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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나랏빚 빨간불? IMF 보고서를 제대로 읽자. 침소봉대된 부채 논쟁, 빠진 건 증세 이야기. (이강국 /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6분)

지난 4월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 보고서가 발표되자 한국의 보수 언론은 ‘나랏빚 경고’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은 “IMF, 한국에 경고… 3년 뒤 정부 부채 60% 넘을 것”이었다.

한국은 부채 비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국가로 분류됐고, 내년부터 부채 비율이 선진 비기축통화국 11개국 평균 보다 높아진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비기축통화국인 만큼 부채 비율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편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과 민생안정 등을 위해 26.2조 원의 추경을 편성한 상태였다. 정부 부채 비율 상승을 우려하는 이러한 보도는 재정적자를 늘릴 수 있는 확장재정을 견제하는 의미로 들린다. 과연 IMF는 한국에 경고한 것일까.

한국경제 관련 기사 갈무리.

IMF 보고서 속 한국의 부채 비율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언론 보도가 상당히 과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미국-이란 전쟁 상황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각국의 재정 상황을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 이야기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그룹의 재정을 평가하는 부분에 잠깐 나온다.

IMF는 영국과 일본 등의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정이 개선된 반면, 튼튼한 재정 상황을 지닌 한국과 네덜란드 같은 국가는 재정여력을 사용하여 이 그룹의 재정 개선을 약간 상쇄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스페인과 일본 등은 향후 정부 부채 비율이 하락할 것이고 한국과 벨기에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독일도 마찬가지로 국가 부채 비율이 상승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어,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을 특히 우려하는 논조로 읽기는 어렵다.

주요 선진국 일반정부 총부채 비율 (GDP 대비 %). 출처: 국제통화기금 ‘재정 모니터 데이터베이스’

한국 정부의 재정 상황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건전한 편이다.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26년 54.4%에서 2031년 63.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선진국 평균은 2026년 108.2%이고 2031년에는 114.8%로 한국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재정수지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평균 재정적자가 2026년 GDP 대비 4.8%에 달하고 2031년에도 4.5%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1.5%로 낮으며 2031년에는 1.1% 적자로 전망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비기축통화 국가들의 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어떤 통화를 쓰느냐가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과 부채 비율의 적정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순부채 비율(정부의 부채에서 자산을 제외한 값)도 참고할 만한 수치다. 아래 그림은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한국 정부의 순부채 비율을 보여주는데, 2026년 GDP 대비 약 10%로 선진국 평균 80%에 비해 크게 낮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정부의 자산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외환평형기금과 같이 대응자산이 있는 금융성 부채가 전체 국가부채의 약 27%를 차지한다. 정부의 자산을 함께 고려한다면 한국 정부의 부채를 걱정할 이유는 더욱 줄어든다.

주요 선진국 일반정부 순부채 비율 (GDP 대비 %). 출처: 국제통화기금 ‘재정 모니터 데이터베이스’

정부 자산이 많은 국가들이 몇몇 있는데, 싱가폴의 총부채 비율은 약 170%로 높지만 국부펀드 같은 자산이 많아서 순부채가 없으며 노르웨이의 순부채 비율도 크게 마이너스다. 최근 일본의 다카이치 정부는 정부의 총부채 비율이 GDP의 200%가 넘을 정도로 높지만 순부채 비율은 국제적으로 높지 않다며 재정확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IMF의 공식 평가, “재정 여력 충분”

