인에게 용서를 빌고, 미안해 해야 합니까. 왜 공적 기관의 명백한 잘못, 명백한 실수로 상처받은 개인, 손해본 선수, 그러니까 국민을 또 다른 국민들이 국가, 공적 기관 ‘대신’ 걱정해주고, 책임져줘야 합니까. 그건 잘못한 놈이, 잘못한 기관이 책임져야 하는 일 아닙니까. 거기에 마음을 보태고, 속죄의 다른 이름인 공적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켜봐주는 일, 그 정도만 하는 것도 하루하루 올림픽 볼 시간 내기도 어려운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백철기 감독,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는 진심을 다해 노선영 선수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 역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노선영 선수에게 속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그 잘못에 상응하는, 노선영 선수의 상처에 상응하는 배상을 제시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노선영 선수에게 우리 모두가 덜 미안해지는 가장 확실하고, ‘쿨’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속죄와 배상 제시를 ‘약속’하는 일이 지금 당장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물론 그런 일이 있을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고, 철저한 인적 물적 제도적 쇄신을 통해 다시 태어날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해야 할 일이겠다 싶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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