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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모 중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당한 배이상헌 교사가 지난 8월 11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억압받는 다수 (2010)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가부장제 사회문화와 제도가 여성을 오랜 기간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억압해 왔는지 생각해 보게 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으며 현실과 성별을 바꾸어서 억압 당하는 당사자를 남성으로 설정하고 가모장제 사회로 완전히 바꾸어서 현실을 비트는" 영화라고 이 영화를 평했다. http://www.gwangjuin.com
억압받는 다수 (2010) 영화 속 현실을 ‘가모장 사회’로 설정해 가부장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

성평등 영화 상영 교사 ‘무혐의’ (불기소) 

광주시교육청에 의해 수사의뢰와 직위해제를 당하고 2019년 9월, 경찰에 의해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당한 후 거의 1년 만이다. 결정이 좀 더 빨리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헌법이 전문성과 자주성을 보장하는 교육 영역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개입을 우려하고 교권 보장을 위해 교육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왔던 우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환영하는 바이다.

오픈넷은 앞서 검찰에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요구하는 논평을 발표했고,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여 해당 사건은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 간의 의사소통 부족이 갈등의 원인임을 지적했다.

우리는 배이 교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면서 젠더 갈등의 양상을 띠게 된 것이지, 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보여준 행위 자체는 성비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의 중심이었던 영화에 관해서도 감독이 선택한 ‘미러링’ 기법이 몇몇 학생들에게 거북함을 불러일으켰을지 모르나 수업의 맥락과 무관한 영상이 아니었고, 인간의 신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교육용 자료로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이를 성비위로 보는 것은 수업의 목적을 훼손하고 교사의 재량권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광주지검 역시 8월 11일, 영화의 화면에 모자이크 처리 등을 하지 않아 중학생 교육용으로는 부적절할 수 있지만, 남녀 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다룬 영화인 점, 성교육 자료로 사용한 점을 토대로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8월 7일, 검찰에 검찰시민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일 것과, 해당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성비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위해제 처분한 광주시교육청에 직위해제를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지검은 해당 영화를 상영한 행위가 중학생 교육용으로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1) 사회적 인식의 개선 2)성교육 자료인 점에서 해당 영화의 상영을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지검은 배이 교사가 해당 영화를 상영한 행위가 중학생 교육용으로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1) 사회적 인식의 개선 2)성교육 자료인 점에서 아동학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시사점: ‘스쿨미투’ 아니다   

그러나 불기소처분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건이 성비위가 아님에도 ‘스쿨미투’라 규정했다. 아마도 스쿨미투를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당하는 성희롱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이라고 규정하기보다 비대칭적인 학교내 권력의 관계를 문제삼고 전반적인 학생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운동이라고 규정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스쿨미투의 정의가 이렇게 확장된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사건  대부분이 스쿨미투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그로 인한 혼란도 초래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쿨미투에 대한 개념이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학생과 교사의 갈등 상황을 부각해 이 문제를 '스쿨미투'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학생과 교사의 갈등 상황을 부각해 이 문제를 ‘스쿨미투’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다음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작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2차 가해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나 사건의 본질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추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을 보호하면서도 그들이 제기한 문제를 어떻게 공론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째서 해당 교과목의 영상자료에서 학생들이 느낀 불쾌감이 이렇게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는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모든 교사가 모든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이러한 수업에 대해 불만과 불쾌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왜 타 수업에서 느낀 불쾌감은 문제가 되지 않고 성과 관련한 수업에서 느낀 불쾌감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가?’ 

이 질문은 성교육이라는 수업의 교육 내용과 방식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인지적 감수성의 수준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담당 교사 개인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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