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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선거제 개편 논의로 한창입니다. 선거제를 어떻게 바꿀지도 문제지만, 국회가 결단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들도 산적해있습니다. 선거제 개편이 아닌 개혁이 되기 위해, 나아가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매주 칼럼을 통해 논하고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중꺽정~!). 이번 칼럼의 필자는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입니다.

  1. 선거제도 개편 논의, 여론이 모순에 빠지는 이유 (유성진)
  2. 비례대표 늘리자, 표가 절반 이상 버려진다 (김형철)
  3. 반성 없는 양당정치, 바꾸려면 선거제를 개혁하라 (박영득)
  4. 기후위기·저출생 상임위를 만들 수 있다면 (김태일)
  5.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조원빈)
  6. 적대적 양당제의 비극: 대통령-다당제가 필요하다 (이선우)
  7. 선거구 획정 문제, 결국 국회의원 정원 늘려야 (이재묵)
  8. 열려라 국회! 의원회관 문턱만 4단계 (민선영)

2024년 총선을 일 년 여 남짓 남긴 현재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4월 10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회 전원위원회는 정개특위를 통과한 세 가지 개편안을 중심으로 하되, 그 내용은 선거제도 전반에 관한 논의, 비례대표제와 지역구 선거제에 대한 논의, 선거제도 관련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질의응답으로 구성된다. 현재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원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최종 수정결의안이 도출되면 이를 토대로 정개특위에서 마련한 최종 개편안을 27일 예정된 본회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선거제 개편안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가운데 국회가 선거제도 개편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현재 국회의 논의는 선거제도 개편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유권자들의 이해와 선호를 파악하는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성급한 졸속결정으로 이어질 우려 때문이다.

현재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선거제 개편안들은 제도개편의 목적과 정당의 이해관계가 혼합된 까닭에 지극히 복잡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구 선거제에 있어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소선거구제 등 다양한 제도가 병렬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비례대표제에 있어서도 권역별 병립형, 전국 병립형, 권역별 준연동형 등 복잡한 제도들이 결합되어 있다. 더욱이 각각의 개편안 내부에 권역의 개수와 배분 방식, 지역구 대표와 비례대표의 비율, 농산어촌 지역대표성 보장을 위한 특례규정 등 합의를 필요로 하는 세부적인 사안이 결정되지 않은 까닭에 최종적인 개편안이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현행 소선구제는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당선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논란이 크죠. 우리나라는 13대 총선(1988년) 이후 로 줄곧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때로 여론이 모순에 빠지는 이유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과정은 그것이 공동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도변화임에도 충분한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여론은 합의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국회 정개특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현행 선거제도 개편에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찬성하고, 절반가량이 정당의 득표율과 국회 의석률을 연동하는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한다. 또한 국회의원 총수에서 지역구의원의 적정비율현재보다 낮추자는 데에 응답자의 80% 이상이 찬성하고, 다수가 현행 47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자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조정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의원정수의 확대가 불가피함에도 응답자의 60%가량이 의원정수 확대에는 반대한다.

선거제도 개편의 쟁점들에 있어서도 여론은 하나로 결집되는 모습이 아니다. 현행 지역구 소선거구제의 영향에 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엇비슷한 가운데 이를 반영하듯이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찬성 비율 역시 40% 안팎으로 비슷했다. 또한 선거제도의 비례성 제고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유권자가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명부제’에 대해 60% 이상 동의함으로써 비례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하였다. 더욱이 국회의원 전체에서 지역구대표의 적정비율이 40~60%라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이를 위해 불가피한 의원정수 확대에는 부정적이다.

선거제도 개편에 관해 여론이 합의되지 못하고 때때로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 더 정확하게는 우리의 정당들이 이에 대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개특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잘 모른다’라고 답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이 국민의 이해와 선호의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국회 안에서 정당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 이해 없는 선거제 개편은 성공할 수 없다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의 표를 국회의 의석으로 전환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따라서 제도의 선택은 당연히 유권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선호를 반영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의 일차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과 정당은 제도변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들은 주권의 담지자로서 제시된 개편안들의 장단점을 설명받아야 하며,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어떠한 제도가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선거제도에 관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대표성과 비례성 증진을 위해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며, 이에 부정적인 여론의 설득을 위해 정당이 스스로의 개혁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당들은 대표성과 비례성 증진이라는 선거제도 개편의 근본 원칙을 망각한 채 의원정수 확대 반대라는 여론 뒤에 숨어 복잡한 이해득실 계산에만 치중하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제도 논의에 국민의 관심와 참여는 필수다. 하지만 현실은….

국민에 대한 설명과 합의가 부재한 채로 성급하게 결정된 선거제도 개편은 이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이후 정치인들의 정치행위를 규율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로 선거 때마다 정파적인 이전투구의 반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반복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국회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릴 것임은 자명하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국회의 담장을 넘어 국민의 이해와 선호를 파악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디 국회가 전원위원회의 논의를 핑계로 선거제도 개편을 성급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적극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의 참여 속에서 정당성 있는 제도 개편의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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