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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심의를 심의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위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는 2022년 12월 11일 출범해 선거일 30일 뒤인 2024년 5월 10일까지 6개월간 운영됩니다.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 운영되는 법정 심의위원회입니다.

국회 교섭단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심의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선방심의위는 편파 추천, 불공정 심의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종편 TV조선에서 자사 출신을 위원으로 추천했고, 보수단체 추천 일색 위원으로 꾸려졌기 때문입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가 공정한 심의를 하는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거기간 감시를 합니다. (민언련)

김건희(대통령 부인).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 방문. 2023. 12. 12.

2024년 2월 22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안건은 총 12건으로 1건은 ‘의견진술’, 4건은 제6차 회의에서 차기 회의로 넘긴 안건이고 6건은 이번 회의에 올라온 안건, 1건은 재심 청구 건입니다.

심의위원 9인 중 7인이 출석했고, TV조선 심의 3건은 차기 회의로 넘겨 총 9건을 심의했습니다.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이 TV조선 관련 이력으로 심의를 회피했기 때문입니다. 권재홍 위원은 TV조선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이미나 위원의 TV조선 관련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심의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 목록(2024/2/22)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법정제재를 받았습니다. 선방심의위에서만 7번째 법정제재입니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지난해 12월 13일 의결된 법정 제재(관계자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습니다. MBC 측이 ‘제작진이 인지하기 어려운 돌발 발언이었음을 깊이 판단해달라’, ‘심의규정 준수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돌아봐달라’고 진술했으나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지상파 방송으로서 볼 수 없는 저주에 가까운 프로그램”,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MBC가) 특정 정당의 스피커라는 말을 안 듣도록 해야” 등 발언을 하며 재심요청은 6대1로 기각되었습니다.

이주의 심의: 세 개의 장면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나온 황당·편파 발언 세 가지입니다. 검증이 더 필요함에도 민원 내용만 갖고 정부·여당에 편향적 심의를 한 경우입니다.

① “영부인에 대해 씨나 여사도 안 붙이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2024년 1월 15일 방송에서 ‘야당 측 출연자가 영부인에 대해 김건희라고 호칭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신청됐습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정하석 SBS 논설위원이 출연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김영배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먼저 답해야 될 것은 본인이 호위무사가 아니라면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히시기 바랍니다”라고 한 데 대해 ‘김건희’라고 호칭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건데요. 그 외에 같은 프로그램에 제기된 다른 민원을 포함해 적용된 조항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5조(공정성) 제2항 등입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2024. 1. 15.)

위원 일부는 “김건희 특검이라는 부분 말고는 김건희라고 부른 부분이 없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김건희 특검으로 이름 붙인 것이므로 김건희 특검이라고 한 것이다”, “그 외에 여사라고 해야 하는 자리에서 김건희라고 한 대목은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으나 다른 위원들은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거나 “김건희 여사로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민원은 여야 패널이 토론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문제 삼았는데요. 민원 취지 전체를 고려해 선방심의위는 행정지도(권고)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위원들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통령 부인, 영부인에 대해서 ‘씨’나 ‘여사’도 안 붙이고 그냥 이름 석 자 호칭하는 것은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

손형기 (선방심의위 위원, TV조선 추천)

“김건희라고 표현할 대목도 있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비판할 때는 김건희 여사로 해주는 게 좋겠다.”

백선기 (선방심의위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

② “핫이슈이니 한동훈 빨간 운동화는 다룰 수 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뉴스A 뉴스 TOP10. 2024. 1. 5.

채널A [뉴스 TOP10] 2024년 1월 5일, 1월 8일 방송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행보만 주제로 선정하여 공정성과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1월 5일 방송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당직자로부터 빨간 운동화를 선물 받고 주위에서 연호하는 등 행보를 주로 다뤘는데요. 이날 [뉴스 TOP10] 90여분 중 55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에 따른 헬기 이송 논란을 방송했고, 이후 20여 분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 쇄도’, ‘지역 인연 강조’ 등을 다뤘습니다. 적용조항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5조(공정성) 제2항, 제6조(형평성) 제1항 등입니다.

선방심의위 위원들은 ‘여권 출연자와 야권 출연자 비율을 잘 맞췄다’, ‘당시에 중요한 기사거리였기 때문에 이렇게 방송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행보에는 유권자들이 관심이 있어서 다룰 수 있다’라며 문제없다는 의견을 냈는데요.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문제없음 의견을,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과 최창근 부위원장(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은 행정지도 의견을,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법정제재 의견을 각각 냈는데, 권재홍 위원이 행정지도로 바꾸면서 행정지도(권고)가 결정되었습니다.

