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64화] 국회는 선거구획정 지연에 대한 책임져라! (김형철/성공회대학교) (⏳3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구획정, 왜 중요한가
정치권은 후보 공천, 공약 마련, 판세 분석 등 지방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방선거를 위한 기본적인 규칙인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획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가진 예비후보자들과 지역유권자들은 자신의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마련한 이유는 평등하고 공정한 선거, 참정권 보장 그리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즉, 선거일로부터 일정 기간을 두고 선거구를 획정함으로써 후보자 간 평등한 선거운동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선거구획정의 불확실성에 따른 후보 등록 포기 또는 선거 준비과정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피선거권을 보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는 자신이 속한 선거구에 출마할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숙고하여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예외 없는 국회의 무책임
그러나 현행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이 정해진 2016년 이후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원 선거에서 선거구획정 법정시한 규정이 지켜진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매번 선거일에 임박하여 선거구가 획정되고 있다.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이 선거일 12개월 전인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일 기준으로 제20대 42일 전, 제21대 39일 전 그리고 제22대 41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되었다.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이 선거일 6개월 전인 지방선거도 제7회 96일 전 그리고 제8회 42일 전에 선거구획정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국회에서 이루어졌다. 즉,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않는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6월 3일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넘겼다. 더구나 2025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전북 장수군 선거구획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국회에 2026년 2월 19일까지 공직선거법을 개정 시한을 제시하였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렇듯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아니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전적으로 국회에 있다. 그 이유는 국회가 평등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거구 및 정수를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의 선거구획정을 위해서는 먼저 국회가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 그리고 기초의원 정수를 조정해야 하며, 이에 기초하여 각 시·도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여 법정시한 내에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구획정 법정시한 내에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 그리고 기초의원 정수를 조정하지 않아 선거구획정이 지연되고 있다. 즉, 국회가 선거구획정 지연에 따른 정치적 그리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 선거구획정 지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로 나타났다. 경남정치개혁광장시민연대는 작년 12월 23일에 선거구획정을 미루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국회를 대상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1월 27일에 심판회부를 결정하고 심리에 들어갔다. 법을 만들고 지켜야 할 국회가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된 것이다. 헌법소원 심판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국회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 부끄러움을 갖고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매듭 풀자: 국회는 손 떼고, 중립적 독립 기구에 맡겨야
그렇다고 국회가 앞으로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선거구획정에 따라 정당의 선거승리와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을 둘러싼 정당 간 정쟁이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를 두어 선거구와 정수 조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국회가 이를 검토하여 일정한 법정시한 내에 결정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선거구와 정수 조정안을 마련하는 독립적 기구에서 선거제도 개정과 관련된 논의와 개정안을 마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선거구와 정수조정은 선거제도 유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독립적 기구가 선거구와 정수조정뿐만 아니라 선거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여 개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역할을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담당해 왔다. 그러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법안이나 정책 등에 연동된 극단적 정쟁과 당리당략에 의해 파행적이고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당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선거구와 정수조정 및 선거제도 논의와 개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거구획정 지연이라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에 대한 국회의 정치적 책임은 선거구와 정수조정 그리고 선거제도 개정을 논의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를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회는 선거구획정 지연에 대한 반성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인정받게 될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한 개혁의 주체로서 국회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비록 국회가 선거구획정 법정시한 내에 선거제도와 선거구 및 정수조정에 실패했지만, 지금이라도 국회는 조속히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정과 선거구획정이 확정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