IMF가 한국의 재정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2025년 11월 발표한 연례협의(Article IV) 보고서에 나온다. 보고서는 “한국의 정부 부채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상당한 재정 여력이 존재한다(p. 9)”고 밝혔다. 2025년 재정정책이 적절했고 2026년의 예산도 IMF의 권고와 일치하며, 생산적인 공공투자가 성장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이 보고서(Annex V)는 안정적인 기초 재정수지와 경제성장 그리고 낮은 부채 비율을 고려할 때 한국의 정부 부채는 위험이 낮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장기적 지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구조적 재정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지적한다(p. 11). 장기적으로는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지출 부담이 커져 부채수준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도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인구 변화로 인해 연금과 건강보험 등 의무지출이 급증하고 성장이 둔화되어 재정적자가 커져 2065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156%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25년 약 20%에서 2065년 약 47%로 높아져 일본보다 늙은 나라가 되고, 생산연령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그러나 부채 비율은 국채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이므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인구변화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구개발이나 산업정책 등 공공투자와 청년의 삶을 개선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재정확장을 통해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면 부채 비율이 하락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강화될 것이다.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블랑샤 교수의 연구는 정부부채 비율의 변화에 명목경제성장률과 국채금리의 비교가 핵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크지 않다면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은 경우 국가부채 비율은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재정 지출을 위한 노력이다. 정부가 국채로 자금을 조달한 금리 비용보다 재정 지출이 성장을 촉진하여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장하는 것이 재정 운용의 핵심일 것이다.

실제로 이번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 속도가 지난해 10월 보고서의 전망 때보다 약간 느려졌는데 이는 한국의 성장 전망이 상향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버드대 서머스 교수는 정부부채 비율 자체보다 GDP 대비 국채이자비용이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데 더 적절한 지표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국채이자비용은 2026년 약 30조 원으로 GDP 대비 약 1.1%로 역시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돌이켜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학이 얻은 중요한 교훈은 긴축이 경제에 나쁘다는 것이었다. IMF도 2010년 남유럽 부채위기 때 처방한 긴축정책이 경제와 재정을 악화시켰다고 반성하고 경기침체 시기 재정확장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특히 최근 거시경제학 연구들은 불황이 신기술 도입 둔화와 장기실업 등을 통해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 외부 충격 이후 상태가 회복되지 않고 고착되는 현상)를 발생시켜 장기적으로 생산성 상승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불황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하라는 케인스주의적 가르침이 상식이 되었다. 이것이 각국이 2020년 팬데믹에 대응하여 커다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확장재정을 실시한 배경이었다. 이러한 논의들은 경기침체를 막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장기 재정 대비에 의문…증세 논의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보도에 청와대가 즉각 반응했다는 점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국제적으로 낮고 단기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미래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며, 단지 부채 비율이 아니라 성장잠재력과 재정의 미래를 위한 진짜 논쟁이 필요하다”고 썼다.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은 “한국의 재정 펀더멘털과 정책 규율은 견고하며 국제기구들이 한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세계국채지수 편입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국채투자 증가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경제와 재정에 대한 낙관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018년 대규모 초과세수로 결과적으로 긴축적 재정운용이라는 실착을 범했던 문재인 정부에 비하면 기민한 대응이다. 국가부채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재정확장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주장을 국민과 긴밀한 소통에 기초하여 돌파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가부채 논쟁이 성장잠재력과 재정의 미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페이스북 갈무리.

그럼에도 닥쳐오는 인구 충격 앞에서 장기적인 재정의 위험에 대응하는 노력이 현재 충분한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작년 3월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이 이루어졌고, 정부는 최근 지출을 절감하기 위한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재정에 관한 논의에서 빠져 있는 조각은 증세에 관한 부분이다. 실제로 나랏빚의 증가를 우려하는 보수파는 긴축을 강조할 뿐, 세금을 올리는 방향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세수와 정부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더욱 크고 유능한 정부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증세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에도 아쉬움이 작지 않다.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 주로 성장률 제고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2025년 세제개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감세를 되돌렸지만, 감세 규모가 컸던 소득세와 종부세는 건드리지 않아서 이전 정부의 감세 효과를 절반 정도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 금융투자소득세의 도입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근로소득세는 온갖 공제들로 인해 최상위 소득계층을 제외하면 실효세율이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치적 지지와 표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누군가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재정을 위해 증세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재정의 미래를 위해 증세 논의를 피하지 말고, 세금과 정부 지출을 모두 포함하는 생산적인 논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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