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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선거제 개편 논의로 한창입니다. 선거제를 어떻게 바꿀지도 문제지만, 국회가 결단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들도 산적해있습니다. 선거제 개편이 아닌 개혁이 되기 위해, 나아가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매주 칼럼을 통해 논하고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중꺽정~!). 이번 칼럼의 필자는 김형철 한국선거학회 회장,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1. 선거제도 개편 논의, 여론이 모순에 빠지는 이유 (유성진)
  2. 비례대표 늘리자, 표가 절반 이상 버려진다 (김형철)
  3. 반성 없는 양당정치, 바꾸려면 선거제를 개혁하라 (박영득)
  4. 기후위기·저출생 상임위를 만들 수 있다면 (김태일)
  5.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조원빈)
  6. 적대적 양당제의 비극: 대통령-다당제가 필요하다 (이선우)
  7. 선거구 획정 문제, 결국 국회의원 정원 늘려야 (이재묵)
  8. 열려라 국회! 의원회관 문턱만 4단계 (민선영)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 행위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고유하고 본질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국민이 던진 한 표는 대표 선출과 정당의 의석 배분에 있어 버려지지 않고 온전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국민이 던진 표의 절반 가까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정당이 받은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에 의해 국민의 표심이 왜곡되고 있다. 이는 국민이 행사하는 주권의 많은 수가 휴지조각이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주권은 왜 버려지고 있는가? 그 대답은 선거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253개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한 명만을 선출하는 상대다수대표제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여 47명을 선출하는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선거제도이다. 혼합형 선거제도의 장점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사표와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사회집단의 대표성을 높여 준다는 점이다. 즉, 혼합형 선거제도는 상대다수대표제에서 발생하는 사표와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 그리고 대표성의 왜곡을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통해 보완한다. 그리고 혼합형 선거제도는 지역구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표하는 지역대표성과 다양한 사회집단의 이해와 요구를 대표하는 사회대표성을 보장한다.

장점 대신 단점만 모아논 한국 선거제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혼합형 선거제도의 장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위 대표제로 선출되는 253석의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제로 선출되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수 간 불균형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혼합형 선거제도가 비례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최소한 총 의석의 25% 이상이어야 함을 지적한다. 우리는 비례대표의석이 총의석 중 15.7%로 25%에 한참 못 미치며, 혼합형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가장 적은 비율로서 보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표와 불비례성을 최소화하고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의석수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거나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비례대표의석의 확대를 반대하고 더 나아가 비례대표제 폐지까지 주장한다. 이는 국민이 행사한 주권을 쓸모없는 휴지로 만들고 쓰레기통에 버리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혼합형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한 비례대표의석을 확대하지 않고 사표를 최소화하고 득표-의석 간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여 정치 다양성을 증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1인 선거구(소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를 대표로 선출하게 되면, 사표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주권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다인 선거구(중대선거구)에서 다득표자 순으로 대표를 선출하더라도 국민의 주권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즉, 다인 선거구와 다득표자 선출방식인 단기비이양식 선거제도는 사표를 줄일 수 있지만,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에 의해 국민의 주권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휴지조각이 된다.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 현역 의원의 특권과 기득권 욕심 

비례대표의석의 확대 반대와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주장을 바꿔 비례대표의석 확대를 지지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비례대표의석의 확대를 반대하거나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한 상황에서 비례대표의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거나 비례대표의석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구의석을 축소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지금껏 의원으로 누려온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비례대표의석 확대 반대와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특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개혁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자신의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려 하지 말고, 사표와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에 의해 버려지는 주권이 생기지 않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주권이 쓰레기통에 버려지지 않고 국민의 뜻이 왜곡되지 않고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통해 지역구 의석수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만약 비례대표의석이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면, 사표와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에 의해 절반 가까운 아니 그 이상의 국민은 4년간 주권이 없는 국민으로 살게 된다.

국민의 대표들이여, 국민의 소중한 주권을 버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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