위원들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야권 출연자와 여권 출연자 비율을 잘 맞췄다. 우리가 여러번 지적했던 여타 프로그램들을 염두에 두면 패널 균형성 문제는 잘 갖춰져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 그날 이슈를 1위부터 10위까지 뽑아가지고 구성한다. 통상 큰 선거에선 주요 정당 대표들에 대해선 취재팀이 따라붙는다. 1월 5일, 8일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어디를 왔다갔다해서 그림과 얘깃거리가 충분했다. 이재명 대표는 병원에 입원을 해서 동선이 없다. (중략) 그러니까 그쪽으로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지 않나.”

손형기 (선방심의위 위원, TV조선 추천)

“(채널A처럼) 이런 정도의 균형은 맞춰줘야 된다. 일방적인 발언은 따지고 보면 민주당 출연자들이 훨씬 더 과하다. 민주당 하청 방송 같은 비난을 들을 정도로 심각하게 하고 있다.”

“이 부분은 균형이 된 거다. 문제없어 보인다.”

최철호 (선방심의위 위원, 국민의힘 추천)

“시사보도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균형이다. 적어도 채널A [뉴스 TOP10]의 경우 기계적 균형은 맞춰져 있다.”

“다만 패널들이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발언이 한쪽에 치우쳐 있고, 그거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패널들이 반박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미화했다고 하는데 이 시사프로그램은 그날의 핫이슈를 골라서 여야 패널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원장 행보는 유권자들이 관심 있는 부분이고 다룰 수 있는 애기다. 특별히 균형이 깨지거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권재홍 (선방심의위 위원, 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③ “무혐의 나오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세요?”


CBS라디오 2024년 1월 17일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대한 민원에는 ‘출연자가 류희림 위원장 관련 혐의를 왜곡·과장해 비판했다’는 신청이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야당 측 인사 해촉안 재가를 다룬 [한판 브리핑] 코너에서 출연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셀프 민원 넣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공적인 업무를 완전 왜곡 시킨 것이다”, “구속시켜야 한다”, “해촉 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부분이 혐의를 왜곡·과장했다는 것이 민원취지입니다. 적용조항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8조(객관성) 제2항, 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 제1항,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1항,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1항 등입니다.

위원들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사실이 아닌데 밝혀진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했다’는 점과 ‘발언이 과격하다’, ‘자극적이다’라며 양쪽 의견을 다 싣는(보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법정제재를 전제로 의견진술을 결정했습니다.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 최창근 부위원장(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법정제재 의견을 냈습니다.

△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2024/1/17)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셀프심의 의혹은 언론 보도와 내부 문제제기 등으로 드러났습니다. “셀프 민원은 공적 업무를 왜곡시킨 것”이라는 출연자의 발언이 어떻게 류희림 위원장 혐의를 왜곡했거나 과장했다는 것인지는 민원인의 주장에서도, 선방심의위 위원들의 발언에서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구속”, “해촉”이라는 단어에 선방심의위 위원들은 “과격하다”, “부끄럽다”는 평가를 내놓았는데요. 2011~2017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방심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방심위 팀장에 지시하여 제3자 명의를 동원해 민원을 넣고 심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2018년 팀장이 파면된 바 있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셀프심의 의혹의 경우 수사 중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혐의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방송통신 심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위원들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를 구속해야 한다, 해촉시켜야 한다, 이건 상상 이상이다.”

“민원인 신분 노출이 돼서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다. 그런 얘기는 쏙 빼놓고 일방적으로 과격하게 얘기한다. 방송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얘기다.”

손형기 (선방심의위 위원, TV조선 추천)

“(진중권 교수) 발언 자체를 인용하기도 부끄럽다. ‘대통령이 단순, 무식, 과격해서’ 이런 말을 하고.”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셀프 심의는 수사 중인 상황인데 마치 셀프 민원이 밝혀진 것처럼 단정해서 말하고 구속시켜야 한다, 방송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발언이다.”

권재홍 (선방심의위 위원, 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완전 왜곡 시킨 것’, ‘구속시켜야’ 이게 무슨 소리냐, 도대체. 아직 조사 중인 거다. 무혐의 나오면 이분은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냐. 명확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고 있다.”

최철호 (선방심의위 위원, 국민의힘 추천)
이게 뭔 개소리야.
출처는 이말년씨리즈.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방통심의위는 2023년 12월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을 위촉했다. 방통심의위 제공.

모니터 대상

2024년 2월 22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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