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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정부가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계획입니다. 2005년 500원을 인상한 이후 10년만입니다.

i_008경제장관회의(2014년 9월 11일,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물가연동제를 포함한 담뱃값 인상안이 담긴 ‘금연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흡연율(성인 남성 기준 44%)을 29%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기고를 기다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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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값(담뱃세)을 올리겠다는 건 걷을 수 있는 직접세를 포기하고 간접세에 기대겠다는 발상이다. 그렇게 늘어난 세금으로 건강 관련 비용 대신 국고를 채우려 드는 모습이다. 추하다. 그리고 참담하다.

담뱃값을 올리면 세금 수입은 늘어난다 

담배는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그래서 어쨌든 사서 피우게 된다. 따라서 담배에 물리는 세금을 높이면 일반적으로 세수 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담뱃값 인상을 통해 금연을 유도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뱃세에 기대는 사업/기금이 많으면, 세금이 너무 많이 붙어 사람들이 담배를 덜 피워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은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담뱃값 인상 때 지식경제부가 지나친 인상률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한 것도 이 논리라 볼 수 있다.

세금을 걷으려면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세금을 걷는 데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사치성 품목에 특별소비세를 매기는 것은 그런 취미를 즐길 만큼 금전적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세금을 걷어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일종의 징벌적 목적이다. 반면, 생필품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누구나 써야만 하는 것에 관해서는 감세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니 조세 변화가 발생할 때는 누구 부담이 늘고, 누가 혜택을 더 받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을 여섯 개로 쪼개서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1. 누가 부담을 떠안는가?

김혜련에 따르면(김혜련, 2007) 흡연율은 소득 저분위/저학력/육체노동에서 높게 나타난다. 그러니 이러한 간접세를 통한 세수 증대가 발생할 경우, 상당 부분 세금을 저소득층이 부담한다. 게다가 물건에 매기는 간접세는 누진성이 없다. 연봉이 2천만 원이건 20억 원이건 한 갑당 같은 세금을 납부한다. 따라서 간접세 인상은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한 세 부담을 안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2. 누가 혜택을 받는 게 적절한가?

저소득층에 세 부담이 집중되는 현상은 조세 형평성에서 문제가 된다. 이를 피하려면 저소득층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담뱃세 세출로 인한 혜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3. 실제로 누가 혜택을 받고 있는가?

그러나 담뱃세 수입은 건강과는 별 상관 없는 곳에 지출되어 왔다. 이러한 세출 구조는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2011년 담배 세금의 세출 구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 회계 지원이 38.9%, 교육회계 전입이 33.3%이다. 담배 팔아서 지지체 살림하고, 학생들 공부시켰단 얘기다.

실제로 건강증진부담금은 건강보험료 지원 16.6%, 건강증진부담관리기금 전입 10.6%로 합쳐서 27.2%에 지나지 않고, 건강보험료 지원액 역시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의 2.8%에 지나지 않는다(신영임/서재만, 2013).

담배세 담뱃값

4. 담뱃값 인상이 정말 ‘국민 건강’ 때문인가? 그럼 지출 구조 바꿔라!  

정부는 담뱃세 인상 명분으로 ‘국민 건강’을 가져다 붙인다. 그러나 이는 담뱃세가 실제로 국민 건강을 위하고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지원하는 목적에 충분히 사용될 때만 달성할 수 있다. 정말 건강이 중요하다면, 이번 증세를 계기로 현재의 세출 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 지원이나 교육 관련 지출보다 건강·보건 재정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금 지출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금연종합대책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증진부담금이 138% 증가하긴 했으나 전체 제세·부담금 중 비율로 보면 25.3%로, 비율 면으로는 현행보다 약 2% 감소했다. 이는 다른 부분에서도 비슷해서, 지방교육세가 38.1%가 늘어난 대신 전체 세금 대비 비중은 20.7%에서 13.4%로 줄어들었고, 지방세수에 주로 편입되는 담배소비세는 57.1% 증가한 대신 전체 비중은 41.3%에서 30.39로 11% 감소했다.

5. 개별소비세?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 감소 폭을 채우고 있는 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를) 개별소비세다. 이번에 신규 편입된 이 세금은 담배 세수의 무려 18%, 건강부담금의 72%에 이르는 거대한 덩어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국세청의 발표로는 “소비억제, 환경오염방지 및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취지가 법에 맞지만, 기존 세금들과 비교하면 목적성이 불분명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존 목적세들을 모두 쳐낸 자리에 목적성이 불분명한 세금을 박아 넣는다는 것은, 국고를 담뱃값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건강을 부르짖으며 금연을 외치는 자리에 이런 세금을 슬쩍 끼워 넣고, 실제 보건·건강 관련 세금의 비중은 낮춰 버린 게, 이번 조세 변동의 핵심이다. 보도자료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6. 법인세 감면할 세금으로 건강 챙겼으면 어땠을까? 

정부 살림의 모든 문제는 세금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걷어 어디에 누구에게 쓰는가로 귀결한다. 쓰는 곳은 위에서 말했듯 아직 그림을 보지 못해 말하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걷는 곳을 보면 서민 주머니에 겨냥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푼돈 긁어 목돈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더 손쉽게 거둘 수 있거나 거둘 수 있는데도 팽개쳐 버린 큰돈이 있다. 지난 정권 때 벌어진, 목적이 너무나 분명한, 목적과 결과가 거의 일치한 조세 변동이 한 번 있었다. 법인세 감면이다. 물론 중소기업 세금 부담 완화라는 탈을 쓰긴 했지만. 이 법인세 감면분이 보건·복지에 쓰였다면 어땠을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담뱃값 인상안은 걷을 수 있는 직접세를 포기하고 간접세에 기대겠다는 발상이다. 그렇게 늘어난 세금으로 정부는 건강 관련 비용 대신 국고를 채우려 든다. 추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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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김혜련, 우리나라에서 흡연율의 사회계층별 불평등과 변화추이, 보건사회연구 제27권 2호. (링크)

2. 신영임/서재만,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 경제현안분석 제83호, 국회예산정책처(2013) (링크)

3.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mw.go.kr 접속 후 상단 알림 > 보도자료를 차례로 클릭하여 9.11일자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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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세) 인상에 따른 세수 효과 시나리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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