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2023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즉 노동·교육·연금이라는 3대 개혁을 강조한 것이다. 신년사 서두에서는 올해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크다며, 복합 위기의 돌파구로 수출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신년사는 정책의 우선순위도 잘못되었고, 문제진단과 해법도 일치하지 않아 우리 사회경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줬다.
우선 윤 대통령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복합적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 수주 500억 불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고,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은 경기침체의 영향이 재벌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민과 취약계층에 크게 미쳐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과거 보수정부와 같이 재벌 중심의 수출전략을 강조하고 있어,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잘못되었다.
다음으로 윤 대통령은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해법으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제시했다. 노동개혁 방안으로는 ‘노사 법치주의’를 가장 강조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노사 및 노노 관계의 공정성 확립, 근로 현장의 안전 개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등을 언급했다. 더불어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개혁방안으로 언급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임금 체계 개편 등은 당연히 필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귀족 강성 노조’, ‘노사 법치주의’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개혁 대상을 노동시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와 노조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 문제 개선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및 시민들과의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진행해야 갈등과 부작용이 줄어든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식견은 상당히 잘못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이어 신년사에서도 연금개혁을 언급했다. 하지만“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재정의 적자”만 강조하고“빈곤 노인의 보장 강화”는 언급하지 않아 무엇을 위한 연금개혁인지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연금개혁 시행 시점은 빠져 있어 핵심 국정과제인 공적연금개혁은 사라지고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개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연금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만큼 대통령과 정부가 하겠다고 밝혔으면 구체적인 로드맵과 시행 시점부터 명확히 제시하고, 공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보완을 한 후, 이를 실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3대 개혁 중 교육개혁은 정책방향과 수단은 없고, 구호만 외친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고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넘겨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혀, 교육을 지역 균형발전의 수단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 경제는 침체 된 상황에 놓여있다. 작년 말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발표한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로 작년 2.5%보다 0.9%p 낮아졌다. 민간 경제연구소들 또한 2% 미만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재벌중심의 수출전략과 추상적인 노동·교육·연금 개혁만으로는 경제의 회복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신년사에서는 현 정부의 4대 경제정책기조인‘자유‧혁신‧공정‧연대’중 공정은 사라졌다. 나아가 이태원 참사 등 반복되는 재난사고와 세입자 주거불안 문제 등에 대한 언급도 없어, 경제양극화와 불평등이 더욱 심화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과 규제완화 기조를 버리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공정경제정책과 민생경제 중심의 정책으로 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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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
(출처: 대통령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2023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해 세계 경제의 복합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나라 안팎으로
녹록지 않았습니다만은 국민 여러분의 땀과 의지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물가 상승에 대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 정책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가
우리 실물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 나가겠습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실시하는
불가피한 금리 인상의 조치가
우리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채무 부담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아가겠습니다.
복합의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합니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고 일자리의 원천입니다.
그러나 WTO 체제가 약화되고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안보, 경제,
기술협력 등이 패키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출전략은 과거와는 달라져야 합니다.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경제와 산업을 통해 연대하고 있으며,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는
지금의 외교적 현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해외 수주 500억 불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입니다.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규모인 360조 원으로 확대하고,
대한민국의 수출 영토를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위기와 도전이
세계 경제를 휘몰아칠 때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발굴한 나라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미래세대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도전하고
그 도전이 꽃피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IT와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방산과 원자력, 탄소 중립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미래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역시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하겠습니다.
지난 6월,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시작으로
미래세대에게 무한한 기회를 여는
우주 경제 시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처음으로
정부의 R&D 투자는 30조 원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새로운 미래 전략기술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튼튼하게 할 것입니다.
우주항공,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과
미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챙기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합니다.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입니다.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입니다.
세계 각국은 변화하는 기술, 폭발하는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교육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러한 교육개혁 없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또, 지역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입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연금개혁 역시 중요합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의 공통점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고 논의해서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연금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연구,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잘못을 보면 바로 잡으려 했고
옳지 않은 길을 가면 멈춰섰으며
넘어지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강한 의지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왔습니다.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제게 부여한 사명을 늘 잊지 않고,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2023년 새해,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