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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중재법 개정안

찬성

반대

조건부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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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가결했다. 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은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면서도 신중한 처리를 요청하는 언론·학계·시민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했다. 우리는 이 법안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권력자가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중재법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허위·조작보도”라 정의하고 있고(제2조의17의 2항), 법원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제30조의2의 제1항)고 명시한다.

이는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조작하여 발생한 언론보도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강화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보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보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강화해  피해자를 좀 더 두텁게 보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입증책임 전환… ‘고의·중과실’ 너무 추상적 

하지만 언론에 입증책임을 전환하기 위한 고의·중과실 추정요건불명확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이 법은 ‘명백한 고의, 중대한 과실’을 다음과 같은 경우라고 정한다.

  1.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2.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3.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4.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그러나 이 ‘명백한 고의,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명백한 고의와 중대한 과실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민법은 불법한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송을 제기하는 자에게 있다고 정하고 있다. 최근 일부 개별법에서 입증 책임을 가해자에게로 전환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과 개인 간의 정보격차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입증책임을 전환하여 언론사에 불리한 법적 지위를 부담시키는 것은 제도의 남용 여지가 있으며 반드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 후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여러분은 이 명백한 고의,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위 네 가지 경우가 명확하다고 보십니까?
여러분은 이 명백한 고의,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위 네 가지 경우가 명확하다고 보십니까?

기사열람차단청구권,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 

또한, 신설된 기사열람차단청구권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법 개정안 제14조와 제15조는 허위보도, 조작보도 등 잘못 보도된 내용에 대한 정정 청구의 방법을 다양화하고 청구 기간을 확대했으며, 정정보도의 시간과 크기를 원래 보도와 같이 정하는 등 피해자 구제방안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의 재확인이 아닌 기사삭제, 열람차단 조치를 통해 표현물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해당 조항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언론의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보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더 충분한 숙의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강행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법률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같은 표현의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들이 존재하여 당장 입법을 해야 할 유인도 시급하지 않다.

표현물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은 너무
표현물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비호 가능성 

우리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건들에서 경험하였듯 거대한 실체는 조그만 의혹에서 단서가 드러나고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의 노력에 의해 규명된다. 이 법으로 거악이 존재함에도 일정한 사실에 접근하지 못한 의혹들이 묻힐 것은 자명하고 언론은 자기검열에 빠져 위축될 것이다. 특히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이 개입된 의혹의 경우 더욱 진실이 묻힐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실련은 이 법안이 사회적으로 충분한 숙의와 합의가 없이 강행된다면 어떤 권력자이든 언론을 길들이려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직시한다.

정치권의 신중한 입법을 촉구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가진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가진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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